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234
00234 자유연합 =========================
“고맙다고 해야되오?”
“솔직한 심정은?”
“아주 거지같군.”
운성과 독대하는 운 아이오닐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 허운성이라고 하셨소?”
“엉.”
“그래도 일단 고맙다고는 하겠소.”
운성이 넘겨준 자료와 증거 덕에 아이오닐은 빠른 속도로 인류제국 내부에 있는 자유연합의 스파이들을 처단해낼 수 있었다.
원래부터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정보는 있었지만 그것은 운성이 넘겨준 것들에 비할바가 못됬다.
그 자체로도 수치적인 일이지만, 아무래도 자신들의 치부가 타인에 의해 밝혀지니 더욱 그러했다.
원래 제 자식새끼의 잘못도 자신이 교육하는 것은 몰라도 남에 의해 지적받으면 맞는 말이라도 기분이 언짢은 법이니까.
그러나 그것보다 더한 것은.
“불편한가?”
“부정은 못하겠구려.”
운성은 정말 많은 정보를 가져왔다.
아이오닐이 알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이오닐이 알고 있던 정보와 대조해보고 추가로 조사해본 결과 적어도 그가 알 고 있는 내용하에선 운성의 말이 사실이라 밝혀졌다.
하지만, 그가 준 정보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비할바가 없이 많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이 확인할 방도가 없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몰라도 촉박힌 지금에서야 여유로이 확인할 방도가 없고, 만약 그의 정보가 거짓이라면 그것은 파멸적이다.
단순히 자신들의 치부를 남에게 밝혀진 심기상하는 일 정도 와는 비교할 수 도 없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그가 말한대로 해야된 다는 것은,
“후회되지 않나?”
“말이라고 묻소? 당연히 후회가 되오.”
“그런데도 망설임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흥.”
운성의 물음에 아이오닐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이보시오, 나는 당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랐는지 모르오. 단순한 무력수위만으론 분명 당신의 세력이 위일테나, 소속한 인원의 수는 분명 우리 쪽이 위일 것이라 확신하오.”
“흐흐, 그렇다 치고?”
“이 자리라는 것이 참 거지같은 자리요. 누리자면 과거의 왕들과 같은 부귀를 노릴 수 있으나, 그럴 것이라면 굳이 오르지도 않았을 자리. 내게는 전 인류라는 사명감이 항상 자리하고 있소.”
“그래서?”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나는 무수한 후회를 했지. 그렇게 내가 느낀 것이 뭔지 아시오?”
“뭐지?”
“후회란 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것이오.”
무수한 시간이었다.
단순히 살아온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시공이 왜곡된 공간에 들어서며 외부와는 시간비율이 다른 곳에서 살아온 시간을 합치면 이미 몇 십년을 살아오고 그 동안 끝없이 후회한 인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란 것은, 내가 엎지른 물을 주워담는 것의 반복이었소.그러다가 다른 물이 또 쏟아지고, 그걸 담다 다른 물이 쏟아지고, 그게 죽을때까지 반복되는 그런 것이었소. 울었던 적도 있고 비통함에 빠졌던 적도 있소. 자살? 그런 충동을 느낀 것은 두 손 두 발 다 합쳐도 세기 부족할정도요. 그런데 말이오, 그럼에도 나는 여기있소.”
아득한 시간의 기억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분명 과거로 돌아가도 그것보다 잘할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수 많은 일들을 해쳐나왔으나 역시나 그것밖에 못했을까 하는 비애가 그를 사로잡는다.
“그 무수한 후회의 기억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나, 그렇다고 멈춰설수 있는 것은 아니오. 나는 나아가야만하오. 내가 이 등 뒤로 짊어진 것은 나를 짓누르나 그것이 내가 앞으로 가도록 떠미는 것이 아니오. 이것들에 의해 내가 수동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오. 이것들은 내가 스스로 짊어진 것.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오. 알겠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무치도록 후회하고 있소.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 책임을 전가할 생각은 없소. 그것은 할 수도 없는 것일 뿐더러 해서도 안되는 것. 이런 후회가 나를 얽어매더라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오.”
“흠…”
잔잔하게, 그러나 그 속에 갈기갈기 찢겨 고통받는 심정을 속박한채 울부짖는 감정을 억누르고 말한다.
그것을 들은 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99점까지 주지.”
아주 마음에 든다.
이것이 그가 그들을 선택한 이유다.
스스로의 의지가 존재한다.
만신전은 가짜 신들에게,
자유연합은 악마들에게,
자기 의지라는 거짓된 허상으로 덮여진 괴뢰 인형에 불과하다.
허나 인류제국은 다르다.
설혹 어떠한 상황에 고통받고, 비통에 빠져서 울부짖을 지라도 스스로의 의지로 걸어간다.
“거 참 후하구려.”
“만족하는 중이야.”
