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2)
“사람 오는 걸 싫어해서 혼자 조용히 지내십니다. 우리 회장님께서 자주 방문하시는 것도 싫어하셔서요.”
“회장님이 오시는 것도 싫어한다고요?”
“네, 귀찮다고.”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요?”
“저도 모르죠.”
운전기사는 웃으면서 말했고 노형진은 왠지 더 찝찝한 기분이 되었다.
그렇게 무려 한 시간을 걸려서 도착한 한적한 시골. 그곳에서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유명한 무당 맞아?’
허름한 주택에 마당에 돌아다니는 닭. 한구석에 있는 비어 버린 외양간. 누가 봐도 무당 집이 아닌 일반인의 집이었다.
“이거 참…….”
“일단 들어갔다 오세요.”
“네.”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갈 수는 없었기에 노형진은 안을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실례합니다.”
“들어와라.”
의외로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노형진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이 놈은?”
“네?”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여길 왔냐?”
‘이번 무당의 컨셉은 욕쟁이인가?’
노형진은 왠지 이번에도 글러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노인은 이리저리 살피더니 탁자를 탁탁 두들겼다.
“선불.”
“엥?”
“선불.”
“네.”
엉겁결에 돈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은 노형진. 노인은 그런 노형진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제 버릇, 개 못 주지? 안 그래?”
“무슨 말씀이신지?”
“그 망할 오지랖 때문에 그 꼴이 나고도 그거 못 고쳐서 여기 기어들어 온 거 보면 말이야.”
그 말에 노형진은 갑자기 소름이 쫙 나는 기분이었다.
“저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몰라 주기를 바라는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후자인 것 같네. 위쪽 일에 내가 나설 것도 아니고.”
노인은 다시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이고는 길게 빨아들였다.
“그놈의 오지랖은 타고난 거라 못 고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 그래서 네놈한테 기회가 한 번 더 준거고. 그 순간부터 그 망할 오지랖은 네 인생이다.”
“쿨럭.”
“벗어나려고 하지 마. 네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안 하니까 몰려오는 거야.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해.”
“안하다니요?”
“몰라서 물어?”
그 말에 노형진은 왠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원래 노형진은 새론에 올 때 조건이 후진 양성이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많아지면서 그 부분을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놈 일도 일이지만 그것도 일이야. 제대로 해.”
“네.”
“가 봐.”
“네?”
“가 보라고.”
“끝?”
“그럼 내가 이 노구를 이끌고 칼춤이라도 추리?”
그 말에 노형진은 그냥 가려다가 그래도 찝찝한 마음에 결국 주머니에서 다시 수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쯧쯧, 그럴 줄 알았다, 망할 놈. 그놈의 오지랖은 못 고친다니까. 결국은 내가 칼춤 추게 만드네.”
“하하하…….”
노형진이 돈을 내려놓자 뭔가 탐탁하지 않은 듯 몸을 바로 한 노인은 노형진을 보면서 말했다.
“어디서 제대로 된 놈도 아니고 이상한 놈한테 받아 가지고는. 제대로 굿이 꼬였어.”
“꼬이다니요?”
“말 그대로 꼬였어. 그거 풀려면 고생 좀 해야 해.”
“그런가요…….”
“그래.”
노형진은 친구인 우현수의 누나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는 마치 안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데리고 와 봐. 안 그래도 슬슬 몸이나 풀어 볼까 하고 있었으니까.”
“저기…… 돈은…….”
“1장.”
“천만 원요?”
“1억!”
“헉!”
무슨 굿에 1억이나 하는 건지 노형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 나올 구멍 있으니까. 물론 네놈의 오지랖 때문에 네놈이 피곤해지겠지만.”
“네?”
“가 봐.”
다시 가라는 말에 엉겁결에 다시 바깥으로 나오는 노형진이었다. 그러고는 그 건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친구인 우현수는 노형진의 말을 듣고 고개를 기막혀 했다.
“제대로 굿해야 하는 데에 1억이나 든다고?”
“응, 아무리 봐도 헛소리 같지?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온다는 거야”
“1억…….”
