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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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두가게 아가씨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지. 나는 우선 윤랑에게 옷을 다시 건네주고 뒤돌아섰다. 만에 하나라도 윤랑이 헐벗고 있는 이 순간에 영자가 벌컥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만두 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는 없다. 윤랑은 나에게서 옷을 받아들고 해사하게 웃었다. 아, 예쁘긴 예쁘다……
“옷을 입으라구요, 오라버니?”
나는 뒤돌아선 채로 서둘러 대꾸했다.
“그래! 빨리 입어!”
“싫은데?”
장난으로 던진 짱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 요 년아! 제발 사람 하나 구제하는 셈 치고 옷이라도 빨리 입어라. 나는 이 상황을 즐기는 윤랑에게 왈칵 뼛성이 돋았지만 이내 상제의 내림말씀을 생각하고 그 노기를 꿀꺽 삼켰다. 화평, 화평……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등 뒤에서는 윤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아직 벗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또 이 와중에 또 아랫도리가…… 아, 아랫도리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
“제발, 제발, 다시 입어라, 윤랑아!”
“어머나, 오라버니가 저를 윤랑이라고 불러주신 건 다섯 살 이후로 처음이네요.”
“그래, 알았으니까, 제발!”
윤랑은 웃겨 죽겠다는 듯 숨 넘어 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체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제 원을 하나 들어주면 곧장 옷을 입도록 하죠.”
“그래! 뭐든 해줄게! 일단 입어라, 어서!”
“약조를 먼저 해주시면요.”
“얼른 말해!”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나랑 혼인해주세요!”
“말도 안 돼!”
내가 일축할 것을 그녀도 예상했는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쳤다.
“그럼 벗은 채로 소리를 크게 지를 거예요!”
“아, 안 돼……”
나는 명백한 을이었다.
“그럼 혼인해줘요.”
윤랑이 싫은 건 아니다. 그래, 나에겐 낭만이 있다. 이렇게 얼렁뚱땅 급살로 해치우는 게 아니라 달콤한 사탕 같다가 가끔은 격랑 같은 싸움도 하고 장마처럼 슬프다가 다시 더 없는 맑음으로 돌아가는 그런 이야기 있는 사랑. 이렇게 꽐라가 돼서 동침을 해서 아내를 얻고 싶지는 않다.
그녀를 다그쳐서 단념시키기는 애초에 글러먹은 것을 알았기에 나는 이런 얘기를 차분히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여전히 뒤돌아선 채로. 다행히 그녀는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로 내 얘기에 수긍했다.
“그러고 보니 그 편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말을 바꿀게요. 내 정인이 돼주세요.”
협상은 꼭 막판에 뒤틀리기 마련. 타결이 임박했지만 나는 끝까지 냉철했다.
“옷 먼저 입어.”
치. 윤랑은 툴툴거리면서 다시 옷을 입었다. 그녀가 다 입었다고 말해주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몸을 다시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다시 봐도 참, 예쁘다. 그리고 참 내 전 여친을 더럽게도 닮았구나……
“자, 이제 대답해줘요. 설마 대장부가 돼서 말을 뒤집지는 않겠죠. 옷을 벗기는 더 쉽다는 점 잘 알아두세요.”
벌써부터 질린다. 나는 빠른 속도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그래, 나 제갈찬은 이제부터 손윤랑의 정인이다.”
윤랑은 자지러지는 돌고래 소리를 내며 나에게 안겼다. 나는 그녀를 어정쩡하게 안은 채로 귓속말로 물었다.
“윤랑아… 그런데 우리 진짜 어제… 했니?”
능구렁이 같은 여자는 곧장 대답해주는 법이 없었다.
“뭘 해요?”
“아니, 그……”
“그?”
“그 있잖아. 바로 말하기 부끄러운……”
“했죠.”
그 짧은 두 글자에 나는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뭐, 했다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소리가 그녀에게도 전해졌는지 윤랑은 쿡쿡 웃었다.
“하려고 했죠. 오라버니가 저를 안다가 골아 떨어져서 미수로 그쳤지만요―”
오, 상제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윤랑은 볼멘소리를 냈다.
“나랑 하는 게 그렇게 싫어요?”
“그게 아니야…… 아무리 시정잡배 같은 친오빠라도 딱 하나의 경우 여동생을 위해 정의를 불태우는 때가 있거든……”
나는 계속해서 이것저것을 캐물으려는 윤랑의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내보냈다. 그녀를 내보내고 시종에게 은근히 영자의 동태를 물으니, 그도 술을 잔뜩 먹어 아직도 골아 떨어져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정오가 넘어서야 영자는 일어났다. 그도 쓰린 배를 부여잡은 채 부은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뿌옇게 우린 생선국물로 대강의 해장을 했다. 너무 오래 대열을 이탈해 있는 것은 곤란한지라 우리는 이제 산채로 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윤랑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우리 돌아가는데 윤랑, 너도 같이 가자.”
“저도 같이 가고 싶지만… 할머니가 혼자 가게를 맡으시기에는 너무 벅차세요.”
