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51
EP.51 너를 그리며 – 2
“어서 와. 시스터. 생각보다 늦었네? 그런데… 꼴이 말이 아니잖아? 이게 뭔 일이래?”
자신의 사촌이며, 공국의 수장인 짙은 청색 단발의 미녀는 오만함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마주하는 레벤티아의 시선은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갑옷을 입고, 화장도 하지 않은 자신.
화려한 드레스에 제대로 된 치장과 화장을 하고 옥좌에 앉아 있는 세실.
비슷한 외모를 지녔지만 상반된 분위기를 띄고 있는 둘은 서로를 차분히 응시하고 있었다.
“용사파티의 일원으로서 마왕을 쓰러트린 분이 왜 그렇게 차려입고 다니는거야? 돈이 없어? 좀 줄까?”
세실은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갑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녀는 가볍게 손을 들었고, 잠시 후 공국의 갑옷 장인들이 레벤티아에게 다가갔다.
“새로운 갑옷을 맞춰 줄 수 있어. 아주 효율적인 것으로. 조만간 우리 기사단에 도입할 예정인 갑옷인데…”
“괜찮아.”
이 갑옷은 현자의 손때가 남아 있는 갑옷이니까. 마왕을 처치하기 전에 들렀던 마을에서, 그가 직접 건 마법과 주술이 담겨 있는 갑옷이니까.
다른 이들에게 손대게 하고 싶지 않다.
레벤티아는 다가 온 장인들을 물러나게 했고, 그들은 머뭇거리다가 세실의 눈치를 살핀 후에야 물러났다.
“남의 생일파티에 참가하는 거라면 좀 잘 차려입어야 하지 않겠어?”
“내게는 이 갑옷이 정장이야.”
“여전히 잘났네.”
또다시 침묵. 공왕 세실은 레벤티아를 내려보다가 손을 휘저었다.
“너. 재미없어졌구나?”
“……”
“예전에는 그나마 좀 볼 맛이 있었는데 말야. 현자와 함께 있을 때라든가.”
레벤티아는 지그시 세실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받고 나서야 세실은 히죽거리며 놀리듯 말을 이어나갔다.
“현자가 있을 때는 빛나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완전히 길 잃어버린 어린애마냥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것 같네.”
세실은 허영심이 강하고 자존심이 세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비록 가문의 힘을 이용했다지만 공왕의 위치에 오른 여인.
그만큼 사람을 보는 능력 정도는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의 평가는 레벤티아의 심장을 찌를 정도로 무섭게 정확했다.
현자를 잃은, 아니, 스스로 버린 이후로부터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뭘 해야할지 모르게 된 것은 사실이니까.
현우의 옆에 있을 때, 그를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치고, 그 와중에 그가 방향을 잡아 줬을 때 자신이 더 성장하고 빛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빛을 걷어찬 것은, 자신을 잡아주던 이를 밀어낸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물에 빠진 생쥐마냥 겁에 질려 덜덜 떨게 된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기에 레벤티아는 세실의 조롱에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왕을 쓰러트리고 세상을 구원했다던 영웅이 이래서야… 흥.”
세실의 얼굴에 실망감이 깃들었다. 과거 마왕 처치 여정때 만났던 레벤티아보다 지금의 레벤티아가 훨씬 강해졌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기기 힘들다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해볼만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아. 레벤티아.”
몸을 돌리고 숙소로 향하려는 그녀를 불러세운 세실은 빙긋 웃었다.
“얘기는 들었어. 용사파티에서 현자가 빠져나왔다면서?”
움찔, 레벤티아의 어깨가 떨렸고 세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빛나고 강했던 레벤티아가 저렇게 된 것은 현자의 부재라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기에 흥미가 돋았다.
공왕인 자신에게 어울릴만한 훌륭한 보석을 발견한 것 같아서.
만약 레벤티아를 떠난 현자가 자신의 곁에 머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치솟는 욕망을 최대한 감춘 채 세실은 빙긋 미소지었다.
“현자를 되찾을 노력을 한다고는 들었는데 말이지. 잘 안되나봐?”
“…무슨 상관이지?”
“그렇긴 하지. 가서 쉬어. 출발은 내일 할거니까 그렇게 알고.”
간단하게 말한 세실은 축객령을 내렸고 레벤티아는 그녀를 지그시 응시하다가 걸어나갔다.
레벤티아가 나가자 세실은 과거 만났던 현자를 떠올렸다.
꽤나 특이한 자였다. 가호도 받지 못한 채 용사파티를 따라다니면서도 보답조차 바라지 않던 자.
