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7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76화
세계 최고의 큐티뽀짝 핫가이!
바로 나 선우주의 버킷리스트에 적힌 17번.
17. 얼토당토 않는 표절 시비 걸려 보기
메모장에 적힌 항목에 줄을 쭉쭉 그었다.
“크, 내가 이걸 해내다니.”
“그렇게 좋아요?”
리혁이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좋지. 진짜 창작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상황일걸.”
“아. 들어 본 거 같긴 해요.”
리혁이가 어느 미국 유명 작가의 일화를 말해 줬다.
“…그분도 베스트셀러 작가라서 책을 출판할 때마다 표절 소송이 하나씩은 들어온대요. 출판하기 전에 내 머릿속을 표절했다, 내 미출간 원고를 표절했다 하면서.”
“그래?”
“그래서 표절 시비가 안 걸려오면 ‘이번 작품 망했나?’ 하고 생각한대요.”
공감이 가서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표절은 저작권 정산과 함께 창작자에게 들리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뭐, 뭐지? 내 무의식이 혹시 무슨 사고를 저질렀나?!’ 하면서 심장을 옥죄게 만드는 단어 중 하나다.
[선우주 표절 논란]나처럼 곡을 쓰는 사람들에게 표절이 무서운 이유는 정말 무의식적으로도 표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떠올린 줄 알고 썼는데, 알고 보니 13년 전에 우연히 카페에서 들어서 기억도 못하고 있던 곡의 멜로디를 사용한 거라면?
아니면 진짜 내가 떠올린 거여서 썼는데 우연의 일치로 내가 쓴 곡과 비슷한 곡이 존재한다면?
후자는 실제로 작업 과정에서 발견한 적이 한두 번 있었다.
내가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곡들을 찾아 듣고, 앨범을 발매하기 전에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TF팀을 결성해 비슷한 장르의 곡들을 전부 다 체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칫 시비라도 걸리면 그동안 쌓아 온 작곡가로서의 이미지에 해가 되니까.
“그치만 요런 소송은 또 환영이지~”
내가 동생들에게 말했다.
“그만큼 대박이 났다는 뜻이거든. 저렇게 소송 거는 사람들 특징이 뭔지 알아?”
“뭔데여?”
“망한 곡이나 적당히 성공한 곡에는 안 붙어.”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명곡 판별기인 분들이네요.”
“정답이야.”
왜냐하면 성공한 것이 아니면 관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영화나 곡에 대해 ‘저거 내 거 표절함!’ 해야 언론들이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겠는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 보면 누구보다 흥행을 판별하는 예리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어디다 시비를 걸어야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각을 재는 거니까.”
그런 말을 하며 석환 형이 건네줬던 자료를 살펴보았다.
어제 미국 전역에서 들어온 소송장만 해도 23건 정도 된다나.
슈퍼노바 닷지볼 무대가 끝난 이후에 동시다발적으로 ‘저거 내 곡 표절 곡임!’ 하는 것들이 들어왔다는 모양이었다.
사유도 제각각이다.
-아무튼 뉴블랙이 내 머릿속을 표절한 듯함!
-내가 발표하려고 준비 중인 곡이었는데 뉴블랙이 선수를 쳤다. 나는 너무 억울하다.
-내가 스트립 클럽에서 술에 취해 불렀던 곡이다. 선우주가 그때 클럽에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렇게 쭉 내리다가 독특한 사유도 발견했다.
-선우주는 랩틸리언이다. 태양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는 그저 태양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해석했을 뿐.
비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랩틸리언은 뭐지? 내가 모르는 신조어인가.”
“미국 쪽에서 핫한…? 그런 외계인 같은 거예요.”
리혁이가 말해 줬다.
“도마뱀처럼 생긴 외계인인데, 미국인들이 외계인 하면 떠올리는 종류 중 하나예요. 음모론도 꽤 있는데… 예를 들어서 지금 대통령은 사실 인간의 껍데기를 쓴 도마뱀 외계인이다! 그런 거죠.”
