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28
“…루스에 새로 세워진 도시의 이름이 무어라고 하였던가?”
“레닌그라드이옵니다, 폐하.”
김시습의 말을 들으며 카간은 다시금 탄성 섞인 한숨을 내쉰다.
레닌그라드… 레닌그라드….
대체 누가 저만한 도시를, 그런 자원의 제약 속에서 건설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총관부가 세폐를 바쳐오는 데 불성실했나? 그렇지 않았다.
극심한 농민반란으로 군대를 크게 동원해야 했나? 역시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저 요새와 성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한 것인가?
게다가 외지인으로서 통제에 꽤나 애를 먹으리라 생각했던 몽골군 역시 체계적인 봉급 지불로 잘 길들여 놓았고, 다루가치들 역시 주치인 울루스에서 파견한 이들을 제하고는 훌륭히 통제해냈다.
루스의 귀족들부터 백성들까지 총관부의 지배에 저항하는 이들은 없었다. 유럽의 침공에 도리어 총관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대부분 끝까지 함께 맞서 싸웠다.
그 충성심, 단결, 장악력.
주치인 울루스가 사실상 반란을 일으킨 몽골의 상황과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라.
‘…제국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에센은 무굴리스탄 칸국이나 주치인 울루스 같은 여러 속국들을 아직도 온전히 장악하지 못했거늘, 어찌 조선과 원산에서 파견된 인사들은 루스를 쉬이 손에 넣을 수 있었나?
고작해 봐야 세금을 거두고 반란이나 잘 다스려줄 줄 알았던 소련측 인사들이 얼마나 거대한 변화를 일궈냈는가?
루스에서 거둔 세폐 일부를 떼어다 조선과 원산에 선물하고 말 요량이었던 에센은 생각을 바꾸었다.
‘차라리 저들에게 루스를 넘긴다.’
루스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없애고 세폐를 포기하는 대신, 저들과 교역로가 연결되면서 얻는 수익이 더욱 만족스러우리라.
…그러나 온 제국의 통치를 소련에 맡길 수는 없는 법이고, 이대로 가면 구심점이 없는 제국은 에센의 죽음과 함께 분열하리라.
완전히 다른 통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
허면, 에케 몽골 울루스는 황금씨족이 다스렸던 그때와 같이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이 불안한 옥좌는 새로운 토대 위에서 단단히 서고, 오이라트 에센이 새로운 칭기즈 칸이 되리라.
* * *
어찌저찌 보고서를 완성시키고 카간의 말동무 앵무새 노릇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김시습에게는 쉴 날이 없었다.
“트, 트, 트로츠키 동지? 하하하, 하직인사 드리고 떠난 이후로 수년만에 뵈옵니다. 카라코룸은 정말 좋은 곳입니다. 여기서는 말 위에 탄 채로 집필하지 아니하여도 되며, 마, 마루가 있는 방도 있고, 그리고, 그리고…”
“…신숙주 동지? 이 친구, 왜 맛이 갔는지 알겠나?”
“저 역시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김시습 동지, 자네가 또 고생해줘야 하겠네. 우선 조약 관련하여 세부 사항을 만질 우리 측 실무진이 부족해서 말일세. 그리고 여기서 루스의 정세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도 자네이고.”
그렇게 눈물 어린 해후를 마친 직후, 곧바로 김시습은 조약의 세부사항을 만지러 뛰어다녀야 했다.
동녕총관부의 명확한 관할권은 얼마나 되는가? 그곳에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들의 국적과 거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나선총관부의 영역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가? 루스를 넘겨받음으로서 소련은 몽골에 어떤 군사적 지원과 인프라 이용권을 제공해야 하는가?
해결할 문제는 많았다.
그와 동시에 에센 역시 당장 이뤄야 할 일이 많았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소식은 아마 들었겠지. 그대에게 미안하게 되었네, 총관.”
“아닙니다. 그저 카간께서 명하시는 대로 따를 뿐이니 부와 영광 또한 충성심이 가져다주는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곧 총관부 자체가 사라질 테니, 동녕총관부 총관 아락투무르의 지위 또한 붕 뜬다.
그 동안 조선과의 교역로 일대를 관장하면서 벌어들였을 수익이 꽤 클 터다. 그게 그를 정복사업에서 배제하는 대신 주어야 했던 이익이고.
그러면 아락투무르에게 다른 ‘부와 영광’의 원천을 가져다주는 것이 에센의 의무가 되리라.
“그대를 한동안 주치인 울루스 정벌의 선봉으로 세울 것일세. 그러나 그는 일시적인 지위에 불과하네.”
“그렇다면…?”
