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75
876화
강진이 공터를 둘러볼 때, 최호철이 말했다.
“나는 귀신들하고 근처에 다른 귀신들 있나 보고 올게.”
“많이들 데려오세요. 그분들도 식사 좀 하시게.”
“알았어.”
최호철이 경찰 귀신들과 함께 가자, 강진은 이곳에 오지 못하는 경찰 귀신들을 하나둘씩 불러들였다.
어제 만났던 경찰 귀신들과 오늘 내려오면서 만난 귀신들까지 불렀는데, 어느새 일개 소대 정도만큼의 경찰 귀신이 모였다.
“휴우! 오늘 손 바쁘겠다.”
여기 모인 경찰 귀신만 해도 오십에 최호철이 주변에서 모아올 귀신들까지 하면 적어도 육, 칠십은 될 것이었다.
평소 야외에서 맞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많은 숫자였다.
배용수가 중얼거리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좁아도…… 부를 수 있을 만큼은 계속 불러 드리자. 나쁜 놈들 잡겠다고 고생들 하시니 우리도 고생하는 걸로.”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 캡을 열었다.
“준비하자. 오늘 음식 미리 좀 준비를 해야지, 안 그러면 손님들 손가락 빨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푸드 트럭 위로 올라갔다.
트럭에 올라간 강진은 커다란 물통에 물을 부었다. 푸드 트럭에서 조리를 할 때는 뜨거운 물이 필수라 일단 물을 끓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냄비를 불에 올린 강진이 야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미리 손질해서 가져와도 되겠지만, 이왕 맛있게 하려면 칼도 음식 하기 전에 닿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흙 묻은 당근과 세척해 나온 당근 중에 흙 묻은 당근이 더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강진이 야채를 정리하자, 배용수가 고기를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귀신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삼겹살을 뒤집었다.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만큼 강진이 만들어야 하는 음식들도 많아졌다.
치이익! 치이익!
삼겹살을 뒤집던 강진을 배용수가 툭 쳤다.
“응?”
그에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장대방이 음식을 먹지 않고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냥 멍하니 서 있는 장대방의 모습에 강진이 아이스박스에서 초코과자를 꺼냈다.
“대방 씨.”
장대방이 보자, 강진이 초코과자를 던졌다.
휘이익!
탓!
장대방이 초코과자를 잡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웃으며 초코과자를 뜯었다.
“정말 맛이 좋죠.”
“그런데 왜 안 드시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집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말을 하던 장대방은 고개를 저었다.
“없더라고요.”
“없어요?”
“나쁜 의미로 없다는 게 아니고요. 평일 낮이잖아요. 집에 사람이 없는 것이 당연한 거죠. 그래서 아빠도, 엄마도 없고 동생도 없더라고요.”
“그렇겠네요.”
평일 낮에 데려다줬으니 가정주부가 아니라면 다들 직장이나 학교에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못 만났어요?”
“네.”
“그럼 나한테 말을 하지 그랬어요. 저녁에라도 다시 데려다줬을 텐데.”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잘 지내고 있는 것 봤으니 됐어요.”
“가족을 못 만났는데 잘 지내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요?”
“꼭 봐야 아나요. 집 가구나 식기들 있는 거 보면 알죠.”
장대방은 미소를 지은 채 허공을 보았다. 그가 보는 건 허공이지만, 그의 눈앞에 그려지는 건 오늘 보고 온 집의 모습이었다.
“늘 그 자리에 놓여 있는 리모컨,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 집…… 그리고 조금 물건이 가득한 다용도실까지.”
말을 한 장대방이 웃었다.
“우리 엄마는 여전히 다용도실을 가득가득 채워 놓고 있더라고요. 물건들 쌓여 있는 거 보면 우리 집 그래도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일상적이면 좋은 일이기는 하죠. 하지만…… 대방 씨가 없는 허전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실 테죠. 안 그래도 제 방에 들어가 봤는데 동생 물건들이 있더라고요.”
“대방 씨 방이 사라졌나 보네요?”
“죽어서 집에 못 오는 아들 방 계속 비워 둘 수 있나요. 있는 사람이 써야죠.”
“그래도 서운했겠어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은 그랬는데…… 안방에 가니 제 사진하고 핸드폰이 침대 옆에 놓여 있더라고요.”
“침대 옆에요?”
“아마 제가 가장 자주 쓰던 것이니 안방에 두신 모양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죽고 나서 저한테 무슨 문자가 왔나 핸드폰 보고 싶었는데…….”
장대방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이 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질 수가 없더라고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대방 씨 기억하는 사람들이 연락을 많이 남겼을 거예요.”
“남겼어도 보지 못하는걸요.”
장대방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는 사이 강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죽은 사람 친구나 형 역할로 핸드폰 가져다준 건 처음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장대방을 보았다.
“추억은 소주와 함께 하면 더 좋죠. 음식 식기 전에 드세요.”
“고맙습니다.”
장대방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어묵국에 어묵을 더 넣다가 그를 보았다.
“혹시 동네에서 오래 살았어요?”
“동네요?”
“신림요.”
“신림에서 태어나고 계속 자랐어요.”
