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88
드루고라 공작의 호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하루 동안, 라덴의 기사들과 제페르 백작의 기사들은 수도 도심 한 가운데에서 시도때도 없이 결투를 벌였고, 서로를 죽였다. 그 과정에서 라덴 소속 플레이어는 13명이 죽었고, 제페르 백작 소속 플레이어는 20명이 죽었다.
라덴 쪽의 대승이었다. 특히나 라덴 쪽에서는 레이크와 카란 같은 주요 플레이어의 희생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에 제페르 백작 쪽에서는 불칸의 2인자인 마오와 랭킹 7위인 자카이드가 죽었다. 류가미의 합류를 숨겼던 것이 훌륭한 노림수로 작용한 것이다.
“뭐, 부르는데 어쩔 수 없지.”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서편을 옆으로 밀어 두었다. 공작이 직접 호출하는 것이니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공작이 네 작위를 박탈하면 어떻게 하지?]그렇게 물은 것은 하멜른이었다. 하멜른은 루아노스와 함께 멜슨 자작의 흔적을 쫒고 있다. 현재 하멜른은 루아노스와 흑접 기사단의 호위를 받는 상태에서 마론드로 잠입해 있었다. 호랑이 굴에 직접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라베스 산 안쪽의 도시에서 멜슨 자작과 멜슨 상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는 확실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마론드에 직접 가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하멜른과 흑접 기사단이 플레이어기 때문이다. 진짜로 죽지 않는 플레이어니까, 목숨을 담보로 쉽게 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론드의 상황은 어때?”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는 없어. 풍족하고 아름다운 도시야. 시민들은 황혼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고, 황혼교의 대규모 집회에도 대부분이 참석할 정도지. 영주 관저보다 황혼교의 신전이 더욱 크고 화려해. 마론드의 영주 본인이 황혼교의 열렬한 신자이기도 하고.]
마론드에 잠입한 지 이틀. 하멜른과 그가 이끌고 있는 쥐굴 기사단은 제법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의 특성과 익힌 스킬이 정보 수집 관련에 일방적으로 몰려 있었던 덕분이다. NPC의 기억을 읽고, 상대에게서 원하는 질문을 받아내고. 극히 적은 단서로 상대를 추적하는 것들. 거기에 은밀한 어쌔신들로 구성된 흑접 기사단이 호위로 붙은 덕에, 정보 수집은 순조로웠다.
[드워프 광산으로 흘러들어갔어. 그건 확실해. 멜슨 상단의 짐마차가 매일같이 드워프 광산 쪽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마론드에는… 전쟁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는 않아.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양의 철을 드워프에게 보내서 무엇을 만들겠어?]
라덴은 미간을 찡그렸다. 어쩌면 드워프 족들과 황혼이 손을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어쩌면 그 과정에서 황혼의 세뇌 마법이 걸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마침 잘 됐어. 드루고라 공작의 호출을 받은 김에, 공작에게 직접 이 일에 대해 전하면 될 것 같아.”
[공작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하멜른이 물었다. 그 말에 라덴은 피식 웃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사람은 아니지만.”
라덴은 외출을 준비했다. 지금 당장 자신의 저택으로 와라. 서편은 그런 내용이었다. 늑장을 부릴 생각은 없었기에, 라덴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서 바로 마차를 탔다.
드루고라 공작의 저택에 도착하고서, 라덴은 바로 공작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열린 문의 너머에서 앉아 있는 드루고라 공작의 모습과, 그 근처 소파에 앉아 있는 제페르 백작의 모습이 보였다.
“제가 늦은 겁니까?”
라덴은 안으로 들어서면서 물었다. 그 말에 드루고라 공작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제페르 백작도 방금 전에 왔네. 서있지 말고 저쪽에 앉게나.”
라덴은 살짝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제페르 백작의 맞은편에 앉았다. 라덴과 마주 앉자 제페르 백작이 두 눈에 잔뜩 힘을 주고서 라덴을 노려 보았다. 라덴은 그런 제페르 백작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히죽 웃었다.
