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68)
“너는 만날 때마다 더 황당한 요구를 하는군.”
남상진은 노형진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그래도 기브 앤드 테이크는 확실하게 하잖아?”
“장난하나? 난 최소한 돈값은 해 주자는 주의야. 하지만 미국산 슈퍼 영웅이라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뇌가 익어 버리기라도 한 건가?”
남상진의 독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형진은 그저 싱글싱글 웃을 뿐이었다.
“왜 이러시나, 알 만한 사람이.”
“뭐, 용병이라도 고용하고 싶은 모양인데, 개소리하지 마. 그런 일 하는 용병은 없어.”
물론 용병 기업들은 있다.
하지만 민간인이 해외에 나가서, 총질해서 인질을 대신 구해 온다?
그런 일을 하는 곳은 없다.
그건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지만, 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총질해서 폭력 조직을 토벌했다고 치자.
사람들이 영웅 취급은 해 줄지언정, 국가적으로 봤을 때 그는 정치적 핵폭탄을 던진 셈이다.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가의 승인을 받아서 활동하는 거야.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등 치안이 불안한 곳에서 말일세.”
“그래?”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런 용병은 없어.”
못을 박아 버리는 남상진.
하지만 노형진은 씩 웃으며 그에게 반문했다.
“없다고? 그러면 죽음의 천사는?”
“뭐?”
“죽음의 천사 말이야.”
“뭔 게임에나 나올 만한 대사를 하나?”
“게임에도 나오기는 하지. 하지만 미국에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면 미국 정부에 물어봐야 하나?”
남상진의 눈이 꿈틀거렸다.
“물어보든가.”
“너 팔아도 되는 거지?”
“썅놈의 새끼!”
남상진의 입에서 그답지 않게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자신의 운신의 폭이 확 줄어든다.
특히 미국에서 주요 무기를 사 오는 그의 입장에선, 입국 순간부터 미국 정보 요원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러니까 본사, 아니 본사라고 하는 건 좀 그러네. 회사는 아니니까, 아지트라고 해야 하나? 그래, 아지트. 아지트가 켄터키주에 있다지?”
“너…….”
남상진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주변을 빠르게 살피더니 뭔가를 꺼내서 옆에 올려놨다.
원거리 녹음이나 감청을 방지하는 장비였다.
그리고 노형진 쪽으로 몸을 깊숙이 숙여 나지막하게 물었다.
“너 어디까지 아는 거야?”
“나도 잘은 몰라. 하지만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리고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도.”
“너 같은 얌생이 변호사가 어떻게 그걸……?”
“나도 정보 라인이 있으니까, 후후후.”
죽음의 천사.
게임에서 그럴듯하게 나오는 명칭.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 죽음의 천사가 있다.
그들은 용병이지만 용병이 아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납치 같은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나라다.
한국에서처럼 납치된 아이가 다른 나라에 팔려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들은 일종의 자원봉사자지.’
그들이 누군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전투의 프로이며, 철저하게 훈련된 자들이다. 그저 예상으로만 미국 특수부대를 제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납치된 아이들을 찾아온다.
돈을 주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남의 나라에 가서 납치한 범죄자들과 총질을 하고, 깡그리 죽여 버리거나 피해 아동을 찾아내서 빼 가지고 온다.
물론 불법이며, 또한 극히 일부만 아는 사실이다. 당연히 일반인은 모른다.
그래서 일반인은 죽음의 천사라고 하면 그냥 게임에나 나오는 단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기 딜러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들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달랑 칼 하나 들고 반군이나 테러범과 싸울 수는 없다.
당연히 총이나 기타 무기들을 가지고 비행기를 탈 수는 없으니, 현장에서 구해야 한다.
신분증이야 위조해서 어찌 해결할 수 있다지만 무기는 그게 안 된다.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각자 익숙한 무기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현장에서 범죄자를 때려눕혀서 무기를 얻는다는 식의 황당한 전략도 불가능하다.
결국 무기 딜러가 그들에게 무기를 팔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 세계 각국에 있는 딜러들이 말이다.
“알 텐데?”
“모르지는 않지. 하지만 직접적인 라인은 없어.”
결국 남상진은 인정했다.
노형진이 다 아는데 새삼 모른 척해 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한국에서는 한 번도 작전을 한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접촉할 방법은 있다는 거군.”
“뭔가 잘못 아는 것 같은데, 그들은 아동 납치만 취급해.”
“납치된 아동도 있어.”
“전혀 다르다고. 납치된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과 아동이 포함된 집단을 구출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그래도 이야기는 해 볼 수 있지.”
“끄응…… 그들이 과연 하려고 할까?”
이번에는 노형진이 남상진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어때?”
“전폭적인?”
“그래, 원하면 탱크든 전투기든 다 사 주는 그런 지원 말이야. 그 정도면 협상할 만하지 않겠어?”
노형진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남상진은 미친놈 보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올바르게 미친 놈들
죽음의 천사들.
그들은 널리 알려진 집단은 아니다.
애초에 널리 알려질 수가 없는 집단이다.
해외에 나가서 구출 작전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타국에서 군사작전을 한다는 뜻이니, 국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그러한 행동을 민간인이 한다는 것은 엄청난 문제다.
“허.”
노형진이 만난 사람은 덩치가 큰 흑인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머리에는 하얀색의 KKK단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긴, 내 모습도 저쪽에서 보면 멀쩡하지는 않겠지.’
