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89)
먹어 달라는데 먹어 줘야지요 (3)
“로비해서 저들이 어느 정도 법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과연 그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조질까요?”
“그래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 필요하다는 거군.”
순수 한국인이라면 정치인들의 보복이 두려워서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짓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면?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절대 건드리지 못한다.
설사 어찌어찌 건드린다고 해도 그 뒤에 마이스터와 미다스 그리고 CIA가 버티고 있다면?
“죽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경제적 몰락은 기본이고 온갖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은 인생은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저들이 로비한다면 그걸 같이 엮어 버릴 수도 있고요.”
저들의 로비를 막을 필요는 없다.
저들이 로비하는 건 그대로 두고, 법만 만들지 못하게 하거나 저들을 편들어 주지 못하게만 하면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택배 회사들은 자연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
“하긴, 자네 말대로 한다면 3개월 이상 버티는 택배 회사는 일부 대기업 계열사뿐일 거야. 그나마도 적자투성이 짐 덩어리가 되겠지.”
유민택은 바로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는 이유는 뭔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노형진은 잠깐 말을 멈췄다.
확실히, 그는 단순히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
사실 돈을 벌고자 하면 더 많은 방법이 있고, 그중에 더 편하게 돈을 벌 방법도 많다.
하지만 노형진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방식은 대부분 뻔하지요. 상대방이 이 일 아니면 먹고살 수가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어떻게 해서든 뜯어먹을 생각만 합니다. 그리고 택배 회사들은 그런 방식의 정점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흑자라고 노래를 부른다.
역대 최고 수익을 외치면서 만세를 부르지만, 실상은 노동자들의 피와 절규 그리고 목숨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에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 그건 더 심해지고.’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고 물류는 두 배씩 증가한다.
하지만 회사는 물류 센터의 인건비를 까고 택배 기사들을 추가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과로로 몰아붙였다.
그 결과 회사는 역대 최고 수익을 냈지만, 물류 센터는 결국 근무자들이 도망가서 일주일이나 멈추고 수십 명의 택배 기사들이 과로로 사망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택배 회사들은 배상도 하지 않았고, 과로로 사망한 사람들을 조문조차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그들은 외부 계약자일 뿐이니까.
“현재 물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근무자를 노예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그걸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지요.”
이유야 뭐 뻔하다. 노동자는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니까.
“저는 그걸 고칠 생각입니다.”
그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이 저 정도로 이야기한다면 이미 답은 나온 거다.
끼든 안 끼든 일은 진행될 테니 자신은 거기에 슬쩍 올라타서 이권만 챙기면 된다.
“그래서, 노리는 곳이 있나?”
“라진택배입니다.”
“라진?”
“우리도 맨땅에 헤딩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스스로 악 행세를 하니 우리도 악으로 대해 주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라진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까?”
라진은 한국 최초의 택배 회사 중 하나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택배가 주력 사업이다.
지금의 착취형 구조를 만든 것도, 또 그걸 가장 적극적으로 써먹는 것도 라진이다.
노형진은 그 라진을 무너트려 잡아먹을 생각이었다.
“라진은 다른 곳과 다르게 주력이 택배 회사뿐이지요. 다른 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명목상의 계열사일 뿐이니까요. 이미 안쪽에 폭탄을 심어 놨습니다. 라진은 금방 무너질 겁니다, 후후후.”
말 그대로 대기업 흉내를 내기 위해 가지고 있는 업체들.
라진택배가 사라지면 그들도 사라진다.
“라진이라……. 확실히 탐이 나는구먼.”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기대에 찬 표정이 되었다.
***
“노형진, 노형진……. 마이스터, 그쪽인 걸 알았어야 했습니다.”
택배가 멈추면서 대부분의 택배 회사들이 심한 타격을 입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라진택배는 가장 심했다.
다른 계열사 기업들이 있는 곳들은 그곳 소속의 차량을 이용해서 배송하고 있었지만 정작 택배사가 주력인 라진택배는 다른 계열사가 없다시피 해서 그 방법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하장에 가 보셨습니까? 썩은 내가 진동해요.”
“현장에 일단 신규 택배 물량 접수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만…….”
“한국 물류가 완전히 멈췄습니다.”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다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난리법석이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 법을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바꾸려면 못해도 2년은 걸립니다.”
허가받지 못한 차량들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
게다가 허가받은 차량들은 아주 대놓고 따라다니는 노형진이 보낸 감시자들에 의해 신호 위반 하나, 불법 주정차 하나 하지 못하고 천천히 운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택배 하나 배달하기 위해 주차할 자리를 찾아 세워 두고 관할 지역에 들어가서 택배를 배달해야 한다.
그나마 주차할 자리라도 찾으면 다행. 그러지 못한 경우에는 돈을 주고 주변에 유료 주차장을 찾아서 주차한 뒤에 배달해야 하는데, 배달은 한 건에 고작 800원인 데 비해 유료 주차장의 기본료는 아무리 못해도 2천 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나마 공영 주차장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흔하지 않았다.
“이건 다 노형진 때문입니다! 이 책임을 노형진에게 물어야 합니다!”
