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23)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Chapter
****************************************************
제223화
223. C랭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토마스는 휴일 내내 닥터 마리의 손녀를 경호하고서 다음 날 길드로 출근했다.
코리아타운 인근 윌셔 대로에 위치한 이타카 길드는 70층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었다.
LA 내에서도 손꼽히는 마천루로 이에 비견할 만한 건물은 건파우더나 콜 마이 네임 길드와 같은 대형 길드의 본사 정도였다.
토마스는 빌딩 현관에 설치된 보안대에서 정규 보안 절차를 거쳐 로비에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선 안면과 지문, 음성 인식이라는 귀찮은 단계를 다시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 절차를 무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오, 토마스. 오랜만에 보는군.”
“안녕하세요, 파월 부길마.”
“공격대장에게 지난번 활약 잘 들었네. 이번에도 크게 한 건 했더군. 역시 실력이 좋아. 하하하.”
“부길마께 들을 칭찬은 아닙니다. 이번에도 죽을 뻔했거든요. 잘 아시잖아요? 공격대에서 제가 어떻게 쓰이는지.”
토마스의 말속엔 뼈가 있었다. 결국, 그가 목숨을 돌보지 않는 방식으로 쓰이는 건 부길마의 입김이 닿아있기 때문이었다.
‘부길마는 나와 같은 마법사면서도 이쪽 사정을 봐주지 않고 사지로 몰아넣는다. 능력 없는 사람도 아니고, 개인적인 악감정이 없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야.’
마법사 사정은 마법사가 가장 잘 안다. 마법사 특유의 폐쇄성 덕에 교류는 적지만, 마법 응용이나 기본 운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직업적인 유대감은 상당했다. 그런데 같은 마법사를 배척하는 듯 위험한 전술로 다루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토마스의 반론이 뼈아팠는지 파월이 입을 다물고 있자 주위 인물들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특히 부길마 파월의 오른팔이랄 수 있는 그랜트가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뻣뻣한 목 좀 굽히시지. 부러트리기 전에. 10억 달러치 마법을 먹었다고 해서 건방지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너 정도는 눈 깜짝할 새에 저세상이라고.”
“본전 뽑으려면 멀었습니다. 길마께 허락받고 나서 목을 부러트리든 따버리든 하시죠.”
경고했음에도 토마스가 여전히 뻗대자 그랜트는 주먹을 쥐며 성큼 다가섰다.
이때 그의 가슴을 살짝 밀어내며 말린 건 파월이었다.
“자넨 내가 자네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자네와 난 그런 감정싸움을 할 레벨이 아닐세.”
“…….”
“랭크에 상관없이 전략 마법을 투사할 수 있는 자네 특성은 매력적이지만, 마법사로서는 반쪽이 아닌가. 자네가 그리 쓰이는 건 그렇게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그걸 남 탓으로 돌리면, 자네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동료 단원들과의 팀워크엔 도움이 되지 않을 걸세.”
“언제는 제가 팀원이었습니까? 이 길드에서?”
“팀원이라고 생각하면 팀원인 거고, 노예라고 생각하면 노예인 거겠지.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조언을 주고 싶군.”
“감사합니다. 조언 잘 받들겠습니다. 미스터 파월.”
토마스가 먼저 등을 돌렸다. 그 건방진 태도에 발끈한 그랜트가 다시 주먹을 쥐었지만, 이번에도 파월이 만류했다.
“내버려 두게. 토마스에겐 저런 식의 비아냥 외엔 반항할 힘이 없으니까.”
“그래도 부길마님을 이런 식으로 욕보이는 건 체면이 서질 않습니다.”
“상대는 C랭크야. 자네가 쳤다간 죽는다고. 토마스의 말대로 본전 뽑으려면 아직 멀었어. 늙어 죽을 때까지 관리 잘해줘야지. 그래야 오래 부려먹으니까. 앞으로도 어지간해선 건드리지 말고. 2공격대장에게 말해서 죽지 않게 조심히 쓰라고 전해.”
“예. 부길마님 뜻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럼, 우리 볼일이나 볼까?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아.”
“어디로 모실까요?”
“스키드 로우로 가지.”
“스키드 로우라면…. 양조장 말입니까?”
“거기 문제가 생겼다더군.”
“부길마님이 직접 가실 필요가 있습니까? 제가 직접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아니야. 길마가 나보고 가달라더군. 거긴 술이 문제가 아니라면서. 어쩌면 세팅을 다시 해야 할 것 같아.”
그랜트는 파월의 말뜻을 이해했다.
