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40)
누구 마음대로 답을 정해? (3)
“그러니까 우리는 어찌 되었건 항진 인더스트리와 척지면 안 된다는 거지. 물론 장기적으로 본다면 내가 항진 인더스트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을 인도나 다른 곳에 세우겠지만.”
하지만 중국처럼 기술을 훔쳐 오는 게 아닌 이상에야 당연히 그 기술을 사기 위해 협상도 해야 하고 배워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공장을 세우는 시간도 걸린다.
즉, 아무리 못해도 3년은 꼼짝도 못 하고 질질 끌려다닌다는 거다.
“그러니까 욱해서 움직일 수는 없지.”
“중국이라…… 중국……. 그래, 중국이란 말이지. 그런데 중국에서 이걸 알고 조사할까?”
“하게 될 거야.”
노형진은 확신했다.
“모든 자료를 준다고는 하지 않았거든.”
* * *
“뭐라고?”
중국에는 노형진과 손채림이 만들어 둔 정보 조직이 있다.
그들은 얼나이들과 접촉해서 중국의 주요 당직자들과 언론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포섭된 한 남자, 중국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우웨이 시보의 편집장인 류오창은 자신을 접대하는 남자가 한 말에 다시 한번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범인 잡혔다니까요? 아니, 모르셨어요?”
“시에 살인마가 잡혔다고?”
시에는 신발을 뜻하는 중국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아이들을 죽이고 전 희생자의 신발을 하나씩 두고 다니는 살인마를 시에 살인마, 즉 신발 살인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까기 위해 신나게 떠들었기에 시에 살인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 살인마가 잡혔다니?
“이런, 이런. 모르셨구나. 아니, 사실 잡힌 건 아닌데…….”
말을 하던 남자는 슬쩍 입을 다물었다.
모든 것은 정보의 값어치가 있다. 그게 이 바닥의 룰이니까.
섣불리 떠들다가 정보를 줘 버리는 건 이런 정보원에게는 멍청한 짓이었다.
“자세하게 말해 봐.”
“아니, 뭐…… 그렇다고요. 뭐…… 그런 소리가 있다고요.”
“아니, 그러니까 말을 해 보라고!”
류오창은 화를 버럭 냈다. 그러자 정보원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이런 거 맨입으로 하는 거 아닌데?”
“거참, 우리 사이에 이럴 거야? 어?”
“네…… 뭐…….”
어찌 되었건 여기서 권력이 강한 건 류오창이다.
정보원이야 원한다면 언제든 대체할 수 있다. 도리어 류오창같이 힘 좀 쓰는 공산당원에게 밉보이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기에 정보원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말 그대로예요. 잡힌 건 아니고 특정만 된 모양이더라고요.”
“그런데 왜 한국 언론에서 안 터진 거야? 새로운 언론법 때문이야?”
“그건 아니고요.”
“아니라고?”
“네.”
“그러면 뭐야?”
“아, 이거 진짜 공짜로 할 말은 아닌데.”
“정보료는 두둑하게 주도록 하지.”
결국 류오창은 살살 말로 꼬드겼다.
물론 우웨이 시보에서 주는 정보료의 절반은 일단 자기 주머니에 챙기고 남은 걸 준다는 소리였다.
“하아…… 알겠습니다. 이거 비밀…… 아니지, 어차피 나가겠구나. 에이, 젠장. 두둑하게 줘요.”
“말을 해 봐.”
“이거 확실하지 않은 정보도 섞여 있다는 점은 알아 두시고요.”
“뭔데?”
“살인범이 엄청나게 권력이 강한 집안이라나 봐요.”
“뭐?”
그 말에 류오창은 귀를 쫑긋 세웠다.
“확실해?”
“일단 소문으로는 그래요.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 덮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한국 정부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사건을 은닉하려고 난리가 났나 봐요.”
“대기업?”