“왜?”
그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우현수. 노형진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참 묘해서.”
“뭐가?”
“그 돈이 나올 구멍이 있다고 했다면서?”
“그거야 그렇지만 그럴 돈이 나올 구멍이 있기는 하냐?”
“있겠냐.”
“그렇지?”
1억이라는 돈은 큰돈이다. 사람이 평생을 모아도 쉽게 모이지 않는 돈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오라니.
“하아…… 사실은…… 우리가 그때 굿할 때 준 돈이 1억이야.”
“뭐라고?”
“우리가 그때 신내림을 할 때 준 돈이 1억이라고.”
“야! 왜 그렇게 비싸게 준 거야?”
“유명한 사람이라니까 줬지.”
“이런 미친…….”
“그걸 돌려받을 수 있을까?”
“야, 그걸 주겠냐? 당연히 줄 리가…… 끄응…….”
노형진은 이제는 버릇이 되어 가는 신음 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왜? 방법이 있는 거야?”
“방법이라는 게…… 있기는 하지.”
“있다니?”
“사기로 고소하는 거. 민사로 돌려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진짜?”
“그래.”
노형진은 그때 그 노인이 지나가면서 한 말이 왠지 와 닿는 느낌이었다.
‘오지랖 때문에 피곤하겠지만…… 이라고 했지? 망할……. 난 일상이 죄다 사건 아니 법이냐? 완전 일상다반법일세.’
그저 한숨만 나오는 노형진이었다.
>4장. 사기도 배우는 시대>
“이거 곤란한 사건인데?”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곤란하죠.”
굿이라는 것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법원이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과연 이게 효과가 있는지, 적당한 가격인지 그리고 이게 사기의 목적이 있었는지 등등 말이다.
“자네는 왜 이렇게 일이 많은지 알아보러 가서는 또 일을 가지고 오나?”
“포기하면 편하대요.”
“누가?”
“점쟁이가요.”
“흠…….”
그 말에 송정한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어깨를 으슥했다. 자신이 아는 그라면 틀린 말은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하자고?”
“하기는 해야지요.”
당장 친구 녀석에게 1억이라는 큰돈이 들어올 곳은 없다. 그렇다면 1억을 다시 받아 내야 한다. 문제는 그걸 그 유명한 무당이 줄 리가 없다는 것.
“이거 진짜 완전 곤란한 사건인데.”
“뭐, 우리는 종교 단체와도 싸워 봤잖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만구파와 싸워서도 승리했던 새론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명백하게 부정한 집단이었기 때문이지, 지금처럼 판단 자체가 애매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은…… 사건을 접수하고 생각해 보죠. 가능하면 조정으로 받아 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마 힘들걸?”
송정한은 어색한 미소를 보였고 노형진 역시 그럴 거라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법원에서 정한 조정 기일에 그 무당은 나오지도 않았다. 하긴 주고 싶은 생각이 있을 리가 없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데? 이봐, 노 변호사, 적당한 방법 없을까?”
“없는 건 아닌데…… 혼자서는 무리겠죠.”
“그럼 적당한 사람이라도 붙여 줄까?”
“이번에는 새로운 사람을 좀 데리고 갈까 하는데요.”
“새로운 사람?”
“솔직히 요즘에 새로운 사람한테 기술을 전수해 주지 않았잖아요?”
“그건 그렇지.”
노형진이 새론에 온 목표는 변호사들에게 자신의 변론 기법을 전수해서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익숙한 사람들끼리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사건들이 모조리 노형진과 그 기술을 배운 사람들에게 몰렸다. 사전에 미리미리 힘들더라도 자신의 스킬을 전수했다면 지금처럼 사건이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내가 자초한 거지.’
“확실히 새로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노 변호사의 방법을 배운 사람은 없었지?”
송정한도 그 문제점을 아는 건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침 적당한 사람도 한 명이 있고 말이야.”
“적당한 사람?”
“그래, 딱 좋은 사람이 한 명이 있지. 다만 노 변호사가 좀 속 터질 거야. 하하하.”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남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참 이상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발음이 어색했기 때문이다. 뭐랄까, 말끝이 살짝 올라가는 느낌?
