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56
마르코르기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적장을 다 잡아 놓고서 풀어 주다니. 포기하고 죽으러 간 적장에게 죽음도 주지 않다니, 메흐메트란 작자도 악랄하지 않은가?
이내 몽골 군영에 도착한 그는 포박되어 카라코룸으로 압송되었다.
그는 죽지 못했다.
* * *
소련으로 다시금 전해진 비보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잘게 쪼개진 전신들을 모아 타자기로 옮겨 친 내용이 곧 유자광의 책상으로, 다시 회의실의 원탁으로, 각국 조정과 언론사로 흘러들어 간다.
“몽골이, 다시 패배했습니다.”
트로츠키의 공식 발표와 함께 일반인들 역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10만 명을 데리고 갔는데 패배했다지?”
“1만 명이 죽었고, 다시 2만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하네.”
“현 카간보다도 태상황이 된 에센이 더욱 진노하였다 들었소.”
“허면 그 장수에게는 도당체 어떠한 처분이 내려질지 도무지 저는 미루어 알지 못하겠습니다.”
모두가 흔들렸다.
하나둘씩, 생각지도 못했던 가능성을 점차 입 밖으로 내뱉기들 시작한다.
“혹시라도… 몽골이 패배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지금 블레어의 말에 모두가 얼어붙은 것처럼.
“…악몽이지.”
트로츠키는 조용히 블레어의 말에 답한다.
몽골이라는 단일 제국은 어떻게 보면 딜레마다.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제외한 유라시아 대부분이 하나의 정치체로 통합되어 감에 따라 소련이 대외 정책에 들일 노력은 반의반으로 줄었다.
분명 위협이 될 만큼 거대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그 광대한 영역에서 역사 발전의 방향을 움직여 나가기에 편리할 만큼 거대하기도 하다. 하나의 창구와 소통해서 수백 개 문명의 움직임을 틀어 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만일 몽골 제국이 무너진다면.
유럽과 아라비아부터 중국과 만주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물류망이 붕괴한다면.
그리하여 그들이 통합해 놓은 수많은 정주 문명들의 경제 권역과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던 생산력의 발전이 후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사의 퇴보가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카간이 위협받았고, 이제는 10만 대군이 패배하였다 합니다. 피해 규모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작을 듯하지는 않습니다.”
“몽골이 패배해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아니, 몽골이 붕괴하기라도 한다면….”
소련 정보총국의 국장으로서 유자광이 근황을 정리하자 보건인민위원으로 나선 노먼 베순이 캐묻다가 말끝을 흐린다. 트로츠키가 한숨을 쉬며 그 질문에 대신 답한다.
“이 정도 참패의 연속이라면, 분명히 가능한 일일세. 카간의 권위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테니.”
잠시 침묵.
“‘결단’을 내려야 하오.”
그 속에서 이홍위가 조용히 말을 얹자 고민하던 모두가 유자광을 바라본다.
“소련 정보총국에서 분석한 바로는… 그러한 ‘결단’을 위해서는 약 3개월 정도가 필요합니다.”
“3개월? 생각한 것보다 빠르군.”
“전장이 아닌 지역들에는 꽤나 공들여 통신 장비들을 배치해 놨으니까요. 라디오 방송으로도 일시에 알렉산드리아부터 이스탄불까지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시간이 반의 반의 반으로 줍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군.”
“신중히들 보셔야 할 테요. 이탈리아나 유럽처럼 곳곳에 안정적으로 첩보망을 구축할 상황이 아니오. 양측에만 수십만이, 전장만 해도 조선의 몇 배 크기나 되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소. 부족한 정보로 움직였다가 무슨 결과가 날지는….”
빠르게 쪽지가 오가고 타자기 소리가 요란해진다. 인민 위원들의 말소리가 빨라진다.
“그럼.”
그리고 그 논의들이 잦아들자 트로츠키가 정리한다.
“일단은 시행해야 하겠네.”
몇몇은 불만스럽거나 의문에 차 있고, 몇몇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트로츠키는 문서에 서명을 하고 신숙주에게 넘긴다.
신숙주도 수결을 남긴 뒤 이홍위에게, 이홍위는 다시 이고납합에게, 이고납합은 스피리도노바에게, 스피리도노바는 다시 유자광에게 넘긴다.
