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615)
제615화
#615. 지루하기보단 지나치게 무난해.
강무혁은 일본 측에서 준비한 전략 개요와 나가의 본거지가 된 오키나와의 상황 브리핑을 유심히 들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같은 생각이겠지만, 나가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싸움터가 바다라는 점이었다.
동북아 3국이 플라잉 씨홀스를 대거 도입하긴 했으나 왕국 규모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나가의 세력을 봤을 때 숫자가 한참 부족했다.
게다가 오랜 세월 기수 훈련을 받고 나가와의 전투 경험이 쌓인 지중해 연안 국가 헌터들과 달리 동북아 기수들은 숙련도가 낮았다.
S랭크의 존재가 있긴 했으나 물속에서의 싸움은 그러한 이점을 상당 부분 상쇄시켰다.
‘스킬의 파괴력이 물속에선 반감되기 때문이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물속에서의 마나 농도는 공기 중의 마나 농도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헌터의 스킬이 신체 내부의 마나와 외부의 마나가 결합 돼 발동한다는 걸 고려하면, 물속은 헌터에게 불리한 전장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마법이나 S랭크의 광범위 스킬이 바다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S랭크의 참전은 전술적 우위를 가져다준다.’
단번에 수십,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떨구지만 못할 뿐이지, 전방에 서서 돌파했을 때의 파괴력은 나가 따위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개인의 힘으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S랭크였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희생을 늘리느니 차라리 S랭크만 전쟁에 나서면 되는 게 아니냐고?
일견 보기엔 그럴싸한 말이었다. 실제로도 승률 높은 작전이었다.
문제는 이번 전쟁이 단순히 이기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가의 절멸. 완벽한 소탕.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놓치더라도 최소한으로 숫자를 줄여서 지중해처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위험도를 낮추는 게 목표였다.
S랭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사방으로 흩어지는 나가를 모두 처리할 순 없었다.
“물론 나가의 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위망을 구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나가왕으로 추측되는 개체를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다음 전략 목표는 나가 왕국의 둥지인 ‘나선 둥지’, 즉 ‘나가의 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죠.”
나가의 성은 나가 왕국의 상징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안에서 태어나 자란 나가 개체는 기존 개체보다 더욱 강했다. 이는 나가의 진화를 촉발한다는 뜻이었다.
과거 지중해에서 발호했던 나가 왕국 때에도 초창기 토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나가왕만 잡고 둥지를 내버려 뒀다간 새로운 나가왕이 탄생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진화의 속도가 지극히 빨라.’
강무혁은 투창 나가를 떠올렸다.
직접 보진 못했으나 기존에 없는 개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외에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진화 나가가 더 있을 수 있었다.
“자, 설명은 이만하면 됐고. 다들 준비해온 작전이 있다고 들었는데. 기탄없이 편하게 발표하도록 합시다. 누가 먼저 하시겠소?”
나가 원정군 사령관 요시무라가 자리를 깔았지만, 서슴없이 나서는 자가 없었다.
마련한 계획에 자신이 없다기보단 먼저 발표한 사람의 얘기를 듣고 나중에 발표할 사람이 수정 보완할 여지를 주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강무혁은 이런 눈치를 보는 자리가 불편했다.
‘나야 먼저 나서고 싶지만…….’
소상엽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한국 원정단에서 유일하게 강무혁이 수립한 작전의 개요를 모두 알고 있는 그는 최대한 늦게 공개하길 원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작전을 먼저 공개한 패널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좀 더 극적인 무대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이는 강무혁의 작전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오는 법이니까.
소상엽은 강무혁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몰아주려고 작심했다. 그의 의도가 통한다면, 적어도 이후엔 일반인이라고 무시하는 시선을 피할 수 있을 터였다.
‘작전 중 내 발언권도 확보할 수 있을 테고. 무슨 생각인지는 안다. 그래서 나도 소상엽 헌터의 뜻에 동의했지.’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회의가 지지부진해지는 걸 피할 수 없었다.
강무혁은 지금의 분위기를 걱정했다.
‘헌터들이 모인 자리에서 눈치싸움이 기 싸움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야. 결국, 파행으로 치닫겠지.’
다행히 이점을 우려한 건 강무혁만이 아니었다.
요시무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다 큰 사람들이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아서야. 헌터들이 사회성 없다는 건 옛말인 줄 알았는데, 대전쟁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구려. 허허. 그러면 우리 일본 원정단부터 해볼까?”
그의 시선을 받은 일본 측 참모는 망설이는 몸짓을 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떨궜다.
‘미리 얘기가 되지 않은 상황인가 보군.’
강무혁은 무라카미 소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일본 참모의 표정이 연기가 아니라는 걸 감지했다. 동시에 요시무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사령관 자리를 일본이 가져간 이상 중국의 반발은 피할 수 없다. 요시무라 사령관은 총대를 맨 거야. 이런 상황에서 솔선수범해 손해를 감수하는 건 사령관 자리가 이런 자리라는 걸 모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지.’