“친하게 지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노려 보고 계십니까.”
“으득!”
라덴의 이죽거림에 제페르 백작이 이를 갈았다. 만약 이 자리에 드루고라 공작이 없었다면 제페르 백작은 라덴의 멱살을 잡았을 것이다. 아니면 욕을 내뱉었거나.
“호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네들도 잘 알고 있겠지.”
드루고라 공작이 다가왔다. 그는 빈 자리에 털썩 앉고서 라덴과 제페르 백작을 바라보았다. 번쩍거리는 금색의 눈이 자신에게 향하자, 제페르 백작은 꾹 입술을 다물었다. 그 시선에 조금 위압된 것은 라덴도 마찬가지였다. 용안. 상대의 마음을 읽는 눈이다.
“귀족간의 결투는 흔한 일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너무 과했어. 수도 시내 한 복판에서… 많은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싸움을 하지 않았나. 죽은 사람도 양쪽을 합쳐서 서른이 넘고.”
“그래봤자 플레이어입니다. 다시 부활합니다.”
제페르 백작이 내뱉었다. 그의 말에는 뾰족한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사실 먼저 시비를 건 것은 라덴 백작…”
“제가 뭔 시비를 걸었다는 겁니까? 아, 설마. 이틀 전에 제 저택에서 있었던 파티에 대한 일을 말하는 겁니까? 아니, 그걸 시비라고 생각했던 겁니까? 그러면 그때 말할 것이지, 왜 오늘 와서 애꿎은 제 기사들을 핍박한 겁니까?”
이 건에 대해서 라덴은 오히려 당당했다. 파티에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나 헤프닝이다. 라덴의 손에 루카스가 맞아죽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서 제페르 백작은 그에 대한 일은 묵인하였었다.
“자네의 기사들이 나의 기사를 모욕하였네.”
“예, 예. 그러시겠죠.”
라덴이 얄밉게 이죽거리자 제페르 백작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귀족가에서 태어나 귀족답게 살아왔기 때문에, 제페르 백작은 저런 식의 이죽거림에 대해서는 내성이 거의 없었다.
“그만들 하게.”
드루고라 공작이 끼어들었다.
“플레이어니까 진짜로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그들이 보기에는 대낮에, 시내 한 복판에서 칼부림이 일어나고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은 것이란 말일세. 가뜩이나 황제 폐하가 쓰러지셔서 혼란스러운데, 자네들이 거리 한 복판에서 그런 일들을 벌였으니 시민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앞으로 자중하겠습니다.”
드루고라 공작이 제지를 걸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드루고라 공작은 중립의 입장에서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드루고라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것 외에 다른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드루고라 공작의 눈이 라덴에게 향했다.
“라덴 백작이 재미있는 소문을 가지고 있군.”
“예?”
라덴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아, 용안! 라덴은 조금 늦게 드루고라 공작의 눈에 대해 떠올렸다. 용안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라덴이 드루고라 공작에게 전하기 위해 정리해 두었던 생각이, 그대로 드루고라 공작에게 흘러들어간 것이다.
“사사로운 다툼으로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에 대한 벌로서. 자네들이 그 일을 맡으면 될 것 같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정을 모르는 제페르 백작으로서는 그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드루고라 공작은 제페르 백작을 힐긋 보았다.
“슬슬 영지 감찰의 시기가 왔지. 제페르 백작. 자네가 영지 감찰관으로서 마론드로 가주게.”
“…예에?”
제페르 백작의 눈이 크게 뜨였다. 머지 않아 영지 감찰의 시기인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영지 감찰관이 되어 달라니? 그것도 마론드. 서쪽 끝에 있는 도시가 아닌가.
“아니면 이 일에 대해 내가 그대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바라나?”
“그건… 아닙니다만…”
제페르 백작이 머뭇거리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드루고라 공작이 이렇게까지 세게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사로운 다툼으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것은 사실이야. 당분간 수도를 떠나 마론드로 가있게.”
