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22
824화
강진은 아저씨에게 소주를 따라 주었다.
쪼르륵!
잔에 따라진 소주를 보며 아저씨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지갑에서 돈 좀 꺼내서 애 엄마한테 줬지. 이거 줘서 친구들하고 술이나 마시고 오게 하라고. 그런데 안 나가는 거야. 그냥…… 미안하다고…….”
한숨을 쉬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던 아저씨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그냥 아빠 따라 일이나 하자고 했는데…… 그러지 말아야 했어.”
“왜요?”
“그 애 꿈이 소방관이었거든.”
말을 하던 아저씨가 입맛을 다셨다.
“아빠가 돼 자식 꿈에 초를 쳤으니……. 그리고 가장 힘든 건 저놈이었을 텐데 말이야. 그냥…… 그때 다음에 다시 잘하면 된다고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자식에게 ‘저놈’이라고 말을 하는 아저씨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 말에 담긴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 것이었다.
아빠가 자식의 꿈을 망치고 싶어서 그랬겠는가. 그저…… 자식이 힘들어하니 다른 길을 말했을 뿐이었다.
“웃기지 않아?”
“뭐가요?”
“소방관이 외국 가서 불을 끌 것도 아닌데…… 왜 영어가 필수냐고. 다른 공무원 시험도 그래. 공무원이 외국인 만날 일이 몇이나 된다고? 외교부 쪽이나 영어 하면 되지, 무슨 소방관하고 동네 동사무소 직원들 뽑는 데 영어를 그리 봐.”
입맛을 다시는 아저씨를 보며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맞는 말이지만…… 틀린 말이기도 했다.
‘응시자가 너무 많으니까요.’
응시자가 적다면 영어를 안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응시자가 많으니…… 영어도 넣고 한국사도 넣고 하는 것이다.
영어는 붙이려는 것이 아니라 떨어뜨리기 위한 과목들이었다.
아저씨의 아들이 절박한 것처럼 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젊은이들은 다 절박했다.
그들에게는 이 시험이 취업난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나이 든 자식 뒷바라지해 주는 부모님과 가족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말이다.
‘꿈이 공무원이 되어 버린 이 사회가 문제인 거지.’
강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아저씨에게 말했다.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이거면 됐어. 그리고 저 녀석들 밥 순식간에 먹는 편이라서 곧 있으면 일어나야 하고.”
말을 하며 아저씨가 홀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도 홀을 보았다. 아저씨 말대로 청년들은 빠르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한 손으로는 태블릿을 보면서 말이다.
“늘 저렇게 먹어요?”
“밥 먹는 시간에도 책 보는 것이 고시생 생활이니…… 빨리 먹고 공부하러 가는 거지. 저런 거 보면 참 애들이 고생해.”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시 생활을 한 적은 없지만, 강진도 밥은 빨리 먹었다. 그래야 일을 하니 말이다.
청년들을 보던 강진은 냉장고에서 매실액을 꺼내 컵에 따르고는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러고는 수저로 저은 뒤 매실액을 작은 병에 따라 담았다.
강진은 매실차와 병을 들고 홀로 나왔다. 보니 청년들은 어느새 음식을 다 먹고 입을 닦고 있었다.
“이거 한 잔씩들 해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잔들을 친구들에게 한 잔씩 돌렸다.
“식사를 빨리 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뜨겁게 탔어요. 후후 불면서 천천히 마시면서 공부해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작은 병을 내밀었다.
“이건 매실액이거든? 가져가서 따스하게 타서 마셔. 속에 좋아.”
강진은 쟁반을 가져다가 음식 그릇들을 치워 주었다. 편하게 책 꺼내서 보라고 말이다.
그릇들을 정리해 주방으로 가져간 강진은 아저씨가 허겁지겁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고는 웃었다.
“내일 저 친구들 시험 끝나고 오면 더 맛있는 음식 해 드릴게요.”
“아이고! 그럼 정말 고맙지.”
