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27
주령이 아익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고문을 시작하고, 다른 부하들에게서 길을 알아낸 후 확인을 끝내고 돌아 왔을 때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쟤를 그냥 교사원으로 보내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라. 심문계의 큰 별이 되었을텐데.”
뿌듯해하는 주령에게 웃으며 말하자 서황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나중에 교사원으로 보내 정식으로 배우게 해보지요. 아마 고문사에 길이 남을 인재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말에 주령은 고개를 조아려 감사를 표하고 내 옆에 서 있는 사부님을 가리켰다.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수경선생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사부님이 뭘 하셨어?”
“간단한 혈을 좀 잡았을 뿐이다. 화타 녀석에게 배운 것이지. 특정한 혈에 침을 제대로 놓으면 지옥같은 고통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하더군.”
“오. 저도 가르쳐주시면 안됩니까?”
“어려울 것은 없다만.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람마다 그 혈에 놓을 수 있는 침의 깊이가 다른지라. 어때. 한 일년 정도 다시…”
“다음에 주령이나 교사원의 인재를 형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녀석.”
일년이나 시간을 어떻게 빼냐.
그것도 중요한 일도 아니고 고문법 하나 배우자고.
그냥 방통에게 배워두라고 해볼까?
아무튼 정보를 알아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움직이는 것 뿐이다.
지도를 펼쳐 놓은 후 난 서복과 사부님에게 설명해주었다.
“음… 관도는 여기이고, 아익의 정보에 따르면 여기가 비밀길이군요. 군사용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상산군에서 따로 만든 길 같은데.”
“이 길을 통하면 조금 돌아서 가야 하지만 범양군의 뒷편으로 빠져나올 수 있겠군.”
기주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범양군, 중간 길인 탁군. 그리고 우리의 기본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광양군까지.
순서로 따진다면 범양군을 먼저 쳐야 한다.
“범양군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곳은 평원이 많은 곳이다. 다만 돌과 흙이 거칠어서 농사를 짓기는 어렵지. 대부분 백성들은 양이나 염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단다.”
“지형적인 특색은 따로 없습니까?”
“그냥 농사짓기 척박한 땅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가본 적이 없지만 사부님은 가본 적이 있나보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부님이 설명해주자 난 지도를 보며 말했다.
“일단 군을 둘로 나누는게 우선이겠네.”
“그 길을 이용할 생각인가?”
“이용할 수 있는 건 해야지. 자. 넌 어디로 갈래.”
비밀 길을 통해 후방을 치는 것.
그리고 관도를 통해 범양군에 들어가는 것.
서복은 잠자코 생각을 하다가 비밀 길을 골랐다.
“이곳으로 간다.”
“그럼 괜찮겠어? 병종은…”
“기병만 데려갈게.”
“기병만? 하지만 산길인데.”
“우리 군의 기병은 산길도 문제 없어.”
훈련을 그렇게 했으니까.
철갑기병을 제외한다면 산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거기에 호표기도 있으니까. 장 도위와 조 교위를 데리고 가지.”
장료과 조휴를 데리고 서복이 기병을 이끈다.
그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사부님은 담담히 말했다.
“기병의 지휘와 보병의 지휘를 따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쓸 수 있는 전술이 있지.”
“망치와 모루.”
사부님의 말을 받으며 서복이 담담히 대꾸했다.
예전 수경원에 있을 때 배운 전술 중 하나다.
보병부대가 모루가 되어 적들을 끌어들인 후 기병 부대가 빠르게 움직여 포위를 한 후 망치가 되어 적군을 가루로 만드는 전술인데 지금처럼 보병과 기병을 나눌 수 있을 경우, 그리고 전장이 평원이라는 가정을 할 경우 쓸만한 전술이었다.
서복의 대답에 사부님은 빙긋 웃으며 지도의 몇 부분을 가리켰다.
“범양군의 지형을 생각한다면 주변에서 적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거다. 그리고 공손강과 답돈, 그리고 보도근은 결코 한번에 나오지 않아. 아마 요격을 위해 움직일 대상은 답돈 정도라고 볼 수 있을거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북방의 세력 구조 때문에 그렇지. 유화와 공손강, 답돈, 보도근. 다들 자신의 이득 때문에 협력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해.”
