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282
89. 모르나본데. 어제부로 지구는 내거야.
“여기네.”
던전 밖으로 통하는 입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생각보다 작았으니까.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의 27번 제작 던전이.
그리고 던전 밖으로 몸을 빼내자마자 메시지가 울렸다.
[카즈나리의 27번 제작 던전의 유지 가능한 시간이 초과하였습니다.-던전이 완전히 파괴됩니다.]
쿠르르르 쾅.
마치 내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형체도 없이 붕괴되는 던전 입구.
그리고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존속 혹은 폐기 처분을 기다리는 1455번 행성에 인식의 표 사용자가 머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대 3일 뒤에는 강제적으로 1455번 행성에서 쫓겨나 원래 있었던 심판자의 대륙으로 이동됩니다.]
“이런 건가?”
생각지 못한 메시지.
하지만 딱히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얻은 것이 어마어마하니까.
그리고 어차피 3일간 머물 생각도 안 했다.
중요한 것은 심판자의 대륙이니까.
“그나저나 몬스터랑 던전도 없고 바리움이나 신리움도 없는 죄다 일반인만 있는 세상이라…”
원래는 그게 지극히 자연스런 세상이다.
나도 그런 세상을 살았었고.
그런데 오히려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떤 모습일지.
심판자의 대륙을 포함하면 고작 13년 아니, 회귀 전까지도 포함하면 그래도 24년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물론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세기말 혹은 신석기 시대로 돌아간 그런 상황은 아닐 것이다.
몬스터와 던전의 등장이 있었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으니까.
자동차도 핸드폰도 그리고 비행기도.
다만 그것을 대체할 것들이 너무나 획기적이었을 뿐.
“허. 그나저나 이거 나 혼자 이상한 세상의 엘리스가 된 느낌이네.”
그나마 던전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하나 뿐인 던전도 파괴되자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초인이니까.
그것도 이 지구 내에서 나 혼자만.
두려움도 걱정도 그렇다고 공포도 느낄 껀덕지 자체가 그런 초인.
“크크크.”
웃으며 빠르게 내달렸다.
5분 뒤.
“일본이네.”
딱 보고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일본인들을.
그리고 대충 납득이 갔다.
왜냐하면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는 일본인이었기에.
그렇기에 그의 제작 던전도 일본에 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뭐가 저렇게 빼빼 마른거야? 몸에는 왜 누더기를 걸치고 있고. 설마 옷은 아니겠지?”
몬스터도 던전도 그리고 상점마저도 사라진 세상.
즉, 오토본 단계로 들어서기 전 원래 상태의 지구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바리움도 신리움도 없고 돈 게이트도 사라졌기에 더 이상 바리움과 신리움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다.
평화롭다면 한없이 평화로워야 하는 상황.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노예? 난민? 그 정도.
그래서 궁금증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땅을 갈구는 그들 곁으로 이동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리고 내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땅을 갈구던 자들은 그대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한명도 빠짐없이 전부.
그리고 그들 중앙에 있던 나이를 지긋이 먹은 노인 한명이 바닥을 양 무릎으로 기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분명 한 달 전에 상납을 끝냈는데 어찌 또…”
노인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떠듬떠듬 말을 내뱉었다.
두려움을 가득 담아서.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어떤 상황인지.
“정말 그게 전부였습니다. 더 이상 저희가 먹을 것조차 없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할당량은 다음에 꼭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흠흠. 그만 고개 좀 들어보세요.”
“네?”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으니 고개를 드시라고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노인이 슬쩍 고개를 들어 나를 살폈다.
그리고 나를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허물어졌다.
온몸을 팽팽히 감싸던 긴장이 풀린 듯이.
그리고 그것은 노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빼빼마른 몸을 유지하던 대다수의 인원들도 엎드린 자세 그대로 주저앉았다.
“누… 누구십니까?”
“그냥 길을 지나던 여행객입니다.”
“허허. 이 시대에 여행객이라.”
여행객이라는 설명에 허탈한 웃음을 토해내는 노인.
“그나저나 저를 보고 왜?”
“그거야 옷차림이 너무나 고급스럽고 반듯하기에…”
노인의 말에 슬쩍 내 옷차림을 확인했다.
확실히 노인의 말대로 상점에서 비싸게 파는 고급 옷이다.
그것도 엄마가 직접 사다 준.
가끔 엄마에게 어느 정도의 골덴링을 준다.
아무리 그래도 자식이니까.
그리고 엄마는 그 골덴링으로 항상 나를 위한 옷가지를 사갖고 온다.