“루스가 소련령이 될 것이네. 아마 챙겨줘야 할 다루가치가 없으니 루스 방면의 무역은 어마어마하게 활성화될 것이네.
유럽 전선을 담당하며 인근을 통제하는 위정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수익을 보게 될지 짐작이 되는가?”
세계를 등뼈처럼 가로지는 무역로의 말단, 거기에 정복사업으로 넓어지는 영토.
“…그러니 유럽 전선의 ‘군관구장’ 및 ‘방면군 사령관’을 맡아 주게나.”
“그는 무슨 지위입니까?”
“그건… 차차 설명해주겠네.”
그렇게 동녕총관부와 관련한 이해관계도 어느 정도 다스려졌다.
세 나라의 내부 정리가 마무리되자, 더 기다릴 것은 없었다.
카라코룸의 도성 바깥, 카간의 화려한 오르도(Ордо, 카간의 천막, 일종의 이동식 궁정.)에 다시금 모두가 모였을 때 에센은 문관에게 비단으로 감싸인 두루마리를 펼치도록 명했다.
그 속에 한문으로, 몽골문자로, 그리고 영어로 각각 빼곡히 적힌 기나긴 문서가 나타난다.
“…조약서의 완성된 안이오. 혹시 빠뜨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시오.”
‘예케 몽골 울루스와 대조선국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맹은 본래 동등한 동맹으로서 그 우애를 두텁게 쌓아온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오늘날에 이르러 세 나라가 함께 서쪽의 오랑캐들과 맞서 싸우고 카간의 위권에 거스른 반역자들을 평정키로 맹약을 맺으니 그 내용을 전능하신 알라께서 보증하시…’
“…알라?”
“트로츠키 동지, 카간 폐하께서는 회교도이십니다.”
“아, 그렇군.”
비록 나이롱이기는 하다만.
세 사람은 완성된 조약문을 읽어 나간다. 만주의 영유권과 영역 획정, 루스의 범위 설정과 몽골을 향한 경제적 지원… 모두 합의한 그대로다.
카라코룸은 별다른 협잡이나 독소조항이 없는 것을 한참 확인한 뒤, 트로츠키와 신숙주는 각자 서명을 날인한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에센 역시 붉은 인주를 찍은 뒤 옥새를 쾅, 하고 찍어 넣는다.
“드디어 세 나라가 서로 간의 국경을 확고히 하고 천 년을 이어갈 굳건한 동맹을 명시화하였소. 이 어찌 경사스러운 날이 아니겠소?”
“그렇사옵니다, 카간 폐하. 조선국 예조판서 신숙주 또한 페하께 송축의 말씀을 올리옵나이다.”
아무튼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외교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미학적 수사들을 던진 뒤 회담은 마무리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모두에게 회담과 조약의 내용을 전달한 뒤, 금실이 수 놓인 게르의 한가운데서 트로츠키는 한숨을 내쉰다.
“료바, 무슨 일인가?”
그리고 그런 그에게 스피리도노바가 가까이 다가간다.
“왜겠나? 자네는 지정학적인 조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건가? 안 받는 것보다는 나으니 루스를 받았지만 만주와 루스라니! 유라시아의 끝과 끝에 달린 땅을 앞으로 어떻게 지배할지 걱정도 되지 않나?
…언제까지나 몽골제국이 제공하는 육상 교역로에 의존할 수는 없지 않겠나?”
속사포 같이 말을 꺼내던 트로츠키는, 마지막 문장만큼은 조심스레 속삭인다.
결국 몽골 또한 적당히 견제해야 할 또 하나의 대륙국가다. 언제까지나 그들을 믿고 의지할 수는 없을 터.
그러나 뭐 굳이 그런 사실을 언급하냐는 듯 스피리도노바는 코웃음을 친다.
“료바, 역시 그대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시야는 좁아지고 야망은 하찮아졌군. 안 그래도 옹졸하던 그 배포가 더욱 쪼그라들었으니 동료들의 실망이 몹시 크겠군.”
“허, 그렇게 치면 자네의 계획은 얼마나 굉장하기에?”
“나 말인가? 자네보다야 낫지 않겠나?”
몇 마디를 받아친 뒤, 스피리도노바는 아까 에센에게서 받아온 지도 사본을 펼쳐 보인다. 이제 만주와 루스는 지도상에서 소련의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푸르게 색칠된 바다처럼 거대한 영토, 몽골 제국이다.
“만일 육로가 가로막혀 있다면 말일세?”
스피리도노바의 손가락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양을 넘는다. 희망봉을 건너 대서양을 북상한다.
그리고 마주하는 레닌그라드.
“바다로 잇게나, 어리석은 동지여. 우리는 이미 인도네시아에 훌륭한 저탄소들을 건설하지 않았나?”
