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9)
‘오후의 카페’는 예정되어있던 방송분을 뒤로 미루고 ‘유연서 닮은꼴 이윤서’편을 먼저 방송했다. 박 피디는 예고편에 유연서가 나올 거라는 암시를 주고 싶었지만, 철저히 비밀로 하고 본방송 때 터뜨리기 위해 참았다.
오늘 ‘오후의 카페’의 게스트는 배우 유연서 닮은꼴로 등장하는 유튜버이자 인플루언서 이윤서님입니다. 본인이 아닌 ‘유연서 닮은꼴’로 사는 게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이번 방송에서는 특별한 게스트가 깜짝 등장할 예정입니다. 본방사수해주세요!
-아 지랄염병
-개짜증나네ㅠㅠ 유연서 팬이면 쟤 존나 악질인거 다 알지않음?
-게다가 까들이 이윤서 까질로 이용하잖아ㅠ 개빡쳐
-회장님이 쟤 어케 고소 안해주나? 명예훼손 뭐 이런거로
-얘가 뭐라고 또 방송에 출연시켜주냐
└기사도 개많이써주지 않냐 그렇게 기삿거리가 없나
└ㄹㅇ 먹이를 주면 안되는데 방송에서 맨날 불러줌 ㅅㅂ 별로 재밌지도 않은데
당연히 방송 전부터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윤서에 관해 반감을 품고 있던 사람들은 쟤가 뭔데 자꾸 불러주냐며 방송국 게시판에 몰려가 항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 개노잼
-유연서 팬도 아닌데 개짜증난다ㅠㅠ
-근데 왜 자꾸 유연서 나올것처럼 간봄? 편집 왜이래?
-폐지청원 가자ㄱㄱ
-아직도 오후카페보냐? 왜봄?ㅋㅋ
방송 초반부까지만 해도 재미없다며 채널 다른 데로 돌리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제작진도 이를 예상했는지 이윤서와의 인터뷰 부분은 거의 통편집 수준으로 잘라냈다.
(마침 오늘 게스트 분과 딱 어울리는, 깜짝 손님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박 피디의 말이 배경음으로 깔리면서 유연서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뿌옇게 처리되어 누군지 알 수 없게 만들었는데, 제작진은 이라는 요란한 자막과 함께 그의 전신을 훑었다.
-??
-야 저거 찐같은데
-설마
-진짜 유연서오는거 아냐?
└에반데
-아 ㅅㅂ 중간광고 뭔데
얼굴을 가려도 숨길 수 없는 몸의 비율, 그리고 얼핏 들린 목소리에 아직 채널을 돌리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기나긴 중간 광고가 끝나고 드러난 그의 얼굴에 숨을 삼켰다.
(헉······ 설마 진짜 유연서 씨?)
(안녕하세요.)
-헐 미친 애들아 스사에 유연서나옴
└진짜?
└헐
-야 지금 스사에 유연서나온다~!
-빡세게 꾸민거 봐ㅋㅋ 미친 개잘생겼어
광고 촬영 스태프가 특히 신경 쓴 머리 스타일에 ‘오후의 카페’ 제작진이 작정하고 물 먹이려고 미리 섭외해 둔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윤서 아무말도 못하죠?
-야 진짜 둘이 붙여놓으니까 전혀 다른 카테고리인데ㅋㅋㅋ
-윤서 정색하는거 봐라ㅋㅋㅋㅋ니가 봐도 아니지?
이윤서가 유연서로 어그로를 끌 때마다 유연서의 팬들은 아 진짜 둘이 붙여놓기만 해도 이윤서 쟤가 입 닥칠 수 있을 텐데 차라리 방송 나오게 할 거면 진짜까지 섭외하던가라고 말했었는데, 진짜가 나타난 것이다.
소식을 들은 다른 사람들이 채널을 돌렸고, ‘오후의 카페’ 순간 시청률이 치솟았다.
(별로 안 닮았는데?)
(그 타이틀 신나게 팔아먹으려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토록 소속사와 유 회장이 대응해주길 바랐는데, 배우 본체가 직접 말로 조져주니 그동안 이윤서에게 시달렸던 팬들은 환호했다.
-와 사이다
-이거지!!
-오랜만에 매운맛ㅠㅠㅠ그리웠어ㅠㅠㅠㅠ
-쇼맨십 오져ㅋㅋㅋㅋ
유연서의 출연 이후 ‘오후의 카페’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당분간 폐지 얘기는 쏙 들어갔다. 그 주의 화제성 순위는 당연히 유연서가 차지했다.