“아…….”
“이것도 나름 핫함의 상징이긴 해요.”
리혁이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멀쩡한 사람을 외계인이라고 하니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그 외에도 외계인뿐만 아니라 무슨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 조직에 속해 있다는 말도 나온 모양이다.
-뉴블랙의 썬은 프리메이슨 아시아 지부의 보스다. 그가 미국 쪽 지부와 결탁해 미국에 진출한 것이 틀림없다.
“흐하하하하!”
“와, 형 보스래요. 그러면 나는 사천왕인가?”
-인종 차별이 넘쳐흐르는 미국에서 아시안 그룹이 대성공했다. 프리메이슨이 아니라면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갑자기 일리 있어.”
“되게 논리적인데요.”
순간 나도 모르게 설득 당할 뻔했다.
아, 이래서 음모론이 나오는 거구나 하면서 납득을 하는 가운데.
“행복하구나.”
버킷 리스트에 남은 목록들을 살피면서 행복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미국에서의 남은 일정들을 살폈다.
“어디 보자.”
언론사 인터뷰, 토크쇼 녹화, 의 제작자인 프랭크 차우와 미팅하기 등등.
모두가 우리를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슈퍼노바 닷지볼의 주인공이자, 그날 근사한 무대를 선보인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는 분위기.
“형들, 이거 뭐라고 해야 되죠?”
막내가 단어를 고르며 말했다.
“갑자기 좀 더 대스타가 된 그런 느낌?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전에 안 유명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고. 약간 레벨 60에서 500으로 확 올라간 느낌.”
“…뭐, 그런… 느낌인 거지.”
정확히 우리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슈퍼노바 닷지볼 무대 이후의 우리가 이전의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우리를 둘러싼 카메라들 분위기,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
마침내 반짝이는 샛별처럼.
한국에서 을 발매하면서 본격적으로 텐틴뉴 시기를 시작했던 것처럼.
드디어 헤일리나 콜드 같은 정상급 가수들로 향할 수 있는 출발선 위에 선 기분이었다.
“이제 시작이네요.”
“시작이지.”
그 말을 하며 동생들과 미국에서의 스케줄을 이어 나가려고 할 때.
“얘들아!”
석환 형이 우리에게 뛰어왔다.
숨을 헉헉댈 만큼 뛰어 온 TF팀장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또 뭐가 들어왔어?”
“…지금 회사 통해서 이야기 들었거든. 마침 표절 시비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소식을 들었는데. 국제적으로 소송이 들어오고 있다더라.”
“??”
“33개국에서 소송이 들어와 있대.”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표절 소송?”
“응, 미국이랑 똑같은 소송이 들어와 있다고 하더라.”
“……?”
동생들과 내가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 이해가 안 갔다.
“슈퍼노바 닷지볼이 다른 나라에도 그 정도 영향력이었다고? 그럴 리는 없을 거 같은데…….”
1억 명이 시청하는 NFL 결승전 슈퍼볼도 미국 사람들만 보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 행사 아니던가.
하물며 캐나다와 미국 외교 행사였던 닷지볼은 말할 것도 없다.
석환 형이 말했다.
“슈퍼노바 닷지볼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그러면?”
“그냥 대박이 났어. 어제와 그제를 기점으로 오버쿡드가 1위 찍었다더라고.”
“……우리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북미에서 ‘데헷!’ 하며 오버쿡을 터뜨렸는데.
아무 프로모션도 안 한 다른 나라들에서 대성공했다는 소식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비주가 허공에 숫자를 쓰며 말했다.
“33개국에서 소송이 들어왔다는 말은…….”
“그 나라들에서 모두 1위를 했다는 뜻이지.”
“……!”
멍하니 바라보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웃었다.
“축하해. 얘들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건데? 갑자기 1위라니?”
“그러니까 이게 말이지…….”