소비에트 연맹 각국 원수들과 연맹 외교 총책들의 서명이 남겨진 문서.
유자광은 그 종이 한 장을 내다보고는 침을 꿀떡 삼킨다.
여기에 서명을 남기면, 정말 돌이킬 수가 없게 되는데.
망설이고 있자 모두의 시선이 유자광에게로 쏟아지니 그도 별수가 없다.
도장을 쾅 하고 찍는다.
‘결단’이 내려진다.
* * *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성과였네.”
10만의 대군을 이끌고 적 군주를 잡으러 갔다가 패배하고 돌아왔다. 사령관은 죽음의 위기 끝에 겨우 살아나 목숨만 건져 왔다.
그리고 에센은 그의 보고를 들으면서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일컫는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엿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위에는 오직 태상황과 그의 신변 안전을 위한 금군 몇몇, 그리고 마르코르기스뿐.
“병력 피해가 1만 2천 정도라니 나쁘지 않군. 나는 2만에서 3만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러면서 수도의 여러 황자들이 퍼뜨리는 악소문을 종식시킬 만큼은 처참한 패배를 겪었다니 이쯤이면 훌륭하네.”
1만 2천이라는 숫자를 정말 그저 숫자로 넘기고 웃을 수 있는 냉혹함이란 어떤 것일까?
마르코르기스가 그런 데 신경 쓰는 다정다감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에센의 차가운 눈빛이 어쩐지 서늘하게 느껴졌다.
사실 10만 명을 다 잃었더라도 에센에게는 감당할 만한 피해였을 것이다. 애초에 새 카간의 권위를 세우려고 시작한 전쟁이니, 모든 것을 잃더라도 왕조의 안정성만 남기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거기에 정복 전쟁을 슬슬 마무리 지으려는 에센의 기조를 보면 이제 병력은 곳곳에 흩어진 정주 민족들의 혹시 모를 반란을 예방하고 진압할 정도면 충분하다. 이 정도 병력 소모는 불안 요소의 청소일 수도 있었다.
뭔가 골몰히 생각하던 에센은 잠시 고개 숙여, 모든 무장을 해제당한 채 무릎 꿇은 마르코르기스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옛 황자의, 제 조카의 모습을 뜯어본다.
“그러면 내가 이제 자네를 어찌해야 할까?”
대외적으로는 패장(敗將), 이전 왕조의 잔재, 태상황의 조카이자 현 카간의 사촌.
극비리로는 카간을 위한 희생양.
“제가 한 말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해 주게.”
“죽이심이 옳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여태껏 차갑던 에센의 눈빛이 약간 흔들린다. 에센은 빠르게 표정을 바꾸지만 마르코르기스는 그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읽었다.
더 말을 이어 간다면 태상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는 옛 시대의 잔재이고 심지어 카간 폐하와 태상황 폐하의 크나큰 약점을 쥐고 있는 사람입니다. 죽임이 옳습니다. 그러니 태상황께서 제 주위에 심어 두신 장수들 역시 제 돌격을 막지 않은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심은 사람들이 말인가?”
에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옆에 있던 금군에게 무언가 속삭이니, 곧 이어 발언자가 둘뿐이던 이 고요한 전각에 새로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니 그때 자신의 자살을 말렸던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
“보로클, 마르코르기스의 죽음을 유도했나?”
“아닙니다. 다만 사령관께서 직접 사지로 들어가시기에….”
“그때 제지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을 가져오게.”
“알겠습니다.”
마르코르기스가 그 모습을 떨떠름하게 지켜보자 에센은 한숨을 쉬었다.
“카간 폐하와 나의 뜻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으니 어찌할 수 있겠나?”
카간은 마르코르기스가 죽길 바랐다. 에센은 아니고.
그렇다면 방금 명단을 요구한 것도 아들인 호루크다슨이 심은 첩자를 솎아 내는 작업일 테다.
그제야 메흐메트 2세가 왜 자신을 살려서 곱게 몽골로 돌려보냈는지 알았다. 단지 국외에 있는 것보다도, 내부에 그가 살아 있는 것이 예케 몽골 울루스에는 훨씬 치명적이었다.
그를 공공연히 죽인다면 황금씨족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살려 둔다면 패장을 죽이지도 못하는 무능한 카간에 대한 의심이 비져 나올 것이다.