-근데 어제 오후카페 좀 그렇다
이윤서는 솔직히 일반인인데 제작진이랑 유연서가 작정하고 묻으려는게 보여서 별로
방송 나오고 나서 이윤서 욕하는거 너무 과열되는거 같음
└나도 좀 불편했음
└윤서 어서오고
└유연서는 왜ㅋㅋ 제작진이 편집 이상하게 한건데
└이게 그 정의 중독인가 그거냐?
└ㅇㄱㄹㅇ 이윤서 걔는 찐으로 정신 이상해보이던데 너무 욕하는거 아니냐
-나는 오후카페 개사이다였는데ㅋㅋ
이윤서 쟤가 한 만행 정리하면 유연서가 진작에 명훼 소송걸었어야 했음
오히려 너무 얌전하게 멕이던데 내가 알던 유연서 맞냐?ㅋㅋ
└그렇다고 방송에서 대놓고 쟤 욕해주세요! 하는건 좀 아니지 않냐
└난 재밌게 봄ㅇㅇ 왜 팬들이 매운맛 유연서 그리워했는지 알겠음ㅋ
└솔직히 내가 유연서였으면 면전에서 쌍욕나옴ㅋㅋ
커뮤니티가 상충하는 의견으로 온통 유연서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그는 유럽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예상으로는 동정 여론에 편승해 마이튜브에 눈물 좀 짤 줄 알았는데······ 그 뒤로 이윤서는 이상하게 잠잠했다.
‘설마 벌써 누가 손 쓴 거 아니겠지.’
손을 쓸 사람은 많았다. 당장 아들의 소식에 관심 많은 유건민도 그렇고, 남몰래 여론을 통제하던 유 회장과 박금주도 있었다. 최유진도 조용히 있는 것 같지만 그의 데뷔 초부터 편의를 봐주기도 했고.
‘에이 설마.’
그렇게 바쁜 사람들이 날파리 하나 잡자고 그러진 않을 것이다. 유연서는 이윤서와 관련한 일은 깔끔히 잊기로 했다. ‘머리’도 그렇고 아직 안 잡힌 민성철도 그렇고, 해외 영화제 일정에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연서, 유럽 영화제 참석차 출국
‘비속 살해’ 외신 극찬 세례···칸 영화제 성과 거둘까
‘머리’ 찾기는 백서준에게 맡겨두고 유연서는 전용기에 올라탔다. 어차피 차기작도 없겠다, 유럽에서 열릴 영화제에 빠짐없이 참석해 그쪽 영화계 인맥을 다질 생각이었다.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그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보고 고개를 기우뚱했다. 흰 머리가 조금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유연서와 마주치자마자 벌떡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의사입니다. 회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하아. 잘 부탁합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의 유난을 막을 수 없었나 보다. 의사까지 작정하고 딸려 보냈을 줄이야. 유연서의 한숨에 의사는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지 입꼬리를 올렸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는 박 관장님과 친분이 있어서요.”
“그런가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윤호영이라고 합니다.”
대신 의사는 박금주가 골라 보낸 것 같다. 유연서는 미국에서 봐 오던 의사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설마 전공이 정신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허, 괜찮다니까 결국 이렇게 보내주시네. 유연서는 일부러 윤호영과 멀리 떨어져 앉았다.
박금주는 유연서가 이희서의 모습을 본다는 것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다. 은근슬쩍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를 하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이런 상담에 거부감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죠. 나도 어릴 때는 신세 많이 졌으니까.”
물론 그다지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소동현이 입수했던 자료를 보면 영 아니던데······ 언젠가 이희서를 둘러싼 의혹이 다 풀린다면 자발적으로 찾아갈 의향이 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다행히 윤호영은 별말 없이 제 자리에 앉아 노트북만 봤다. 유연서는 의자에 편히 누워 생각을 정리했다.
‘민성철을 잡지 못하면 끝인데······.’
점점 나와 가까워지려는 건 알겠다. ‘스네이크’ 촬영장에서 그렇게 마주쳤으니······ 그런데,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유연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윤호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물어볼 게 있는데요.”
“편히 말씀하세요.”
그런 정신 이상자의 심리는 이 사람이 잘 알지 않을까? 유연서는 손을 깍지끼고 엄지를 만지작거렸다.
“스토커가 하나 있어요.”