석환 형이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 * *
비슷한 시각.
한국 네티즌들 역시 슈퍼노바 닷지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제 뉴블랙 슈퍼노바 닷지볼 무대 평론 모음 (스압)
-실시간 최고치 찍은 오버쿡 스트리밍 수치
-슈퍼노바 닷지볼 이전 vs 이후 뉴블랙 버즈량 비교
처음에 뉴블랙이 피구 행사에 나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관심이 적었던 한국인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떴다! 드디어 떴다!’
물론 지금까지 뉴블랙은 북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팬덤 규모를 스타디움 급으로 성장시켰고, 최근에 발매했던 노래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저쪽의 대중들이 뉴블랙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미 라는 곡이 성공을 거두고 있던 상황에서 무대로 화제성을 터뜨려 버리고 대성공한 것이다.
“와…….”
뉴스로 접하는데도 뉴블랙에 대한 관심도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한국인들의 어깨.
단순히 노래뿐만 아니라 뉴블랙 개개인의 화제성도 대박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슈퍼노바 닷지볼의 명장면이 한몫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치겠다
-아니 왜 하고 많은 별명중에 부랄사냥꾼이냐고ㅠㅠㅠㅠ
-사주에 망신살이 끼어있는 게 틀림없다
-등 두드려주는거 왤케 고딩때 남자애들 보는거 같지
국가를 막론하고 누구나 터지는 다양한 몸 개그.
거기에 선우주의 신들린 움직임까지.
-미국 애들 엇박에 당하는 거 개웃기네ㅋㅋㅋㅋㅋ
-엇..박! 엇박박! 엇박! 엇..박박.. 빡!
-정신 못차리고 다들 맞는 거 봐ㅋㅋㅋㅋ nba 레전드도 엇박엔 장사 없다 이 말이야
-누가 미튜브에 굿거리장단 합성한 거 개웃기던데ㅋㅋㅋ
-미국 연예인들 울컥하는 게ㅋㅋ
시선은 다른 곳으로 보면서 공 던지기, 얄밉게 슉슈슈슉! 하며 피하기 등등.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 검색량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한 멤버가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중현이었다.
누군가 올린 미국인들 반응 모음집에서는 ‘저게 인간이냐’ 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그치.. 우리도 신기해
-중현이 저걸로 검사도 받은적 있다구ㅋㅋㅋ큐ㅠ
-아이고 어쩌다 김씨집안 아기새가..
-아니 아기새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콩깎지다
-(중현보다 키가 더 큰 할아버지와 뽀짝한 중현의 어깨동무.jpg) 할아버님과 중현이
-찐 아기새였네 (진지)
돌림픽 한 번만 뛰어도 웃짤이나 진기명기한 짤로 화제 되는 아이돌들.
이제야 그 진가를 알고 감탄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에 한국인들이 공감 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문에 어딜 가든 슈퍼노바 닷지볼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그중에서는 한국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캐나다인들에 대한 글들도 올라오고 있었다.
[캐나다 : 한국이 어디 있냐고요?](미국이 어디 있냐는 말에 지도를 가리키는 어린이.jpg)
(한국이 어디냐는 말에 HERE 하면서 가슴을 가리키는 밈.jpg)
고맙습니다.. KOREA..
캐나다인들이 ‘한국은 우리 가슴에 있다’ 하는 짤을 올리고 있었다.
올해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긴 덕분에 16강에 진출한 다른 나라들이 올렸던 짤과 같은 내용.
한국인들이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강대국 헌터 대한민국
-주변에 캐나다 사람 있는데 쥰내 좋아하더라ㅋㅋㅋㅋㅋ 미국놈들 코 눌러줬다고
-(캐나다 교민이 올린 미튜브 영상에서 고맙다고 하는 캐나다 할아버지.jpg) 현지 반응
-이제 단풍국 여자들 꼬시면 넘어옴???
