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72
ⓒ 목마
탐색-2
“미쳤구나 진짜.”
예상했던 것과 똑같은 반응이 돌아 왔다. 김현성은 쓰게 웃으면서 컵에 담겨 찰랑거리는 뜨거운 물에 커피 믹스를 풀었다.
“그렇게 말할 것은 없잖아. 의외로 할 만 한…”
“할 만 하기는 무슨. 왜 굳이 6년 전이랑 똑같은 꼴을 겪으려고 하는 건데”
“6년 전이랑은 조건이 많이 달라. 레이크 쪽에서도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렇다고 해서 레이크가 레이크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지. 밸런스를 조정해 봤자 아이템의 특수 스킬의 내용은 그대로일 것 아냐 정점의 성기사를 상대로 무투가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그건 해 봐야 알죠.”
서로 목소리를 높여 다투는 연민서와 이근성을 향해 다가가면서 김현성이 끼어들었다. 이곳은 김현성의 집이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연민서와 이근성이 김현성의 집에 손님으로 와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광고가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김현성이 레이크와 싸우게 되었다는 말을 하자 둘은 십 분 전부터 저런 식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너. 제 정신이야”
연민서는 김현성이 내미는 커피잔을 받으면서, 눈에 부릅 힘을 주고 김현성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해 봐야 알기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 알아”
“예쁜 얼굴로 똥이니 뭐니 하니까 좀 그렇네요.”
“가, 갑자기 뭐라는 거야”
툭 던진 말에 연민서가 당황하면서 손을 버둥거렸다. 소파 안 쪽에 앉은 이근성은 그런 연민서와 김현성을 보면서 내심 쯧쯧 혀를 찼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연민서 쪽에서 김현성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노골적인데. 정작 김현성이 그를 알고서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 같은데…’
의외로 저런 면에서 둔감한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이근성이 나서서 둘이 잘 되도록 사랑의 큐피드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그냥 두자.’
솔직히 구경하는 쪽이 더 재미있었다.
“…이해가 안 돼. 레이크도 그렇고, 너도 그래. 왜 레이크가 그렇게까지 패널티를 지면서 너와 싸우고 싶어 하는 것인지. 또 왜 너는 레이크가 지겠다고 한 패널티를 조정해서 굳이 불리함을 끌어안는지 모르겠다고. 그냥 둘 다 안 싸우면 되는 것 아냐”
“음… 저야 뭐 싸우자고 하는 것 거절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레이크님은 그냥 저랑 싸워보고 싶다고 하고…”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하여간 남자들은, 별 이상한 것에 목숨 걸고 자존심 걸고 그런다니까. 야, 막말로 레이크가 너에게 져 봐. 얼마나 난리가 나겠어 미국 쪽에서 레이크는 거의 영웅 수준이라고. 미국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히어로로 뽑힌 것이 아이언 맨이 아니라 레이크였을 정도란 말이야.”“음… 그렇다는 것은, 제가 이기게 되면 미국 애들의 동심이 와장창 깨져버리겠네요.”
“이길 것 같나 보다”
“에이, 그건 해 봐야 아는 것이고.”
김현성은 느물거리면서 말을 뒤로 뺐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근성이 입을 열었다.
“대처법은 생각해 뒀어”
“제가 주변에 아는 성기사가 없어서. 대처법을 생각하고 싶어도 마땅히…”
“성기사라면 내가 소개해 줄 수 있어. 레이크 급은 당연히 아니지만, 상위 랭커에 어디 내 놓아도 꿀리지 않는 정도야. 어때 생각 있어”
“형이 소개해 준다면 저야 좋죠.”
인맥 쪽은 당연히 라덴보다 이근성 쪽이 넓다. 이근성은 한국 랭킹 1위이고, 싸울아비의 길드 마스터다. 싸울아비 길드는 밸런스 형 길드이기 때문에 길드 내에도 탱커형 직업을 꽤 많이 확보해두고 있다.
“성기사가 문제인 것이 아니잖아.”
연민서가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성기사의 상대법이야 세울 수 있겠지만. 고유 특성은 어떻게 할 건데 너, 레이크의 고유 특성이 뭔지 알아”
“모르죠. 누님은요”
“나도 모르지. 근성이 너는”
“나도 몰라.”
“봐! 아무도 모른다고. 그 잘난 랭킹 1위가 대체 어떤 고유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무도 몰라. 그러는 너는”
연민서가 김현성을 향해 눈을 흘겨 떴다.