헌터를 고객으로 하는 양조장 사업은 돈으로 따지면 그리 많은 금액이 아니었다. 대형 길드의 기준에선 푼돈 축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술과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는 얘기가 달라졌다.
양조장에서 술을 만드는 인부들은 정신계 마법인 암시에 걸려 자신들이 그곳의 주인인 줄 착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그곳을 운영하는 건 이타카 길드였다.
최악의 경우 연방 정부에 추적당할 때 꼬리를 자르려고 취한 조치였으나 이번처럼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로 문제가 발생했을 땐 세팅을 다시 해야 했다.
이때 말하는 세팅이란, 관계자들을 모조리 처리하고 새로운 노숙자를 잡아 와 암시를 거는 일이었다.
한 번에 적게는 두세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이 사라지는 일이라 아랫사람을 부려 처리하는 건 되도록 피하는 게 길드의 룰이었다.
“거기다 오랜만에 공장도 좀 살펴야 해서. 미몽나방 고치도 잘 자라는지 보고, 새로운 고농축 가루가 언제 출시되는지도 일정 확인할 겸 해서 말이야.”
“공장에도 가시는군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 * *
“이게 요즘 시중에 떠도는 녀석입니다.”
O.C.의 LA 지부 매니저 빌리 존버크는 지부장에게 한 손에 들어오는 길쭉한 플라스틱 앰플을 건넸다.
앰플은 반투명했는데, 안쪽엔 액체가 2/3가량 들어있었다.
“성분은 확인했고?”
“몇 가지 섞여 있는데, 그건 아직 파악 못 했고. 주성분은 알아냈습니다. 미몽나방 가루입니다.”
“가루? 액체인데?”
“농축액으로 제조했다더군요.”
“가루를 굳이 액체로 만들 필요가 있나? 어차피 환각제잖아.”
“보통 미몽나방 가루라면 마약 대신 쓰이는 환각제로 알려져 있지만, 이놈은 좀 다릅니다.”
“어떤 부분이?”
“헌터에게도 마약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몸을 망치는 건 덤이고 말입니다.”
울벗도 보고로만 들었을 땐 믿지 않았다.
헌터에게 영향을 주는 마약이라니?
헌터의 신체는 어지간해선 마약의 환각 성분조차 통하지 않았다. 중독 증세는 당연히 없었다.
효과가 없으니 마약은 그저 밀가루나 마찬가지.
그런데도 헌터들이 마약을 찾는 건 목숨을 걸고 게이트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헌터의 신체와 정신은 일반인을 한참 뛰어넘는 것이지만, 인간인 이상 완벽할 수 없었다.
괴물과의 전투 속에서 수많은 헌터가 PTSD를 겪었다. 이를 잊고자 마약 대용품을 찾았고, 그중 많이 쓰이는 게 미몽나방 몬스터의 날개에서 채취한 가루였다.
그 가루마저도 환각과 약간의 마비 증세를 보일 뿐 중독 증세는 없었다. 그런데 헌터에게 마약과 같은 효과를 주는 물건으로 탈바꿈했다니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이 약이 제일 많이 퍼진 게 프리랜서 헌터들이라고?”
“예. 길드에서 멘탈 케어 같은 걸 받지 못하는 헌터들이 타깃입니다.”
“퍼진 지 얼마 됐다고?”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반년 전이고,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건 최근 3주입니다.”
“반년. 3주라…. 유통망이 이제야 잡혔다는 뜻이네?”
“아마도요.”
“중독 증상을 보인 헌터 중에 문제를 일으킨 자가 있나?”
“민간엔 아직은 없습니다. 프리랜서라도 돈은 제법 많은 게 헌터니까요. 계속 약을 구매하는 동안은 문제없을 겁니다.”
울벗은 빌리의 말 첫머리에 신경이 쓰였다.
“‘민간에 없다는 건 무슨 소리야?”
“게이트에선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무슨 문제?”
“이 약을 복용한 헌터 하나가 헌팅 중에 그로기 상태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더군요.”
“확실한 거야? 괜히 증거랍시고 실수해서 죽은 헌터를 조사했다간 엉뚱한 곳만 팔 수도 있어.”
“의학적인 소견이나 헌팅 데이터가 남아 있는 건 아닙니다만, 해당 사건의 파티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젠장, 좋은 날 다 갔군. 라이더 울프도 신경 쓰여 죽겠는데. 어디서 이따위 약이 튀어나와선.”
울벗은 책상을 탕탕 두드렸다.