┕되겠냐 ㅂㅅ
┕이딴 글 싸지르는 놈들 얼굴 = 걸어 다니는 혐한 제조기 wwwww
-캐나다와 한국은 6.25 참전 당시 동맹국ㅠㅠㅠㅠ 드디어 그 은혜를 저희가 갚았군요
-오래 기다렸다 제너럴 셔먼호..! 이게 우리의 복수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드립을 주고받으며 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들에겐 다소 엉뚱한 소식이 들려왔다.
-‘심상치 않은 인기’.. Overcooked, 33개국 차트 1위
자연스럽게 닷지볼 때문인가 하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뉴스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덧 오버쿡이 발매한 지 일주일.
처음에는 각국 수플레들의 스트리밍 등으로 차트에 진입했던 오버쿡이 쭉쭉 올라오다가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었다.
1위를 한 이유도 별것 없었다.
-곡이 좋아서.
올라올 곡은 올라온다는 진리를 실천한 곡이었다.
본진인 한국이나, 이번 프로모션에 공을 들인 북미와 달리 올라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입소문이 퍼지고 챌린지가 퍼지면서 상승했던 곡이 비슷한 시간대를 기점으로 1위에 등극해 있었다.
“?”
“??”
한국인들이 눈매를 좁혔다.
미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면서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느껴지고 있었다.
-싱가포르 대학생들의 오버쿡 챌린지
-인도인 300명의 단체 플래시몹 영상
-오버쿡 마인크래프트 버전
이집트에서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이 향신료를 뿌리면서 오버쿡을 따라 하는 영상이 나오고.
홍콩의 유명 셰프가 손님들에게 디저트를 내놓으며 설탕 뿌리는 안무를 따라 하고 있다.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서 오버쿡의 후렴을 따라 하며 부르는 챌린지 등등.
아직 일주일 차라 서서히 시동을 거는 시점인 듯했지만… 한국인들에겐 꽤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윽고 얼마 안 가 데자뷰의 정체를 깨달았다.
‘어…!’
‘이거……!’
6년 전 있었던 전 세계적인 열풍.
“!”
“!!”
그것이 지금 뉴블랙의 곡에서 다시 탄생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 * *
내가 토끼 인형을 움직였다.
“옛날 옛적,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꽃미남 5인조가 살았답니다.”
“랄랄랄라~”
“그들은 바다 너머 땅에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 떠났답니다. 수플레 왕국에 사는 수천만 명의 도움 덕에 그들은 마침내 원하던 보물을 찾아서 굉장히 기뻤답니다!”
“랄랄랄라~”
“그런데 알고 보니…….”
손끝으로 토삼이 인형의 두 팔을 벌렸다.
“그들은 이미 보물을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에요~!”
“랄랄라라…….”
“가만히 있었어도 보물이 쏟아졌을 거란 거죠…….”
“랄랄…라…라라…….”
주변에 있던 매니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민기 형이 웃으며 물었다.
“왜 다들 의기소침해?”
“아니 뭔가 좀 허탈해서요.”
발매 일주일이 지나면서 다른 나라들에서도 대박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오버쿡.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갔는데, 수석으로 입학한 학과에서 정원 미달이 난 느낌…….”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해맑게 말했다.
“근데 형은 수능을 못 봤잖아요?”
“중현아.”
“읍! 으으읍! 읍!”
잠시 대학 이야기가 나오면서 다른 화제가 떠올랐다.
내가 매니저 형들에게 말했다.
“대학 하니까 떠올랐는데, 이제 한국 돌아가면 대학 축제 일정도 최종적으로 정해야겠네요.”
“응. 다 준비되어 있어.”
주말 동안 미국에서 여러 스케줄을 마친 우리는 현재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 있었다.
열흘 정도 미국에서 체류하며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은 다 했다.
지금도 부르는 곳이야 여전히 있지만, 실속 있는 스케줄은 이미 다 해서 남은 것은 플러스 알파 정도였다.
