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297
“내가 친히 유비의 목숨을 거둘 것이오.”
 
신국의 수도인 합비는 내군경 손관 이하 전후좌우 네 명의 장군들이 돌아가면서 경비를 책임졌다. 이 날의 책임자는 전장군 조운이었다. 그의 표정은 복잡해보였다. 그는 정청에 들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하, 전장군 조운 아룁니다. 죄인 유비가 합비궁 앞에 당도하였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복잡했다.
그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공손찬의 장수로서 내가 돕던 북해의 공융을 습격하려고 했다. 조자룡. 나는 그의 이름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 나를 베려는 그를 만류한 것은 다름 아닌 유비의 이름이었다. 나는 유현덕의 이름을 빙자하여 그의 창칼을 피하고 그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나를 떠나 유비를 섬겼고, 다시 그는 유비를 떠나 나에게로 왔다. 조운에게 유비는 나만큼이나 거대한 산맥이었으리라. 혹은 나보다 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천천히 조운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 전에 조운은 천천히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하의 마음을 이 자룡이 잘 압니다. 전하께서 신의 마음을 아시는 만큼이요. 단죄는 가혹하게 하십시오. 그것이 마땅한 일 아니겠습니까.”
나는 조운의 어깨를 천천히 두드렸다.
“그대에게는 미안하오.”
“전하, 이 일만큼은 순전한 증오로 이루십시오. 이 자룡의 마음은 전하의 증오 앞에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내 경동맥이 거세게 뛰었다. 나는 그를 더 위로하지 않았다.
“죄인을 전정(殿庭, 궁전의 뜰)에 대령하라. 고가 직접 그를 논죄하겠다.”
조운은 절을 올렸다.
“존명.”
나는 전정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걸음을 따라 신왕부의 조신들이 긴장한 걸음으로 따랐다. 전정까지 나아가는 길에는 침묵만이 이어졌다.
무수한 깃발들이 전정에 나부꼈다. 그 깃발만큼 많은 병사들이 전정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유비가 있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죄인의 앞에 섰다. 그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일에서 희열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풀어헤친 유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역겨운 시선이 나와 맞닥뜨렸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노기를 느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본 가후가 나에게 침착을 당부했다.
“군왕의 체신을 잊지 마십……”
그러나 나는 가후의 말을 듣지 못했다.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 전정으로 나아가 유비의 턱주가리를 온힘을 다해 걷어찼다.
“큭!”
아래턱을 정통으로 맞은 유비는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져버렸다. 나는 그의 가슴을 발로 짓밟았다. 컥컥,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유비는 부자연스럽게 호흡했다. 나는 그의 가슴을 밟은 발에 온몸의 무게를 실었다.
“저, 전하!”
가후가 당혹하여 나를 불렀지만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목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비는 연신 컥컥거리며 피를 토했다. 나는 허리춤의 장검을 뽑아 그의 어깻죽지에 박았다. 붉은 피가 팍 튀었다. 유비는 몸을 비틀면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비위가 약한 이들은 벌써 몸을 비스듬히 돌려 시선을 회피했다. 나를 오래 섬긴 이들 역시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 좌우에 명했다.
“모두 물러가라! 고가 홀로 형을 집행할 것이다!”
량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 전하라고 불러야 한다는 예법조차 잊었다.
“형님!”
“물러가라고 하였느니라!”
나는 유비의 어깻죽지에 박은 칼을 뽑았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위로 솟아 내 바짓단을 적셨다. 나는 풀어헤친 뻣뻣한 유비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팽팽하게 잡아당기자 유비는 극심한 고통에 우는 듯한 소리를 질렀다.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엉거주춤한 자들을 다시 꾸짖었다.
“물러가라고!”
신왕부의 으뜸가는 원로인 정청상 한단순이 조신들에게 나의 당부를 반복하여 전달했다.
“전하의 왕명이시네. 다들 물러가도록 하시게.”
한단순의 말에 조신들은 불안한 시선을 남겨두고 하나 둘 어딘가로 흩어졌다. 량이는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형님……”
나는 물러가지 않고 서있는 병사들에게도 엄히 명했다.
“너희들도 물러가라!”
