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소장님 (1)
“뒷산 갈매기라고 실력은 확실해. 주로 실종된 가족, 애들 위주로 찾는 사람인데 나한테 종종 도움 받아 갔거든. 요샌 애들도 휴대폰 많이 가지고 다니니까. 그 밖의 사람 정보 조사도 하긴 하는데 내가 보기엔 돈 많은 녀석이 취미생활 하는 거 같더라.”
도하민이 손가락 끝으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그러니 정보를 되팔 가능성도 낮지. 뭣보다 나한테 신세 많이 졌으니까. 나랑 끊어지면 그쪽이 아쉬울 거고.”
내가 찾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아무에게나 맡겼다간 나중에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페이크로 몇 명 더 넣긴 했지만, 이왕이면 입이 무거운 사람이 조사를 맡아 주길 바랐다.
“확실히 믿을 만한 거지?”
“일단 내 정보는 안 팔았으니까. 길게 거래하다 보니까 내 스킬에 대해서 알고 있거든, 그 녀석.”
회귀 전의 도하민이 갈매기란 녀석은 욕 안 했던 걸로 보아 끝까지 배신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믿을 수 있겠군.
“가능한 자세히 조사 부탁한다고 전해 줘. 다양한 방면으로 폭넓게.”
내가 이미 겪어 본 사람들이라 해도 현재의 환경에 따라선 달라질 수도 있었다. 정에 묶여 휘둘릴 수도 있고 남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좋은 사람이기에 도리어 함정에 빠져 배신을 선택하기도 하였고.
그러니 그럴 일 없도록 안전한 환경과 믿음을 주는 것이 필수였다. 월급 넉넉하고 복지 좋고 평생 안정성 있게 몸담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회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평온을 위해서라도 신뢰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욕심이 과하고 어긋난 성격이 아니라면 말이다. 평균치만 되어도 웬만해선 허튼 도전 하지 않고 양심 아플 일 없이 풍족한 안전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주위의 위험을 살피고 필요하다면 제거한 다음에 포근한 둥지에 넣어 줘야지. …일은 좀 많을 수도 있겠다만. 일단은 스타트업이라.
“그런데 골드 햄스터는 언제 오는 거야?”
“아, 그게 이번에 테이밍 시도한 해외 길드가 있었던 모양인데 팀을 상급 헌터만으로 구성했더니 힘 조절을 못 해서 죽여 버렸다나.”
내 말에 도하민이 경악으로 입을 떡 벌렸다.
“우리 금동이가!”
…이름 좀 촌스럽지 않나.
“계속 공략될 던전의 보스 몬스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길들여지기 전엔 그냥 유해동물이나 다름없다고.”
“그래도…….”
“아마 두 번째 공략 땐 성공할 거야. 던전 리셋 시간이 있으니 좀 걸리겠지.”
던전 등급이 낮을수록 리셋 시간이 짧은 편이니 오래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 첫 해외 길드 기승수 의뢰가 되려나. 이미 새끼 몬스터를 구한 해외 길드가 몇 있다고 들었으니 바로 맡겨 오겠지.
블루는 곧 내새끼 스킬 재적용하면 완전히 성장하지 싶고 코메트와 유니콘들도 빨리 키워야지. 벨라레도 키워드 적용은 끝난 상태였다.
‘블루가 다 크면 정원에 계속 둬도 괜찮을지 모르겠네.’
지금도 가끔 민원이 들어오는데 덩치가 배 이상 커질 테니 위협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상급 헌터 훈련소 근처에 성체 몬스터 사육장을 따로 만들까. 그 근처는 민가도 거의 없고 산도 많으니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다. 거기에 블루 성격상 훈련소를 방문하는 헌터들과도 잘 놀 테고.
물론 제일 좋은 건 파트너를 찾아서 던전 공략 다니는 거겠지만. 아니면 피스처럼 유체화 스킬을 얻거나.
“그럼 잘 부탁할게.”
“옙, 주님.”
자리에서 일어난 도하민이 뒤를 돌아보더니 버럭 소리쳤다.
“민의야! 찍순이 자꾸 건드리지 말랬잖아!”
“우리 순이가 나오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다고요.”
“방금 감춘 거 뭐냐. 또 드롭스 줬지!”
민의 쟤는 왜 여기서 시키지도 않은 아르바이트생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소문에 의하면 빌딩을 방문하는 헌터들 사이로 햄스터 키우기가 유행이라고 했다. 심지어 석하얀도 한 마리 입양한 모양이었다.
분양자 대상으로 던전 공략 시 호텔링해 줘야 한다면서 도하민이 옆의 공실을 하나 더 차지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재분양이란 명목하에 버려지는 햄스터들을 능력 되는 대로 데리고 오는 도하민이다 보니 분양 보내는 거야 나쁘지 않지만.