“너는 뭐가 그리 당당하고 솔직한지, 영상마다 고유 특성을 잔뜩 쓰면서 올려 놓았지. 너랑 싸워 본 적도 없는 나도 네 고유 특성이 뭔지 대충은 알 정도라고. 이건 엄청난 패널티야. 고유 특성이 노출된 상태로 레이크와 싸워서 이기겠다고”
“거, 따지고 보면 류가미도 고유 특성 노출한 상태에서 싸웠는데…”
“무투가vs무투가의 싸움은 손 싸움이라고. 네가 했던 말이지.”
가만히 듣고 있던 이근성이 끼어들었다.
“나도 그 말에는 공감했어. 그래서 방송을 추진했던 것이고. 하지만 성기사와 무투가의 싸움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 무투가는 일단 서로 가까이 붙어서 치고 박아야 해. 고유 특성을 염두에 뒀다고 해도, 근접전에서 싸우는 이상 손 싸움으로 가고… 거기서 네가 류가미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했어. 하지만 성기사는 아니잖아.”
그렇게 하는 말에는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성기사와 무투가는 다른 직업이다. 무투가는 들어가서 두들겨 패야 하고, 성기사는 가만히 서서 버티는 쪽이다. 고유 특성에 대해 파악이 되어 있다면 성기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라덴의 공격을 파악하고 대처하면 되는 것이니까.
“6년 전이랑 똑같이 될 거야.”
연민서가 김현성을 노려보았다.
“너는 1년 만에 이 정도로 컸어. 그리고 앞으로도 더 컬 것이고. 머지 않아 너는 나와 근성이의 레벨을 추월하고, 한국 랭킹 1위가 되겠지. 그 이후로는 한국이 아니라 전체 랭킹의 랭커들과 경쟁하면서 말이야. …나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해. 레이크가 패널티를 안겠다고는 해도, 너무 일러. …6년 전이랑 똑같이 되고 싶은 거야”
“캐릭터 삭제는 안 해요.”
김현성이 대답했다.
“만약에 내가 지더라도, 캐릭터 삭제는 안 할 거라고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친선전이니까. 레이크님이 져도, 내가 져도. 캐릭터는 삭제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네 멘탈은 어쩔 건데”
불쑥 질문이 파고 들어왔다.
제법 예리한 질문이었다.
“너. 자존심 세잖아. 투왕이라는 별명 쪽팔린다고 노래하기는 해도, 내심 그 별명에 나름 프라이드는 가지고 있잖아. 안 그래 레이크에게 지고서 멘탈 유지할 수 있어”
“그때는 뭐 그때 얘기고.”
“할 수 있다고는 안 하네”
“사람 마음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어떻게 딱 잘라 말할 수 있겠어요 뭐, 제가 멘탈 아작나면 누님이 알아서 잘 케어해 주세요.”
“케… 케어 내, 내가 왜”
“왜. 싫어요”
사실 알고 있는 거 아냐 이근성은 김현성과 연민서의 대화를 가만히 들으면서 턱을 긁적거렸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마음 속이 근질거렸다.
‘나도 연애나 할까.’
워낙에 바쁜 탓에 눈을 돌리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호박씨를 까대니 솔로로서 버티기가 힘들었다.
[메일이 도착했습니다.]딩동,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허둥거리는 연민서를 보면서 낄낄거리던 김현성이 손을 뻗었다. 그는 소파 앞 유리 탁자 위에 있던 태블릿 PC를 들어 올렸다.
“…어라”
메일을 보낸 사람은 레이크였다.
“뭐야 무슨 메일이야”
“레이크가 메일을 보냈어요.”
“…뭐 내용이 뭔데”
연민서와 이근성이 김현성의 양 어깨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김현성은 태블릿 PC를 조작했다.
메일 안에는 아스가르드의 주소와,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김현성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김현성이 레이크에게 영상을 보냈을 때와 똑같은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연민서가 물었지만, 김현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스가르드의 링크를 누르고서 레이크가 첨부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한다. 개인 채널에는 비공개로 설정된 동영상 하나만이 덩그러니 올라와 있었다.
‘설마.’
김현성의 머릿속에 어떠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설마. 그렇게까지 할 리가 없잖아.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 속의 레이크는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딘가 싶어 주변을 확인해 본다. 스킬 하우스. 김현성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이크가 서있는 곳은, 새로운 스킬을 익히고 그 스킬을 연습할 수 있는 스킬 하우스의 수련 공간이었다.