용사파티의 괴롭힘과 매도, 갈굼에도 그저 실실 웃기만하던 실없는 자.
그 능글맞은 미소와 태도 사이에 숨겨진 철저한 선긋기가가 특징인,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특이한 사람.
그때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그를 떠올리며 세실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렇게 다음 날.
공국에서 공왕 세실의 생일축하를 위해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
레이드닌으로 향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
“…세실 공왕이라.”
“스승님도 그녀를 만나본 적이 있으세요?”
아마 메인 스토리 8장 쯤이었을거다. 마왕의 부하를 잡고 공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세실은 레벤티아와 에반젤린에게 내가 갈굼당할 때 아무렇지 않게 도와준 적이 있었다.
물론 도왔다기보다는 레벤티아를, 아니. 정확하게는 용사파티를 꼽주기 위한 과정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 덕분에 내가 좀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지.
물론 그것 말고도 게임에서의 평가나 내 개인적인 평가에 의하면 그녀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를 통할 경우 몇가지 쉽게 얻을 수 있는 업적이 있기 때문에.
“높은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려고 하고, 품위를 가지려고 합니다. 물론 허영심이 강하고 자기 자신을 치장하며 뽐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선은 지키는 사람이고.”
“그렇군요.”
“난 좀 마음에 안들던데. 너무 자기를 띄우려고 하잖아? 허세도 강하고.”
“위에 있는 자에게는 허세도 능력의 일부야. 자기 자신을 포장할 줄 알아야 타인을 압박할 수 있지.”
나와 베로니카의 평가가 다른 것에 루실은 신기해했고, 베르문드는 베로니카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일단 레이드닌의 주인으로서 좀 피곤하지. 쓸데없는 요청이 많단 말야. 지금도 자신에게 어울릴만한 최고의 생일파티를 하겠다면서 이래저래 말이 많은데. 으으음. 레이드닌은 나름대로 최고의 쉐프들과 연주가, 광대, 무용수들이 있는데 말이지. 어제는 새로운 가수 겸 연주자를 찾더라고. 레이드닌 최고의 가수들이었는데.”
그 말에 라크의 눈이 반짝이더니 큼큼 거리며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려고 했고, 백합기사단의 단원들이 그를 황급히 말렸다.
저 자식은 좀 낄끼빠빠를 알았으면 좋겠다.
“고객이 요청하는 걸 진상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냐? 아무튼 그 평가야 어쨌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움직이면 그만이니까 너무 신경쓰진 말자고.”
누가 있든. 중요한 것은 우리의 휴가니까.
내 말에 루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베로니카도 동의했다.
“그리고 아무리 공왕이라지만 특실은 아닐 것 아냐.”
레벤티아에게도 특실 예약권한은 없을테니까.
우리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자. 그럼 가자고.”
베르문드의 안내를 받으며 일행들은 레이드닌 안쪽으로 진입했다.
꽤나 번잡하고 화려한 거리에는 레이드닌에 휴양을 하러 온 이들이 보였다.
단순히 인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족들이 포함된 거리에는 레이드닌의 경비병들이 순찰을 돌며 치안유지까지 하고 있었다.
“이정도면 거의 도시국가 급 아닌가?”
“그런 셈이지.”
조인족 병사 하나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순찰하던 모습을 본 라크가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하늘에서 감시를 하니 치안 유지가 잘 되는 모양이다. 루실이 그것을 보며 신기해하는 사이 어느새 레이드닌의 거대한 휴양지 입구에 도착했다.
“자. 그럼 백합기사단은 장미관으로 가도록 하시죠.”
“저희는 호위라…”
“레이드닌의 치안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독수리의 눈이 번뜩이자 백합기사단의 호위대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하지만 이건 레이드닌의 규칙이니 나도 뭐라 도와 줄 수 없다.
“괜찮아요. 스승님도 계시니까요.”
“그러시다면야… 현자님. 그럼 저희는…”
“너희도 좀 쉬도록 해. 장미관도 꽤 괜찮으니까.”
“예. 그럼…”
백합기사단원들이 다른 건물로 향하자 난 라크와 윌커스를 보았다. 얘네는 왜 안가지?
“우리는 의뢰 받으러 온거라 본관으로 가야 해.”
“예! 어디서나 함께에요!”
어떻게 그런 끔찍한 소리를?
살떨리는 말 한마디로 날 긴장시킨 윌커스는 주변을 구경하며 우리와 함께 걸었고, 곧 거대한 저택의 본관에 도착했을 때 정장을 차려입은 조인족 직원들이 정중하게 우리를 반겼다.