“이제 음방 잠시 뛰고… 한국 프로모션 하고…….”
귀국행 비행기에서 일정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음방에 출연해서 1위 트로피 받으러 가고, 수플레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 프로모션도 하고.
뉴니버스의 대학 축제 일정도 픽스하고.
그러고 중간에 일본에 돔 투어도 다녀와야 한다.
“아.”
그리고 한별이 앨범 준비도 슬슬 도와줘야 할 때가 됐다.
대략 11월이나 12월 발매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캘린더에 한별이 이름을 적는 가운데, 챙겨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지혁이도 이제 들어온 지 몇 달이 넘어가니 잘하고 있는지 한 번 체크를 해 줘야 하고.
“일본어 연습 좀 하고… 주경기장 앵콜 콘서트 준비랑… AMA 무대랑… 영화 프로모션…….”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동생들도 중얼중얼하고 있다.
중현이는 개인 앨범, 지호는 출연하기로 한 영화들 등등.
지호가 제안했다.
“형들 그냥 우리 한국 가지 말고 미국에서 눌러 살까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
하지만 얼마 안 가 기장님이 조종실에서 나오셔서 곧 이륙할 거라는 말을 하는 통에 실패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설렌다.
집이란 그런 것 같다.
며칠 정도만 밖에 나와 있어도 돌아가고 싶어지는.
“아, 그러고 보니…….”
비주가 말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돌림픽 녹화 하고 있겠네요.”
“아, 그거?”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슈퍼노바 닷지볼이랑 비슷한 시기에 녹화한다고 들었어요.”
쌩라이브로 아이돌 배틀을 시킨다는 미친 기획의 추석 특집.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불현듯 궁금해져서 동갑내기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돌림픽 어떻게 됐냐고.
반짝-
한조 [이번 돌림픽의 승자는 너다]
나 [???]
한조 [너가 이겼어]
나 [혹시 더위 먹었어?] [ㅗㅗ] 이모티콘을 바라보며 내가 동생들에게 말했다.
“이번 돌림픽에서 내가 이겼다는데?”
“???”
* * *
뉴블랙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을 무렵.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이거 언제 끝나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
고척돔에서는 아이돌 팬들의 열렬한 함성과 함께 돌림픽의 수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은 남자 보컬 부문입니다.]잔뜩 녹초가 된 보이그룹 멤버들이 하나둘 연단 위로 올라서는 가운데.
은메달과 동메달을 건 이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는 동안 한 미남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나왔다.’
‘오늘의 1위!’
스트릿 보이즈와 틴스피릿, 원더 차일드, 트릭스터 등등.
각 보이그룹의 메인보컬들이 총출동해서 보컬 대전을 펼쳤던 하루였다.
예선전부터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본선과 준결승, 그리고 결승전을 거쳐서 결정된 순위.
영광스러운 금메달의 주인공이 걸어오고 있었다.
[최종 1위. 에이플비 케빈.]예능으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자 에이플비의 메인보컬이 걸어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가볍게 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개그 캐릭터로 인식했던 인물이 보컬 실력을 뽐내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반전됐으니까.
금메달을 건 흑발의 장난기 어린 미남이 브이를 하고, MC인 TNT 신주영이 마이크를 내밀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흐하하하! 너무 좋구요. 우리 씨디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를 이 실력으로 성장시켜 주신…….]하은성이 눈을 빛냈다.
뉴블랙의 메인보컬 리혁과 리드보컬인 우주 없이 치러진 아이돌 보컬 대전.
그 치열한 최종 승자는 바로 군 시절부터 선우주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온 인물이었다.
“…….”
“…….”
스트릿 보이즈의 한조와 멤버들이 박수를 치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틴스피릿도 비슷한 표정.
‘왜 환청이 들려오는 거 같지.’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는 누군가.
-꺄르륵!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개구쟁이처럼 웃는 아이돌 너머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