영상 속에 비치는 레이크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금색으로 은은한 빛을 발하는 전신 갑옷에, 사자의 갈기가 달린 투구. 십자가가 박힌 번쩍거리는 방패에 커다란 랜스. 마치 전신에 휘광을 두른 것처럼 금색 찬란한 모습. 성기사라는 말이 레이크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다.
“…뭐하려는 거야”
연민서가 꿀꺽 침을 삼키면서 물었다. 김현성이 굳이 대답해 줄 필요는 없었다.
레이크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영상 속의 레이크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몇 걸음 걸었고, 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레이크의 손바닥이 향한 땅에 금색의 마법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거기서 몸을 일으킨 것은…
“…어…”
김현성의 입술이 벌어졌다. 마법진 위에 나타난 것은, 지난 번에 레이크의 저택에서 보았던 집사였다. 그는 레이크를 향해 살짝 머리를 숙여 보이곤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
“뭘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무장하십시오.”
레이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끝난 즉시, 집사의 몸이 환한 빛에 감싸였다.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집사는 검은 색의 갑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맙소사.”
이근성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몇 개나 되는 마법진이 더 생겨난다.
‘그때 그 마부.’
레이크의 저택에 초대되었을 때, 라덴을 태우고 저택으로 향했던 마부가 모습을 보인다. 그는 그때 보았던 것처럼 로브를 두르고 있었고, 갑옷을 입은 집사의 모습을 보고서는 살짝 머리를 끄덕거렸다. 집사가 그러했듯, 마부의 몸도 빛에 휘감긴다. 마부는 집사와는 전혀 다른 갑옷을 입고서 섰다.
그렇게 몇 번을 더. 완전 무장한 열 명이 레이크의 앞에 선다. 레이크는 카메라를 빤히 보면서 입을 열었다.
“병력소집. 제가 가진 고유 특성입니다. 제가 계승한 이름과 연결되어 있는 전사들을 사역마로서 불러들일 수 있지요. 저들의 능력은 제 레벨과 스탯에 비례합니다.”
레이크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외에 몇 개의 고유 특성이 더 있습니다. 제가 파악한 라덴님의 고유 특성은 스탯을 임의로 바꾸는 것과, 거대한 괴물의 팔을 불러들이는 것과, 난전에서 체력 회복 속도를 늘리는 것. 전투가 지속 될수록 공격력과 속도가 오르는 것. 어떠한 조건을 만족하면 육체를 변화하는 것. 이렇게 다섯입니다.”
“…거의 다잖아.”
김현성은 허탈한 얼굴을 하고서 중얼거렸다. 레이크가 파악한 라덴의 특성은 양자택일과 베헤모스, 유혈, 폭혈 이렇게 넷이다. 거기서 폭혈의 파생 스킬인 광폭을 포함하여 다섯이라는 말이다. 라덴이 가진 특성은 섭식, 유혈, 허허실실, 포식감지, 폭혈, 양자택일, 베헤모스. 이렇게 일곱이다.
레이크는 라덴의 특성 중에 패시브인 포식감지와 허허실실, 섭식을 제외하고서 나머지를 완전히 특정해 낸 것이다.
“나머지 고유 특성은 패시브 계열 같더군요. 아무래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이 영상을 보냅니다. 제가 가진 패시브를 제외한 고유 특성을 알려 드리죠.”
레이크가 랜스를 들어 올렸다.
“생크추어리. 이 특성은 일정 공간을 강제하여 성지로 삼습니다. 생크추어리로 장악한 성지에서 행해지는 공격은 그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습니다.”
랜스가 바닥을 찍는다. 새하얀 빛이 레이크를 중심으로 해서 반경 5미터의 원을 그린다.
“독선. 이 특성은 생크추어리 안에서 저만이 전투가 가능해지도록 만드는 특성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라덴님은 생크추어리 안에서 저에게 그 어떤 데미지도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라덴님을 공격할 수 있죠.”
“사기야.”
연민서가 중얼거렸다.
“금제. 상대를 타격했을 때, 상대의 특성 중 하나를 무작위로 금제합니다. 지속시간은 5분, 쿨타임은 10분입니다.”
김현성의 주먹이 쥐어졌다.
“신벌. 공격을 강화합니다. 신벌이 발동 된 공격은 상대의 방어를 무시하고서 타격을 주고, 무조건적인 경직을 부여합니다.”
“…엄청나군.”
이근성이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상 다섯이 제가 가진 고유특성들입니다. 이외에도 몇 고유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패시브 쪽이니 라덴님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영상 속에서 레이크가 빙그레 웃었다.
“이 정도면 서로 공평하지 않습니까”
영상이 종료되었다.
탐색-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