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134
45. 파괴신의 후예
“죽어라!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헛소리 하지마라!”
“같은 인간끼리 계급과 구분이 없어진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제2의 카스트 제도를 들먹이는 거냐? 쪽팔리지도 않냐?”
“쪽팔리긴! 필요에 의한 재탄생일 뿐이다. 날카로운 소용돌이.”
쾅!
“젠장.”
푹! 푹!
“크윽!”
쉬지 않고 연신 생명력 약탈자를 적의 몸에 꽂아 넣으면서도 주변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안 좋다. 많이 안 좋아.’
2만대 8만의 격차가 큰 전투다.
물론 한 번에 그 숫자가 전부 맞부딪치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 버티기는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인원수에서도 크게 밀리는데 개개인의 실력에서도 밀린다는 것이다.
사티쉬와 베히키난트는 대변화 이전에도 인도의 상류층이었다.
인도 전체 부의 80% 가까이 차지한 자들이다. 당연히 바리움으로 변하고서도 그 부를 이용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했고.
항상 한발자국씩 앞서나갔고 이점을 독식했기에 실력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라비 길드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깝지만.
“버텨! 막으라고!”
“솟아라! 두터운 대지의 벽.”
“그따위 허접한 벽으로는 개미 한 마리도 못 막는다.”
“터지는 화염.”
쾅!
라비 길드원이나 라비 길드를 도와 불평등한 체제를 무너트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제3, 4계급인 바이샤와 수드라 그리고 불가촉천민 바리움들도 최선을 다했다.
확연히 보이는 실력차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죽더라도 적 1명이라도 같이 데려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하지만 굳건한 의지만으로 승리를 갈구하기에는 현실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진다! 이길 수 없다.’
푹! 푹!
아무리 희망을, 1%의 돌파구를 찾으려 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어려움도 있었고 고난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일말의 희망도 답도 안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
“좋군.”
라훌은 매노리 강 너머의 전황을 지켜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제깟 놈들이 이정도 버틴 것도 훌륭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베히키난트 길드의 길드장 샨드비하의 말에 라훌이 미소를 지우지 않고 편안하게 대꾸했다. 승기가 확실히 이쪽에 있기에.
“이지원과 아만 라구스는 철저히 무시해라. 그 두 놈을 빼고도 공격할 놈들은 많다. 그리고 우리의 최종 타깃은 무스칸이다. 지금은 목숨 걸고 발악하지만 무스칸만 잡아도 희망을 잃은 놈들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이지원과 아만 라구스부터 먼저 처리하는 전략이 논의가 됐다. 무려 8만에 달하는 인원이 있고 자신감이 있기에.
하지만 라훌이 반대했다.
그리고 라훌의 말은 곧 법칙이기에 정 반대의 전략이 짜여졌다.
철저한 무시로.
아무리 이지원과 아만 라구스가 날뛰어도 몇 킬로미터에 걸친 이 넓은 전장 전부를 커버할 수 없다는 라훌의 말에 따라 수립된 전략이고 현재까지 이 전략은 완벽하게 먹혀들어갔다.
이지원은 그렇다 쳐도 아만 라구스의 우왕좌왕하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3번째 계획은 사용치 않아서 다행이군.”
“네. 아무래도 3번째 계획까지 가면…”
지금 이곳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일반인 50만 명이 대기중이다. 제3, 4계급과 불가촉천민으로.
아무리 라훌이 승리에 목이매여도 일반인 50만 명을 죽이면 큰 동요가 일어난다는 것쯤은 안다.
거기에 사티쉬와 베히키난트 길드 속에도 잡일을 하는 제3, 4계급 바리움들도 상당수 있고.
만에 하나를 대비한 최후의 방법.
물론 진실로 라훌은 그들 50만 명을 죽여서라도 무스칸을 죽일 수 있다면 죽일 계획이다.
인도 전체가 시끄럽더라도. 그래야 두발 뻗고 잘 수 있기에.
푹! 푹!
“제기랄!”
인상을 찌푸리며 한껏 치솟은 짜증을 내뱉었다.
주변의 사티쉬, 베히키난트 길드원을 죽이고 또 죽여도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다.
그동안 나 혼자인 것에 대해 불편함도 부족함도 느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혼자라서 편했다. 모든 것을 나 혼자서 차지할 수 있었고 남과 나눌 필요가 없었기에.
그래서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인 게 부족함을 느꼈다.
물론 신화길드와 선빈길드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분명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는 내 것이 아니다. 내 힘이 아니다.
인도 전체와 척을 지게 될 수 있고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일을 부탁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언젠가는 되갚아야할 짐이고.’
“이지원은 피해!”
“무시해라. 무시하고 밀고 들어가!”
“어차피 한 놈이다.”
불나방처럼 달려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암울한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기에.
‘이것은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군.’
