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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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리를 배웠더라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 수 있었을까?
무거운 수레가 가속력까지 얻자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수레 안쪽으로 기어간다든가 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등이 수레에 딱 붙어서 밀려나고 있었으니까.
끝없이 질주하는 수레 앞에서 필사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이 레일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광산 벽으로 막혀있다거나 하면 온몸이 으깨지는 건 시간 문제겠지.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나한테는 레안드로스 같은 엄청난 무력도,
유릭 놈 같은 지략도 없었다.
하지만 근성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기절하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거센 풍압을 그대로 느꼈다.
빛줄기 하나 없는 캄캄한 곳에서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등을 받치고 있는 단단한 철판의 감각이었다.
한참 동안 노력해서 어찌저찌 몸을 돌려 수레를 잡고 달라붙었다.
이러면 갑자기 멈추더라도 튕겨 나가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달리는 수레의 방향을 짐작했다.
레안드로스가 분명 그랬었지.
광산은 안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고.
그 말은 이 철로도 계속 일직선이지만은 않다는 소리다.
묘하게 수레의 중심과 내 몸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무게가 실린 쪽의 바퀴가 삐걱거리면서 불길한 소음을 뱉기 시작했다.
이때다!
나는 이를 악물고 손을 놓았다.
운이 좋게 타이밍에 맞춰 수레가 꺾어지는 선로를 타고 방향을 틀었고,
내 몸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 채로 튕겨 나갔다.
마치 허섭스레기처럼 나뒹구는 나를 뒤로한 채, 내 찢긴 망토를 달고 있는 수레의 소음이 급격하게 멀어졌다.
바닥에 몇 번씩이나 구른 나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온몸을 웅크려서 충격에 대비했는데도 눈앞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몸이 으깨지는 것보다는 낫지.
한참을 버티다가 겨우 일어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물론 둘러보나 마나였다.
불빛 한 점도 없는 캄캄한 곳이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레안드로스가 어떻게든 찾아와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점.
그러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최대한 움직이지 말아야 했다.
그래야만 했는데.
[크르르르…….]갱도 안에 있던 것.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몰랐다.
저 위에서 봤던 것이 나를 쫓아온 것인지,
아니면 갱도 안에 둥지를 틀고 있던 다른 개체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이런 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벽에 반사된 소리에 오한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대로 머물러 있으면 내 위치를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동해야 하는데,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지.
손을 내밀어 주변을 더듬자 단단한 벽이 만져졌다.
수레가 시끄럽게 굴러갔던 방향은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쪽 길로 향하면서 끼고 있던 장갑 한쪽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두었다.
레안드로스가 여기에 왔을 때 이걸 보고 내가 간 방향을 알 수 있겠지.
그 뒤로는 걷는 것뿐이었다.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고 벽을 따라 걷다가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리면 바로 멈췄다.
안전한 곳을 찾으면 멈출 생각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울음소리는 어디에서나, 언제든 들렸으니까.
……심지어 점점 더 자주 들리기까지 했다.
설마 내가 내 발로 마수들의 소굴에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나는 기나긴 어둠 저편에서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빛을 발견했다.
“……!”
누가 있는 건가?
빛이 있다면 저기에는 횃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능체가 산다는 이야기겠지.
나는 그 존재가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길 빌며, 발소리를 죽여 그쪽으로 향했다.
그 길의 끝은 갑자기 뚫려있었다.
레일은 더 이상 땅 위에 얹혀있지 않았다.
철로를 흉내 낸 길이 온갖 건축물과 지지대 사이로 얽히고설켜 있었다.
철로와 건축물은 저 아래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자 가파른 낭떠러지의 벽이 그대로 보였다.
낭떠러지 벽에는 마지 벌집의 구멍처럼, 여기저기에 구멍이 하나씩 나 있었다.
그 구멍에도 철로가 하나씩 이어져 있었다.
여기는 일개 미스릴 광산의 시설이 아니었다.
여러 광산에서 뻗어 나온 여러 갱도가 한꺼번에 향하는 곳.
채광한 광석을 모아서 분류하고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고도의 물류 시스템이 여기에 있었다.