스피리도노바의 눈이 빛나고, 트로츠키는 헛웃음을 내뱉는다.
미쳤군. 정말 조선의 마을 하나에서 여기까지 와버렸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소련이여, 바다를 지배하라.
강철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한창, 혁명 전쟁이라는 표현이 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때가 있었다.
스피리도노바가 조선 관료들 간 업무 미루기의 환장 대잔치에서 에드워즈의 SOS 편지를 건져왔을 때, 그리고 오닌의 난이라는 바다 건너 대형 사건의 도래가 점차 가시화되었을 때였다.
그때는 마침 스피리도노바의 세계혁명에 대한 선언이 원산의 몇몇 열광자를 넘어서 보다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던 시기와 겹쳤다.
조선에서는 하위지를 비롯한 대신파의 ‘조선민족 생존권’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가시화될 시기, 대신파에게 체계적인 대중조직이라는 것이 건설되어가던 시기와 맞닿았다.
그러다 보니 제기된 질문.
“…세계 혁명이 좋기야 좋지. 그런데 혁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뭘 하긴? 바다를 건너야 하지 않겠나? 지금 육로로 붙어 있는 곳은 몽골밖에 없는데 몽골은 우방 아닌가?”
“바다를 건너려면 역시…”
“그렇지. 원산도 ‘그것’을 통해서 건국된 것 아니겠는가?”
장거리로 물자와 인력을 나르고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
외부 세계를 향한 열정이 드높아지면서 그 ‘무언가’에 대한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번 소비에트 대회에서는 역시 조선소 추가 건설의 안이 다시금 제시되었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로군요.”
바로 선박.
조선인들에게는 아직도 한양을 향해 진군하던 그 원산 군인들이 타고온 켈틱 2호가, 혁명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우리, 이미 중형 조선소 두 곳을 지어놓은 것은 다들 인식하는 거요? 작금의 상황에서 조선소를, 그것도 대형 조선소를 추가 건설하겠다니 심각한 자원의 낭비요!”
“그게 무슨 소리요! 대형 조선소에서는 대형 선박을 만들 수 있잖소! 더 큰 배! 더 많은 병기! 더 웅대한 원정군!”
“동의하오! 일본으로 혁명을 수출할 테니 대형 선박이 많이 필요할 거요! 조선소를 한 곳, 아니 다섯 곳은 더 건설해도 모자랄 거요!”
“우라!”
“우라! 우라!”
이어지는 탄성에 반대 목소리들이 묻히고, 한 사람의 독설만이 겨우 흥분의 도가니는 뚫고 나온다.
“그게 효율성과 뭔 상관이오?” 당신들! 대형 선박에 대한 그 집착, 거대한 남근에 대한 집착과 맞닿아 있는 거 아니오?”
“누가 정신분석학 하는 작자 아니랄까 봐 사고방식도 저열하군! 더 큰 배는 더 큰 혁명정신을 담고 있는 거 모르오?”
“이미 얘기 끝났어! 표결로 부쳐!!”
“표결로 부쳐라!!”
그렇게 90% 이상의 찬성으로 조선소 추가 건설안은 가결되었다.
심지어 조선에서의 반응 또한 반대파들을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혁명을 퍼뜨릴 것이라면 군병의 신속한 이동이 가장 중하니 마땅히 조선소 추가 건설은 뭇 공산주의자들이 환영해 마지 않을 기쁜 소식이다!”
경상도 상주 인근 어느 정치조직의 기관지에서도 위와 같은 사설이 올라갔었다.
“전하, 변방의 전란을 다스리며 오랑캐를 교화하는 데는 너그러움뿐 아니라 위엄과 강권 역시 필수적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외방의 변을 다스리는 데 가장 특효인 것은 그 위용을 통하여 먼저 적들을 제압하는 거대한 선박이 아니겠습니까? 부디 원산에 군선을 발주하게 하소서!”
“발주를 하게 하소서!”
거기에 조정의 신료들이 올린 연서명 상소에도 ‘증기선’과 ‘엔진’, ‘선적량’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원산에서 조선소를 짓는다 하지? 그런데 이를 조선땅에도 한 대 더 짓는다고 하더군.”
“그, 그렇다면 당연히 이곳 목포에다 지어야 하지 않겠나?”
조선 각지의 토호들이 품은 욕심들까지 가세한다.
모두가 더 거대한 선박, 더 거대한 선박을 지을 조선소를 갈구하느라 나라가 들썩들썩하였다.
전국 팔도가 혁명과 전쟁이라는 말에 미쳐 있었고, 그렇기에 이 급격한 개발 가속을 막을 제동장치 또한 없었다.
