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74
875화
“그냥 같이 삽시다.”
최광현의 말에 라면을 먹던 아가씨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지는 못하지만, 최광현은 그녀에게 마저 말했다.
“지박령이라 여기에서 못 벗어난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도 같이 살면서 동거를 한 셈이고.”
“동거는 무슨!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깜짝 놀란 아가씨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최광현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니 말을 이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가씨 말대로 내가 그쪽 집에 밀고 들어온 격이고…… 그러니 집에 있어요. 아! 다음부터는 저 밥 먹을 때 같이 먹어요.”
“같이?”
“반찬은 딱히 없겠지만, 내가 밥 두 그릇 먹는다 생각하고 두 공기 떠 놓을 테니 같이 먹어요. 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적어 놓으세요. 아침에 적어 두면 집에 올 때 재료 사 가지고 올게요.”
“그건…… 아니, 내가 어떻게 글을 적어?”
아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귀신이 잡을 수 있는 연필이 있거든요.”
“정말?”
“그럼요.”
그러고는 강진이 최광현을 보았다.
“그런데 형 괜찮겠어요?”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된 거 그냥 서로 방 빌려 쓴다 생각하고 같이 살아야지.”
최광현은 강진이 바라보았던 곳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디 가지도 못하시는데 나 있다고 집 밖에 있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안 무서워요?”
처음에 귀신을 봤을 때는 그렇게 무서워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귀신하고 같이 살자고 하니 말이다.
“호철 형하고 다른 경찰 귀신들하고 어울리다 보니까 이제 귀신이라고 해도 좋은 형들 같아.”
최광현은 다시 아가씨 귀신이 있는 곳을 보았다.
“제 방에만 들어오지 마세요.”
“방에 뭐가 있길래? 무슨 금덩이라도 숨겨 뒀어?”
강진이 말을 전해 주자, 최광현이 당황한 듯 급히 말했다.
“그건…… 수사 자료가 있어서 그래요.”
“수자 자료?”
최광현은 주머니에서 목에 거는 신분증을 꺼냈다.
“제가 경찰에 몸을 담고 있거든요.”
“아……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는 아가씨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마저 식사하세요.”
아가씨 귀신이 다시 라면을 먹기 시작하자 그것을 보던 강진도 라면을 먹었다.
라면을 다 먹은 강진이 설거지를 할 때, 최광현이 노트와 연필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이게 귀신이 잡을 수 있는 연필이에요. 쥐어 보세요.”
최광현이 연필을 내밀자, 아가씨 귀신이 손을 내밀어 연필을 쥐었다.
스르륵!
그에 연필이 허공에 떠오르자 아가씨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세상에…….”
그런 그녀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우리 가게 오면 좋을 텐데 지박령이라 어렵겠네.”
“가게 가면 뭐 달라?”
“우리 가게 오면 많이 다르지. 귀신들 오는 식당인데 일반 식당 같겠어?”
배용수의 말에 의아한 듯 그를 보던 아가씨 귀신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데 왜 나한테 반말해?”
“너도 반말하는데 내가 존대해 주기를 바라는 거야?”
“그래. 너도 반말해.”
“이미 하고 있거든?”
피식 웃은 배용수가 아가씨를 보았다.
“그런데 교통사고면 밖에서 죽었을 텐데 왜 여기에 묶여 있는 거야?”
“그걸 알면 내가 왜 여기에 있겠어.”
“하긴 그것도 그러네.”
둘이 대화하는 사이 설거지를 마친 강진이 아가씨 귀신을 보았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너도 말 편하게 놔.”
배용수와 한 말이 있어서인지 아가씨 귀신이 말을 놓으라고 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럴까? 나는 이강진이고, 여기는…….”
“최광현이잖아.”
“아네?”
“택배하고 공과금 고지서 날아오잖아.”
아가씨 귀신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종이 하나 줘.”
아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최호철이 들고 있는 다이어리를 받아 밥상에 놓았다. 그에 아가씨 귀신이 연필을 쥐고는 글을 적었다.
아가씨 귀신이 적은 글에 강진은 피식 웃었고, 최광현은 얼굴을 붉혔다. 자기 방만 생각을 했지, 샤워하고 나왔을 때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게…… 남자 혼자 사는데 누가 옷을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나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혼자 사는데 누가 샤워하고 습기로 가득 찬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겠는가.
보통은 알몸으로 나왔다가 물기가 좀 사라지고 난 뒤 옷을 갈아입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광현은 앞으로 화장실에서 옷을 입고 나와야 할 것이었다.
“알았어. 나올 때 옷을 꼭 입고 나올게.”
최광현의 말에 채송화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은 비빔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자신의 차가 있는 학교 주차장에서 강진은 최광현에게 향수를 꺼내 주었다.
“혹시 모르니까 형이 아침마다 한 번씩 뿌려 주세요.”
“내가?”
“송화 씨 성격 보니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사람이 있는 곳에서 연필이나 향수 들고 다니면 안 되니까요.”
“우리 집에 사람만 안 들이면 상관없겠지.”
“그런데 자취하면 여자친구 집에 들이고도 싶을 텐데 정말 괜찮겠어요?”
“여친 없으니…….”
말을 하던 최광현이 입맛을 다셨다.
“괜찮은데 괜히 슬프네.”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나라에서 월급 받는 직장인인데 여자친구도 생길 거예요.”
“그래야지.”
“그런데 월급은 얼마나 나와요?”
강진이 궁금한 듯 묻자, 최광현이 웃었다.
“꽤 나와.”
“그래요?”
“거기에 사건 하나 해결할 때마다 성과금도 나와서…… 후! 어지간한 대기업 직장인 부럽지 않아. 저번 달에는 사건 여럿 해결해서 보너스도 받았다.”