내가 본 희미한 빛은 철로의 지지대와 용도를 알 수 없는 건축물의 기둥에 붙어있는 발광 아티팩트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런 건 쿠X이나 X메프 같은 대기업 물류 업계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세계관에서 이 정도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 거지?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는 공간을 둘러보다가, 문득 기묘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지금 북부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텐데.
아슬아슬하게 허공에 떠 있는 철로들 위로 이따금씩 수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럼 저건 누가 보내고 있는 거지?
생각해보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수레도 좀 이상했다.
원래는 가만히 있다가, 내가 살짝 건드리고 나니까 바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었지.
레안드로스도 수레를 막을 수 없던 걸 보면 자동으로 달릴 수 있는 특수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장치가 바로 작동한다는 건 최근까지 이 장치를 쓰던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이 광산에 누가 있는 거지?
나는 저 아래를 내려다봤다.
레안드로스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야 있겠지만.
저 아래에 뭐가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만일 레안드로스와 함께 내려갔다가 레안드로스가 광기에 진입한다면…….
‘그건 절대 안 되지.’
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잡을 곳 하나 없는 철로 위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레안드로스, 내가 따악 한 번만 보고 바로 돌아오마.
형 믿지?
* * *
레안드로스는 철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의 공작이 수레에 밀려서 사라지자, 레안드로스는 뜯겨나간 철판을 내던지고 횃불만을 챙겨 바로 갱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폭주하는 수레를 바로 뒤쫓을 수는 없었다.
레안드로스가 아무리 훈련을 성실하게 하던 기사라고는 하나, 인간이 바퀴 달린 물건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레안드로스는 철로를 따라 걸으며 공작님이 무사하시기만을 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희미한 소리를 듣자 그 희망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크르르륵.]“……이런 곳에 마수가 없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지.”
레안드로스는 검을 빼 들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괴물의 피를 머금었던 칼은 독한 체액에 의해 서서히 부식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울음소리 위로 다른 소리가 겹쳤다.
그렇게 들리는 수많은 마수의 소리가 조금씩 더 크게 들렸다.
어른거리는 횃불 너머에서 레안드로스가 본 것은,
좁은 갱도를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인간들이었다.
아니, 인간이었던 것들이었다.
그들의 이마는 뒤로 무너졌지만, 입만은 앞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와 마치 늑대나 들개를 닮아있었다.
두 다리로 걷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네 다리로 걷는 괴기한 모습도 보였다.
핏기 하나 없는 살갗 위에는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이 겨우겨우 걸쳐져 있었다.
레안드로스는 그 옷 쪼가리가 고급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살아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은 헐떡거리거나, 염소 발굽을 닮은 발을 바닥에 득득 긁거나, 점성 있는 타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최소한 여섯, 많으면 열.
레안드로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횃불을 바닥에 가볍게 던졌다.
바닥에 통통 튀어서 굴러가던 작은 횃불이 꺼졌다.
고양이의 눈처럼 발광하는 몇 쌍의 시선만이 어둠 속에 남았다.
흥분해서 이를 가는 인간형 마수들의 소리를 들으며, 레안드로스는 검을 바로 잡았다,
잠시 후, 횃불이 다시 불길을 얻어 활활 타올랐을 때.
갱도의 바닥은 진득한 체액과 함께 머리통과 몸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 광경에 레안드로스는 미간을 좁혔다.
그는 역겨움을 잠시 참고 가장 가까이 있는 시체를 살폈다.
모발을 비롯해 인간적인 형태가 거의 남지 않은 괴물이었지만, 그나마 몇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구석은 남아 있었다.
좋지 않은 품질의 북부식 의복.
피골이 상접한 체형.
검게 얼어버린 손끝.
레안드로스는 이 사람이 북부에 거주하던 민간인으로, 오랫동안 잘 먹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유릭 왕세자가 북부를 손아귀에 넣었겠지.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광산에 있던 이유는 뭐지?
분명 이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광산은 고작 열 마리의 마수가 차지하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분명 갱도를 따라 다른 놈들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을 텐데.
그럼, 공작님은?