“잘 듣게. 나는 자네를 살릴 걸세. 어차피 내가 죽으면 자네는 반드시 카간의 손에 죽겠지. 이번 일을 맡았든 맡지 않았든 결과는 똑같았을걸세. 앞으로 몽골에서 자네의 수명은 오래 남지 않은 셈이야.”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분명 꺼림칙할 거란 걸 아네. 하지만 들어 보게.”
카간은 고민 끝에 말했다.
“소련으로 망명하게.”
“받아 줄지 모르겠습니다. 카간 폐하께서 저의 죽음을 바란다면….”
“내가 자네의 죽음을 바라지 않네.”
카간은 마르코르기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자네의 죽음을 막겠네.”
마르코르기스가 잠시 고민하자 카간은 말을 이어 간다.
“내가 네 아버지를 죽였다. 원망하나? 아직도 카간위를 되찾기를 바라나?”
마르코르기스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할 때가 아니란 걸 알았다.
“저는 너무 어렸습니다. 부황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뒤의 질문은… 욕심도 있었지만, 이제는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떠나게. 몽골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게. 그리고 살아남으면 그것으로 되네.”
에센은 그리 말하고는 힘에 부치는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내 아들이, 여동생의 아들을 죽이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
언제 카간 폐하가 보낸 살수가 접근할지 모르니 빠르게 도망치게. 만주와의 국경만 넘으면 어떻게든 될 터이니. 내 에드워즈 수상이나 소련 대사와도 이야기해 두겠네. 카간 폐하도 어떻게든 설득해 보겠고.”
“…감사합니다.”
“자네가 그동안 애써 준 데 비하면 하찮은 보상일세.”
복잡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차갑게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한 마음으로 마르코르기스는 태상황의 거처를 나섰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곧 소련에서는 몽골의 거물 황족이 망명했다는 소식이 헤드라인을 채웠다.
그리고 이 사실은 소련 지도부의 선택에 더 큰 확신을 안겨 주었다.
‘결단’은 필요했다.
소련은 전쟁에 개입한다.
천하대세 분구필합 (1)
오스만과 몽골 사이의 전쟁은 그렇게 소강 상태로 흘러갔다.
현 카간의 사촌이기도 한 맹장 마르코르기스가 파디샤에게 두 번째 승리를 안긴 뒤 만주국으로 급히 망명해 올 정도로 몽골의 정치적 상황은 흉흉한 듯하였다.
기묘하게도 마르코르기스의 패전과 망명에 대한 비난 여론, ‘비겁한 도망자’이자 ‘반역자’ 마르코르기스의 처우를 둘러싼 소련과의 소통 문제로 몽골 내부에서 카간의 패배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갔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몽골군이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심지어 패배한 마르코르기스도 페르시아 서북부 일대를 장악하는 등 곳곳에서 몽골의 점령지는 늘어 갔다.
그러나 결정적인 승리 또한 없었다.
오스만과 몽골은 서로에게 적당한 피해만을 입힌 채 적당히 일승일패를 반복했으니, 오스만국 역시 대단한 손실이 없었음은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만 간다면 군세가 달리는 오스만의 패배로 승부가 기울어 가겠지만, 곳곳에서 파디샤의 친정군이 활약하면서 판세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지루한 교착이 이어진다.
승부는 결딴나지 않고, 몽골의 국내적 불안은 점차 가중된다. 반대로 세계 최강국과 대등하게 싸우는 오스만의 파디샤는 권위가 날이 갈수록 치솟는다.
물론 언제나 양면 전선을 두려워하던 오스만국으로서도 장기전은 불리했지만, 몽골이 제때 흔들려 주기만 한다면 메흐메트 2세에게도 희망은 있다.
카간의 형제들이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는 한, 그들이 일제히 야심을 버리거나 모조리 숙청당하지 않는 한 오스만 제국에도 승리의 기회는 언제나 존재했다.
만일 다른 황자들을 견제하는 태상황이 갑자기 몸져눕기라도 한다면, 다시 한번 카간이 한 번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결국, 본질은 초 재기였다.
언제, 어느 제국의 불안 요소가 터지느냐의 싸움이었다.
