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61
기계신과 함께 – 외전(2)
“유지방분 10.5%, 설탕 20.2%, 초콜릿칩 4%, 아, 초콜릿칩은 더 자세하게 코코아분말 2% 코코아버터 1.5%, 0.5%가량의 전지분유와 레시틴, 천연바닐라향으로 이루어져 있고요, 페퍼민트 오일은 0.05% 정도, 그리고 식용색소황색제 4호······.”
슈리의 입에서 아이스크림에 포함된 원재료 및 그 함유율이 속사포처럼 흘러나왔다.
“······이 들어 있는 맛이군요. 페퍼민트 오일과 초콜릿이 각각 0.05%와 4%밖에 안 들었음에도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
송애니도, 무결도, 그리고 아테나와 포세이돈마저도 황당한 눈빛으로 눈을 똘망똘망 뜨고 있는 슈리를 바라보았다.
“흠, 뭐 맛있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은 없는 거야?”
무결이 묻자, 슈리가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래도 이 기계고양이의 몸으로는 인간처럼 맛을 느낄 수는 없나 봅니다.”
“그렇구나······.”
무결이 아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슈리가 무언가를 먹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슈리의 몸이 기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막상 슈리가 제대로 ‘맛’이란 것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들었다.
“인간의 몸을 가지기 전에는 여러분과 같은 ‘맛’을 알 수는 없나 봐요.”
슈리 또한 아쉬운 듯 말했다.
“아, 안타깝다······.”
애니는 민트초코의 위대함을 알리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슈리가 ‘맛있음’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분위기가 축 처졌다.
슈리의 오랜 소망이 물거품이 된 것과 다름없었으니.
그런데.
“흠, 거기에 대해선 내가 도움을 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처진 분위기를 깨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그 말을 꺼낸 자를 바라보았다.
“포세이돈, 당신께서요?”
무결의 물음에 포세이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은혜도 갚을 겸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을 좀 알려주도록 하지. 어때?”
그 말에 무결은 반색했다.
“알려주시면 감사하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포세이돈이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도 이 상황은 퍽 흥미로운 듯 보였다.
“일단 확실하게 해두지. 자네가 원하는 것은 저 ‘슈리’라는 꼬마 신께서 인간의 맛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사실 그 방법은 꽤 간단해. 우리처럼 화신체, 즉 ‘아바타’를 만들면 해결되는 일이지.”
아바타.
신이 그 권능이 엄격하게 제한된 중간계에 존재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가상 신체였다.
신들은 중간계에 직접적으로 자신의 힘을 행사할 수 없었다.
심지어 중간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또한 ‘힘의 행사’로 분류되어 불가능했지만, 단 한 가지, ‘아바타 생성’을 통해 그 속에 깃듦으로써 원하는 생명체의 모습으로 인간계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했다.
“슈리, 아바타 만들 수 있어?”
무결이 슈리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아뇨, 저는 아직 [전지]와 [전능]을 다루는 게 익숙하지 못해 화신체 형성은 불가능합니다.”
“못 만든다는데요?”
무결이 포세이돈을 보며 말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끝까지 들어봐, 좀.”
포세이돈이 험험,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화신체를 만들 수가 없다면 구하면 돼.”
그러더니 무결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은근하게 말했다.
“이를테면, 영혼을 빼앗은 다음 그 몸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 마족처럼.”
그가 요사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장난치지 말고 다른 방법이나 얘기해 보세요. 남의 몸 뺏을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무결은 눈 하나 깜짝 않고 태연하게 그의 말을 맞받았다.
포세이돈은 투덜대며 말했다.
“쳇, 재미없군. 다른 방법은, 아예 처음부터 영혼이 존재하지 않았던 몸을 찾아 거기에 들어가는 거야.”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몸?”
“그래, 거기에 대해서는 아테나가 설명해 줄 거야.”
무결은 아테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 이야기에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있었다.
그녀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창밖을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힐끔힐끔 아름다운 아테나를 바라보기 바빴다.
‘과연 저 여자가 도움을 줄까?’
무결은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철천지원수처럼 이 악 물고 싸운 사이인데, 지금 와서 무결에게 필요한 정보를 순순히 건네줄까 싶었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에메랄드의 서]를 빼앗기 위해 여러 가지 던전 정보를 알아보던 때, 입수한 정보가 있다.”
아테나는 뜻밖에도 무결 쪽으로 고개를 틀며, 순순히 가진 정보를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뜻밖이라는 무결의 표정을 봤는지, 아테나가 토라진 얼굴을 했다.