“…으으음…”
라덴과 제페르 백작을 계속해서 수도에 둔다면 어떻게 해서든 마찰이 일어날 것이다. 아무래도 드루고라 공작은 그를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라덴 백작.”
드루고라 공작의 눈이 라덴에게 향했다.
“자네는 제베른 숲의 감찰을 가주게.”
“예?”
그 말에 대해서는 라덴이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데리고 온 다크 엘프를 심문해 보았지만, 그리 정보를 얻을 수 없었어. 그러니까, 차라리 제베른 숲으로 사람을 보내 그곳의 분위기를 살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아, 알겠습니다.”
거절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제베른 숲. 라덴도 신경쓰고 있던 곳이기는 하다. 황혼의 교주가 제베른 숲에 침입하여 다크 엘프를 꼬드겼다. 그것은 라덴이 알아내서 드루고라 공작에게 전했던 일이기도 하다.
제페르 백작이 먼저 드루고라 공작의 집무실을 나갔다. 라덴은 그를 따라 나가지 않고, 잠깐 동안 집무실에 남았다. 드루고라 공작과 더 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제가 마론드로 가면 안 됩니까?”
라덴은 드루고라 공작을 보면서 물었다. 귀향한 멜슨 자작과 황혼교의 관계, 그리고 드워프 족. 그에 대해서 알아낸 것은 라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론드에 있는 쥐굴 기사단과 흑접 기사단은 마론드에서 멜슨 상단에 대한 정보를 캐내고 있다.
“자네는 제베른 숲으로 가야 해. 그곳이 위험하니까.”
하지만 드루고라 공작은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이해해 주게. 자네와 제페르 백작을 수도에 두었다가는, 알크레토 후작 파와 벨레로크 후작 파의 다툼이 더욱 거세질 거야. 내가 보다 더 강하게 나가 그 둘을 압박하기를 원하는가?”
드루고라 공작이 질문했다. 그것은 마치 협박처럼 들렸다.
“나는 이 일에 나서고 싶지 않네. 벨레로크 후작과 알크레토 후작… 둘 모두 명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중립의 위치에 서서 그 둘을 지켜보고 싶네.”
“제페르 백작 쪽과 싸우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말처럼 될 것 같지가 않으니 이러는 거야. 그리고, 이것은 징벌의 의미도 담고 있네. 자네 둘을 징벌하지 않았다가는 다른 귀족들이 수군거릴 거야.”
드루고라 공작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사실 라덴은 드루고라 공작의 일처리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은 느끼지 않았다. 수도에 있는 것보다는 황혼에 대한 정보를 캐러 가는 것에 더 흥미가 동했기 때문이다.
“자네를 마론드가 아닌 제베른 숲으로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네. 제베른 숲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야. 내가 판단하기에는 자네가 가진 전력이 제페르 백작의 전력보다 강할텐데. 아닌가?”
“…뭐, 그렇지요.”
라덴 쪽에는 최상위 랭커가 셋이나 있다. 라덴 본인은 그들보다 강하다. 루카스와 자카이드가 부활하여 제페르 백작 쪽에 합류한다고 해도, 라덴이 가진 전력이 제페르 백작을 압도한다.
“이 일은 위험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자네에게 결계에 대한 출입권을 주도록 할 테니, 제베른 숲으로 들어가서 황혼의 흔적을 쫒도록 하게나. 마음 같아서는 내가 가고 싶지만…”
드루고라 공작은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가로 저었다.
“나는 제국을 떠날 수가 없는 몸일세. 그것을 이해해 주게.”
“알겠습니다.”
결국 라덴은 머리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라덴의 마음 속에 불안이 남았다. 드루고라 공작은 용안을 통해 라덴의 마음을 읽었다.
“알크레토 후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게.”
드루고라 공작이 말했다.
“그리고. 자네가 없다고 해서 고꾸라질 만큼 알크레토 후작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야.”
그에 대해서는 라덴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