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23
웰컴 투 NBA 23화
#023. 애리조나 (1)
Feb 4, 2017.
PAC-12 Network.
“Hello, Basketball fans, PAC-12 네트워크의 알폰소 맥켄지입니다. 오늘은 PAC-12 정규 시즌의 향방을 결정할 굵직한 빅매치들이 열리는 날인데요. 중요한 날이니만큼 Mr.엘리엇을 다시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션.”
“반갑습니다.”
“PAC-12 토너먼트가 시작되기까지 이제 정확히 한 달이 남았습니다. 정규 시즌 챔피언의 자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즌 성적에 따라 토너먼트 시드가 결정되는 만큼 모든 팀이 끝까지 총력을 기울일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특히 상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요. 순위표를 한번 보시죠.”
PAC-12 Regular Season Record
1. Oregon 10-0
2. Arizona 10-0
3. UCLA 8-2
4. California 7-3
5. USC 6-4
“오리건과 애리조나가 현재까지 무패를 달리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3위인 UCLA의 2패는 오리건과 애리조나를 상대로 겪은 것이로군요.”
“캘리포니아의 3패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 오리건, 애리조나, UCLA에게 당한 패배죠.”
“그리고 오늘은 오리건 vs 애리조나. 사실상의 1위 결정전이 열리는 날입니다. 일정상 두 팀의 대결은 한번 뿐이니, 여기서 승리한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가져가게 될 거에요.”
“같은 시각, UCLA는 마켈 펄츠가 이끄는 워싱턴 대학과 경기를 갖습니다. 잠정 1픽과 2픽의 라이벌 구도를 다분히 의식한 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4위인 캘리포니아, 5위인 USC의 상대 역시 하위권 팀이니,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표가 크게 뒤바뀔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두 팀의 스타팅 라인업을 보시죠.”
MATCH LINEUP
[Oregon Ducks]PG 딜런 에니스 6‘2“
SG 타일러 도르시 6‘4“
SF 김시온 6‘8“
PF 조던 벨 6‘9“
C 크리스 부쉐 6‘10“
[Arizona Wildcats]PG 카딤 앨런 6‘3“
SG 알론조 트리어 6‘4“
SF 코비 시몬스 6‘5“
PF 라우리 마카넨 7‘0“
C 두산 리스틱 7‘0“
애리조나의 특징이라면 7풋 전봇대를 셋이나 보유한 마천루 팀이며 트윈타워를 즐겨 쓴다는 점.
핵심 선수인 라우리 마카넨(Lauri Markkanen)이 7풋 신장치고는 민첩한 움직임과 슛 터치를 겸비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전술이었다.
자유투 시도 횟수 1위, 2점슛 성공률 3위, 3점슛 성공률 3위로 굉장히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지니고 있는 팀.
다만 상대팀에게 리바운드 1위, 스틸 2위, 블락 3위, 3점슛 성공률 1위, 실점 3위를 허용할 정도로 수비 자체는 좋지 않았다.
애리조나의 핵심 선수는 라우리 마카넨과 알론조 트리어.
라우리 마카넨
14.6PT 7.6REB 0.7AST 0.4STL 0.5BLK
FG 5.0/10.2 (49.2%)
3PT 1.9/4.4 (43.2%)
알론조 트리어
17.2PT 5.3REB 2.7AST 0.4STL 0.1BLK
FG 5.1/11.0 (46.0%)
3PT 1.9/4.8 (39.1%)
“7풋 빅맨인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3점슛 성공률을 보여 주고 있는 라우리 마카넨입니다. 괜히 노비츠키의 후계자가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에요.”
“하하. 그 이야기는 포르징기스 때도 나왔지요.”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 혐의로 출장정지를 받았던 알론조 트리어도 얼마 전 복귀했습니다. 이 친구, 한국계 혈통이라죠? 아마 지금쯤 한국에서는 코리안 더비가 열렸다며 떠들썩할 것 같군요.”
“선수 본인은 의붓아버지가 건네준 쉐이크 음료수에 이상한 성분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는데요. NCAA가 항소를 받아들인 걸 보면 결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뭐. 진실은 누구도 모르지만요.”
“그, 그렇군요.”
션 엘리엇의 냉소적인 반응에 맥킨지는 순간 당황했으나.
베테랑 해설자답게 금방 다음 멘트를 이어 갔다.
“한편 오리건의 주요 득점원은 두 샤프슈터, 시온 킴과 타일러 도르시입니다. 딜런 브룩스의 공백을 킴이 놀라울 정도로 잘 메워 주고 있죠.”
“최근 킴의 상승세는 놀라울 정돕니다. 하반기 스텟을 한번 보시죠.”
김시온
15.4PT 6.1REB 2.6AST 2.6STL 1.3BLK
FG 5.9/10.4 (56.7%)
3PT 1.9/4.5 (42.2%)
타일러 도르시
14.6PT 3.5REB 1.7AST 0.8STL 0.1BLK
FG 5.1/11.2 (45.5%)
3PT 2.4/5.5 (43.6%)
“와우. 하반기 성적만 보면 에이스라고 해도 손색이 없군요.”