“요즘은 같은 동네 살아도 서로 잘 모르기는 하는데, 혹시 채송화라고 그 동네 살던 아가씨 모르세요?”
“채송화?”
채송화라는 이름에 장대방이 잠시 생각을 하자 강진이 말했다.
“올해 스물일곱인데.”
“모르겠는데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기는 했지만 알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인데, 같은 동네에 산다고 알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왜요?”
“광현 형 집에 지박령으로 계시더라고요.”
“스물일곱이라고 하셨는데 벌써 죽으신 건가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죽는 것이 나이와 상관이 있나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아.” 하고는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 있는 경찰 귀신들은 대부분 젊었다.
물론 삼십에서 사십 대라 엄청 젊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죽기에는 아주 아까운 나이였다.
그리고 자신만 해도 그렇고 말이다. 이십 대 초반…… 그것도 아주 초반에 자신이 죽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생각을 이어나가던 장대방이 입맛을 다셨다.
“그 말이 맞네요. 죽는 건 나이하고 상관이 없죠.”
장대방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제가 말실수를 한 것 같네요.”
“아니에요. 사실인 걸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제가 저승식당 영업을 하고 이렇게 귀신들과 가까이하다 보니 죽음에 대해 좀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강진이 재차 사과하자 장대방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사장님 상황이면 그럴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슬프고 힘든 건데…… 사장님은 이렇게 죽은 사람을 보고 가까이 있으니 죽음에 무감각해질 만한 것 같습니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게 또 직업병이네.’
만나는 귀신들마다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도 저승식당 주인의 직업병인 모양이었다.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은 삼겹살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새로 고기를 올렸다.
치이익! 치이익!
맛있게 구워지는 소리에 귀신들이 고기를 리필 받으려고 하나둘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맛있게들 드세요.”
***
남원에서 경찰 귀신들을 상대로 한 장사를 마친 강진은 JS를 통해 가게로 돌아왔다.
강진이 설거지 거리가 담긴 아이스박스를 주방으로 옮기자, 이혜미가 말했다.
“쉬세요. 정리는 저희가 할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 잠시 나갔다 와야 해요.”
“어디 가시게요?”
“신림에 장대방 씨 데려다주고 오려고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벗었다.
“잘 생각했다. 집 멀쩡한 거 보고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하고 동생 얼굴 못 본 것이 얼마나 아쉽겠어. 가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너도 가게?”
“이 늦은 시간에 너만 혼자 어떻게 보내냐?”
“호오!”
강진의 감탄성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이상한 소리 하면 안 간다.”
배용수의 말에 막 입을 열려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내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배용수가 정말 안 간다고 할까 싶어 뒷말은 삼킨 강진이 직원들을 보았다.
“그럼 다녀올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지금 시간이면 차도 없으니 드라이브한다 생각하고 가면 돼요.”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뒷문으로 나와서는 차에 올라탔다.
“아까 술을 왜 안 먹나 했더니 장대방 씨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구나.”
“네 말대로 집에 가서 가족 얼굴도 못 보고 온 것이 얼마나 그렇겠어. 그리고 나야 술 줄여야 하기도 하고.”
“맞아. 요즘 또 술이 늘었어. 술 좀 줄여.”
“알았다.”
말을 하며 시동을 켠 강진은 신림으로 차를 몰았다.
신림에 도착한 강진이 장대방을 불렀다.
“장대방, 장대방, 장대방.”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장대방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는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강진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 안 것이다.
“집 여기서 멀어요?”
강진이 웃으며 묻자 장대방이 고개를 저었다.
“골목으로 조금 걸어가면 있습니다.”
“차 들어갈 만해요?”
“그럼요. 요즘 차 안 들어가지는 골목이 있나요. 아! 그런데 여기서 가까워서 저 혼자 걸어가도 돼요.”
“같이 가요.”
“저 혼자 가도 되는데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골목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핸드폰 보고 싶다면서요.”
“네.”
“나중에 제가 부모님 뵙고 핸드폰 보여 달라 할게요. 그때 제 옆에서 같이 보세요.”
“어떻게요?”
“제가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많아요.”
이야기를 나누며 골목을 걷던 강진은 최광현의 집을 지나쳐갔다.
‘광현 형 집 근처네.’
최광현의 집을 올려다보던 강진이 말했다.
“광현 형 집이 여기예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집을 보다가 물었다.
“혹시 사 층이에요?”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저 집에 이사 왔던 사람들이 자주 이사를 갔거든요. 그래서 동네에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어요.”
“그래요?”
“이사 온 사람들이 자주 이사를 가서 터가 안 좋다는 말도 있었고 귀신이 있다는 말도 있었죠. 터가 안 좋으면 다른 층에 사는 사람들도 못 살아야 하는데 저 사 층에 사는 사람만 그렇게 이사를 갔거든요. 그래서 귀신 들렸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말을 한 장대방이 집을 올려다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귀신 들린 집이었군요.”
장대방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최광현이 사는 집을 보았다. 살았을 때 동네 소문으로 듣던 귀신 들린 집에 정말 귀신이 있다고 하니 신기한 것이다.
정작 자신도 귀신인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