“에… 그렇습니까?”
“그래. 특히 공손가문과 오환족, 선비족은 요동의 패권을 두고 다투던 사이야. 그런 사이인 만큼 쉽게 손을 잡기는 어렵지.”
“그렇군요.”
사부님의 평가는 냉정하기 그지 없었다.
그 평가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복은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그럼 누군가 한명 정도만 내보낸다는 것입니까? 그리고 그게 답돈이고?”
“그래. 너희가 말했던 것처럼 곽가라는 이가 고구려와 협력하여 부여의 참전을 막아낸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을거다.”
“고구려를 견제하느라 부여가 병력을 빼는 것을 오히려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래. 공손가문과 부여는 혈맹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들은 요동의 패권을 두고 꽤나 자주 부딪치던 사이다. 만약 그 패권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사이가 갈라질 수 있지.”
“혈맹 아닙니까?”
“같은 피를 나눈 형제들도 서로에게 칼을 겨눌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의다.”
사부님은 냉정하게 현실을 말했고 그 말에 서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의 재산을 위해서 제 형을 죽이는 놈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세상 사람들이 다 너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끙…”
그런 천인공노할 놈들이 있다니.
내가 신음하자 사부님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들이 모두 움직였다가 부여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분명히 할 것이다. 만약 부여가 병력을 제대로 보내지 않는다면 말이야.”
“답돈이라… 그럼 결국 오환이라는 건데. 그들을 유인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있지.”
사부님은 빙긋 웃은 후 날 가리켰다.
“네가 직접 나서면 된다.”
“아…”
내가 미끼가 되라는 거군.
어쨌든 날 잡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사부님의 말에 서황과 장료, 주령, 거기에 관평과 하후상까지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북방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민족인데.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치고는 너무 크지 않을까 싶다.
“네 부하들이 인상을 쓰는구나.”
“사부님. 저도 쓰고 있는데요.”
쟤들만 쓰는 것이 아니다.
나도 쓰고 있다.
내 말에 사부님은 껄껄 웃은 후 천천히 말했다.
“답돈이라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주의 세력인 유화, 공손강, 답돈, 그리고 보도근. 이 네 세력 중 답돈이 가장 약하다. 왜 인 줄 아느냐?”
“오환 자체가 약하기 때문이겠지요.”
서복의 대답에 사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환은 그리 강한 세력이 아니지. 옛부터 많은 이들에게 빼앗기며 살았다. 그러던 와중에 장연에 의해서 북방이 크게 흔들리며 흉족의 세력을 흡수해 북방에서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 아직까지는 선비나 공손강에 비하면 밀릴 수 밖에 없지.”
“저를 잡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겁니까?”
“오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이민족들은 강자를 존경한다. 그렇다면 답돈의 입장에서는 현재 자신들을 공격하는 최강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너를 빠르게 쓰러트리고 싶어하겠지. 그럼으로써 선비와 다른 북방 이민족들에게 존경을 받아 세력을 키우고 싶을거야.”
“흐음…”
“고로 현재 가장 약한 답돈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너무 간단하게 말씀하시는구만.
아무리 그래도 협력관계인데 혼자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사부님은 내 시선에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협력관계라고는 하지만 외적이 없으면 얼마든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그들이다. 그런만큼… 자신의 힘을 아끼고 싶어하겠지. 답돈의 오환을 먼저 보내 너의 군세를 약화게 하는 패로 쓸 것이고 답돈으로서는 그것을 거부하지 못할거다.”
“하지만 망치와 모루의 전술을 쓰기 위해서는 외부의 추가적인 공격이 없다는 가정이 있어야 합니다만.”
답돈이 나오고, 그를 잡는다는 가정은 좋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선비를 이끄는 보도근과 공손강이다.
그들이 과연 움직이지 않을까?
답돈이 우리와 싸우는 동안 그들이 손가락만 빨며 구경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서복이 기병을 이끌며 답돈을 잡고 있을 때 만약 그들이 후방을 치게 된다면 서복의 군이 궤멸될 가능성이 높았다.
내 질문에 사부님은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들이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만. 첫번째 전투에서 너희가 승리한다면 두번 정도는 그들이 따로 덤벼들거다. 세번째 전투를 통해서 그들도 전력을 다할 것이고 그때 승패가 결정되겠지.”
