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으아악!”
조홍선이 깜짝 놀라며 단도를 떨어뜨렸다. 야율령이 그의 손가락을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새끼손가락과 손날의 살점이 잇자국대로 거의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야율령이 소리쳤다.
“뭐 해!”
조홍선은 즉시 물러났다.
그러나 안소방은 바로 공격하지 않고 고개만 돌려 조홍선을 보았다.
뚝.
안소방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눈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조홍선이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율령이 화를 냈다.
“멍청해도 정도가 있지! 아직도 친구라고 감싸려는 거야?”
그에 대한 대답을 조홍선이 했다.
“아니. 내공을 끌어 올린 바람에 독이 퍼진 거다. 아까 먹은 주먹밥에 넣어 뒀지. 마도에서 준 거라 확인해 볼 겨를이 없어서 안 통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이 비열한 놈아!”
야율령이 화를 냈지만 안소방은 그러지 않았다.
“친구. 뭐 하러 이렇게까지 했어.”
“이러지 않으면 부상까지 입은 내가 자네를 어떻게 제압하겠나. 자넨…… 예전과 달라. 강호의 이름난 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하지만 나는…….”
안소방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죽어 달라고 했으면 죽어 줬을 거야. 이럴 필요 없었어. 나더러 회주님을 배신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자네를 위해 죽어 줄 순 있었네.”
“웃기지 마!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자네의 그 성격까지 예전과 달라진 게 기분이 나빠. 우린 거드름 떵떵 피우면서 여자나 꼬시러 다니는 게 어울리던, 그런 놈들이었다고!”
“그때로 돌아가면 좋겠군. 진심으로.”
조홍선이 안소방을 공격하려다가 멈칫했다. 안소방의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이익…… 제길!”
조홍선은 이를 악물곤 등을 돌린 뒤 그대로 달아났다.
야율령은 화가 난 얼굴로 안소방의 안색을 살폈다. 손목을 잡아 맥을 확인하고 목의 핏줄을 보았다.
“멍청아. 네가 먹은 게 뭔 줄 알아?”
“…….”
“대종사가 사용하는 독이야. 천하에서 그 말고는 절대 해독할 수 없는.”
안소방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야율령의 말은 조가장이 마도와 내통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먹자마자 증상이 나타난 걸 보니 독성이 높은 재료를 배합한 게 틀림없어. 넌 앞으로 삼 일 밤낮을 고통스러워하다가 온몸의 혈맥이 터져 죽을 거야.”
야율령이 계속 말을 않는 안소방에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죽을 거야?”
안소방이 모든 걸 포기한 투로 대답했다.
“해독이 안 된다니 방법이 없잖아.”
“해독할 순 없어. 대신 견디는 방법을 알아. 문제라면, 그래도 오래는 못 버틴다는 점이지만.”
“얼마나?”
“짧으면 며칠. 길면 한두 달.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두 달을 넘긴 사람은 없었어.”
안소방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죽느냐, 조금 더 살다 죽느냐니까 어쨌든 머지않았다는 거로군.”
“억울해? 억울하면 그 안에 살아날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
야율령의 표정을 본 안소방이 말했다.
“내가 죽는데 네가 왜 화를 내지? 알았으니 그 방법이 뭔지나 알려 줘. 일단 들어보고 결정할 테니.”
“대종사의 독을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안소방은 이어지는 야율령의 말을 듣고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천마신공을 익히는 거. 그것도 필사본이 아니라, 진짜 천마신공.”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더러 그걸 익히라고? 아니, 애초에 가능이나 해?”
“그게 그렇게 어려웠으면 우리 가문이 대대로 대종사를 배출하지 못했겠지. 천마신공에서도 쉬운 부분이 있어. 재능만 있다면 오늘 안에 독의 진행까지는 멈출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홍선이…… 비급을…….”
“전부를 다 익힐 게 아니니까. 당장 필요한 건 여기 있어.”
야율령이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안소방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정말 천마신공을 익혀도 되나?
그런데 이 여자는 아까도 날 구하더니, 지금은 또 왜 살리려고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문득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만약 천마신공의 성취가 높아지면 어떻게 되지?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나?”
“이후엔 독이 아니라 천마신공 때문에 죽어.”
“이해가 안 되는데.”
“천마신공을 배울 때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선천진기가 지속적으로 말라. 난 그게 뭔지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차기 대종사를 고르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어.”
야율령이 재촉했다.
“시간 없어. 배울 거야, 죽을 거야?”
길어야 두 달…….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안소방은 굳은 얼굴로 결정을 내렸다.
“알겠다. 배우겠어. 적어도 회주님을 만나든 너를 백룡장까지는 데려다 놓든, 그 뒤에 죽어야 할 테니까.”
그 말에 야율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안소방이 의아해했다.
“음? 왜 그러지?”
“뭐, 뭘 왜 그런다는 거야! 빨리 같이 있을…… 아니, 구결을 전수할 만한 곳을 찾아봐!”
* * *
허윤은 같은 점을 계속 봤다.
마치 천기성이 가진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반복하려는 듯한 태도였다.
천기성은 속으로 욕을 했다.
대놓고 하고 싶었지만, 아까 그러다가 박치기에 맞는 바람에 혀를 씹었다.
그 뒤부턴 혀가 잘릴까 봐 말도 함부로 못 하는 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 아니었다. 양팔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기도 힘들뿐더러, 남에게 꺼내 가라고 하면 대부분은 돈주머니째 가지고 달아나기 때문이었다.
“왜 이것뿐이오? 더 없어?”
허윤이 천기성의 돈주머니를 뒤집었는데, 남은 게 십 문뿐이었다.
“허어. 나는 무조건 에누리 없이 삼십 문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데.”