“그럼 이번 기회에 정식으로 입사하지 그래요?”
“그건 좀 보고. 나중에 더 좋은 기회 올지도 모르잖아.”
“하긴, 형은 능력 있으니까요.”
“능력은 무슨…… 호철 형 덕 보는 거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다시 한 번 괜찮겠냐고 묻는 강진을 보며 최광현이 잠시 있다가 피식 웃었다.
“원래는 내보내려고 했어. 남자 귀신도 아니고 여자 귀신하고 같이 사는 거니까.”
최광현은 주차장을 오가는 학생 중 여학생들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송화가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들으니 안쓰럽더라고.”
“그래요?”
“그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텐데…… 비빔 라면이지만 그것도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들으니 내보낼 수가 없더라. 귀신도 사람하고 같잖아. 그리고 그 여자도 집에 있고 싶어서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보내.”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하셨어요.”
“빨리 승천하기를 바라야지.”
이야기를 나눈 최광현이 강진을 보았다.
“그럼 가라. 형 집에 가서 할 일 있다.”
“집에서 뭐 하시게요?”
“송화 심심할 거 아니야. 내 방에 있는 TV 거실로 옮기려고. 하루 종일 할 것도 없을 텐데 TV라도 틀어 놓으면 그거라도 보고 있겠지.”
“거실로 옮기면 형은요?”
“나야 핸드폰도 있고 컴퓨터도 있잖아.”
그러고는 최광현이 자신의 차에 타며 말했다.
“토요일은 한가하지?”
“평소보단 그렇죠.”
“그럼 형이 토요일에 송화 씨 먹을 음식 사러 갈게.”
“전날에 송화 씨한테 먹고 싶은 음식 물어봐 주세요. 그걸로 준비할게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시동을 걸었다.
곧이어 최광현의 차가 주차장을 나가는 것을 보던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광현 형 착하네. 귀신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해도 귀신하고 같은 집에서 사는 거 쉬운 결정은 아닐 텐데.”
“쉬운 결정 아니지. 그래서 좋은 형이고.”
웃으며 강진이 최광현의 차를 보았다.
“잔정이 많은 형이야. 그래서 후배들도 많이 따르지.”
“그러게. 살아서 봤으면 좋았을 사람들이 네 주위에는 많다.”
“다 내가 착하게 살아서 그런 것 아니겠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차에 탔다.
“가자.”
배용수가 차 문을 뚫고 들어가 앉는 것을 보며 강진도 차에 올라탔다.
“오늘 저녁은 뭐로 할 거야?”
“비빔국수를 좀 준비해 볼까? 아까 비빔라면 맛있던데.”
“날씨도 더워지니까 시원하게 후루룩 먹으면 맛있겠다.”
저녁에는 손님들이 먹고 싶은 걸로 주문을 받지만, 기본적으로 메뉴 하나 정도는 준비를 해 놓는다. 선택을 잘 못하는 손님들도 은근 많아서 주인 추천 메뉴를 따로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그럼 오늘 저녁은 새콤하게 비빔국수로 하자.”
강진은 오늘 저녁 메뉴를 생각하며 한끼식당이 있는 곳으로 차를 움직였다.
***
덜컥!
강진은 푸드 트럭 운전석 문을 열고는 내렸다.
“왔어?”
자동차 지붕 위에 있던 최호철이 웃으며 반기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살폈다.
“별일 없었죠?”
“별일이랄 것이 있나? 그저 지나가던 귀신들이 우리 몰려 있는 거 보고 신기해서 좀 다가왔다가 갔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들을 불렀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조립 문을 꺼내 바닥에 펼쳐 놓고는 말했다.
“내가 물건 넣어주면 잘 받아.”
“알았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JS로 넘어갔다. 문을 열어 둔 채로 넘어 간 강진은 옆에 있는 다른 JS 문을 열고 자신의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 안엔 아이스박스와 술 박스가 여럿 놓여 있었다. 그것을 JS 안으로 밀어 넣은 강진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아직 열려 있는 조립 문을 향해 아이스박스들을 밀어 넣었다.
그에 배용수와 최호철이 비닐장갑을 끼고는 아이스박스들을 받아 옆에 놓았다. 그렇게 아이스박스와 술 상자들을 모두 옮긴 강진이 조립 문을 넘어왔다.
강진이 조립 문을 다시 분해를 하는 것을 보던 배용수는 아이스박스들을 푸드 트럭에 넣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이곳을 볼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향수를 둘러서 귀기가 없지만, 향수를 안 쓴 귀신들이 더 많으니 사람들이 이곳을 볼 일은 없었다.
“다 넣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차 내부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출발하죠.”
오늘도 들러야 할 곳이 많으니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천안에서 밑으로 내려오며 들른 각 도시에서 경찰 귀신들을 만난 강진은 10시가 넘어서야 남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둡지만 가로등이 있는 공터에 자리를 잡은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터라서 내일 저녁까지 세워 놔도 되겠다.”
남원도 도시이기는 하지만 서울처럼 북적거리는 곳이 아니라서 차를 세울 공터 정도는 충분했다.
공터에 차를 세운 강진이 주위를 둘러볼 때, 푸드 트럭 위에서 경찰 귀신들이 하나둘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좁은 푸드 트럭 지붕에서 내려오는 경찰 귀신들은 열댓 명이 넘었다.
이들은 오늘 남원에서 모여 있기로 한 경찰 귀신들이었다. 만나기로 했던 장소가 길가다 보니 주차 문제가 있어 일단 그들을 태워서 인적 없는 공터로 온 것이었다.
다행히 경찰 귀신 중 하나가 여기 토박이라 그의 안내로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
‘장사하기 딱 좋네.’
가로등 빛이 좀 약하기는 해도 이 정도면 장사하기 좋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