“예? 두번이요? 왜죠?”
너무 뜬금없어서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바라보자 서복은 피식 웃었다.
“부여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결국 부여 때문이다.”
“부여가 변수가 된다는 것이군요.”
“그래. 고구려에 의해서 공격받는다고 말하더라도 실상은 공손강과 보도근, 답돈이 너를 상대하는 동안 뒷치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 의심할 수 밖에 없지.”
“혈연…”
“비록 혈연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이득만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왜? 그들은 개인의 혈연보다 더 중요한 것을 따라야 하는 이들이니까. 많은 이들을 이끄는 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개인의 혈연과 관계 때문에 세력의 이득을 포기할 수는 없어.”
북방에서 오래 지냈기 때문일까?
사부님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들의 상태를 평가한 후 판단을 내렸다.
“뭐. 결정하는 것은 너이지만 말이다. 이건 순전히 내 의견과 판단에 불과하다.”
저렇게 말씀하시지만 사부님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나나 서복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가 사형이나 양 사형 뿐만 아니라 나나 서복, 방통을 가르친 것이 사부님이다.
당연히 그 시야나 판단이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결정은 내 몫이라고?
“할 수 있겠냐.”
“사부님의 말씀대로만 된다면 좋겠지만. 답돈 외의 공격이 온다면 대형은 무너져. 자리를 피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문제는 모루 역할을 하는 너야. 네가 할 수 있겠냐?”
망치인 서복이 적들을 때려부수는 동안 버텨줄 수 있는지 없는지는 결국 나에게 달렸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황, 관평, 하후상, 주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
얘들이 할 수 있다고 하는거면 할 수 있는 거겠지.
지금까지 훈련을 한 병사들이라면 충분히 이민족 기병들의 거센 공격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지휘관이 병사를, 부하를 믿어주지 않으면 뭘 할 수 있겠나.
저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봐온 것이라면 믿을 수 밖에.
내 말에 서복은 담담히 말했다.
“그럼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며 적들을 분쇄하지. 나도 할 수 있다.
“결정은 낫군.”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일에 어떻게 확신을 할 수 있겠나.
특히나 전략이나 전술 같은 경우는 전장의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고, 또 꼬일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는 자가 좋은 지휘관이고, 좋은 책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좋은 지휘관이라 생각하는 나다.
그리고 서복 역시도 책사이지만 지휘관으로서의 재능이 대단하고.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어떻게든 해낸다.
나와 서복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부님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힘내거라.”
“으음… 네. 알겠습니다.”
사부님도 같이 와주셨으면 좋겠지만.
딱히 도와주실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부님이 낄 만한 전투도 아니고.
차라리 빨리 사부님을 서주나 형주로 보내놓는게 오히려 전체적인 측면을 봤을 때 우리에게 유리하다.
“그… 서주로 가시는 것은 좋은데.”
“뭐냐?”
“현재 서주목인 진군이 저와 친한 사이입니다. 그와 한번 만나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다만. 왜?”
왜긴.
사부님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거지.
사부님 정도 되는 명사가 있는 곳은 어지간해서는 건드리기도 힘들다.
건드린 순간 각지의 명사들이나 명인들이 분노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사부님은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대학자이기도 했다.
그런만큼 꼼지락거리며 오와 건업 일대로 세력을 넓혀가는 노숙에게 좋은 경고를 해 줄 수 있었다.
내가 저번에 노숙이 보낸 장굉을 그냥 데리고만 있으며 얼마나 열불이 터졌는데.
아예 사부님을 건업으로 보내서 노숙이 얼씬도 못하게 해버릴까?
물론 오에 장굉과 장소라는 인물들이 있고 그들이 사부님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여 사부님의 명성과 인망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이쪽은 제자들이 알아서 할터이니 사부님은 얼른 서주에 갔다가 형주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견제를 생각한다면 건업보다는 차라리 형주, 양양이 나았다.
그곳에 사부님이 있으면 법정과 노숙을 동시에 견제가 가능하니까.
서주쪽은 어떻게 다른 명사들을 박아 둘 생각을 해야겠군.
정 없으면 기존에 있는 명사들로 노숙을 견제하고 말야.
“…날 이용할 생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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