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69)
“어때?”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상진은 노형진에게 물었다.
“뭐가?”
“그 인간들 말이야.”
“네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나?”
“그 무기를 구해야 하는 건 나니까. 비즈니스다.”
노형진은 잠시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게 말해서 죽음의 천사지.”
“내가 모를까 봐?”
“아니, 넌 모른다. 그냥 미친놈들이야.”
“뭐?”
노형진의 평가는 남상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자비를 들여서 운영하는 구조대다. 그런데 그들이 미친놈들이라니.
“한 명을 만났을 뿐이지만…… 글쎄……. 대부분이 그와 같다면 믿을 수 있는 자들이겠지만, 반대로 믿을 수 없는 자들도 있는 것 같더군.”
“묘한 말이군.”
“넌 죽음의 천사에 대해 뭘 아나?”
“나는 그들과 거래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지.”
이번 만남도 아는 브로커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당연히 남상진은 그들을 직접적으로 만나 본 적이 없다.
“너 말이야, >데스트>라는 미드 본 적 있나?”
“>데스트>?”
“그래.”
“처음 듣는군.”
“미친놈에 대한 드라마야.”
선천적인 사이코패스가 있었다.
그의 양아버지는 아들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알게 되고, 고민한다.
‘사이코패스인 아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물론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양아버지는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인간을 사냥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미친놈이군. 아들을 위해서라는 건가?”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세상?”
“그래. 인간 사냥법을 가르쳐 주는 대신에, 아들에게 거의 세뇌를 하지. 그 표적을 오로지 범죄자로 한정하도록.”
“아…….”
그리고 성인이 된 그 아들, 그 사이코패스가 범죄자를 사냥하는 것.
그게 >데스트>라는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야. 사람들과 웃고 울고 떠들지. 슬픔을 나누고 고통을 분담하고. 하지만 그는 그 뒤에서, 범죄자들을 추적해.”
범죄자를 추적하는 그와, 그를 잡으려는 정부 관계자의 추적, 거기에다 그를 돕는 피해자들까지.
복잡한 관계를 가진 드라마였다.
“비슷하더군.”
“비슷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야. 제정신인 사람이 자기 목숨을 걸고 남을 돕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더군다나 그에 필요한 돈까지 모두 자기가 들여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들을 선택한 거야.”
그들은 태생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다.
무협으로 보면 천살성이 그들이다.
즉, 누군가를 죽이는 선택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부류인 것이다.
“그들을 무기 삼은 거지.”
“으음…….”
“누군지 모르지만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더군.”
“너랑 비슷한 생각?”
“말하지 않았나? 새론의 경호 팀은 기본적으로 소시오패스로 이루어져 있어.”
“이런 미친놈.”
“너도 마찬가지 같은데.”
“흥.”
소시오패스.
그들은 성격적인 면에서 사이코패스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살인조차 가볍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충동적이고 감각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 살인을 쉽게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을 통제하면서 관리하려고 만든 게 새론의 경호 팀이다. 사실 그들의 성격상 그러한 업무가 맞기도 하고. 하지만 나라고 해도, 사이코패스는 방법이 없었지.”
경호 팀 같은 소시오패스들은 목적에 맞게 움직이는 사람들인 만큼, 적당한 목적만 부여한다면 이유 없는 살인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그것도 중증의 사이코패스는 최종 목적이 오로지 살인이다.
경증이라면 남을 짓밟는 정도로도 즐거움을 느끼겠지만, 중중은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죽일 수밖에 없는 자들.
그리고 싸우다 보면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직업.
이보다 더 완벽하게 어울리는 매치가 있을까?
“누군지 모르지만, 이 단체를 만든 놈은 미친놈이야.”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놈들도 미친놈이고 말이다.
‘하지만 쓸 만하긴 하지.’
실제로 실적이 있다.
수많은 아이들을 구해 냈고, 수많은 범죄자들을 죽였다.
사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아이들을 납치하고 팔아먹거나 살해하려고 했던 자들이 더 악질이다.
사이코패스는 정신적인 장애 요소가 있어서 그러는 거지만 그들은 본인들이 선택한 거니까.
“마치 딱 들어맞는 부품 같다고 할까?”
“미쳤군.”
“원래 세상은 미쳐 돌아가지 않나. 거기에다 사이코패스들은 완벽주의자 타입이 많거든.”
범죄자들은 군대에 써먹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군대는 부대가 통제되어야 살아남는데, 이들은 협동이 안 돼서 전략적인 방법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수 정예는 그러한 부분보다는 완벽성이 더 중요하지.”
“흠.”
그리고 사이코패스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다.
“정말 딱 맞는 느낌이야.”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대며, 노형진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리더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도 세상을 청소하기 위해 더러운 짓을 마다하지 않지만…….
‘그 미친놈은 더하군.’
물론 그가 누군지 알 수는 없다.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
“그들이 필요한 걸 요구하겠다고 하던데.”
“그래, 이미 목록은 받았다. 미쳤더군.”
세 대의 트럭, 서른 개의 총기류와 같은 수의 권총, 네 자루의 기관총, 수만 발의 탄약, 수십 개의 수류탄.
심지어 유탄 발사기도 두 개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백여 벌의 중방탄복.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 같더군. 이 정도 무장은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이 정도 양이면 한국군 기준으로는 기계화보병이 아닌 이상 연대급이라고 해도 못 이겨.”
상대방은 중국의 폭력 조직이다.
그들이 주로 상대하던 남미 조직과 다르게, 이 정도로 무장이 과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더 써먹으려고 하나 보지.”
“나중에?”
“내가 탈출에 쓸 배를 대 주기로 했거든.”
“허.”
배가 있다면 충분히 장비를 가지고 갈 수 있고, 그 장비가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안전하게 작전을 할 수 있다.
“네놈은 대체 뭐냐?”
노형진이 미다스라는 걸 모르는 남상진은 미심쩍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냥, 돈 많은 미친놈.”
“미친…… 아니, 미친 거 맞군.”
남상진은 자기 스스로 미친놈이라고 하는 노형진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응?”
“내가 더 미친 짓을 해 볼까 하는데, 더 구해 줄 수 있나?”
“더 구해 달라고?”
“그래. 총이랑 수류탄을 좀 구했으면 하는데.”
“얼마나?”
“흠…… 한 백 개?”
“너 지금 중국 정부랑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쟁은 내가 아니라 다른 놈들이 하겠지.”
“뭐?”
“사실은 아쉬운 게 있는데.”
“아쉬운 거?”
“핵폭탄 하나 구할 수 있을까 했는데 없다고 하더군. 뭐,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지. 혹시 생화학 가스를 구할 곳 없냐?”
순간, 남상진은 진심으로 이 미친놈을 신고해야 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