“일단 저희의 작전이 제대로 진행되기만 한다면… 전쟁의 향방은 소련의 의향대로 결정될 겁니다.”
“지금 작전의 진행 상황은 어떻나?”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한… 6개월 안에 밑 작업들이 대강 끝날 겁니다. 급히 진행한다면 3개월 안에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알아 두겠네. 너무 서두르지 마시게. 실수 없이 제대로, 확실하게 수행돼야 하니. 일단 시작했으면 돌이킬 수도 없는 작전이란 걸 명심하게.”
“알겠습니다, 트로츠키 동지.”
주치의에게 가벼운 산책을 권유받은 뒤, 트로츠키는 이렇게 해안 산책로를 걸으면서 보고를 받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다.
유자광은 트로츠키의 구보 속도에 맞춰 걸으며 서류철을 닫고 한숨을 쉰다. 지난 이탈리아에서의 작전들보다 규모는 크고, 제반 자원들은 훨씬 덜 갖춰진 작전이다. 그 난이도 면에서든 중요성 면에서든 압박감이 대단했다.
몽골―오스만 전쟁 문제만으로도 벅찬 그에게 트로츠키는 한 가지 과제를 더 상기시킨다.
“아, 그리고 마르코르기스에게서 몽골 국내 정보는 캐내고 있나?”
최근 만주국의 국경을 넘어와 화제가 되었던 망명자.
말도 안 되는 거물급 인사이기도 하거니와, 한창 몽골 제국의 향방에 대해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던 차라 그는 온 소련 인민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다.
이고납합은 몽골로부터 독립한 나라에서 옛 몽골 황자를 데리고 있는 데 난색을 표했으니 급히 원산으로 옮겨 와 이런저런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당연히 그 조사와 신문은 소련 정보총국의 담당이다. 정보총국의 국장으로서 유자광은 트로츠키에게 지금까지의 현황을 보고한다.
“입이 아주 자물쇠라도 채워진 것 같습니다. 무슨 수를 써도 답을 내놓지를 않으니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건져 낸 건 있지 않겠나?”
“황자들의 불온한 움직임에 대한 태상황 에센의 견제 같은 것들은 저희가 예측한 대로인 듯합니다. 에센이 몽골 제국의 분열을 이리저리 막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개괄적인 사항 말고, 보다 내밀한 부분은….”
“입도 뻥긋 안 합디다.”
트로츠키는 유자광의 말에 신음성을 낸다.
“무슨… 도망자 주제에 충신 놀이라도 하는 건지, 원 참.”
“머지않아 입을 열 겁니다. 에센 칸이 특별 대우를 해 달라며 연락도 해 오지 않았습니까? 아마 그에 대한 충정 때문이라면 에센 칸이 곧 노사(老史)할 때….”
“이보게. 내가 조선 나이로 몇 살인 줄 아나? 80대 중반일세. 내가 먼저 죽겠나? 에센이 먼저 죽겠나?”
“아….”
“기억하게. 나 얼마 안 남았네.”
트로츠키는 괜히 헛기침을 삼킨 채 다시 걷는다. 슬슬 어슴푸레 달이 떠오르는 시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의 산책길을 누가 막아선다.
“유자광 동지! 여기 계셨군요! 급보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나, 남경으로부터의 급보입니다!”
남경.
해당 지명과 연관되어, 소련 정보총국에서 저렇게 발로 뛰어올 이슈는 하나밖에 없다.
“개전입니다! 남조의 성화황제가 북조에 대한 토벌령을 내렸습니다!”
* * *
북경의 자금성은 애초에 태종 영락제가 북경으로 천도하면서 남경의 황궁을 모방해 건축한 것이기에, 이런저런 개축을 거친 부분들을 제하면 그 구조와 형태가 대부분 일치했다.
그저 위치만이 다를 뿐이었다.
북경에 있느냐, 남경에 있느냐.
그리고 사소한 사실 하나 때문에 천순제는 죽을 때까지 이곳을 집으로 여기지 못했다. 이 황궁은 언제나 비참하고 비루한 유배지, 그의 실패를 상징하는 변방이었다.
“짐은 태자 시절부터 지난 20년 동안 저 역적 무리들을 북쪽에 이고 살아야 했다! 저들이 영종 폐하를 몰아내고 기만하여 천자를 참칭한 지가 20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