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78
00478 도룡궐刀龍闕 =========================
도룡의 마지막 폭주는 찰나에 일어났다.
도룡의 본체가 있던 지점에서부터 일어난게 아니라 그것의 영향이 닿는 지역이면 그 전 범위를 일단 한 번에 뒤집고 나서 시작됬다.
그리고 그 전 범위라는게 도저히 측량히 불가능했다.
일단 시야가 닿는 끝까지는 확실하게 공간이 전부 붕괴되는게 느껴졌으니 전 인류제국의 군대는 그 공간의 붕괴에 휩쓸리고 시작했다.
“아아…”
레나 마리사는 절망했다.
한 방위, 아니, 전 방위라도 되는 곳에서 일어났으면 여명이 무언가를 할 수 있었지만, 전 지점에서 좌표 단위로 찍어갈기는 폭주의 영향에서는 도저히 그녀와 여명이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자체적인 방어력이 높은 여명이야 이번 공격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제길! 전 지휘관 급 인원들에게 전파한다! 가능한 최단 시간안으로 주변 피해를 보고하라!”
아이오닐은 터무니 없는 공격에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제국에 막대한 피해가 다가왔음을 느꼈다.
멸망.
그 단어가 현실이 되어 구현됬음이 느껴졌다.
자신의 영향력 안이라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함에도 그것에 에러 사항이 생길 정도의 피해가 들이닥친 것이다.
그나마 여유를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에덴의 일행 덕분이었다.
그들은 각 지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총 동원해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연쇄 폭발과 붕괘를 억제시켰고, 그 와중에 운성이 아이오닐의 옆으로 나타났다.
“뭐하나! 지금은 보고 따위를 받을 때가 아니냐!”
운성의 그 말에 아이오닐은 이를 깨물었다.
물론 보고 따위를 받을 때가 아닌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말은 추가 피해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후퇴를 하자는 말이다.
그 사이에 일어날 피해와, 그 사이에 버림받을 지 모르는 부상자들은 어찌하자는 말인가?
“정신차려라, 황제. 넌 사람이지만 사람과 같아서는 안 되는거야.”
운성의 말이 차가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사람에게 이어진 인연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이가며 결코 땔래야 떌수도 없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 모든 것에서 비정해져야 한다.
1의 생명의 2의 생명보다 가치가 같을 수는 없지만 생명은 결코 산수적인 요건으로 계산될 수는 없다.
허나 황제라면 1의 생명은 1로, 2의 생명은 2로 보아야 한다.
100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1만의 목숨은 사지로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 결단이 힘들고 괴로워도 그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황제라는 자리며, 황제라는 존재다.
그 때,
“아이오닐.”
그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전신이 피로 물들고, 아름답기 까지 하던 전신의 갑옷은 전부 깨진 상태로 다가온 크림슨 혼의 솔리움 듀 루멘이었다.
“내가 시간을 벌겠네.”
“뭐? 자네 미쳤는가?”
스스로 희생을 자처하는 그의 말에 아이오닐은 벌컥 화를 냈다.
희생.
하나의 목숨을 바쳐 백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당장 눈 앞에 이득으로 보일지라도, 하나의 목숨을 바쳐야만 백의 목숨을 구하는게 세계의 법칙이라면 그 세계의 법칙을 뒤바꾸자는 것이 인류제국의 기치다.
진작에 잘 살고 싶었다면 자유연합에 밀리고 밀릴 때 후방 거점의 인원들부터 버렸을 것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지금의 인류제국도 없었을 터, 지금 솔리움 듀 루멘의 말은 인류제국의 기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었다.
허나, 솔리움 듀 루멘은 천천히,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황제.”
나지막한 그의 말이 무엇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인류제국의 기치는 아네. 하지만, 우리 크림슨 혼의 기치는 무엇인지 아는가?”
쿵.
그 말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다가올 대답이 예상이 되어서일까?
다가올 미래가 예상이 되어서일까?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이 남자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알 수 있어서일까?