이 가게 주인은 종잡아 아흔은 돼 보이는 노파가 운영하고 있었다. 영자는 피도 안 섞인 노파 때문에 떨어져 살아야겠냐며 윤랑을 다그쳤지만 나는 그렇게 하도록 두었다. 인사동 박 영감의 생각이 나서. 이 더러운 성질의 제갈찬이가 내 몸에 들어가 그 양반 속이라도 썩이면 안 될 텐데……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막 우리가 만두가게를 나서려는데, 가게의 발을 걷고 한 백발의 노인이 들어왔다. 수염은 기품 있게 기르고 쪽진 머리는 기름을 발라 반들반들했다. 은은한 비취색의 비단옷이 그의 신분이 보통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그가 옻칠한 명아주지팡이를 짚으며 들어오자, 윤랑이 종종걸음으로 나가서 그를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어르신, 늘 드시던 걸로 내올까요?”
노인은 말없이 눈을 찡긋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손랑이 김이 오르는 만두와 계란을 푼 국물을 노인의 앞에 놓았다. 행주치마에 물 묻은 손을 닦으며 우리 쪽으로 손을 향했다.
“어르신, 이들은 제 오라비와 정인입니다. 태산의 장패 장군 휘하에 있는 이들입니다.”
아차차, 영자는 너랑 사귀는 거 아직 모른다고! 영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설프게 웃었다.
“그, 그렇게 됐어……”
그런데 생각 외로 영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뭐, 잘했어! 다른 개자식에게 주느니 마음 고쳐먹은 전직 개자식에게 주는 게 훨씬 낫지.”
“그, 그래, 고맙다……”
뭐야, 이렇게 될 거 그냥 할 걸 그랬나…… 우리가 짧게 말을 주고받기를 기다린 윤랑은 이번엔 우리에게 노인의 소개를 시켜주었다.
“이분은 연주자사 조조님의 부친이시자 태위를 지내셨던 조숭(曹嵩)님.”
조숭이라고 소개된 노인은 손을 살짝 들어 인사를 했다. 나는 침을 삼켰다. 조조의 아비인 조숭. 어마어마한 부자로서 삼공 중 하나인 태위의 자리를 엄청난 거액을 얹어 매관매직했던 이. 권력을 틀어쥔 환관, 중상시 조등의 양자로 들어가 그의 막대한 부를 상속 받은 이였다. 그렇지 이즈음의 그는 이곳 낭야에 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소인 제갈찬이 어르신을 뵙습니다.”
“오, 낭야구자의 명성은 이 늙은이에게도 자자했는데 이제 보니 멀끔한 신사인 걸? 소문이 잘못되었나보이.”
“소인이 개심하고 새 삶을 살고자 합니다.”
조숭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 자네의 겨레붙이인 공명과 자유는 학식이 깊어 누구를 돕든지 크게 활약할 터일세. 자네도 개심하였다니 중원에서 이름을 떨칠 날을 기대하겠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와의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 영자가 나서 조숭에게 꾸벅 절을 올렸다.
“소인 손관이라 하옵니다. 미천한 신분으로 감히 존안을 뵙습니다.”
“나라고 대단한 신분인가. 난이나 기르는 노인이라네. 나는 그대는 잘 모르나 그대의 여동생이 이토록 참한 것으로 봐서 자네도 군자의 마음을 지녔다고 믿네.”
“부끄럽습니다.”
조숭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우리에게 말했다.
“어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술이라도 한 잔 할 텐가?”
아, 이런 젠장, 아직 숙취가 내 속에서 용틀임 친다. 여기에 술을 더 부으라고? 나는 강단 있는 영자가 알아서 차단하리라 믿었는데, 이 자식, 완전 강자한텐 약한 스타일이다. 그는 거의 바닥을 기듯이 비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름 높으신 어르신과 잔을 마주하다니, 일신의 영광이옵니다.”
조숭은 껄껄 웃으며 윤랑에게 말했다.
“젊은 호걸들에게 약한 술은 도리어 화를 돋우는 법이지. 이 가게에서 가장 독한 술로 호걸들을 대접해야겠다. 윤랑아, 오늘은 내가 대취할 터이니 가장 훌륭하고 독한 술을 내오너라.”
윤랑은 나와 영자가 어제 얼마나 부어라 마셨나 했는지 똑똑히 보았던 여자였다. 이 여우 같은 계집애! 그러면서도 그녀는 순진한 눈망울을 빛내며 정말로 가장 훌륭하고 독한 술을 내왔다. 조숭은 독한 향을 내뿜는 술을 한 잔 가득 따라주었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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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열전 6. 오돈(?~?)
후한 말의 무장. 스스로 암노라고 불렀다. 장패, 손관, 윤례와 서주에서 군사를 모아 태산 개양현이 웅거했다. 조조가 연주를 두고 여포와 대전을 벌일 때 여포에게 협조했지만, 여포가 패해 죽자 달아났다. 이후 조조가 장패를 설득하여 항복시키자 손관, 윤례 등과 함께 조조에게 귀부했다. 조조는 그를 이성태수에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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