“햄스터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헌터는 기승수는 물론 명우 장비도 못 받을 거라는 협박은 적당히 해라.”
“협박이라니! 강제로 떠맡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먼저 키우고 싶다고 나섰으면 책임감을 지니는 건 기본이고. 얘들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하긴 인성 확인하기 좋을 수도 있겠다.
“분양받은 헌터 다 기록해 놨지?”
“당연하지. 호텔링 올 때마다 애들 상태와 대하는 태도도 다 적어 놨다고.”
“…그건 좀 무서운데.”
그래도 평가 잘 받은 헌터라면 상대적으로 믿을 만하지 않을까. 사육시설 헌터 고용 때 도하민 기록 참고해야겠다.
사육시설 관련 법적 문제는 석시명에게 맡겨 두고 있었기에 해연으로 가 그를 만났다. 몬스터 사육시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내심을 비추자 석시명은 의외로 반기는 눈치였다. 해연과 합치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요.”
“…네?”
“달걀을 담을 바구니가 둘이 되면 더 좋고 말입니다. 일단 사육시설은 공식적으로는 기승수 사육소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몬스터가 아니라요?”
“단순히 몬스터를 사육하는 시설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여럿 있으니까요. 덧붙여 이번에 브레이커까지 S급 몬스터를 맡겼으니 본격적으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던전 속의 몬스터와는 다르게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친근한 이미지로요. 일본에서는 캐릭터 상품도 여럿 나온 모양이더군요.”
그런 공식 캐릭터 상품을 내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석시명이 말했다. 피스 인형이 귀엽긴 했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선 명함부터 뽑아야죠.”
석시명이 휴대폰을 꺼내들며 씨익 웃었다.
“기승수 사육소 소장 한유진. 던전 부산물로 만든 종이류 물품 제작 전문 업체가 있습니다. 내일쯤이면 나올 겁니다.”
소장이라고 하니 조금 부담스럽다. 구체적인 직함을 듣자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래서 명함부터 뽑아야 한다는 건가.
“일반인 직원도 여럿 필요하게 되실 텐데요.”
“생각해 둔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전문가는 따로 구해야겠지만요.”
“한동안은 해연에서 계속 협조해 드릴 테니 급하게 구하지 마시고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확실하게 살피십시오. 그리고 한유진 소장님께서도 본격적인 관리 들어가셔야죠.”
“저요? 아, 전체적으로 코디 관리를 맡아 줄 인력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것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한유진 씨 자체를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석시명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외모 말이지요.”
…해야 하나.
“다행히 피부는 깨끗하시고 크게 손댈 곳은 없지만 그걸 계속 유지하려면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왕이면 피부도 좀 더 맑고 화사해지는 편이 이미지에 도움 될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어두운 편이, 그러니까 건강해 보이는 편이 더 좋은데요.”
“안 어울립니다.”
석시명이 딱 잘라 말했다.
“물론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기 좋게 유지하십시오. 중요한 건 미추가 아닙니다. 자기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지요. 첫 대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각적인 정보입니다. 상대의 외양을 보고 성격과 환경, 능력 등을 무심코라도 짐작하게 되는 법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회귀할 때는 꿀 빨 생각을 했었던 것도 같은데. 물론 그전과 비교하면 몸도 마음도 꿀 빠는 게 맞긴 하다만.
“세성 길드장과는 모레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다고 하셨지요.”
“네.”
“우선은 해연에서 지원해 드리겠지만 전용 차량과 수행원도 뽑으셔야 할 겁니다. 헌터 관련 업계이니 던전 부산물 특수제작 차량이 기본이고요. 수행원은 상급 헌터 둘 이상을 꼭 포함시키십시오. 노아 헌터가 그림이 정말 좋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항상 동행하긴 힘들 테니 예비로 더 고용하셔야 합니다.”
“아… 예.”
“그렇게 피곤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비서실이 생기면 그쪽에서 알아서 챙길 테니까요. 다만 제반 지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아래쪽에서 일 처리를 제대로 하는지 파악 가능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휘둘려서야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옳으신 말씀이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자꾸 송태원 실장님이 떠오르는 것일까. 과로 동지라거나…….
“유현이에겐 석 팀장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덕분에 애가 고생을 덜 했겠지. 내 말에 석시명이 조금 멋쩍게 미소 지었다.
“길드장님께야 누가 붙었든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계셨으니까요.”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이 일찍이 생겨서 여러모로 편했을걸요. 어쩌다 유현이를 돕게 되신 건지 혹 여쭤봐도 될까요?”
전부터 궁금하긴 했다. 각성 전의 유현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으니까. 성인에 사회적 기반을 갖춘 다른 S급 헌터들과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런 S급 헌터들이 만든 거대 길드들도 성현제를 제외하곤 대기업의 도움을 받았고.
“간단히 말씀드려 제가 먼저 접근했습니다. 세상에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가만히 앉아 지켜볼 수만은 없었으니까요. 그전에 다른 S급 헌터들도 모두 만나 보았지요.”