운성이 말한대로, 사람이지만 사람일 수 없는 황제라는 자리가, 황제라는 스스로의 존재가 그의 말을 승낙할 것을 알 수 있어서일까?
“우리는 인류의 가장 첨단에 서서, 인류의 적을 가장 먼저 꿰뚫는 존재. 저 곳이 바로 인류의 첨단이며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일세.”
머리를 망치로 후려친 것만 같은 둔중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 뒤로 투구를 잠시 벗어 옆구리에 끼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떠나는 그를 아이오닐은 차마 말리지도, 잡지도 못했었다.
“아…”
“정신차려라.”
곁에 있던 운성이 그에게 말을 걸어 그가 움직이기를 종용했다.
“하, 고맙소. 그리고…”
아이오닐의 눈빛에는 2가지 상반된 감정이 일렁였다.
조금전 찰나의 망설임의 여유를 허락한 것에 대한 감사와, 그것을 종용한 그 태도에 대한 분노가.
허나 지금은 그 어떤 감정도 표출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이오닐은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흘깃 바라본 솔리움 듀 루멘은 옆구리에 찼던 투구를 다시 깊숙히 머리에 눌러쓰고 살아남은 크림슨 혼의 인원을 전부 모았다.
“전부 모였는가!”
“그렇습니다!”
“크림슨 혼, 전원 당도하였습니다!”
그의 말에 따라 한 자리에 모인 크림슨 혼의 전 벙력은 모두가 하나같이 최소 한 부위 이상에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한 부상을 끼고 있었다.
갑온은 전부 깨져있고, 그들의 붉은 갑옷은 검붉은 피에 얼룩덜룩하게 더렵혀져 있었다.
허나 그들을 감싼 아른거리는 붉은 기운만은 더욱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사지로 떠날테니 따르라는 말을 전하는 솔리움 듀 루멘의 말은 어쩔 수 없는 무거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히려 들려오는 소리는 더할 나위 없는 감사.
자신들이, 사람으로서 죽게 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
솔리움 듀 루멘은 답하지 않았다.
감동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이 기분을 말로 표현하자면 진중하여 말이 그리 많지 않은 그 조차 하루 종일 표현해도 모자랄 것 같았다.
그래서 참았다.
그저 창을 들어올려보였다.
“거창!”
짧게, 무겁게, 내뱉어지는 단어는,
“거차아아아앙!”
“거차아아아아아아아앙!”
길게, 웅장하게, 위대하게 울려퍼지는 함성이 되었다.
일렁이는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고맙구나.’
사람으로 태어났다.
사람으로 살아갔다.
내가 사람이니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야 말로 사람이 걷는 길.
솔리움 듀 루멘은 마음속으로 그런 확신을 내저었고, 그와 함께한 전우 적토의 옆구리를 걷어차는 것으로 붉은 돌진을 시작했다.
쿠쿠쿠쿠쿵!
온 지점에서 좌표단위로 내려찍히는 폭주를 가로지르며 붉은 뿔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그들을 가로 막는 모든 것을 찢어발기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끝에 있는 것이 확정적인 죽음일지라도, 사람으로 죽어가는 이 순간에 한 점 후회는 없다!
모두가 말을 내뱉지는 않았어도, 모두가 가슴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콰아아아앙!
붉은 궤적이 단번에 폭주하는 도룡의 몸을 꿰뚫고 부딪쳤다.
내부로 들어가 엉클어진 공간으로 쳐들어간 그들은 이잡듯이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끝없는 돌진을 내달렸다.
“아이오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주변의 안정이라도 찾기 위해 힘쓰던 스타이너는 크림슨 혼이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돌진을 감행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아이오닐에게 달려갔다.
허나 아이오닐은 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 반대편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괴물같은 놈에게 방향의 의미는 없으나, 그래도 이번 공격으로 여유는 생겼겠지. 호명하는 인원은 반대편 길을 뚫는데 최선을 다하라. 인원은 스타이너, 레이븐, 바람마다…”
인류제국의 전원에게 전해지는 전언.