“어서오십시오. 레이드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짐은 이곳에서 받도록 하지요.”
조인족 직원들이 짐을 받아 하늘을 날아오른다. 레이드닌의 특실은 저택의 가장 위다. 그곳으로 그들이 곧장 올라가자 난 황금색 패를 내밀었다.
“확인했다. 자. 그럼 바로 가지.”
잠시 후 조인족 직원들이 커다란 가마를 들고 내려왔다. 그것을 본 루실과 베로니카는 의아해했고, 난 베르문드와 함께 가마에 올라타며 말했다.
“타시죠. 특실은 이렇게 가야 합니다.”
“어…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건가요? 저는 가마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도 별론데.”
높으신 분들이 참 자기 다리로 움직이는 거 좋아한다.
그래도 이게 규칙인지라 베르문드는 웃으며 말할 뿐 이었다.
“특실이니까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죠.”
루실과 베로니카는 조심스레 가마에 올라탔다. 그리고 잠시 후.
“꺄악?!”
“우, 우왓!”
가마가 날아오른다. 나야 몇번 타봐서 익숙하지만 공중에 떠오르는 것이 어색했는지 둘은 황급히 내 팔을 꽉 끌어안았고, 내 팔은 자연스럽게 풍만한 가슴골 사이에 끼워져버리고 말았다.
으음.
모르는 여자들이라면 꺼지라고 할텐데 이게 좀 나름 괜찮은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나도 좀 마음이 동하긴 하네.
“으, 으아아…”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응? 맞지?”
“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저기 봐봐. 이것도 꽤나 장관이라고.”
하늘에서 보는 이런 절경은 쉽게 볼 수도 없는거다. 게임에서도 처음 레이드닌에 도착했을 때 보여주는 장면은 유튜브에서도 꽤나 인기있기도 했고.
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밑을 보았지만 베로니카와 루실은 아예 그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으신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거겠지.”
“이래가지고 제대로 즐기실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특실의 패키지 중에는 하늘 정원 산책도 있는데 말야.”
“그건 빼든가 해야하나?”
베르문드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가마는 허공을 계속 날았다. 그렇게 잠시 후. 가마가 멈춰서고 나서야 둘은 눈을 떴다.
물론, 잡고 있는 내 팔은 풀어 줄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끄, 끝났어?”
“끝났나요…?”
“응. 이제 내리자고.”
난 둘과 함께 가마에서 내렸다. 단단한 바닥을 느끼고 나서야 둘은 안도한 듯 보였고, 화려한 특실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와아…”
특실은 본관의 건물 옥상을 통째로 쓰는 일종의 펜션과 같았다. 화려한 건물 앞에는 넓은 수영장이 있는데다가 끝 부분이 유리로 만들어져 밑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시설들이 있고 상시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어 필요할 때면 어디든지 쉽게 갈 수 있다.
물론 원한다면 이곳에서 나가지 않아도 되고, 직원들이 모두 가져다 줄테니까.
“우와… 멋지다…”
화려한 왕궁 생활에 익숙한 루실조차도 감탄할 정도로 특실은 아름다웠다. 그녀가 감탄하며 쭈뼛거리자 난 고개를 끄덕였고, 루실은 머뭇거리다가 조인족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을 구경하기 위해 베로니카와 함께 들어갔다.
그렇게 그녀들이 특실을 구경하고 있을 때.
“꺄아아아악!!
밑에서 째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레이드닌에서 일어난 것이라 믿을 수 없는 현상에 나와 베르문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트러블인가?”
“그런 것 같은데.”
그리고 이 목소리는. 꽤나 익숙한 목소리다.
난 베르문드와 함께 밑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중력마법으로 착지를 한 후 그 소리가 들린 곳을 확인했을 때.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저거.
유리창 너머의 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세실과 레벤티아가 그들을 둘러싼 정체불명의 무리들에게 무기를 겨눈 채 서 있었다.
이것만 봐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세실을 죽이기 위해 암살자를 보냈다는 것을.
그리고.
레이드닌에서의 저런 상황은 이곳의 주인인 베르문드에게, 그리고 나중에 그녀를 만나 업적 몇가지를 날로 먹어야 하는 나에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감히 내 업적작을 방해하려 하다니.
“…전부 찢어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말물말물입니다.
오늘은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며칠 안에 플러스에 가게 되었습니다.
취미생활로 쓰는 글쓰기라 갈까 말까 했는데 일러스트도 만들어 볼 겸 플러스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그리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ㅎ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