“그중에서 유현이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첫 번째야 당연히 가능성입니다. 세성길드장은 도움이 필요 없는 상태였고 다른 S급 헌터들도 반쯤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으니까요. 이왕 시도할 거면 크게 봐야죠. 그리고… 또 하나는 한유진 씨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요?”
뜻밖의 말이었다. 유현이는 나와 절연한 것처럼 굴었었는데, 왜 여기서 내가 나오는 거지. 설마 형제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결단력 때문이라거나.
“분명 다른 어떤 헌터들 이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휘두르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지만, 외로워 보였습니다. 평소 모습에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이따금 휴대폰을 멍하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딴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었죠.”
과거의 유현이를 떠올리며 석시명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곁에서 도와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길드장님의 어린애다운 면이라고 여겼었지요. 같은 인간이 아닌 듯한 위화감을 눌러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런 사람도 쓸쓸해하고 무언가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이따금 슬퍼 보이기도 한다는. 흔들리는 모습이 있기에 길드의 창설과 유지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두려움만으로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나가기 힘들거든요.”
작게나마 공감 가는 감정이 있었기에, 저 완벽하다 해도 좋을 어린 청년이 실은 타인을 필요로 한다는 작은 틈을 내보였기에. 그래서 더욱 끈끈하게 뭉칠 수 있었다고 석시명이 말했다.
“대단한 사람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심지어 어리기도 했잖습니까. 길드장님의 나이는 약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강점으로도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한유진 씨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품은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요. 길드장님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었거든요.”
석시명이 나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그 점에 있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뇨, 석 팀장님께서도 몰라서 그런 거고, 유현이를 생각하셨기 때문이잖아요.”
그리고 이 시점까지는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 내가 각성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험악해졌지. …나는 모두 기억하고 있기에 솔직히 아직 껄끄러운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유현이를 위해서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미소가 맺혀졌다.
“저야말로 동생을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거야 한유진 씨만 할까요. 요즘 길드장님께서는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시더군요.”
“그런가요?”
“길드장님의 웃는 모습을 지난 삼 년간보다 한유진 씨가 옆에 있는 반나절간 훨씬 더 많이 보았습니다. 두 분께서 화해하시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어떻게 삼 년이나 참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석시명은 흐뭇한 얼굴을 했지만 내 미소는 도리어 흐려졌다. 그 두 배가 넘는 8년이었다. 8년간.
“…힘든 일, 많았겠죠.”
“쉽지는 않았지요. 그래도 결국은 이렇게 자리 잡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한유진 소장님까지 든든한 힘이 되어 주실 테고요.”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한 소장님께서 길드장님을 챙기지 않으실 리 없지만요.”
믿고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점심시간인데 간단히 드시고 계속 이야기하지요.”
“예.”
밖에 나갈 것 없이 길드 내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는 길 도중에도 해연과의 협력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송태원 실장님 말입니다, 많이 바쁘신 모양이지요?”
자세한 상황을 묻고 싶었는데 연락을 받질 않았다. 오늘까지도 답장이 없었다. 민간인 피해가 없어서 그리 힘들진 않을 거라 했었는데.
“해외 S급 헌터들의 귀국 상황을 살펴야 할 테니 바쁘긴 하실 겁니다.”
“아, 그렇군요.”
성현제 생일 파티 참가자들 감시도 해야 하지. 다음번엔 그냥 해외에서 하면 안 되나. 송태원 씨 좀 쉬시게 해 줘라.
“아저씨!”
그때 예림이가 폴짝폴짝 이쪽으로 뛰어왔다. 유현이도 있었다.
“해연에 와 있었네요? 점심 먹으러 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냥 여기서 먹으려고. 석 팀장님이랑…….”
…내 옆에 있던 석시명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뭐지.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예림이가 내 팔에 답삭 달라붙었다. 어느새 다가온 유현이도 반대쪽으로 붙었다.
“너희들은 맨날 날 가운데 두더라.”
“같은 S급과 가까이 붙는 거 거슬려.”
유현이의 말에 예림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방비하게 닿는 거잖아요. 그거 꽤 신경 쓰여요.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 상대면 괜찮은데, 현아 언니도 괜찮고… 길드장님도 뭐, 요새는 아주 나쁘진 않지만─”
“난 형 말고는 다 싫어.”
유현이가 딱 잘라 말하고 예림이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아, 진짜 한유현 저거 진짜.”
“예림아, 손가락 내려야지.”
기분 상한 건 알겠다만 그래도 그런 손짓은 안 되지.
“박예림은 다른 사람도 괜찮다지만 나한테는 형밖에 없어.”
“으웨에엑. 밥 먹기도 전에 체하겠네.”
하하, 이것 참.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사람들도 이용하는 식당이니 거기서는 싸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