중국이나 한국 너희가 이럴 수 있느냐고 묻는 기분이었다. 늙은 헌터의 노련미가 좌중을 휘어잡았다. 경직됐던 분위기도 약간이나마 풀리는 듯했다.
강무혁은 이런 부분에서 요시무라가 사령관이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병구 협회장님도 요시무라 사령관에겐 크게 악감정이 없었어.’
일본으로 떠나기 전 강무혁은 몇 가지 준비를 점검했는데, 그 과정 중에 한병구와 만나 요시무라에 대해 묻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요시무라가 일본이 사령과 후보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는 걸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서 한병구는 요시무라에 대해 이런 말을 했었다.
‘구룡릉 참사를 막으려 했던 유일한 일본인 헌터였지. 그래서 아직 그 친구와는 말을 섞는 거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순 없겠지만, 그 친구 인품은 나무랄 데가 없다는 건 확실해. 그리고 경험도 말이야. 조심하게, 강 단장. 그는 능구렁이다. 웃으면서 자기 뜻대로 판을 돌아가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어.’
강무혁은 한병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지금 회의장은 요시무라 사령관의 페이스였다. 모두 아무런 반발 없이 그가 주도하는 흐름대로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무능한 사령관보다야 낫지.’
강무혁이 사령관의 자질에 대해 한시름 더는 동안 일본 참모인 소타의 작전 계획안 발표가 시작됐다.
회의장 앞의 연단에 올라 대형 스크린에 띄운 PPT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그대로 담겨 꼼꼼하고 단정했다.
소타는 헌터라기보단 학자풍의 인상을 가지고 있는 중년인이었는데, 발표하는 어투도 생김새처럼 침착하고 진중했다.
“지루하군.”
한국 원정단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소상엽은 그 사람에게 눈치를 줬다. 좋은 분위기에 찬물 끼얹지 말라는 의미였다.
옆에서 함께 들은 강무혁도 그 말과 같은 생각이었다.
‘지루하기보단 지나치게 무난해.’
함대를 이용한 정면 승부, S랭크를 선두에 내세운 돌파 작전, 플라잉 씨홀스의 빠른 기동력을 활용한 망치와 모루 전술.
그야말로 인간의 전쟁사를 총망라해 일견 화려해 보였으나 특별할 것 없이 예상했던 수준이었다.
물론 모든 내용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니었다.
일본의 꼼꼼함은 정찰 부분에서 장점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나가의 기습입니다. 해저 지형에 숨어 있다가 공격해오는 놈들의 수법은 헌터에게 취약한 부분이죠. 그래서 중요한 게 탐지 능력입니다.”
소타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플라잉 씨홀스로 순찰을 도는 방법은 쓸 수 없다. 숫자도 적고 커버할 범위가 넓다 보니 전투 전에 지칠 걸 우려해서였다. 기습에 대비한다고 돌리다간 정작 전투에서 써먹지 못할 터였다.
그 대안으로 필요한 게 감지 스킬이었다.
감지 스킬은 단순 탐색 스킬과는 달리 숨어서 발견하지 못하는 위협 요소를 느끼는 능력이었다. 이 스킬이 있는 공격대와 없는 공격대는 전투 피해가 크게 차이 났다.
문제는 탐색의 상위 스킬이기에 익힌 이가 적다는 것.
게다가 감지 스킬은 익힌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을 잡아채기 위한 단련이 필요했다.
익혔다고 해서 누구나 대성하는 게 아닌 탓에 길드에서도 기감이 뛰어난 헌터들만 선별해 스킬북을 넘겼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진 않았다.
일본 측은 그 점을 지적하며 말을 이었다.
“지중해에서 나가의 전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가가 기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거리는 약 3km. 그 범위를 담당하려면 감지 스킬에 특화된 헌터가 필요합니다. 보통 숙련된 스킬 보유자는 반경 300m, 뛰어난 자는 500m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감지 면적을 줄여 거리를 늘릴 경우엔 충분히 도달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렇게 되면 후방이나 측면에서의 공격엔 무방비 아닙니까?”
중국 측 원정단 헌터 하나가 발표 도중 끼어들었다. 발언권을 얻지 않고 한 무례한 행동이었으나 소타는 태연하게 넘기며 답했다.
“그래서 감지 스킬에 숙련된 고랭크 헌터가 여럿 필요하다는 겁니다. 장시간 감지하려면 마나가 뒷받침돼야 하니까요. 더해서 교대 인원도 필요합니다.”
“그만한 수준의 헌터를 여러 명 확보하긴 힘들 텐데요.”
소타는 다시 질문한 중국 헌터를 보지 않고 요시무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여 대본영에 제안합니다. 동북아 3개국의 탐지 스킬 숙련자들을 소집해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한중 헌터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아니, 지금이 무슨 1900년대인 줄 아나? 어디서 대본영을 운운해?”
“우리 중국의 감지 스킬 헌터 소집을 왜 사령관한테 말하지? 어떤 합의도 없이 제멋대로 말이야.”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정찰에 관련한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발표 태도가 협력을 망쳤다.
헌터 사이에 수군거림이 점차 커지는 와중에 강무혁은 방금 제안에 대한 복안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이건 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