피의 군주 때도 제왕의 무덤 때도 예정된 미래를 바꿨다. 나의 힘으로.
그래서 어쩌면 이것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틀렸다.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오만.
하지만 항변하자면 애초에 너무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래도 계속 생명력 약탈자를 휘둘렀다. 같은 편인 모두가 제 한목숨 아끼지 않고 끝까지 버티기에.
거기에 나는 아무리 상황이 열약해져도 2개의 블링크와 1만이 넘는 민첩이면 충분히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그렇게 이제는 덤덤하게 패배를 직감하며 아쉬움과 최선을 다해 발악하는 라비 길드원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낄 때 등 뒤로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물론 실제로 불이나 화염 같은 것으로 인해서 뜨거운 열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이건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느낌. 분명 그렇게 느껴졌다.
‘적?’
처음엔 적이라 생각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사티쉬와 베히키난트 일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이들은 정면으로 꽝 부딪쳐도 완벽한 승기를 잡았다.
괜히 공들여 에워쌀 필요가 없다.
‘그럼 누구지?’
몇 분이 지나자 내가 느끼는 열기를 느꼈는지 라비 길드도 사티쉬와 베히키난트 연합도 어리둥절한 기색이 그대로 느껴졌다.
즉, 양측 다 아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적이 먼저이기에 눈앞의 적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 그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는 내가 아는 모습도 몇몇 보였다.
서울 선빈길드 본부.
“지원군이 좋아할까요? 어차피 지원군 개인적인 일도 아니잖아요. 들어온 정보로는 지원군도 거의 용병으로 뛰는 것 같던데요.”
“상관없다. 다만 이런 식으로라도 연줄을 이어가야지. 지원군의 성격상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쳐도 절대 손을 내밀 성격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 쪽에서 먼저 나서야만 한다.”
송대철 회장은 앞의 차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더욱이 해창이의 보답도 할 겸 딱 좋은 상황이다.”
요새 송대철 회장이나 송명수 부 길드장의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니 송씨일가 전체의 분위기가 좋았다.
왜냐하면 송해창 때문에.
요새 송해창은 바빴다. 쉴 틈이 없다고 사냥에 매진중이다.
물론 아직도 어느 정도 열등감과 그동안 자신이 보인 행동 때문에 대면 대면한 기색이 있지만 거기에 묶여 스스로 목을 옥죄며 침몰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그 열등감을 자양분 삼아 노력중이다.
변하기 위해서.
아무리 뭐라 해도 송해창은 송씨일가의 적통이다. 더 이상 피로 이어진 구성원의 확장도 불가능하다.
그 모습에 기분이 좋은 것은 당연했다.
“정예로 1만을 꾸려라. 너도 해인이도 가지 마라. 괜히 지원군에게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선빈길드에서 송대철 회장의 가장 가까운 심복이며 의중을 잘 아는 한경철 대장으로 정해졌다. 대적자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제3 공격대 대장인 그가.
송대철 회장에게 한 가지 당부를 듣고.
“상황을 봐라. 참여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는 전적으로 너에게 맡긴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참전을 하게 되면 지원군의 의견을 존중해라.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라.”
“선빈 길드에 해가 되도요?”
“후후. 지원군은 그리 멍청하지 않다. 선빈 길드에 해를 입히는 선택 따위는 하지 않는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선빈길드의 1만 정예가 아무도 모르게 인도로 이동했다.
이집트 올드 카이로 신화길드 총본부.
“가야 할까요?”
신화길드의 신-로티오메는 부 길드장 에보네니를 보며 물었다.
“음…”
에보네니도 확답을 하지 못하고 긴 신음을 내뱉었다.
왜냐하면 도움을 원치 않는 상대방에게 도움을 내미는 것 또한 결례이며 무례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괜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하지만 에보네니는 이지원의 성격을 안다.
어떠한 위험한일이 닥쳐도 절대 손을 내밀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혼자 해결하려는 성격이라는 것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서 참전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지 않아서 참전할 기회 자체를 놓치는 것보다는 헛걸음 하더라도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상황은 그곳에서 융통성 있게 지켜보면 될 일이니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신-로티오메의 허락 하에 신화길드는 인도로 1만 명의 정예를 이동시켰다.
총대장 에보네니에 부대장은 신화길드의 유일한 대적자 스킬을 지닌 베넨티로 구성해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엄청난 대인원에 전장을 소강상태로 변했다.
“선빈길드에? 신화길드?”
땅을 뒤덮으며 등장한 인원은 대충 봐도 10만 명은 훌쩍 넘어보였다. 상당수는 인도인 이었고.
하지만 그 속에 선빈길드와 신화길드를 몰라볼 정도로 미숙하지는 않다.
“저기는 아라빈 길드다!”
“파딥 길드도 왔다!”