천기성의 입술이 비틀렸다.
너무 맞아서 일어서기도 힘들 지경인데, 아직도 부족하다고?
그가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끝끝내 일어났다.
그러곤 허윤을 향해 조소를 지었다.
“복채를 제멋대로 받으면 반드시 신기에 영향을 주지. 한데 이걸 어떡하나. 내가 돈이 없어서.”
허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천기성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셨구려. 댁이 그럴 때가 아닐 텐데.”
“왜, 내 태도가 성에 안 차나? 그럼 날 죽여 보든지.”
천기성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어차피 허윤이 자기를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해서다.
“백룡회라는 단체의 수장이 비무장에 무공도 배우지 않은 점성술사를, 그것도 오룡삼봉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였다, 라…… 그거 아주 재미있겠군.”
남궁민과 진승은 무림인이라서 둘 사이에 원한이 있으면 당사자가 해결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고, 사실 허윤이 머리 좀 박은 걸로 천기성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천하의 두풍을 뿜어내는 곳이니 아프기야 했겠으나, 죽지도 않았을뿐더러 애초에 허윤을 도발한 건 그가 먼저였지 않은가.
오죽하면 허윤이 저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이렇게 길길이 날뛰고 있으니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가 아무리 마도에 협력했다 해도, 어쨌든 민간인인 이상 정파인이 나서서 함부로 해를 가할 순 없었다.
심지어 상대는 십팔비성의 종주. 최악의 경우, 이류육종이 모두 돌아서고 정파의 도덕성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터였다.
둘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자 천기성의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다.
“그 칼로 나의 가슴을 찌르고 목을 베어 보란 말이다. 내 팔도 잘랐는데, 목은 못 자르겠다는 거냐? 아니면, 불의의 현장을 보고도 못 본 척하여 양심이라도 거리끼는가?”
공세연이 끼어들었다.
“거기까지만 하시죠.”
“뭐?”
천기성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그 말은 저놈이 나를 폭행할 때 말리며 해야 했던 것 아닌가. 얘기하는 걸 들으니 너는 무림맹에서 일한다지? 무정화라고? 자, 다른 놈들은 용기가 없는 듯하니 네가 날 죽이는 게 좋겠군. 어차피 정파는 정의니 협이니 관심이 없었다는 걸 증명해 보아라.”
공세연도 화를 참느라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당한 일 때문에 마도에 붙을 정도로 지독한 자라는 걸 잊었다. 이대로 살려 놔도 해가 될 테고, 죽여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고민스러웠다.
천기성은 완전히 기가 살았다.
그가 목표를 다시 허윤에게로 돌렸다.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이를 갈았다.
“복채를 핑계 삼아 사람을 괴롭히더니, 스스로의 덫에 자기가 빠져 버리고 말았구나. 설마하니 내게 그 정도의 돈도 없을 거라곤 생각 못 했겠지.”
허윤이 천기성에게 말했다.
“이류육종에 있는 이들은 다들 이렇게 말했소. 악연을 만든 건 나라고. 하지만 자신들이 먼저 시작했다는 건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더구려. 피해자가 자신들이라고만 생각하는 거요?”
천기성은 허윤을 노려보았다.
“네 진짜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구나.”
“내 잘못이 뭐요?”
“감히 주제도 모르고 덤벼든 것.”
허윤이 울컥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겠으나, 예전의 수모가 생각나서다.
천기성이 비웃으면서 독기를 가득 품고 내뱉듯 말했다.
“날 지금 죽여라. 그러지 않으면, 나는 널 무너뜨리는 데 내 평생을 바칠 것이다. 네놈은 이제 끝난 게야. 알겠나?”
그때, 혼자 한참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던 명승기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투로 말했다.
“모두 고정하십시오! 아무리 돈 몇 푼에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가 눈에 힘을 주어 일행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깟 돈 때문에 사람을 이리 매도하는 거, 보기 안 좋습니다!”
일행은 저 눈치 없는 명승기가 또 무슨 말을 하나 싶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명승기가 저벅저벅 힘찬 걸음으로 천기성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자기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돈 빌려 드릴까요?”
순간 천기성은 이 새끼가 미친 새낀가, 뭐 하는 새낀가 하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명승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명승기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그제야 뭔가 잘못되어 가는 걸 느낀 천기성이 급하게 거절하려 했다.
“돼, 됐…….”
하지만 이미 그의 품으로 명승기의 돈주머니가 들어왔다.
천기성이 급히 허윤을 돌아봤다.
허윤은 명승기를 칭찬하듯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었고, 남궁민과 진승은 그게 아니라는 듯 손을 젓고 있었다.
그동안 남궁민에게 하도 구박을 받은 명승기가 살짝 눈치를 보았다.
“이것도…… 적나?”
남궁민과 진승이 더 세차게 손을 저었다.
허윤이 괜찮다며 말했다.
“그 정도면 됐네. 아, 주머니에 얼마나 들었나? 모르면 세어 봐 주게.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순 없지.”
“알겠습니다.”
명승기는 무심결에 시킨 대로 하려다가 허윤의 손에 들린 동전을 보았다.
하여 손가락으로 허윤의 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까지 합칠까요?”
“아, 그럴까?”
천기성은 화들짝 놀랐다.
합치긴 뭘 합쳐!
그거 아까 복채로 낸 돈인데 그걸 왜 도로 빌려줘!
고리대금업자도 그렇게는 안 하겠다, 이 새끼들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돈을 빌려주는 게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그의 얼굴이 하얘졌다.
방금까지 악에 가득 받쳐 있던 눈빛에서 순식간에 독기가 빠졌다.
“배, 백룡회주! 내 얘기는 그러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