“엄밀히 말하면 타일러 도르시가 더 많은 포제션과 볼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킴의 득점이 앞서는 건 역시 효율의 차이 때문이겠죠.”
“전문 슈터인 도르시와 림어택이 가능한 킴의 차이······ 라고 봐야 할까요?”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7푸터인 마카넨보다도 야투율이 높아요. 이건 그냥 순수하게 효율이 좋은 겁니다. 수비 공헌도까지 감안하면 아예 비교도 안 되고요.”
“그렇군요. 공교롭게도 마카넨과 킴. 둘 다 스트레치 포워드의 부류에 속하는 선수들인데요.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두 선수의 맞대결. 지금 함께하시죠!”
***
시합이 시작되기 1시간 전.
백스테이지에서 잠깐 만난 알론조 트리어 와는 생각보다 대화 코드가 잘 맞았다.
“그래서, 이 방검소년단이란 그룹이 어마어마하게 뜰 거라고?”
“1000%니까 미리 탑승해요.”
“No! 난 그래도 블루핑크가 좋아.”
“왜요?”
“예쁘잖아. 넌 왜 보이밴드를 추천하는 거야?”
······인정.
아직 BTS 코인을 타기엔 좀 일렀나.
한국계 쿼터인 알론조는 꽤 괜찮은 친구였다.
본인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썩 나쁘지 않아 보였고.
“관련 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국 국가대표에서 뛰고 싶어. 너랑 내가 페어를 이루면 아시아에선 거의 무적일걸?”
“그러려면 군대 가야 하는 거 알죠?”
“······what?”
몰랐어?
환영해. 나랑 같이 아시안 게임 나가자.
“헤이, 알론조. 누구랑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킴!?”
“오. 반가워요, 라우리.”
라우리 마카넨.
7풋에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백인이 깜짝 놀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시합 전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아? 밀러 감독님이······.”
“괜찮아. 감독님께 허락받았어.”
어쩌다 보니 마카넨까지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이 친구, 핀란드 출신이었지.
까까머리로 경례하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핀란드도 징병제 아니에요?”
“맞아.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6개월간 복무를 하게 되지. 한국도 그렇지?”
“우린 21개월이에요.”
“······유감을 표할게.”
6개월이라······.
시즌 끝나고 바로 입대하면 딱 다음 시즌 개막에 맞춰서 전역하겠네.
그래도 동병상련인 친구라서 호감이 간달까.
“사실 한 번쯤 너랑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어.”
“왜요?”
“꼴 보기 싫은 볼 부자에게 제대로 망신을 안겨 줬잖아. 얼마나 통쾌했는지. 큭큭.”
“하하. 그러고 보니 UCLA를 잡은 건 우리 두 팀뿐이죠?”
“그래. 누가 챔피언이 되건 UCLA한테는 절대 밀리지 말자고. Agree?”
“Agreed.”
착!
동맹 체결의 의미로 가볍게 핸드쉐이크.
“슬슬 저희 라커룸으로 가 봐야겠네요.”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렇게 원정팀 라커룸에서 걸어 나오려는데, 어떤 남자가 복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즐거운 만남이 됐나?”
머리가 살짝 벗겨진 50대의 남성.
애리조나의 감독, 션 밀러였다.
“하하, 넵.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애리조나와 오리건의 관계가 썩 좋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선수끼리 사이좋게 지내지 말라는 법까지는 없지. 게다가, 나도 자네와 한 번쯤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고.”
자연스레 내 뒤를 따라서 복도를 걷는 밀러 감독.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러지?
“저기 보이나?”
“관객석이요?”
“그래. 2층. 초록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
시합이 시작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경기장은 벌써부터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밀러 감독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탄탄한 체격의 흑인 남자가 누군가와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보이네요.”
“저 친구는 시카고 불스의 스카우터라네.”
“예!?”
“저기. 깡마른 백인 남자 보이나?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저 친구는 블레이저스 소속이고.”
관객석을 스윽 훑어본 밀러 감독이 NBA 관계자들을 하나씩 짚어 나간다.
“그걸 다 알아보십니까?”
“당연하지. 매년 마주치는 얼굴들인데. 어디 보자······ 불스, 블레이저스, 킹스, 클리퍼스, 워리어스, 랩터스, 넷츠, 재즈, 레이커스, 피스톤스, 매버릭스······ 많이도 와 있군.”
“혹시 순간 기억 능력자라거나, 그런 건 아니시죠?”
“내가 알아보는 얼굴만 이 정도이니, 실제로는 더 있을걸? 아, 저기에 휴스턴 로키츠도 있군. 저 치들은 올해 지명권도 없는 구단이 왜 보러 왔는지.”
진짜?
그렇게 많이들 보러 왔다고?