의문이 가득한 시선에 내가 당하는 건 아니고 배역 때문에 자문을 구하는 거라고 돌려 말했다. 그는 이희서와 자신 그리고 민성철에 관한 얘기를 적당히 양념을 쳐서 말했다.
“특이하군요······ 다른 사람에게 애착이 옮겨졌다라······.”
“그런 사람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습니까?”
윤호영은 별 의심 없이 제 턱을 쓸어내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미 자살로 종결 난 사건을 아들이 직접 파헤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 할 테니까.
“저라면······ 스토커가 가진 판타지를 이용할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어떻게요?”
“먼저 집착했던 대상이요. 사건의 첫 시작은 그 사람 아니겠습니까?”
유연서는 생각이 번뜩 트였다. 민성철이 엄마를 따라 촬영장까지 따라왔던 작품이······ ‘감나무 아래’였었지?
***
“잘 봐봐요, 이 중에서 전달책 있어요? 없어요?”
“이,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죠······ 20년이 넘게 지났는데······.”
“흠, 역시 그렇죠? 알아봤으면 바로 풀어드리는 건데.”
백서준은 박정호를 통해 알아낸 주성의 비서진들 목록을 가져와 박경원과 양홍식의 앞에 내밀었다. 잘 알아보라고 그 시절 이력서 사진까지 큼직하게 리사이징해 가져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년 넘게 지났다고 포기하지 말고요. 사람 기억력 은근 오래간다?”
물론 그 기준이 천재라 불렸던 유은호와 유연서 기준이긴 한데······ 그렇게 충격적인 일을 겪었으면 쉽사리 잊히지 않았을 것이다. 의외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 잠시만 생각 좀 해 보고요.”
머뭇거리는 양홍식의 대답에 백서준은 일단 재촉하지 않았다. 우리 쪽에서 애가 탔다는 것을 보여주면 양홍식과 박경원이 거래를 하려 들지도 모르니까.
그들을 내버려 두고 박정호와 합류한 백서준이 한숨을 쉬었다.
“강요한다고 나올 거 같진 않죠?”
“그렇죠. 잘못된 사람을 말할 수도 있고······.”
“혹시 비서진과 마찰이 있다거나,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났다거나 하는 소문은 없었습니까?”
“글쎄요······ 그건 왜 물어보시죠?”
“우리가 저 사람들 데려갔던 그 자리에 수상한 사람이 자꾸 보여서요. 아마 그쪽도 저 사람들을 찾는 거 같은데······.”
아마 지금쯤 똥줄 타지 않을까? 증거를 인멸하려고 최남윤부터 죽인 사람이다.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 조마조마함이 겉으로 티 날지도 모른다.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의 생각을 얼추 읽었는지 박정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백서준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더 윗선이라서 그런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더 많았다. 유 씨 형제와 자신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정보까지 술술 나왔다.
(기, 기억났어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양홍식이 매직미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백서준은 곧바로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잠깐, 대답하기 전에. 강요 때문에 아무 정보나 말하는 건 아니죠?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안 듣겠습니다.”
아니 강요는 당신이 한 거 아냐?! 양홍식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백서준을 원망하는 눈으로 쏘아봤다. 그래봤자 별로 무섭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를 하길래 기억에 남았어요.”
“그래서, 누군데요?”
***
“아직도 못 찾았다고?”
“그, 그게······.”
“됐어! 나가 봐! 이젠 내가 직접 나서겠어.”
“제,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가라는 말 안 들려?!”
황 비서는 도망치듯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무능한 놈······.”
문을 닫기 전, 남자의 낮은 목소리는 황승준의 귀에 최후통첩으로 들렸다.
최남윤이 그렇게 된 건 상사의 지시를 이행한 황 비서의 작품이었다. 만약 이번 일에 뚜렷한 결과를 내지 않으면, 본인도 최남윤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었다.
그의 상사는 보이지 않는 적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해 점점 본성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관련된 모든 사람을 땅에 묻어버리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 관련된 사람 중에는 황 비서도 있었다.
‘안 되겠어. 나도 내 살길을 찾아야지.’
제 상사는 자신을 무능한 놈, 못 배워 먹어서 어쩔 수 없이 거둔 놈이라고 했지만, 황 비서는 속에 칼을 품고 있었다.
‘누구한테 의탁하지?’
계산기를 두드리던 그가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다가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그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아이고.”
“헉······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너무 그렇게 사과 안 해도 됩니다.”
박정호는 부드럽게 웃으며 황승준의 어깨를 토닥였다.
“무슨 일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