“무슨 수로? 당신이 마이스터랑 싸울 거야? 우리 회사 망하게 할 일 있어?”
“…….”
비상사태에 염경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부장님, 본사에서는 무슨 말 없습니까?”
“본사에서도 방법이 없는 모양이야. 신고는 합법적인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거니까.”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은 직원을 통해 배달해야지.”
염경진의 말에 부하 직원은 깜짝 놀랐다.
“네? 직원 말입니까?”
“그러면? 이 지랄 같은 상황에서 다른 해결 방법이 있어?”
택배 기사들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직원들뿐이었다.
“당장 전 직원을 다 동원해서 배달 시작해.”
***
“아마 그들은 직원들을 이용해서 배달시킬 겁니다.”
“설마요.”
“설마가 아닙니다. 그들은 그런 방법밖에 몰라요.”
지금까지 오로지 착취를 통해 수익을 내던 사람이 갑자기 상생으로 수익을 내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하다.
당장 대룡의 유민택만 해도 처음에 노형진이 상생을 기치로 해서 성화와 싸우자고 했을 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착취가 일반화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상생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되자 그는 상생을 기치로 회사를 운영했고, 이제 대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기업 중 한 곳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택배사들은 안 그래요.”
어떻게 해서든 직원들을 이용해서 배달하려고 할 것이다.
“그건 기존의 방법과 다를 바가 없지요.”
택배 기사가 없으니 직원의 차를 이용해서 배송한다면 여전히 현행 자동차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따라다니면서 신고할 수는 없잖아요?”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원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그들을 하나하나 따라다니면서 신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일부는 가능하겠지만요.”
그 일부가 항의할지 모르지만 회사라는 곳이 그들의 사정을 봐줄 리가 없다.
“압니다. 그래서 제가 이미 폭탄을 보내 놨습니다.”
“폭탄요? 설마 폭탄으로 뭐 배송하면 터트린다, 그런 거 하시려는 건 아니죠?”
폭탄이라는 말에 민시아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물론 노형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러는 순간 자신은 빼도 박도 못하는 테러범이 되니까.
“혹시 민 변호사님, 두리안 좋아하십니까?”
“네? 두리안요? 그건 왜요?”
“저는 별로더라고요. 뭐, 말로는 과일의 황제니 어쩌니 해도 그 퀴퀴한 냄새가 저한테는 진짜 안 맞더라고요.”
“음, 한국 사람들은 보통 그렇지요.”
“그런데 그 두리안이 썩으면 어떻게 될까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냄새가 끝내줄 것 같지 않습니까?”
***
“우웨에엑!”
집하장으로 들어간 직원들은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고 뛰쳐나왔다.
“이거 뭔 냄새야?”
“그, 안에 담겨 있는 음식이나 과일이 썩어서…….”
“씨발, 장난해? 이걸 우리보고 배송하라고?”
까라고 하면 까야 하는 게 직장인이라지만 이건 도무지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노형진은 택배가 완전히 멈추기 직전 어마어마한 양의 두리안을 택배로 발송했다.
당연히 그 두리안은 안에서 썩어 가면서 지독한 냄새로 주변 다른 택배들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수천 개의 두리안이 썩어 가는 냄새는 집하장을 소위 말하는 완전히 옛날의 푸세식 화장실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걸 배송하면 차에 냄새 쩔겠는데?”
“이게 배면 냄새가 빠지지도 않아.”
“방법이 없잖아?”
“아니, 이건 아니지.”
아무리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회사 업무의 영역이다.
회사에서 차량을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고 각자 개인 차량으로 배송하라는데, 택배에서 나는 지독한 썩은 냄새는 차에 배어들고 나면 뺄 방법이 없었다.
“난 못 해.”
“김 대리, 미쳤어?”
“박 과장님, 이게 할 상황입니까? 박 과장님 애가 돌이지요? 다시는 차에 안 태우실 거예요?”
박 과장은 그 말에 눈을 찡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김 대리의 말대로 이걸 한번 나르게 되면 차에 냄새가 배어들 게 뻔한데, 그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는 전문 탈취 세차를 맡겨야 한다.
“이거 탈취 세차하려면 족히 20만 원은 듭니다, 과장님. 그런데 그 짓거리를 매일 하실 거예요? 회사에서 돈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회사에서는 급한 물건인 만큼 직원들에게 직접 배송하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택배 기사들처럼 별도의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기름값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몇몇 직원들이 소비되는 기름값은 어쩌냐고 물어봤을 때 상부에 건의해 본다는 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아, 씹.”
박 과장은 저절로 욕이 나왔다.
‘승진해야 하는데.’
승진해서 임원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사장이 되는 것이 박 과장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족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위해서다.
‘이런 식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일을 해서 버는 월급보다 탈취 비용과 기름값이 더 나가게 생겼다.
더군다나 그도 지금 불법 배송으로 신고가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안다.
자신이 걸리면 그 벌금을 내줄 사람이 없다.
수십만 원씩 날아오는 딱지도 마찬가지.
‘야, 이 씨발. 어쩌지?’
배달을 하자니 손해가 막심하고, 안 하자니 승진길이 막힌다.
부장급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고 있으니 자신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그런 박 과장에게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