“편하게 말해세요.”
“안녕하세유. 반갑구먼유. 이번에 입사한 유명한이라고 해유.”
“…….”
“성님, 소문은 많이 들었어유.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려유.”
노형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힘들 거라는 것이 이것입니까?’
변호사의 덕목 중 하나가 바로 표준어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화려한 사투리라니.
“제가유. 어려서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다 보니 사투리가 좀 이상하구먼유. 그래서 쪼깨 말이 껄쩍찌근 함씨롱 양해 부탁드려유.”
“아니, 이사를 산골로만 다녔습니까?”
“네! 캬! 역시 대단하시네유. 저희 집이 저 태어나고 나서 쫄딱 망해서 빚 땜시 산골로만 도망을 다니다 보니…….”
‘윽…… 이것이 바로 맹모삼천지교의 역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인가?’
맹모삼천지교란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미래를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것을 이르는 고사성어이다. 그런데 보아하니 이 사람은 빚쟁이들을 피해서 도망 다니다 보니 온 사방의 사투리는 다 배운 모양이다. 아무래도 산골은 노인들이 많고 폐쇄적이라 사투리가 심하니까.
“듣고 한 번에 아시다니. 그러닝께 역시 변호사님이 대단하다고 하시는 듯하네유.”
거기에다 말까지 많다.
‘최악이다.’
말하는 방식은 최악이다. 그런데 성적은 최악이 아니었다.
노형진은 그의 이력서를 살폈다. 사법연수원 졸업 성적 23위. 낮은 점수처럼 보이지만 실상 사법연수원에서 높은 순위는 판사나 검사로 가기 때문에 그들을 빼면 최상위권이다. 아니, 이 점수면 판사 쪽도 노릴 수 있을 만한 점수였다. 즉, 애초부터 변호사를 꿈꿨다는 뜻.
‘거기다 이게 다 독학이란 말이지?’
그렇게 도망 다니면서 혼자 공부해서 지방대 법대에 다니는 와중에 일한 돈으로 등록금까지 내면서 사법시험에 한 번에 붙었다는 건 이 인간도 자신 못지않은 괴물급이라는 뜻이다. 최소한 자신은 공부에만 올인하고 미래의 지식이 있는데 이 인간은 그게 없었으니
‘어쩌면 머리 자체는 나보다 좋을지도.’
“진짜로 노 변호사님을 뵙는 게 꿈이었구먼유. 사법연수원의 전설. 변호사들의 전설. 새론에 합격했을 때 너무 좋아서 잠도 못 잤을 정도라니까유.”
‘아…… 수다…….’
아무래도 흥분하면 말을 늘어놓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온갖 지방의 사투리에 말까지 많이 하니 솔직히 변호사로서는 믿음이 안 가는 타입이 되어 버렸다.
“아, 그리고 노 변호사님.”
“네?”
“전 개인적으로 코난은 잘 모르닝께 걱정하지 마셔유.”
“코난이요?”
노형진은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한참 고민하다가 그의 이름을 생각하고는 한숨이 나왔다. 그는 유명한 어떤 만화에서 맨날 뒤통수에 마취 침 맞고 쓰러지는 그 탐정과 동명이다. 그런데 지금 그걸로 농담한 것이다.
노형진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유 변호사.”
“네!”
“지금부터 당신의 콘셉트는 카리스마입니다.”
“네?”
그렇게 얼음 카리스마 유명한의 전설은 노형진의 결심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사건은 진짜 애매하네유. 도무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시유. 일단은 다짜고짜 물어볼 수도 없고.”
“유 변호사, 제가 뭐라고 했지요?”
“카리스마…….”
“그렇지요?”
“네.”
유명한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그제야 노형진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일단 돈을 그냥 줄 리 없다. 결국은 사기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문제는 굿이라는 것의 효과가 법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굿이라는 것은 그저 플라세보효과에 따른 정신적 안정 효과 정도로 인정할 뿐이지, 그 이상은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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