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06)
야! 공익! (2)
사실 생각해 보면 고연미가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한국에서 병역은 남자만의 문제이니까.
“공익 근무 요원은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입니다.”
“민간인이라고요? 병무청에서 뽑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민간인으로 분류되어 주요 근무처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한다.
전 세계적인 조약 중에서 민간인의 강제 노동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 즉 ILO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아, 그랬어요? 전 군인인 줄…….”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많죠. 사실 보통 공익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사회 복무 요원이 맞고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공익 근무 요원이라는 말에 더 익숙해서 그걸 줄여서 공익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쓰는 대표적인 노예죠.”
그나마 현역병이라면 나라를 지킨다는 의의라도 있지, 사회 복무 요원의 현실은 노예 그 자체나 다름없다.
“흠…… 그런데 그 사람들을 어쩌려고 그러는 건가?”
“사회 복무 요원은 사실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군인보다 자유롭지요.”
“이해가 안 가네만?”
“군인과 다르게 도망갈 구멍이 있거든요. 저는 그들을 설득해서 반노예 시스템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반노예 시스템?”
“네. 국방의 문제는 사실 어쩔 수가 없죠. 군 비리가 넘치고, 요즘 같은 시대에 좋은 무기보다 숫자에 기댄다고 해도 결국 병역법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회 복무 요원은 좀 다릅니다.”
그들은 군인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민간인으로서의 권리가 있다.
“다만 대부분의 사회 복무 요원은 그걸 모르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단체에서 거의 노예처럼 부려 먹히고 있습니다.”
원래 사회 복무 요원의 업무는 한정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단체에서는 사회 복무 요원을 무슨 잡무 기계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무태식의 말이었다.
그는 사회 복무 요원이라는 것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듯했다.
“책임을 다한다고요? 무슨 책임요?”
“그거야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이죠.”
“그걸 정한 건 누구죠?”
“그건 국가죠.”
“그러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지요?”
“그건…… 국가죠…….”
“그러면 지금 국가에서 사회 복무 요원에 대해 지는 책임은 뭐가 있죠?”
무태식은 말을 못 했다. 아는 게 없으니까.
“노예라는 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겁니다. 우리가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책임은 쌍방입니다. 그런데 국가는 그걸 책임지지 않죠.”
하다못해 군인은 숙식을 해결해 주는 정도는 해 준다.
하지만 사회 복무 요원은? 그런 것도 없다.
“애초에 법적으로 사회 복무 요원은 피부양자로 분류됩니다. 그에 반해 현역은 자활 가능자로 분류되지요.”
“으음, 그랬나요?”
변호사들이 모든 법을 다 아는 건 아니다.
특히 병역법은 딱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제가 문제 삼고자 하는 건 이 부분입니다. 네, 사회적으로 필요할 수 있어요. 무태식 변호사님의 말씀대로 그들도 사회적으로 뭔가를 해야 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피부양자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받거나, 활동할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피부양자라고 한다.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사회 복무 요원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도와주도록 배치된다.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더 문제는 그 책임입니다. 최소한 현역은 말입니다, 국가에서 최소한의 삶은 보장합니다.”
사실 군대 급식은 빼돌리지만 않으면 질이 나쁜 건 아니다.
군대 막사도 개판 5분 전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거?
못 가게 하는 장교들이 지랄맞은 거지, 필요한 경우에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되어 있다.
즉, 군대라는 조직이 부패하고 썩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지 시스템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회 복무 요원은 말입니다, 그 책임을 그 가족이 지도록 되어 있어요. 제가 문제 삼고자 하는 건 그겁니다.”
군대라는 조직의 구성원은 내부에서 살면서 의식주를 해결한다.
물론 그들이 힘든 건 이해한다.
노형진 역시 회귀 전에는 군대에 현역으로 끌려갔다 왔으니까.
“이건 질투나 분노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현역으로 갔다 왔는데 너는 왜 공익이냐는 마음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는 거죠.”
“으음…….”
법적으로 사회 복무 요원은 일반적인 현역과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군대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애초에 사회 복무 요원이라는 것 자체가 그 당사자가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소리다.
반대로 말하면 치료받아야 하는데 그걸 국가에서 지원해 주지 않으니 결국 그 가족이 내야 한다는 거다.
“먹는 것, 입는 것, 치료비 등 모든 게 가족에게서 나가야 합니다. 노예는 최소한 먹고 입는 건 해결해 줍니다. 군대가 노예라면 이들은 노예 그 이하인 셈이죠.”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아프다는 게 죄가 되어서 그에게 필요한 모든 돈을 직접 내야 하는 셈이다.
그들이 뭘 잘못한 게 아니다. 그저 자식이 아플 뿐이다.
“아…… 그 부분은 생각을 못 했네요.”
말로는 사회에서 일하니 편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대에서 제일 유명한 명언이 우리 부대가 제일 빡세다는 말이다.
“사회적인 사회 복무 요원의 개념은 둘째 치고, 그 복무 비용을 그 가족에게 떠넘긴다는 게 조선 시대의 백골징포와 뭐가 다릅니까?”
백골징포(白骨徵布).
조선 시대에 죽은 사람에게까지 세금을 내도록 했다는 악법.
“으음…….”