황제파의 얼굴이자 이제는 지구의 얼굴이 된 내가 아무거나 걸치고 다니면 안 된다며.
당연하지만 처음에는 거절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멋지고 좋은 옷을 입히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입은 옷도 엄마가 사다준 고급스런 옷.
하지만 내 옷차림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곧바로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상당히 열악하고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것 같은데. 이제는 바리움과 신리움도 사라졌고 몬스터와 던전도 없는데 어째서 이런 삶을 살고 있습니까?”
궁금했다.
내 예상에 이런 모습은 없었으니까.
더욱이 오토본 단계에서 일반인은 분명 조연에 비주류였다.
주류는 인식의 표를 사용한 바리움과 신리움이었고.
그렇기에 제대로 된 대접은커녕 찬밥 신세를 몸으로 경험해봤기에 으쌰으쌰 하면서 더 잘 살 거라 예상했다.
바리움과 신리움이 사라졌다고 쾌재를 부르며.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습.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노인이 가자미 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다.
무슨 그따위 질문을 하냐는 듯이.
“제가 산속에 좀 오래 있다 내려와서 세상 물정이 좀 어둡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궁색한 변명.
하지만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두꺼운 낯짝을 그대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노인도 내 기색을 읽었는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내심 말할 기회만 살피고 있었다는 듯이.
“바리움과 신리움들이 사라지고 몬스터와 던전도 사라지고 모두들 만세를 불렀습니다. 물론 차후에 받게 될 ‘뒤쳐진 바리움’이라는 호칭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우선은 우리 일반인들을 핍박하고 천대하던 신리움과 바리움들이 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곧이어 등장한 구원자라는 자 때문에요. 그리고 그자를 따르는 세이버라는 조직 때문에요.”
“구원자와 세이버요?”
단언할 수 있다.
구원자 따위는 없다고.
그리고 안다.
이 오토본 단계도 그리고 심판자의 대륙도 구원자 따위를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코웃음 치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구원자라는 웃기지도 않는 자를.
“네. 구원자는 말했습니다. 자신이 쫓아냈다고요. 바리움과 신리움을 지구 밖으로요. 그리고 자신이 그들의 빈자리를 원래 지구의 주인인 인간들에게 돌려준다고요.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는지. 저조차도요.”
노인은 그때를 회상하듯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구원자의 옆에 무수히 많은 자들이 달라붙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그동안 억압받고 천대받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인식의 표를 사용치 못한 일반인을 위한 행보를 펼쳤으니까요.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구원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선언했습니다. 자신이 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며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고요. 그와 같은 인간까지요.”
“…….”
“그렇게 아이템마냥 인간을 1등급에서 10등급으로 구분한 그는 철저히 통제를 했습니다. 아래 등급의 사람은 절대 위의 등급의 사람에게 반항을 하지 못하게요. 죽으라는 명령마저. 그리고 반항을 하면… 곧바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가차 없이요. 흑흑. 지옥. 오히려 바리움과 신리움에게 천대받던 그때보다 더 심한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고작 2년도 안돼서요.”
“흑흑.”
“흑흑흑.”
노인의 말이 끝나자 누더기를 걸친 빼빼 마른 자들도 눈물을 쏟아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살고 있는지.
물론 불쌍했다.
안타깝기도 했고.
하지만 그게 이들을 위해서 구원자라는 웃기지도 않는 호칭을 가진 자와 세이버라는 조직을 박살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구원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살짝 기분이 나빴다.
왜냐하면 노인의 말대로 바리움과 신리움이 판치던 오토본 단계의 지구 내에서 일반인데 대한 처우는 최악이었다.
그래서 내심 그런 억압을 공유했던 기억이 있기에 잘 살 거라고 생각했었다.
같은 아픔을 공유했기에.
하지만 더 심한 차별.
그리고 또 하나.
‘진짜 지구의 주인인 내가 있는데 지구의 주인?’
상태창에도 적혀있다.
칭호 부분에 지구 최초의 바리움 외에 지구의 주인 이라고.
물론 나 스스로 지구의 주인이라고 크게 자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마치 제가 지구의 주인인양 행동하는 구원자라는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곧이곧대로 쳐들어갈 생각은 없다.
그의 말도 들어볼 생각이다.
항상 쌍방 간의 의견은 다 들어봐야 하니까.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내 말에 눈물 자국이 그대로 묻어난 얼굴을 한 노인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참을 내 모습을 들여다보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브라질. 브라질의 상파울로가 그들의 본거지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없으니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일.
그 시간 안에 구원자라는 자를 만나고 정할생각이다.
그와 세이버라는 조직의 운명을.