“너…윽!”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제 할 말만 하려는 아이오닐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다가가려던 스타이너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아이오닐의 기세에 압도당했다.
이게 무엇일까.
무력이라면 분명 자신이 위일 것인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기세는 도저히 무력의 우위따위라는 계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게 그가 말하던 황제라는 자리의 위엄인가?
혹은, 그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의 전염인가.
스타이너는 차마 더 항의하지 못하고 그가 명한 대로 길을 뚫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호명한 인원들이 크림슨 혼이 달려간 반대방향으로 길을 열어젖혔다.
공간 자체에다 공격을 가해 공간을 찢어 도룡궐의 영토를 나갈 출구를 열었다.
단 한 걸음만 나가도 세계가 달라질 것만 같은 구멍이 생겨났다.
헌데, 그 때.
쿠구우우우우웅!
크림슨 혼에 의해 잠깐 사그라들었던 도룡의 폭주가 또 다시 살아났다.
“제길, 또 인가?’
조금만 더 가면 될 터인데.
그런 생각이 들 무렴.
“아저씨.”
무척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이 그의 귓가를 때렸다.
“아, 안 돼! 허락할 수 없다!”
그 다음말이 예상이 되자, 자연스레 아이오닐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돌아보기도 전에 그 말이 튀어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레나 마리사.
그리고 그녀가 부르는 그 호칭은 스틸 브라운이 죽은 뒤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아저씨.”
“조용해라! 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겠느냐! 이건 멍령이다!”
아이오닐은 고함을 지르며 그녀를 돌아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아저씨.’
세 번째로 부르는 그녀의 말이 자신의 귀에 닿았을 때, 직감했다.
이건 어쩔 수 없구나.
돌이킬 수 없구나.
막을 수 없구나.
자신은, 이렇게도 미약하구나.
“여명은 인류를 지키는 방벽, 항상 최전방을 지키며, 후퇴할 때는 최후방을 지키죠. 그 어떤 적도 감히 인류를 범할 수 없도록.”
그녀의 말이 나즈막하게 울려퍼졌다.
“고얀 것…. 어째서, 어째서…! 이제 와서야 그런 호칭으로 나를 부르느냐…”
차마 돌아보지 못한 아이오닐이 울먹임마저 감든 목소리로 탄식했다.
“…죄송해요.”
아이오닐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과 함께 했던 가장 소중한 친구들 중 하나를 떠나보내고, 이제는 그가 남긴 이마저 떠나보내야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어디있겠냐만은, 그래도 가장 아픈 손가락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녀야 말로 자신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
“사랑한단다.”
“저두요. 사랑해요.”
둘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 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시간 따위는 없었다.
레나 마리사는 여명의 단원을 모아 다시 쫓아오기 시작하는 도룡의 폭주를 향해 마주 달려갔다.
“여명의 전 단원은 들어라!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전투일지니!”
그녀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아름답고 찬란한 황금빛 기운이 폭사하며 눈부시게 빛났다.
“우리는 여명! 인류의 새벽을 밝히는 빛이다!”
“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그녀의 말에 화답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공간을 후려갈기는 듯한 함성이 전역에 울려퍼졌다.
‘아니란다, 어리석은 나의 딸아.’
그에 아이오닐은 마음속으로 부정했다.
‘너희는 결코 마지막이 아니란다.’
설령 더 이상은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이 곳에서 바스라져 사라져버리다고 해도.
여명이란 빛은 인류제국의 마음 속에서 남아 영원한 방벽이 될 것이다.
허나 그것은 마음 속의 이야기.
더 이상 입 밖으로 어떠한 감상도 내뱉지 않은 아이오닐은 인류제국을 지휘해 앞의 이들이 뚫어준 구멍으로 향했고, 그의 지휘하에 결국 인류제국은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날, 인류제국은 최전방을 열던 가장 날카로운 창과, 최후방을 지키던 가장 든든한 방패를 잃어버렸다.
========== 작품 후기 ==========
잘 가.
여명, 크림슨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