“네. 뭐, 재벌가 도련님쯤 되는 모양이더라고요.”
그 말에 류오창은 관심이 확 생겼다.
안 그래도 당에서는 한국을 깔 수 있는 건 무조건 내놓으라고 성화였다. 그런데 한국 권력자 집안의 자식이 살인마라?
물론 한국 내부에서만 살인을 저지른 거라면 중국에서 욕은 할지언정 까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희생된 아이들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고 무려 쉰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희생당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공안 앞에서 범인을 잡아 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한국에서도 한 서른 명쯤 죽였나 봐요.”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새끼 방식이 그거잖습니까? 죽은 애들 신발 모아서 씻은 다음 곱게 놔두는 거.”
“그렇지.”
“그 새끼 아지트를 털었는데, 신발이 서른 개나 나왔답니다. 그리고 여기서 죽은 애들도 교살이라면서요? 한국에서 죽은 애들도 교살이랍니다. 그러면 뻔한 거죠, 뭐. 한국 중국 왔다 갔다 하면서 죽여 댄 거죠.”
“미친.”
같은 방식, 같은 결과 그리고 같은 시그니처.
그건 누가 뭐라고 해도 같은 범인이라는 뜻이다.
“진짜야?”
“아…… 이건 진짜니까 말하는 거죠.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보셨습니까?”
정보원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여자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여기서 들은 거 어디서 나불거리지 마. 알간?”
“네.”
서슬 퍼런 말에, 접대하던 여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건 류오창 편집장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거 진짜 내부에서만 알고 있는 정보예요.”
그 말에 류오창은 침을 꼴깍 삼켰다.
“뭔데? 말해 봐.”
“아내도 살인범이래요.”
“뭐?”
“살인한 놈이 한 놈이 아니라 두 연놈이고, 공범이라는 거죠.”
“그으래?”
그런 거라면 더더욱 이슈를 끄는 데 도움이 된다.
당연하게도 한국 법의 후진성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였다.
“그리고 이것도 불확실한 정보인데, 뭐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까 사실이기는 한데 증거는 없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정보원의 말에 류오창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뭔데?”
“그 집안에서 이미 살인에 대해 알고 있었답니다.”
“뭐?”
“변호사를 붙여 주고 대기업에 압력을 넣어 주고, 장난 아니랍니다. 소문으로는…… 죽일 아이들도 납치해다가 공급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미친! 그게 가능하다고?”
“그러니까 불확실한 정보라는 겁니다. 하지만 부부가 서른 명이나 납치해서 죽이는 동안 한 번도 안 걸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 말에 류오창의 귓가에는 그의 공을 치하하는 당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혹시 그거 말이야,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저도 알고 싶은데 말이죠, 알 수가 없어요.”
정보원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 철저하게 감추고 있더라고요. 얼마나 감춘 건지, 흔적도 없어요. 외부 공표가 철저하게 막혔어요.”
물론 이건 사실이다.
다만 그건 노형진의 솜씨가 아니라 손하균의 솜씨였다.
손하균은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는 모든 통로를 틀어막아 둔 상황.
노형진이 원해서 일부 푼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다 기밀이었다.
“다만 소문으로는, 손하균이라는 작자가 직접 움직인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누군데?”
아무리 류오창이라고 해도 한국의 변호사의 이름을 알 리는 없었다. 그러나 다음 말에 그는 깜짝 놀랐다.
“변호사인데 중국으로 치면 영향력이 우보단 대인급이라고 하더라고요.”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보단이 누구인가? 우보창이 일하는 우웨이 시보의 주인이자 공산당 핵심 인물 아닌가?
물론 국가에 속해서 공직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외부적으로 본다면 어지간한 공직자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 자가 바로 우보단이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그렇잖아요? 편집장님도 아시다시피 다른 나라에 있는 권력자들의 이름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우보창 대인도 미국에서 본다면 그냥 사업가일 뿐이잖습니까?”