“애초에 사회 복무 요원으로 활동하게 하려면 그에 따른 최소한의 대가는 지불해야지요.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 피부양자 기준이 진짜 애매하다는 겁니다. 설사 그것까지는 양보한다고 해도, 일가족을 극한으로 모는 경우도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극한요?”
“네. 사회 복무 요원 중에는 현실적으로 피부양자가 아니라 부양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큰 문제죠.”
부양자가 군대를 가는 경우 피부양자는 생존이 문제가 된다.
문제는 그런 경우에 해결책이 없다는 거다.
과거에는 생계 곤란이 확실한 경우 병역을 면제해 줬다.
하지만 지금은 생계 곤란이라고 해도 사회 복무 요원으로 근무해야 한다.
“그런 경우가 많아요?”
“생각보다 많습니다. 상근 예비역도 있고.”
“상근 예비역? 그건 뭐예요?”
노형진은 고연미에게 쉽게 설명해 주기로 했다.
“쉽게 말해서 군 생활을 하면서 출퇴근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되지요.”
“어째서요?”
“상근 예비역 중에는 아이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원래 상근 예비역 자체를 수형자 아니면 아이가 있는 사람들 위주로 뽑으니까요.”
“네? 아이요?”
뜬금없다는 얼굴이 되는 고연미. 노형진은 그런 그녀에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회 복무 요원이 몸이나 정신이 아픈 거라면 상근 예비역은 경제적 문제가 많습니다. 몸은 건강한데 생계 문제로 군 생활을 못 하니까 대신에 퇴근할 수 있게 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무태식이 코웃음을 쳤다.
“될 리가 있습니까? 상근이라……. 노 변호사님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네요.”
“도움이 안 된다고요?”
“될 수가 없지요.”
상근 예비역은 군에서 생활하는 군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겸업이 금지되어 있다는 거다.
생계 문제로 상근 예비역으로 나왔는데 정작 돈은 벌 수 없는 괴상한 구조.
설사 어찌어찌 상부의 허가를 얻는다고 해도 현행법상 상근은 집 자체를 내무반으로 본다.
즉, 9시에는 집에서 전화 등을 통해 일종의 점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오후 6까지입니다.”
오후 6시에 퇴근해서 오후 9시에 점호하고 그 이후에는 집에서 나가면 안 된다.
더군다나 군대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서 도심에 가까워도 출퇴근에 한 시간은 잡아야 한다.
말로는 허가받은 후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퇴근한 후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극도로 한정적이고, 설사 그런 자리가 있다고 한다고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여섯 시간은 근무해야 한다.
보통 그러면 중간에 한 시간이 휴식 시간으로 빠진다.
즉, 아무리 빨라 봐야 근무 시작 시간은 오후 7시. 그리고 일곱 시간 근무라고 하면 오전 2시 근무 종료. 그리고 집에 가서 쉰다고 하면 오전 3시고, 국방부에서 정한 근무시간인 오전 9시까지 출근하려고 한다면 거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오전 8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말장난이죠. 사람을 이렇게 굴리면 그 사람은 과로로 죽습니다.”
말로는 생계 곤란이니 아이를 배려한다느니 하지만 결국 악착같이 뜯어먹는 거다.
결국 말이 상근 예비역이지 아버지가 군대에 끌려가는 순간 자식이나 가족들의 인생의 질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다고요?”
“정부에서는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요.”
애초에 이런 상황의 사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다.
군대를 간다고 하면 20대 초반이라는 건데, 상근의 조건이 부양가족 둘이다.
즉, 애 둘 아니면 애 하나에 일하지 못하는 아내 같은 경우라는 소리다. 거기에다 조건이 재산 3,800만 원 이하.
이 상황에서 남편이 상근으로 끌려간다?
당장 기초 생활 수급자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군 내에서 지랄맞은 놈을 만나면 퇴근도 힘들고요.”
“네? 퇴근 가능하다면서요?”
“영내 대기라는 게 있거든요.”
즉, 상근에게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영내에 있으라는 건데, 문제는 이게 처벌 규정이 없는 일종의 지휘관 재량이라는 거다.
만일 지휘관이 3주 영내 대기를 때려 버리면 그 사람은 아이들이 굶는 걸 걱정하면서 나가지도 못하고 벌벌 떨어야 하고, 전화기를 붙잡고 사방에 빌고 빌어서 아이들을 받아 줄 곳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은 사전에 말도 듣지 못한 채로 그냥 버려지는 셈이다.
그나마 할머니나 할아버지라도 있으면 급하게 챙기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애들은 굶어 죽으라는 소리다.
아버지가 20대 초에 군에 끌려갈 나이인데 애들 나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무리 빨라 봐야 어린이집에 있을 나이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결국 퇴근도 못 하고 그 애 하나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고 말이다.
실제로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세 달간 영내 대기를 명령했던 중대장이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전투 대기라는 말로 아예 집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게 법에 없는 애매한 규정이기에 결국 밤에 퇴근한 후 힘들게 번 돈으로 중대장이나 대대장에게 뇌물을 줘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게 현재의 군이다.
그렇다면 그게 무슨 상근인가?
더군다나 이 모든 게 지휘관의 재량이다.
“영창과 같은 겁니다. 법률의 규정이나 근거 없이 마음대로 처벌하는 거죠.”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책임져야 하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로군요. 그 부분에 관해서는 이해했습니다.”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사실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사회 복무 요원이나 상근에 대해 일종의 질투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