레안드로스는 더욱 불안해졌다.
결국 그는 참혹한 현장을 치울 새도 없이 바로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철로의 갈림길에서 아렌하이트의 장갑이 발견되었고, 그때부터 레안드로스는 뛰기 시작했다.
숨이 턱 끝까지 닿을 정도로 내내 뛰던 레안드로스는 희미한 빛을 포착했다.
그 길의 끝에서 레안드로스는 아렌하이트가 봤던 것과 같은 풍경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공작님은 없었다.
길은 더 이상 없는데, 대체 여기서 어디로 끌려가신 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레안드로스의 눈에 위태로운 철로가 눈에 띄었다.
철로는 가운데 있는 건축물이나 지지대를 발판 삼아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설마.
설마, 공작님께서 미쳤다고 여기로 가셨겠나.
하지만 만일 수레에 밀리는 바람에 벗어날 틈이 없으셨다고 한다면?
그래서 수레와 함께 이 철로를 건너가셨다고 한다면……?
“젠장.”
레안드로스는 드물게 거친 말을 내뱉고는 검집을 풀어 허리 뒤로 맸다.
아무래도 오늘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만을 계속해야 할 운세인 것 같았다.
아무런 장비나 잡을 것도 없이 공중에 혼자 솟아있는 철로를 따라가는 건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었다.
레안드로스는 거의 곡예나 다름없이 아슬아슬하게 철로를 따라 건너 거대한 건축물로 넘어갔다.
마치 높은 초소와 비슷한 형태였는데, 일반적인 초소보다 규모가 몇 배는 더 큰데다가 끝없이 내려가는 나선형 계단만 덩그러니 있었다.
계단 외에는 중간에 쉴 수 있는 층계참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 건축물 자체가 오직 계단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공중에 이어진 철로를 목숨 걸고 건너는 것보다는 무한히 이어지는 나선 계단을 이용하는 게 더 안전했다.
레안드로스는 제가 나온 갱도에서 이어지는 철로에 시선을 둔 채, 하염없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갈수록 계단은 점점 더 커졌고, 건축물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철로들의 종착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몇 개나 되는 선로는 아래쪽의 다른 갱도로 이어져서 나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올수록 대부분의 갱도 입구는 막혀 있었다.
멀쩡히 입구만 막혀 있는 갱도도 있었지만, 막힌 입구 앞으로 수레가 몇 대나 밀려있는 모습도 보였다.
더 내려가면 공중 철로도 하나씩 사라져서 공작님이 타고 간 선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선로의 끝은 아예 벽이었다.
막혀 있는 갱도도 아니고, 다른 어딘가로 이어져 있지도 않은 광산의 벽.
수레는 앞쪽이 완전히 우그러진 채로 그곳에 처박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레안드로스는 황급히 계단의 아래, 어디인지 모를 저 까마득한 밑을 내려다봤다.
벽에 핏자국은 없다. 설마 추락인가?
위쪽이라면 모르겠지만 이쯤 왔으면 아래에 받쳐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레안드로스는 여차하면 자신도 몸을 던질 기세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제발, 제발, 그런 일만은 일어나지 말아라.
몇십 번을 속으로 빌던 그가 거의 굴러떨어지듯 내려가던 발길을 멈췄다.
아래에서 작은 재채기 소리가 들렸다.
끼익, 끼익.
아주 느리고 힘겨운 소리였다.
이다지도 힘없고 불쌍한데다, 운동이라고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안 해본 것 같은 발걸음 소리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레안드로스는 그 발소리의 주인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공작님?”
당혹감과 기대감이 반씩 섞인 목소리에 답하듯,
아래에서 낯이 익은 붉은 머리카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공작님은 무사했다.
당연히 그랬겠지, 생각이 있으셨으면 중간에 뛰어내리시는 쪽을 택하셨겠지!
잠시나마 공작님을 믿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레안드로스는 바로 공작을 맞이하러 내려갔다.
하지만 간신히 공작을 본 순간 레안드로스는 얼어붙었다.
하얀 서리와 성에가 아렌하이트 하르트만의 온몸을 새하얗게 뒤덮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