“하긴, 그렇지.”
즉 그 나라 내부의 진실, 특히 감춰진 권력자에 대한 진실은 그렇게 쉽게 알 만한 게 아니라는 거다.
물론 정보 부서 같은 곳이라면 알겠지만 일개 기자가 알기에는 복잡한 게 정치니까.
“확실한 거야?”
“확실한 겁니다. 전 대통령 때 말입니다, 그때 사건을 싹 쓸어 간 게 그 손하균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렇다면 믿을 만한 정보다. 그리고 류보창은 조금 더 확신이 갔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걸 막기 위해서 누가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그 사건의 중요도가 드러난다.
한국에서 우보단 대인급 인물이 움직인다면 그건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라는 소리다.
그 말은, 이 살인 사건이 실제로 재벌가 집안의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것이라는 정보원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그 사건과 관련해서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한 거 있어?”
“편집장님이 처음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네. 두둑하게 챙겨 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류오창은 다시 한번 한국을 신나게 깔 수 있는 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눈을 번뜩거렸다.
* * *
얼마 후 중국의 우웨이 시보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뉴스가 터져 나왔다.
중국 아동을 살해한 살인범, 한국 정부에서 보호 중. 당장 송환 절차에 들어가야
중국에서 무려 쉰 명의 아동을 살해한 살인범이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는 해당 사실을 알고서도 철저하게 기밀로 부치고 범인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한국 정부는 범인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은닉하고 있는……(중략)……이러한 후진적인 법률 시스템을 가진 한국은 인민의 적을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바, 빠른 시일 내에 범인을 중국으로 송환해 중국의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그 뉴스를 번역된 보고서로 받아서 읽던 손하균은 분노에 차 구겨 집어 던졌다.
“이 새끼들아!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어?”
“…….”
“중국에서 이 지랄 난 거 왜 몰랐어? 중국에서도 무려 쉰 명이나 죽었다는데 왜 몰랐냐고!”
“언론에 공개될 때는 특유의 시그니처는 빼고 보고하는 바람에…….”
언론에서는 살인범의 시그니처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가 그걸 따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특정 시그니처를 언론에서 떠들 경우,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살인을 그걸로 꾸며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경찰의 수사에는 혼선이 온다.
가령 미국의 뉴욕에서 살인하던 놈이 갑자기 워싱턴에서 살인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그놈이 워싱턴으로 도주했다고 생각해서 수사 방향 자체가 바뀌어 버린다.
과거에는 그런 규칙이 없어서 그런 모방 범죄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시그니처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방 범죄인 것이 쉽게 티가 난다.
당연하게도 중국 언론도 한국인 살인마에 대해서는 신나게 떠들었어도 신발이나 시그니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에, 태양의 변호사들은 다른 살인마가 나타난 줄 알았지 설마 동일한 사람이 범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젠장…… 쉰 명이라니. 이 정도면 중국 공산당도 눈이 돌아갈 텐데.”
아무리 자신들이 한국에서 잘나가는 로펌이라지만 중국 공산당과 싸울 수는 없다.
“도대체 누가 멍청하게 이런 짓을……. 아니다. 말을 말자.”
안 봐도 뻔하다. 노형진 말고는 이런 짓거리를 할 인간이 없다.
문제는, 알면서도 당한다는 거다.
“그래서 항진에서는 뭐래?”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랍니다. 다만 가능하면 중국으로 보내지는 말아 달라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애초에 중국으로 돌려보내려던 거 아니었어?”
현재는 재물 손괴에 대해 수사 중이라서 중국으로 떠날 수가 없다. 그래서 계약 조건이, 무사히 중국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제 와서 중국으로 보내지 말아 달라?
‘중국에서도 그 새끼가 저지른 거야.’
동일한 시그니처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나타날 확률은 극단적으로 낮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시그니처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다.
전 희생자의 신발 한 짝을 올려 두는 메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