아저씨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좀 밥을 먹었는데, 이 녀석이 서울에 공부하러 오고 나서는 뭘 먹을 수가 있어야지.”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준비를 좀 해 드릴게요.”
“양평 해장국 할 줄 알아?”
“양평 해장국이라…… 양평 해장국하고 똑같지는 않겠지만 제가 선지 해장국은 좀 할 줄 압니다.”
“그래?”
“제가 전수를 제대로 잘 받았거든요.”
선지 해장국 명인 오순영 여사에게 정식으로 전수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럼 선지 해장국에 소 내장 골고루 넣어서 준비 좀 해 줘. 내가 그거에 소주 한잔하는 거 좋아하거든.”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웃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한잔하겠구먼. 하하하! 아, 나 최고진이라고 해. 저기 좀 싸가지 없는 놈이 내 아들 최창수고.”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홀을 보았다. 청년들이 매실차를 후후 불며 책을 보는 것에 강진이 소주를 하나 더 까서는 놓았다.
“보니 좀 앉았다 갈 것 같습니다. 한 잔 더 하세요.”
“그래?”
“빨리 드시고 싶은 거 하나 말씀하세요. 제가 금방 해 드릴게요.”
“여기 반찬들 좋던데…… 아! 오징어 젓갈 맛있어 보이던데 그거 좀 줘.”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에서 오징어 젓갈을 꺼낸 뒤 거기에 참기름과 마늘, 고추를 썰어 비벼 놓았다.
오징어 젓갈은 만들어진 것을 사서 쓰고 있었는데, 강진이 한 번 만지작거려야 귀신한테는 더 맛있으니 말이다.
강진이 오징어 젓갈을 주자, 최고진이 젓가락으로 젓갈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군.”
“실제로 먹는 것보다는 못해도 저승식당 사장 손맛이 들어가서 먹을 만하실 거예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은 홀로 나와 몇 테이블 남은 손님들을 상대했다.
“형, 맛있게 잘 먹고 가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년들을 보았다.
“내일 하루 파이팅 하세요. 여한이 없게요.”
강진의 말에 청년들이 고개를 숙였다.
“잘 먹고 갑니다. 그리고 내일 파이팅 할게요.”
“그래요. 그리고 내일 시험 끝나면 저희 가게로 오세요. 제가 내일 한잔 살게요.”
“아니, 형 그래도 그건 아니지. 오늘 점심도 무료로 줬는데.”
“앞으로 사람들 많이 구하고 도우라는 의미로 살게. 부담 갖지 말고 내일 꼭 와.”
그러고는 강진이 손을 흔들었다.
“가라. 가서 공부하고 일찍 자.”
“그럼 갈게요.”
최동해가 청년들과 함께 몸을 돌리자, 강진이 그들을 보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가게 안에서는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몸이 입구 쪽으로 끌려갔다. 아들하고 거리가 멀어지니 저절로 그쪽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아이고야! 그럼 나 잘 먹고 가! 내일 보자고!”
손을 흔드는 아저씨가 문을 뚫고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다가 입맛을 다셨다.
“다들 잘 됐으면 좋겠네.”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던 강진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모두 다 잘 되기를 바라는 것……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시험이라는 것이 누군가 잘하면 누구는 잘 못하게 되는 일이니 말이다. 누구나 잘 되기를 바라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아는 사람, 그리고 친한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동해 잘 됐으면 좋겠네.”
어쨌건 이번 소방관 시험에서 가장 친한 건 최동해이니, 강진은 그를 응원했다.
***
강진이 저녁 장사를 준비하기 전에 황민성이 김성수와 함께 가게에 들어왔다.
“형.”
강진이 맞이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우리 아기들 사진 찍어 왔다.”
황민성이 핸드폰 앨범을 보여주자 강진이 웃으며 사진 속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고 이 작은 손 봐.”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입 쩌억 벌리고 하품하는 거 보면 아주 인형이야. 인형.”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김성수를 보았다.