노형진 역시 커다란 가면을 쓰고 커다란 옷으로 체형을 가리고 있다.
“우리를 지원해 주신다고?”
상대방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째지는 유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모두 헬륨으로 목소리를 변조하고 있으니까.
그가 흑인이라는 것도, 커다랗고 시커먼 손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노형진도 상대방도, 자신들을 감추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감출 줄은 몰랐는데요?”
노형진은 확답 이전에 신분을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자 남자는 피식 웃었다.
“우리가 가면 좋은 꼴은 못 당하니까. 저쪽이나 이쪽이나.”
“아.”
싸우다 죽는 걸 각오하고 하는 일이다.
하지만 싸우다 잡히는 수도 있다. 그럴 경우가 문제다.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차리는 건 여러모로 곤란하거든. 그럴 거면 차라리 누가 있는지 모르는 게 더 안전하지.”
아무리 고문하고 협박하고 회유해도, 모르는 걸 대답할 수는 없으니까.
“좋은 생각이네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성인은 구출하지 않는데.”
“왜죠?”
“아무래도 빼내기 힘드니까.”
“만일 빼낼 수 있는 방법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요?”
“뭐, 장갑차라도 지원해 주겠다 이건가?”
“구할 수 있다면요.”
“…….”
흑인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노형진의 말이 진심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장갑차를 공식적으로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돈이 없을 뿐.
“농담이 아닌 것 같군.”
헬륨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진중해진 느낌이 들었다.
“구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해 드리지요.”
“조건은?”
“사전에 들으셨던 대로입니다. 우리가 지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출 작전.”
“고민스럽군.”
죽음의 천사들은 아이들에 대한 구출 작전만 시행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건이 너무 후하다.
“함정 같은 느낌이 드는군.”
“함정은 아닙니다. 그냥 돈 많은 부자의 돈지랄이라고 생각하세요. 증거도 보여 드렸으니까.”
“그건 그렇지.”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인들.
그들을 구하는 것이다.
이미 증거로 해당 사이트를 보여 준 상황.
“돈 많은 놈들 중에도, 간혹 정의로운 놈은 있으니까.”
“정의라……. 글쎄요. 정의로운 사람일 수도 있지만, 미친놈일 수도 있지요. 안 그래요?”
흑인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친놈들이야 많지.”
“그렇지요. 차이는 그냥 미쳤느냐 아니면 곱게 미쳤느냐일 뿐.”
“우리는 곱게 미친 건가? 흐흐흐.”
왠지 그 말에 소름이 돋는 노형진이었다.
“여러분들에게 드린 장비에 대해서는 저희가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않을 테고,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추후 작전에서 그걸 사용하셔도 되고요.”
“그거 참 반가운 말이군.”
실제로 작전을 하는 입장에서, 사실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돈이었다.
‘안 봐도 뻔하지.’
노형진이 회귀 전에 그들에 대해 들었을 때도 그랬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은 기본적으로 ‘자원봉사’다.
즉, 돈을 받지 않고 한다는 뜻이며, 그로 인한 피해 또한 본인들이 책임진다.
“몸뚱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돈은 아니죠.”
몸이야 자신이 어떻게든 잘 관리할 수 있다지만, 그들이 쓰는 모든 장비는 다 돈이다.
무기를 가지고 비행기를 탈 수 없으니, 현장에서 구해서 현장에 버리고 떠나야 한다.
그렇다 보니 무장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들이 쓰는 대부분의 무기는 총과 수류탄 정도에, 그들이 공격하는 대상보다 나은 거라고는 훈련받은 몸뚱이뿐이다.
“방탄복, 중화기, 유탄 발사기, 장갑차 등 구하고 싶은 대로 구하세요. 핵폭탄 같은 것만 아니라면 뭐든 사 드리지요, 후후후.”
“미친놈이라더니, 정말 미친놈이 맞군.”
흑인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설마 카드로 10년 할부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깔끔하게 현금입니다. 추적 불가능한 현금이지요.”
“현금이라……. 우리가 가지고 도망간다면?”
“그럴 분들이 아니라 믿습니다.”
“흠.”
흑인은 또다시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목록을 보내 주겠다. 일본을 통해 입국할 거고, 바로 중국으로 넘어가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십니까?”
“알지.”
노형진은 살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이해가 되었다.
‘하긴, 인신매매범들이 시장에 좌판 깔아 놓고 장사할 리는 없지.’
그 말은, 저들도 나름의 정보 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소리다.
“어려운 작전은 아니겠더군.”
“그래요?”
“남미 쪽 애들보다는 좀 덜 미쳤거든.”
“덜 미쳐요?”
“모두가 총을 들고 다니지는 않는다는 거다.”
“아아.”
중국의 폭력 조직은 남미나 다른 국가에 비해 무장 정도가 빈약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그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중국은 난리가 난다.
사실상 삼합회가 무장하고 반란을 일으키면 내전으로 들어간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중국은 다른 건 모른 척해도 그들의 무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예민하게 군다.
“그래요? 그러면 제가 훈수를 좀 둬도 될까요?”
“훈수?”
“네.”
“작전에 관한 건가? 정보가 있다면 들어 주지.”
“혹시 핵폭탄 하나 구할 만한 곳 있습니까?”
순간, 흑인은 노형진을 진짜 미친놈 보듯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