심판자의 대륙 쿠르트 행성 진영 104번 구역 앞.
“우리의 반도 되지 않는 병력. 그런데 104번 구역의 성벽을 이용한 수성이 아니라 저렇게 밖으로 나와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신경 쓰이네요.”
스페인의 폰페라다 길드의 헤수스 길드장의 나지막한 말.
그 말대로 위청이나 조엘, 존 윌리엄 길드장들도 적의 행태가 거슬렸다.
더욱이 겉으로는 평가절하 하지만 그래도 이지원과 황제파가 그간 해놓은 전력.
그래서 저렇게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고작 30만의 병력을 가지고.
하지만 이쪽은 무려 3배나 많은 인원수.
거기에 황제파를 비롯한 지구의 모두에게 황제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각 길드에서 뽑고 뽑은 90만에 달하는 정예들.
그래서 멀리서 적의 모습을 확인했음에도 4개 길드의 연합체는 멈추지 않고 적의 앞까지 움직였다.
90만이나 되는 인원으로 고작 30만의 인원에 겁을 먹고 후퇴하는 꼴은 죽어도 보일 수 없으니까.
“해야겠죠?”
프랑스의 샹보르 길드의 길드장 조엘의 말.
“그래야죠. 이미 멈출 타이밍은 지나갔으니까요.”
“분명 예상치 못한 적의 등장. 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맞습니다. 인원차도 3배고요.”
꺼림칙한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그 꺼림칙하다는 느낌만으로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기에 청룽, 샹보르, 폰페라다, 스펜서의 4개 길드의 연합체는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3배나 나는 인원차를 이용하여 한 번의 돌격으로 적을 감싸 그대로 몰살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그런 4개 길드의 연합체보다 적이 먼저 움직였다.
단 한명이.
그것도 30만의 무리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걸어 나옴으로써.
처음에는 위청이나 조엘, 헤수스, 존 윌리엄 길드장은 그 한명을 전령병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전달 사항을 받기 위해 똑같이 한명의 수하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곧 중앙에서 마주친 2명.
하지만 위청이나 조엘, 헤수스, 존 윌리엄 길드장이 생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쾅!
순식간에 발생한 공격.
그리고 적의 공격에 중앙에 나간 수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자 4명의 길드장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적의 기본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 곧장 돌격명령을 내릴 찰나 여전히 돌격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그 한명이, 전령병이라 생각했던 그 한명이 도망가지도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멈춰선 것이 아니라 여전히 터벅터벅 걸어왔기에.
그것도 아주 태평하게.
“으드득. 공격 준비를 하라!”
“저 미친놈을 잡고 뒤에 있는 30만 명의 적을 감싸 궤멸시키겠다!”
“네!”
“알겠습니다!”
적의 어이없는 행동도 행동이지만 이미 적의 103번 구역을 파괴함으로써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
더욱이 확실한 수적 우위를 차지한 상태이고.
그래서 4명의 길드장의 외침에 90만 명의 길드원들은 큰 목소리로 호응했다.
그리고 달려들었다.
겁도 없이 다가오는 한명의 적을 그대로 짓밟고 뒤에 있는 적에게 달려들기 위해서.
“트리플 샷!”
“혹한의 창.”
“살을 에는 추위.”
:
“춤추는 불꽃!”
“날카로운 바람의 정령 공격.”
“아이스 링!”
순식간에 수백 개 아니, 얼핏 봐도 천개가 훌쩍 넘는 온갖 공격들이 그 남자에게 향했다.
쾅! 쾅! 쾅!
그리고 그대로 작렬.
“뭐야?”
“피하지도 그렇다고 막지도 않아?”
“정말 미친놈이군.”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적의 행동에 공격을 퍼부은 4개의 연합체 길드원들은 혀를 찼다.
물론 그게 전부.
왜냐하면 미친놈에게 그것도 적에게 더 이상 쏟을 관심은 없으니까.
오히려 저 멀리 우두커니 서있는 30만 명의 적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가자!”
“보여주자! 지구에 황제파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네!”
“와아아아!”
그렇게 모두들 30만 명의 적을 향해 돌격을 시도했다.
천개가 훌쩍 넘는 공격으로 땅이 파이고 온갖 폭발로 인한 시야가 차단된 곳을 뚫고.
당연히 그 안에는 미친놈은 죽어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테니까.
하지만.
퍽!
“크헉!”
순간적으로 가장 앞장서서 달리던 자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연기가 거치며 한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이따위 시답잖은 공격을 펼쳐놓고 나를 지나쳐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
아주 여유로운 목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