“허, 역시 마카넨이 대단하긴 하네요.”
로터리픽 후보인 마카넨의 예상 지명순위는 10-15위 범위였다.
하긴, 무려 제2의 노비츠키로 성장하리라 기대받는 선수이니 그럴 만도 하지.
그렇게 감탄하고 있는데, 밀러 감독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그건 동양 특유의 과도한 겸손인가?”
“예?”
“마카넨의 예상 범위는 10-15위 이내야. 저들 중에서 현재 플레이오프 탈락이 유력한, 그러니까 올해 6월 로터리 픽을 얻게 될 팀은 피스톤스와 매버릭스, 킹스뿐이지. 레이커스야 높은 확률로 5픽 안에는 들어갈 테니 마카넨에겐 관심이 없을 테고.”
엥?
그럼 나머지는?
“모르겠나? 저들 대부분은 자넬 관찰하러 온 걸세.”
“······.”
밀러 감독은 이야기를 이어 갔다.
“올해 드래프트는 1라운드 픽을 사고파는 트레이드가 굉장히 활발한 해가 될 걸세. 팀버울브스는 더 이상 로터리급 재능을 추가할 포지션이 없고, 닉스는 결국 카멜로 앤서니를 트레이드하게 될 테지. 벅스는 달릴 준비를 거의 끝마쳤고, 불스는 늘 그렇듯이 리빌딩을 한답시고 남들 좋은 일만 시켜 줄 거야.”
“······.”
“너무 먼 이야기 같나? 자네도 슬슬 NBA 구단들의 사정에 관심을 갖는 편이 좋을 걸세. 머지않아 저들 중 하나가 자네의 소속 팀이 될 테니까.”
“······일단은 3월의 광란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요.”
“하하. 그게 옳은 자세긴 하지. 그럼 이 이야기는 내 혼잣말 정도로 해 둘까.”
사람 하나 없는 복도에 적막이 감돈다.
“생각해 보게. 킹스는 로터리 픽을 2장, 블레이저스는 중하위권 픽을 3장이나 가지고 있네. 아마 포틀랜드는 악성 계약을 처분하기 위해 3장의 픽 중 한두 장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나?”
“······올해 지명권이 없는 컨텐더 팀들도 마음만 먹으면 드래프트에 뛰어들 수 있다?”
“바로 그거지!”
딱!
밀러 감독이 손가락을 튕겼다.
“1라운드 하위권 픽은 큰 대가 없이도 트레이드할 수 있어. 꼭 포틀랜드의 악성 계약을 떠안지 않더라도, 올해의 하위 픽으로 미래 1라운드 픽을 받아 올 수 있다면 거래에 응할 구단은 많을 걸세.”
“2018, 2019년 드래프트는 풍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요?”
“바로 그걸세. 바꿔 말하면? 샐러리 캡이 꽉 막혀서 전력 보강이 어려운 컨텐더 팀들에게, 자네는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야.”
“······.”
하하.
뭐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말하니 드래프트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점점 피부에 와 닿는다.
“드래프트라······.”
솔직히 난 탱킹 팀만 아니면 어느 구단에 지명되어도 크게 상관없다는 입장이었다.
리빌딩 팀이면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아서 좋고, 컨텐더 팀이면 플레이오프를 빨리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어차피 내 입장에선 어딜 가나 외국 땅이니까.’
그래도 가급적이면 미래가 밝고, 나와 타임라인이 잘 맞는 팀이면 좋겠지.
미래를 안다는 무기를 이럴 때 써먹지 않으면 어디에 쓰겠어.
아무튼······.
플레이오프권 강팀들이 내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건 내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긴 하다.
“뭐야, 킴. 아직도 안 가고 있었어?”
마카넨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감독님, 무슨 이야기 중이셨어요?”
“별거 아닐세. 그저······ 젊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입장으로서, 누가 어느 구단에 지명될지를 예상해 보는 건 내 소소한 취미거든.”
아. 그래서였나.
밀러 감독이 내 어깨를 툭 하고 두드렸다.
“아무튼 두 사람 다 열심히 해 보게. 자네들에게 앞으로 모든 경기는 주가를 올릴 기회니까.”
“조언 감사합니다. 라우리, 멋진 경기를 해 보죠.”
“그래. 기대할게.”
홈 팀 라커룸으로 돌아와서.
매튜 나이트 아레나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코트로 향했다.
“Let‘s go Ducks!”
“여기서 이기면 단독 1위야!”
오늘따라 아레나의 분위기는 어마어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상대는 명문 애리조나고, 여기서 이긴 팀은 컨퍼런스 1위로 치고 나가게 되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삐익!
긴장감으로 가득 찬 공기.
심판이 점프볼을 던지며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두 팀의 전력은 거의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
PAC-12를 대표하는 두 강호 간의 치열한 명경기가 펼쳐질 것처럼 보였다.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이 경기가 ‘그렇게’ 흘러가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