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54
00354 망량군도 =========================
인류제국의 함대는 하나의 섬을 정하며 외곽부터 돌려깎는 식으로 공격했다.
준비해둔 방법등을 총 동원하며 싸우다보니 화력은 강했으나 그에 따라 소모하는 자원들도 많아졌다.
“아낄 때가 아닌 것은 알지만, 확실히 자원량은 아깝네요.”
“하긴, 아낄 때는 아니지만, 또 나중을 생각하긴 해야되니.”
“감 잡히면 적당히 조절하겠지.”
아이오닐은 만나는 섬마다 화력을 쏟아부었다.
정신 방벽 스킬과 도구로 굳건히 기지를 만들고 적에게 통하는 원거리 무기를 채택해 쏴갈기는 방식은 확실히 발달한 인류제국의 기술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대신 넘치는 정도의 화력을 쏟아부으며 자원적으로 과소비가 요구되었다.
남은 섬은 아직 많음에도 뒤는 없다는 듯이 아주 쏟아붓는 그 방식은 아이오닐도 나름의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어차피, 이것도 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 저들이 토너먼트마냥 한 명 씩 나와서 싸워줄리도 없다.
그러니 한번 파훼당했던 원거리 무기는 조기에 최대한 이득을 뽑는 식으로 쓰고 겸사겸사 적들의 내구도테스트용으로도 사용했다.
“붕괴됩니다.”
“좋아, 쏟아부어.”
망량군도의 섬 하나를 일정이상 타격하면 섬 위에 반투명한 거대한 영체의 괴물이 나타난다.
영체의 괴물은 아지랑이치듯 움직이면서 공격을 받으면 그냥 울렁거리다 말고 주변 망량의 안개를 자극해 정신적인 공격과 물리적인 공격을 동시에 행하고 직접 그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 추가적인 타격을 가하다보면 점점 흩어지며 붕괴되고 계속하여 화력을 쏟아부으면 마침내 사라진다.
그 괴물이 사라지면 괴물이 나타났던 섬도 회백색의 석회질 같은 가루로 변해 사라지는데 3개의 섬을 붕괴시키고 나서 얻은 정보를 조합했을 때 나온 그 가루의 정체는 뼛가루.
무언가의 유골로 보이는 것들이 바스라져 쌓인 것들.
물밑으로 진작에 가라앉았어야 할 것들이 망량의 집합체인 괴물을 통해 섬의 형태를 구현하다가 그 집합점이 사라지니 그대로 붕괴하는 것이다.
그걸 통해 추측하자면 이 물 밑에는 무엇이 있을지 뻔했다.
“물 밑은 아직 조사가 안 됩니까?”
“네, 직접 들어가봐야겠어요”
“흠..”
정보수집기관 서조의 장 블랙 위도우의 말에 아이오닐은 고민에 잠겼다.
직접 들어가봐야 하는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당장 저 섬을 구성하는 것들만 봐도 그렇다.
회백색의 뼈가루로 이루어진 섬, 그것들을 구성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추측상으로는 매 순간 섬이 붕괴하기 전에 나오던 거대한 반투명한 영체.
그것이 있어 뼈가루로 이 망량의 군도를 형성하게 한다.
그런데 그 거대한 섬을 만들던 망량의 안개를 이룩하는 것이, 단순히 안개 뿐이 아닌 이 바다의 밑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었다.
“잠수정들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망량군도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무섭게 잠수정들은 원격 조정 기능을 상실했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그대로 유실되었으나 몇몇 기체들은 함선에 내장된 인양 장치로 재빨리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 이상은 아쉽게도 너무 아래로 추락해버려 관측을 할 수 가 없어 더 이상 인양할 수 없었는데, 문제는 딱히 인양된 잠수정도 원격조정이 되지 않으니 함선 내부에 탑재된 거대한 고철덩어리일뿐이라는 것이다.
무인 잠수정이지만 유인으로 전환할 수는 있으나 그렇게 했다가 그대로 물 내부에서 잠수정에 갇힌채로 저 밑으로 가라앉아버리면 답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탐지도 안 되고 식신도 안 먹히고, 소환수도 안먹힌다…”
서조가 가진 어떤 수단으로도 답이 없다.
정보의 획득이 이렇게 막히니 다음의 행보를 선택하면서도 자꾸 망설임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오라클과 플로우 레코드 측도 일단 수집되는 정보가 없으니 판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단, 알겠습니다.”
막막한 상황에 아이오닐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 위도우가 함선 내의 아이오닐의 집무실을 나가고 그녀가 나가는 것을 함께 지켜보던 레이븐은 아이오닐을 돌아보며 물었다.
“머리 아파보이는군.”
“깨질듯이 아프지.”
아이오닐은 매지컬 펑크에서 만든 홀로그램을 만들어주는 도구를 만지작거렸다.
홀로그램을 지점토만지듯이 조작할 수 있는 그 안엔 인류제국의 함대가 지금껏 지나온 환경과 더불어 나아갈 공간, 그리고 그 사이의 인류제국의 모습이 표시되어있었따.