“그럼에도 100점은 아니고.”
“물론. 한 가지가 빠졌으니까.”
“허허.”
아이오닐은 마른 웃음을 흘렸다.
“99점까지 맞춘 보상으로 그 한 가지가 뭔지 알려주겠소?”
“궁금한가?”
“궁금하구려.”
“예전에 어느 천재과학자가 그리말했지. 천재란 99프로의 노력와 1프로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나?”
“제 아무리 노력해도 1프로의 영감이 없으면 되지 못 한다는 것이오?”
“그렇지. 네 마인드는 훌륭해. 하지만, 후회를 남겨서는 안되. 세상은 의지만으로 되는 곳이 아니야. 실제로 이루어내야되는 냉혹한 곳이지. 설사 불가능한 상황이라도 이루어내야만 한다. 안된다는 변명은 필요치 않아. 현실이 가로막는다면 현실을 붕괴시키고 왜곡시켜서라도 이루어내야지.”
저게 무슨 소리일까.
뜬구름잡는 것을 넘어서 정신이상자로까지 보이는 소리다.
억누른 그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소리다.
자기가 해온 모든 후회들을, 모든 과오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분노가 차오른다.
자신의 모든 과거를 부정하는 그 소리에 분노가 차오른다.
말이 마지막 하나이지, 그것은 자신과 동료들이 해온 모든 것이 잘 못 됬다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덮는 슬픔이란 감정이 그를 격동시키게 한다.
“…증명할 수 있겠소..?”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른 채 묻는다.
수 많은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보아온 이 탑이라지만 운성이 말한 것은 그럼에도 결코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마음에 남은 한 조각 미련이 계속하여 그를 자극시킨다.
그의 말에 운성은 씩 웃고는 뒤로 돌아섰다.
집무실 문을 열고 나가며, 그 뒤로 흘리듯이 나지막이 말한다.
“지금부터, 보여주지.”***”아 야 좀 어색한데.”
“뭐가 또.”
“흠흠, 나 대인기피증 생겼나봐.”
“옛날엔 잘하던 놈이 뭐 또.”
“그래도 임마.”
태식과 천수는 티격태격대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운성의 오더에 따라 인류제국과 첫 만남을 하러 가는 상황.
에덴에 오기전에는 그래도 트리니티로 활동하며 사람들과 교류를 했었고, 아주 오래전 세계수 원정때는 운 아이오닐과 함께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로는 에덴에서 비밀스럽게 활동을 하고 대외의 사람들과는 교류하지 않은 지 10년도 넘었다.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다.
“브라더는 안 어색해?”
괜히 가만있는 아더를 걸고 넘어져본다.
“…”
그러나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무심한 아더의 모습에 괜히 상처만 받았다.
“흠, 안 어색하면 말고.’
사실은 아더 쯤 되면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긴한다.
아더야 소피아 아니면 다른 것들이야 모든 생명체가 동등하게 보이지 않을까?
설사 그것이 사람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세희야, 닌 안 떨리나.”
그래서 다음 타켓은 가만히 있던 천세희.
그나마 이 중에서 사회와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진 이가 그녀다.
“저요?”
그에 세희가 수수한 꽃과 같이 웃었다.
“글쎄요, 저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으니.”
“ㅇㅏ….”
생각해보니 그녀가 사회와의 접점을 가진 것은 대부분이 위정자 집단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녀가 만난 위정자를 감싸기 위해 덤벼들던 애매한 사람들도 전부 죽인 전적이 있는 그녀기에 사실상 그녀 또한 사회성이 막장이긴 매한가지다.
‘…이거, 우리 상당히 막장이었네.’
괜히 슥 하고 트리니티를 돌아본다.
한 명은 약물중독자요, 한 명은 솔직히 자기나 혜진이 아니면 접점자체를 거부하는 녀석이다.
“..뭐야, 그 눈빛.”
“아니, 아니야.”
괜히 혜진에게 들켰다가 찔끔해서 시선을 돌렸다.
그나마 앨리스 레인이 좀 나은 정도지만 그녀 또한 스테인과 함께 할거라고 모든 사회성을 갖다버리고 뛰쳐나온 사람이다.
자기 집단이 가진 현실을 깨달은 태식은 비참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준비는 다 됐나?”
그런 그들 사이로 운성이 걸어왓다.
“다 됐나 보군.”
슥 하고 일행을 둘러본 운성은 낄낄대며 웃었다.
“매번 하던 것을 한다. 내가 하라하면 너희들은 실행하는 거지. 별 다를 것은 없으니 쉽고 좋지?”
딱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럼에도 운성은 무에 즐겁다는 듯이 낄낄대며 웃었다.
“궁금한 것은 없다고 치고, 출발하지. 아 그래, 이번 작전명은 그게 좋겠어.”
정말 재밌다는 듯이.
“영웅출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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