이번 사건이 길드 소속 헌터들 사이에서 벌어졌다면, 차라리 마음 편했을 터였다. 대형 길드의 자원을 이용해 수사하면 그만큼 빠르게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약팔이들이 머리에 총을 맞은 게 아니고서야 길드 소속 헌터들을 공략할 리 없었다.
어차피 넘치는 게 프리랜서들이고 이쪽만 빨아먹어도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다.
결국, 공은 O.C.에 넘어왔고, 자신은 이 사건을 해결해야만 했다.
“애들 풀어.”
“풀 애들 없는데요?”
“왜?”
“강무혁이요.”
“아, 젠장. 그놈 생각하니 골치가 아프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줄 알고 거기만 뒤졌잖아. LA에 이미 들어온 지도 모르고.”
“어떻게 할까요? 거기 감시하는 애들 물릴까요?”
“어쩔 수 없지. 라이더 울프가 아무리 탐난다 해도 당장 중요한 건 이놈이야. 잘못했다간 LA 프리랜서 헌터들 절반이 약쟁이가 되어 버릴 테니까.”
“그럼, 한 개 조만 남기고 전원 ‘버터’ 추적에 투입하겠습니다.”
“버터? 그건 또 뭐야?”
“약 이름이요. 버터랍니다.”
“느끼하게도 지었군.”
“원래 이름은 버터플라이 더스트. 줄여서 그냥 버터랍니다.”
“버터인지 마가린인지. 확실히 잡아와.”
* * *
토마스는 점심시간을 피해 코리아타운에서 강무혁을 만났다.
한적해진 카페엔 강무혁이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연락 주셨네요?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 텐데.”
“토마스 헌터는 그 선택에 대한 제 대답이 예스라고 자신하고 있으시군요.”
“자신감이라기보단 단장님의 안목을 기대하는 겁니다. 솔직히 제 특성이 범상치 않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 치유돼서 랭크업을 했을 시 특성의 위력이 얼마만큼 대단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단장님의 판단에 기대서 자비를 바랄 수밖에요.”
토마스는 겉으론 강무혁을 추켜세웠으나 그 속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이건 나한테 불리한 발언이다. 책임질 순 없지만, 10억 달러를 투자하라고 떼쓰는 것에 불과해. 어쩌면 난 내 목숨만이 아니라 강무혁 단장의 목숨까지 걸고 협박하는 것인지도 몰라. 염치없지만, 내겐 다른 방법이 없으니…….’
C랭크. 10억 달러의 빚. 마나중독증.
무일푼은커녕 최악의 조건을 줄줄이 달고 있는 헌터가 바로 자신이었다.
토마스는 강무혁에게 미안해하는 한편, 간절함을 느꼈다.
“길게 끌지 않고 제 결정을 말하죠.”
강무혁이 바로 본론에 들어가자 토마스는 긴장감으로 목울대가 꿀렁였다.
“예스입니다.”
“후우~”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당연히 있겠죠. 어떤 조건입니까?”
“그냥 조건이 아니고 필수 조건입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이타카 길드 탈퇴. 물론 그에 관한 위약금과 협상은 제가 맡겠습니다. 다만 토마스 헌터가 확실한 의사 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솔직히 이타카에서 절 그냥 놔 줄지 모르겠습니다.”
“C랭크 헌터의 가치를 크게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게 합리적인 생각이겠죠. 하지만 이타카 길드는 길마부터 시작해서 대부분 비합리적인 욕심을 부리기로 유명합니다. 조금만 이득이 될 냄새를 풍기면, 달려들어서 물어뜯죠. 아마 10억 달러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 부분은 저도 좀 생각을 해봤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있을 생각도 없습니다. 조만간 방법을 찾아서 오죠. 그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어떤 확인을 말입니까?”
강무혁은 의자 아래에서 작은 가죽 파우치를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렸다.
토마스는 파우치의 정체가 무엇인지 감이 오질 않아 강무혁과 물건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 안엔 일시적인 증상 억제제가 들어있습니다.”
“억제제라면…….”
“치료제의 전 단계입니다.”
토마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강무혁이 계속 말을 이었다.
“너무 독해서 제 몸엔 쓰지 못했지만, 헌터의 몸이라면 견딜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완전 치유는 아니고 일정 시간 동안만 마나중독증 증상을 억누르는 약물입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바로 사용해 병증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만. 이 약물을 만든 분의 의견으로는 헌터일 경우 또 다른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어떤 효과입니까?”
“듣기로는 헌터의 능력을 억눌렀던 병을 제어하는 순간 리미트가 풀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토마스는 리미트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짐작은 갔으나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터였다.
“쉽게 말해. 당신 랭크가 C랭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