그들을 사령하던 장군이 나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전하, 무장한 병력까지 물린다면 전하를 보중할 이가 아무도 남지 않게 되나이다……”
나는 짧고 단호하게 일축했다.
“필요 없다.”
그 말에 장군 역시 더 버티지 못하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모두들 물러나라!”
병사들은 장군의 말에 절도 있게 대답했다.
“옛!”
전정에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환관들과 시녀들도 눈치껏 모두 내가 안 보이는 곳으로 물러났다. 달빛이 나와 유비만을 비추었다. 나의 쌕쌕 뱉는 숨소리와 온몸에 퍼지는 고통으로 흘리는 유비의 신음만이 고요를 꿰뚫었다.
나는 유비의 이마에 찍힌 낙인을 보았다. 붉은색에 날뛰는 황소처럼, 그 낙인의 붉음이 나로 하여금 피 끓게 했다. 팽팽히 잡은 머리채를 끌고 나는 왕궁의 앞으로 그것을 끌고 갔다. 머리채를 잡은 팔의 근육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끄니 투두둑, 머리칼이 뿌리째 뽑히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나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버둥거리는 그것을 끌고 왕궁의 앞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의 각진 모서리에 그것의 연한 살갗이 부딪치고 찢겼다. 각진 모서리를 따라 우당탕 그것의 몸이 부딪치는 소리가 그것의 머리채를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이제 그것의 몸은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나는 오물을 팽개치듯 왕궁의 앞에 그것을 함부로 부려 놨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인도에서 해방되어 비명을 지르느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것은 그러면서도 두려운 시선으로 나를 훔쳐보았다. 뒤 이을 고통을 위한 잠깐의 휴식이라는 것을 그것 역시 아주 잘 알기 때문이었다.
“으으… 으으으……”
온몸에 사무치는 고통에 그것은 좌우로 뒤척였다. 신음을 흘리는 것조차도 힘에 부쳐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일말의 연민이 아닌, 도리어 희열을 느꼈다. 이것을 굳이 나의 악마성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이것은 전적으로 지극한 인간성이다. 나는 그것을 아래로 깔보며 그것에게 물었다.
“아픈가?”
내 물음에 그것은 증오심으로 점철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 비천한 눈으로 감히 고를 보느냐?”
입술을 악물고 그것의 대가리를 걷어찼다. 큼지막한 과일이 발에 채이듯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다시 저만치 굴러가 피와 신음을 토했다.
“으으……”
나는 엎드린 그것의 등을 밟았다. 발길질로 뼈를 조각내면서 나는 그것에게 말했다.
“고가 비천한 너에게 물었다. 아픈가?”
“…비루먹은 개새끼……”
욕설을 하는 그것에게 나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더욱 발광하여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감히 누구더러 비천하다고 하느냐… 고는 중산정왕의 후예… 황실의 족척…… 계집의 구멍을 잘 뚫어 나라를 얻은 너야말로 비천하지 않으냐…… 그때 원술과 더불어 네 잘난 마누라의 구멍도 독액으로 채워줬어야 옳았다……”
나는 상스러운 저주에 반응하지 않았다. 나의 분개가 그것에게 기꺼울 테니까. 나는 그것의 대가리를 여러 번 다시 짓밟았다.
“패자가 비천한 것이다. 잘난 핏줄을 다시 들먹여보아라, 비천한 패자야. 너는 지금 고에게 가축의 취급을 받다가 처절하게 죽을 것이다. 중산정왕의 후예며 황실의 족척이라고? 참으로 가련하다, 축생이여.”
“개자식……”
나는 그것의 피가 흐르는 장도를 그의 허벅다리에 박았다. 물렁한 살가죽을 뚫고 그것의 근육을 파헤친 장도는, 깊은 흙에 심은 묘목처럼 우뚝 섰다. 그것은 처절하게 고통을 호소했다.
“크아아아악!”
“개자식은 너야.”
담장을 넘어 흐르는 비명소리에 시녀들은 귀를 막고 환관들은 좁은 어깨를 움츠렸다. 삼삼오오 모인 조신들은 가장 고결한 왕궁에서 가장 비천한 도수장의 행위가 이뤄지는 것에 지극한 염려를 표했다.