그렇게 마침내 조선소가 원산과 그 인근, 목포, 인천 등에 차차 건설되고 마침내 엣추를 향해 원정을 떠나는 트로츠키가 열광 어린 환송 속에서 출정식을 선언했을 때!
그때 부산에 몰린 인파와 그 함성소리는 현해탄 건너 일본에서도 보고 들을 정도였으리라.
허나 그렇게 모두의 기대를 받고 떠난 트로츠키는,
“돌아왔소!”
“…벌써?”
“…응?”
모두의 기대를 가혹하게 배신하고 만다.
누구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일본에서의 상황이 정리되고 만 것이다.
“어…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확전을 안 한단 말입니까? 일본 조정에서의 반발도 없었다는 말입니까?”
“이미 말하지 않았소? 일본에서의 갈등을 ‘중재’하고 ‘평정’할 뿐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병력을 보고서도 일본인들이 서로를 참살하는 데만 열중할 줄 몰랐습니다! 꼼짝없이 일본 66국을 모조리 ‘평정’하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공판, 지금 조선소에서의 선박 건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어느 곳도 쉬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 공조판서 이명민이 한숨을 쉬며 토로했듯 조선소란 조선소는 전부 가동에 들어갔다.
조선업에 필요한 숙련 노동자를 길러내고 배치하는 데 꽤 많은 공력이 들었다.
소련 내에서 사회 각계에 퍼져 있던 조선업 숙련공들을 모아 다시 직업 교육을 시작하고, 각 조선소에 배치하고, 인력 증대를 위해 더 많은 희망자들을 교육시키고….
이만큼 투자를 많이 했으니 낙장불입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내릴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더 이상 선박만이 문제가 아니다.
선박의 외벽, 격벽과 용골을 세우는 데는 강철이 필요하다. 고로 제철제강소가 이전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데리고 바삐 돌아갔다. 더 많은 용광로와 전로에서 쇳물이 흘렀다.
게다가 그 부품들을 만들고 조립할 금속 가공 관련 기술과 인프라 역시 빠르게 발전했다.
강철을 깎고, 구멍 내고, 구부리고, 매끈하게 하기 위해서 RMS 켈틱 1호의 선반실을 빌려야 했던 시절은 이미 고릿적처럼 느껴졌다.
그 뿐인가? 단순 범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선박의 심장과 혈관이라 할 수 있을 엔진 등 정밀기계들의 수요 역시 급증한다.
마침내 정미기(精米機)나 증기기관차를 지으며 점차 정교화, 대형화되던 엔진 기술이 그 꽃을 피웠다.
기계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윤활유 또한 필요하다. 몽골에서 굴러들어오는 석유만으로는 이제 택도 없다.
일본에서 고래기름을 구하기 위한 포경업이 갑자기 일어나는가 싶더니, 조선에서는 경화유를 공급을 위해 다시금 정어리 어업이 활성화된다.
당연히, 엔진에 먹일 석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끄아아아악! 할당량이 1할 늘다니 너무하잖소?”
“자네 이름이… 한명회? 자네, 자네의 주군은 오장육부가 한양 시내에 덜렁덜렁 매달렸었다네?”
“아, 갑자기 근로의욕이 샘솟소이다! 1할이 뭐요? 2할, 3할도 너끈하오!”
그 덕에 훈춘 탄광의 어느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죄수는 울부짖어야 했고.
어차피 탄광업이 정상화되며 죄수 동원의 필요성이 없어졌으나 일벌백계용으로 남은 인간 토템들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조선업 같이 규모가 거대한 중공업은 국가 산업의 거의 전 분야와 연결되어 있다.
그 모든 산업들이 조선업에서의 폭증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마찬가지로 팽창해버린 상태다.
이전부터 천천히 축적되어가던 기술과 인프라들, 원산에서 벌써 십수 년째 묵혀가고 있던 전문인력들의 재발굴, 각 정치세력들의 수사와 선전, 그리고 그에 부응하는 조선과 원산 인민들의 열광까지.
모든 요소들이 마치 꼭 맞는 퍼즐처럼 들어맞아 단 몇 년만에 어마어마한 진전을 일궈내 버린 참이다.
“…돌이켜보니 과연 필요한 진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게르마닉 호 같은 것을 자기 손으로 세워보고 싶다는 소원을 성취한 이명민은 그래도 만족스러운 티가 역력했다. 나라 경제를 뒤흔들어 놓고도 자기 욕심 채워서 좋다는 그 놀라운 인격과 담대함.
허나 공조판서였던 그와 함께 공조하여 조선업 발전에 박차를 가했던 산업인민위원 마이어는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