라비 길드에서 기쁨에 차 터져 나오는 함성으로 봐서는 같은 편은 확실해보였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10만 명 중에서 몇몇 인물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외쳤다.
“나 아라빈 길드의 길드장으로 3계급 바이샤 전체를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바이샤를 대표해서 말하자면 이 사티쉬, 베히키난트 똥구멍 같은 놈들아! 이미 끝난 카스트 제도를 들먹여서 인간을 구분 짓는 멍청한 짓은 그만해라! 이 대변화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면서 앞만 내다보는 장님 눈깔은 그만 떼버려라!”
“와아아아~”
“나 파딥 길드의 길드장으로 아라빈 길드의 길드장님처럼 4계급인 수드라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지만 일부분 대변해서 말하자면 이하 동문이다. 이 똥구멍보다 못한 놈들아! 욕심 좀 그만 부려라. 가진 것도 많으면서 얼마나 더 욕심을 부려야 되겠냐!”
그 뒤로 불가촉천민을 대표하는 자까지 나서서 한바탕 사티쉬와 베히키난트 길드에 대해여 비난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한마디 한마디에 큰 호응을 일으켰고 침체된 사기를 일으켜 세웠다.
완벽한 전세역전.
“모두 라비 길드를 도와 천한 것이! 짐승보다 못한 것이! 태생적으로 더러운 피를 가진 것들이 어떤 지랄을 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자.”
“와!”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
두두두둥!
10만에 가까운 인원이 달려드는 모습은 대지를 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지가 내지르는 비명이 한쪽에게는 엄청난 자신감을 다른 한쪽에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당연히 전자는 내가 속한 쪽이었고.
그때 일단의 무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이지원님. 저는 선빈길드 제3공격대를 이끌고 있는 한경철입니다. 이번에 1만의 인원을 이끌고 참여했습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이지원님. 그나저나 이런 다급한일을 겪음에도 어찌 친구인 신화길드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까.”
“…….”
솔직히 이들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들은 내가 손을 내밀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오로지 나 하나만을 보고.
“저는 송대철 회장님에게 이 전쟁은 오로지 이지원님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게 어떠한 위험을 내포해도 여의치 말라는 명령과 함께요. 그럼 적을 말살 시키면 되겠습니까?”
“이지원님 저희 신화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친구의 고난과 위험을 못 본 척 지나가지 않습니다.”
“우선… 적을 처리하고 보죠.”
지금 이 순간 내 말주변이 없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뭔가 이들에게 고마움이든 카리스마든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후후후. 친구를 괴롭힌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겠죠.”
말이 안 된다면 행동.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선빈길드 1만 명과 신화길드 1만 명을 뒤로 두고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아갔다.
선빈길드와 신화길드 그리고 라비 길드를 돕기로 결정한 인도의 제3, 4계급과 불가촉천민의 등장으로 전장을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었다.
으드득!
“개새끼들.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 감히! 감히!”
라훌은 분노를 숨김없이 표출했다.
다잡은 승리였다. 30분? 아니 10분만 있어도 무스칸의 목을 낚아챌 수 있었다.
“선빈길드! 신화길드! 감히 제깟 놈들이 인도에서.”
선빈길드나 신화길드는 자신들의 정체를 감출 생각 자체가 없다는 듯이 그들의 전용 마크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라훌 입장에서 다른 곳도 아닌 인도 안에서 저런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다.
“끌고 와!”
“네?”
“50만을 모두 이 앞으로 데리고 오라고!”
“네! 알겠습니다.”
분노에 차 내지르는 함성에 참모는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말을 내뱉었다가는 목 위의 것이 한순간에 날아갈게 틀림없었기에.
“좋아. 끝까지 가자면 가봐야지. 결국 남은 것이 파국뿐이라도!”
사티쉬나 베히키난트 입장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자신들의 뜻을 굽힐 수 없었다.
지금 굽히면 굴복이기에.
서로 완만한 합의를 이룰 타이밍도 지났다.
강대강의 대치다. 한쪽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아니, 한쪽이 무너져야한다. 그래야 끝난다.
“이지원 죽일 놈의 새끼!”
원래 이렇게까지 진행될 일이 아니었다. 이지원만 없었더라면 손쉽게 갈 수 있었다.
지금 매노리 강 너머의 전장에서도 새롭게 투입된 제 3, 4계급과 불가촉천민 바리움들 총 8만 명보다 이지원 때문에 참여한 것이 역력한 선빈길드와 신화길드의 2만 명의 위용이 더 뛰어나다.
벌레는 뭉쳐도 벌레지만 이지원과 선빈길드, 신화길드는 벌레가 아니다.
“서둘러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라훌의 불호령에 20킬로미터 후방에 대기하던 일반인 50만 명이 빠르게 이동했다.
사티쉬와 베히키난트 길드원의 강압과 무력행위로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