“지금껏 우리가 지나쳐온 섬들은 전부 회백색의 뼈가루로 이루어져있었다. 그것들이 섬을 이룰정도로 커다랗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망량의 힘이라 여겼지만, 어쩌면 그건 망량이 의도한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의도한게 아니다?”
“그래, 어쩌면 망량이 밀집된 곳에 물 밑에 깔려있던 뼈가루가 집약되어 생긴것이 아닐까 싶다.”
“의도한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라면.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
“의도한게 아니라도 그 정도의 현상이 생긴다는 거지.”
“의도하면 무슨 대륙이라도 하나 생기고?”
“그렇게도 짐작해볼만하긴한데, 그게 또 애매해.”
“어떤것이?”
“망량이란 것들이 사고를 할 수 없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정말 헤아리기도 힘든 수의 사념이 모였다. 대부분의 망령들은 죽는 순간의 부정적인 사건으로 감정의 급류에 휩싸이고 대부분 이성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원초적인 감정에 휩쓸리는 경향이 크지. 그런 것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섬을 만들정도로 많은 개체가 모여있으면 가뜩이나 힘든 이성적 사고가 의도하여 대륙같은 것을 만들정도로 가능할까?”
“흠, 힘들겠지.”
그 원혼들이 어떤 힘을 주건 버거울 정도로 붙어있으면 방해가 된다.
“그럼 뭐가 또 걱정인데?”
“일단 기본적으로는 그렇지만, 여기가 바벨이란게 문제지.”
정말 안 일어날 것 같은 일도 기묘하게 생겨나는 곳.
그곳이 바벨이다.
“이 망량들 중에도 특히나 강한 망량이 있겠지. 지금이야 여기저기 흩어진 군도들이 서로 또 뭉쳐서 난립하며 그 망량을 족쇄처럼 잡고 늘어질지 몰라도, 우리가 그 섬들을 하나하나 부숴나가면 이 망량 군도의 전체적인 힘은 줄어들어도 그 다른 망량둘에 억눌려있던 망량이 깨어나버릴지도 모르지.”
“그거 좀 흔한 전개인데?”
기껏 뭘 좀 했나하니, 사실은 그게 적에게 감겨있던 족쇄를 푸는 일이었다, 같은 전개는 참 빌어먹게도 흔한 클리셰가 되버린 현실이다.
“그리고, 이건 좀 분석이 필요한건데.”
“뭔데.”
“우리가 행한 원격 공격 중에 통하는게 있었고 안통하는게 있었지않나.”
“입자포계열은 안통하고, 큰 중량을 가진 걸 통채로 던져버리는 것들이 통했지.”
광자포를 포함한 입자가속을 통한 것들은 통하지 않았으나 거대한 철근등을 가속시켜서 쏘아보낸 것들은 통했다.
“그런데 그게 진짜 통했을까?”
“무슨 소리야?”
“입자포들은 입자들이 작으니 안개에서부터 망량들에 커트 됬을 수 있겠지. 다만 철근은 그게 안됬으니 섬에 갖다박혔고.”
“그랬지.”
“우리가 쏘아보낸 철근들이 바다에 빠졌는지 발견되지 않았던 것들은 둘째치고, 애초에 저 섬은 풍화될대로 풍화된 뼛가루로 구성된 것이고 그걸 움직이는 것은 육체가 없는 망량들, 그런데 그런 물리적 공격이 과연 통했던것일까?”
“안 통했다면 왜 그 섬위에 거대한 놈들이 나타날 이유가 없지 않냐?”
“음, 그건 좀 간단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더군.”
“간단하게?”
“네가 자고있는데 모기가 와서 엥엥거린다고 생각해봐.”
아하.
그 와닿는 설명에 레이븐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어떤 물리적 데미지를 받지 않아도 짜증나서 반응하지 않았을까?”
자고 있는 와중 귓가에서 모기가 엥엥거리면 화를 내며 일어나 떄려죽이듯, 저 망령들도 그렇게 반응한 것이 아닐까?”
“뭐, 확실한 것은 없지만.”
결국에는 다 짐작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오닐도 레이븐도 그 짐작을 쉽게 떨쳐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그게 참 골때리는거지.”
짐작은 하자면 끝도 없고, 최악은 가정하자면 밑바닥이 없다.
하나하나 생각하면 좋게 말해서 사려깊은 것이지만, 그렇게 깊기만 해선 진창에 빠지듯 빠져서는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생각해야할 것도 가정해야할 것도 많고, 해야할 것은 더욱 많은게 이 현실.
“나아가야지.”
머리는 아프지만 결국 해야할 것들이다.
여기서 망설여봐야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딱히 없고, 뒤로 돌아간들 다시 돌아와야 할 길이다.
생각해보면 뭐 언젠가는 쉬운 길이던가, 그에 그저 쓴 웃음을 지으며 아이오닐은 진격명령을 내렸고, 그에 따라 인류제국의 함대는 나아가며 그들의 무장을 치켜세웠고, 망량의 안개를 가르며 또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으으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