“주방에 음식 할 준비는 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손을 씻으러 가자 황민성이 말했다.
“형도 같이 할 거야.”
“형도요?”
“나중에 이슬 씨가 아버님이 해 준 음식만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 그래서 형도 오늘은 한 손 거들려고 왔어.”
“그럼 형수님은 혼자 계세요?”
“어머니하고 같이 계셔.”
대답을 하던 황민성은 김성수가 들어간 화장실에 따라 들어갔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강진은 핸드폰에 있는 사진들을 보았다.
“귀엽네.”
강진의 말에 이혜미와 귀신들이 다가와서 같이 사진을 보았다.
“정말 너무 귀여워요.”
“입 벌리는 거 봐.”
“이거 동영상이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동영상을 틀었다. 동영상 속 아이는 입술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던 강진이 웃었다.
“빨리 직접 봤으면 좋겠네요.”
“근데 요즘은 아이들 다 병실에서 따로 케어하니 지금 가서 봐도 되지 않아요? 어차피 직접 만지는 것도 아니고 유리창 너머로 보는 건데.”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며칠 있다가요. 지금은 형수 푹 쉬는 것이 좋죠.”
강진과 귀신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김성수가 홀로 나왔다.
“시작하지.”
“형수가 따로 먹고 싶다고 했던 게 있었나요?”
강진의 물음에 김성수가 말했다.
“고등어구이가 먹고 싶다고 하더군.”
“고등어라…… 짜면 안 되니 쌀뜨물에 좀 담가서 소금기 좀 빼고 하면 좋겠네요.”
“그리고 미역국은 민성이가 할 걸세.”
“형이요?”
“나도 하는데 민성이라고 못 하겠나.”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황민성이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나왔다.
“아버님 이제 시작하시죠.”
“쌀부터 씻어야 하네.”
“알겠습니다.”
황민성과 김성수가 주방에 들어가자 강진이 쌀과 재료들을 꺼내 놓았다.
“그 정도면 됐네. 자네는 나가 보게.”
“저 없으셔도 되겠어요?”
“나도 몇 번 해 봤으니 내가 알려 주면 되지 않겠나.”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그와 황민성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고등어만 알려 드릴게요. 쌀뜨물에 고등어 한 십 분 정도 담가 두셨다가 키친타월로 물기 닦아 내셔서 한쪽에 좀 두세요. 물기 좀 날아가면 구워야 하니까요.”
“알겠네.”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살짝 말했다.
“보다가 이상하면 말해 줘.”
“알았어.”
배용수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을 나섰다. 그와 거의 동시에 김성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쌀뜨물이 필요하니 한 번 씻고 두 번째부터는 따로 여기에 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역은 물에 담가야지. 쌀을 너무 힘줘서 씻지 말게. 표면에 상처가 나면 좋지 않아.”
주방에서 김성수의 목소리와 함께 덜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어르신도 잘 못하시면서…… 지시하는 건 숙수 급이시네.’
강진이 속으로 웃을 때,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이 주방을 보았다.
“이슬 언니 너무 좋겠다.”
강진이 보자 강선영이 부럽다는 듯 주방을 보았다.
“아버지하고 남편이 이슬 언니만을 위해 음식을 하고 있잖아요.”
강선영의 말에 임정숙이 주방을 보다가 작게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런데…….”
“왜?”
강선영이 보자 임정숙이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해 준 음식이 가장 좋죠.”
임정숙의 말에 이혜미와 강선영이 입맛을 다시며 주방을 보았다.
“그건…… 또 그러네.”
어머니가 있었으면, 출산한 딸을 위해 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없으니 김성수와 황민성이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러네요.”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을 보았다. 아버지와 남편에게 사랑을 받는 김이슬이지만…… 어쩌면 그녀가 가장 축하 인사를 받고 싶었던 건 바로 어머니였을 것이다.
“우리 딸 축하해. 우리 딸이 이제 엄마가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