나는 그것의 목을 움켜쥐고 서서히 끌어올렸다. 생생한 피 냄새가 코에 정면으로 끼쳤다. 그것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말하는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아있었다.
“아무리 사술로 얽힌 악연이라지만 너와 나는 천하를 두고 쟁패를 벌였던 호적수가 아니었더냐. 너에게는 최소한의 품위도 없는 것이냐……”
허무한 웃음을 면전에 뱉어주었다.
“차라리 개처럼 짖어라. 너의 말은 개의 짖음보다 못하구나. 품위? 미친놈.”
나는 움켜쥔 멱살을 놓아 그것의 몸을 떨어뜨렸다. 나는 밖을 향해 엄히 소리쳤다.
“게 누구 없느냐!”
시녀 하나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안으로 들다가, 피투성이가 된 나와 그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그녀에게 명령했다.
“활과 화살을 대령하라.”
내 명령에 눈치가 빠른 사졸이 급히 자신의 것을 장군에게 전달했고, 장군은 시녀에게, 시녀는 나에게 그것을 전달했다. 활과 화살을 쥐고 나는 그것을 바라봤다.
“네게 기회를 주겠다.”
그것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봤다. 나는 칼을 들어 그것의 몸을 옥죈 오라를 잘랐다. 오래 굳은 몸을 그것은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갑자기 얻은 작은 자유에 그것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도망쳐라. 나는 너의 뒤를 겨누어 화살을 쏘겠다. 네가 이 합비의 왕궁을 용케 탈출한다면 너를 살려주마. 고는 이토록 자애롭다.”
나는 시위에 살을 먹였다. 그것은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라니까? 내가 아무리 병장기에 서툴러도 시위에 살은 금세 먹인다. 귀한 시간을 버리지 말라.”
“…제, 젠장……”
그것은 허벅지에 자상을 입은 까닭으로 절뚝거리며 나에게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편파(偏跛)의 걸음, 그 뒤통수를 향해 나는 시위를 당겼다. 물소의 힘줄로 삼은 시위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나에게 선사했다. 궁신을 쥔 나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내가 원술의 장수로서 원희, 장막의 병마와 맞닥뜨렸을 때를 생각했다. 예주를 두고 나는 그들과 다퉜다. 나는 그때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맸다. 그때 장중경이라는 명의가 나에게 왔고, 나는 멀어졌던 목숨을 다시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것은 깊은 기만이었다. 은혜를 가장한 비수였다. 장중경을 나에게 보낸 것은 유비였다. 그것은 그때부터 나에게 악이었다.
핑. 시위를 떠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갔다. 화살은 정확히 그것의 허리춤을 맞췄다.
“윽!”
그것은 몸으로 넘어져 턱주가리를 단단한 바닥에 박았다. 메마른 입술에 모래가 튀었다. 그것은 흑흑 흐느끼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화살을 허리춤에 박은 채로 다시 절뚝거리며 밖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장중경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나는 원희와 일진일퇴를 거듭했고, 그것은 결국 유비의 병마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묘수가 되었다. 결국 예주를 좀먹게 된 것은 나도, 원희도 아닌 유비였다. 그것과 대면한 자리에서 흘린 비웃음과 과장된 가식은 여전히 내 뇌리에 또렷하다.
핑. 나는 다시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다시 날아가 그것의 종아리를 맞췄다.
“크악!”
힘줄이 끊어진 그것은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그것은 배를 바닥에 깐 채로 포복으로 바득바득 기어나갔다.
환재금의 극약으로 잃은 장인 원술이 생각났다. 그리하여 내 부인 시영이 하염없는 눈물을 흘려야 했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영화를 누리던 수춘성과 그곳의 백성들은 전화에 휩싸여야만 했다. 그 극약의 흑막은 유비, 그것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자리에 더 서있지 못했다. 성큼성큼,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 포복하는 그것을 나는 금세 따라잡았다. 그것은 사력을 다해 기어갔다. 그러나 이내 나의 검은 그림자가 그것의 몸 위에 드리워졌다.
“이제는 도망조차 못 치는 신세로구나. 네가 이제는 완전히 용도폐기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것의 뒤통수를 향해 시위를 당겼다. 그것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그것은 나를 돌아보면서 힘겹게 말했다.
“사,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