“흥! 비록 너와 내가 박 터지게 싸우긴 했지만, 나는 명예를 아는 자다. 명예는 곧 은혜와 원한을 확실히 갚는 데서 시작하지. 넌 적이었던 내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걸 갚는 것뿐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삐진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더 퍼서 물었다.
“그렇다고 네 얼굴을 보는 것이 그리 달갑진 않으니 그렇게 빤히 쳐다보진 마라.”
“아, 예.”
무결이 머리를 긁적이며 슈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슈리를 식탁에 앉아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털도 없는데 그루밍은 왜 하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무결은 이내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아테나의 말에 집중했다.
“던전 중에 영혼 없는 인간의 몸을 구할 수 있는 던전이 하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너는 거기 가서 네 여자친구가 들어갈 몸을 구해 오면 된다.”
“하지만 던전들은 이제 세상에 나타나지 않잖습니까?”
그 말을 들은 아테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네가 회귀할 때 쓴 방법을 쓰면 되지 않느냐?”
“제가 회귀할 때 쓴 방법이라고요?”
그러자 아테나가 슈리를 보며 말했다.
“······네 남자친구에게는 아직 말 안 한 모양이구나?”
“저도 안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슈리가 그루밍을 하며 눈길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방법이란 게 뭔데? 내가 어떤 방식으로 회귀한 건데?”
무결이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 물었다.
그러자 슈리와 아테나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타임머신.”
* * *
무결이 과거로 회귀한 것은 정말 기막힌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첫 번째 우연은 무결은 기계룡과 자폭하기 직전, [디바이스 컨트롤]의 스킬 능력치가 100에 도달함으로써 [전능]의 파편인 [마스터피스]를 획득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우연은 자폭할 때 반물질 폭발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가 [에메랄드의 서] 3단계를 개방했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두 가지 우연에 더해, 한 가지 우연이 겹쳤다.
세 번째 우연은, 무결의 기간테스였던 [트리슈라]의 AI, ‘슈리’가 [마스터피스]와 [디바이스 컨트롤]의 힘으로 3단계가 개방된 [에메랄드의 서] 속에 깃든 것이다.
그녀는 ‘주인을 지킨다’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도 강력한 사명에 따라 [에메랄드의 서] 속에서 무결을 구할 방법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그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래’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은 [에메랄드의 서] 3단계는 [타임머신]의 제작 방법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슈리는 [타임머신]의 제작법을 도면으로, 아직 사라지지 않은 [마스터피스]와 [디바이스 컨트롤]의 힘을 도구로 삼아 [트리슈라]를 타임머신으로 개조했다.
그리고, 무결을 회귀시켰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아.”
[···성공··· ···도약.]무결은 회귀 당시 머릿속을 어렴풋하게 스쳤던 목소리를 기억해 냈다.
“그렇다면 그때의 목소리는······.”
“예, 제가 낸 것입니다.”
[타임머신 제작 성공. 시간 도약을 시행합니다.]무결은 그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슈리의 말에 전율이 흘렀다.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 내게 그것을 말해주지 않은 거야?”
“저도 당시의 기억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터도 경험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개방된 [에메랄드의 서] 속에 접속된 기억은 꿈속에서의 기억처럼 증발해 버립니다.”
“아, 그랬지.”
무결은 재앙형 던전 [베히모스의 꿈]에서 [에메랄드의 서] 1단계를 개방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때 분명 [에메랄드의 서] 속에서 많은 정보를 접했지만, 그 속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모든 기억을 잃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예, 제가 신이 됨으로써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전부 기억났습니다.”
명쾌한 대답에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네가 내게 예언처럼 말했던 조언들도 전부 [에메랄드의 서] 3단계를 겪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겠구나?”
“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마스터의 [마스터피스]가 성장할수록 깨어난 [전능]의 영향으로 마스터께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이 생각났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에 대한 의문이 술술 풀리자, 무결은 속이 다 시원했다.
“이 [타임머신]을 만드는 방법도, 그래서 기억났다 이거지?”
무결과 슈리의 앞에는 이미 슈리의 힘으로 완성된 타임머신이 놓여 있었다.
“예, 비록 이제는 신으로서의 제약 때문에 [에메랄드의 서]를 개방할 수 없지만, 이미 습득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중간계에서 힘이 제약된다지만, 갓 태어난 어린 신인 슈리는 그 제약이 오래된 신들보다 훨씬 덜했다.
격이 올라갈수록 제약이 심해지는 것이 신들의 세계.
그런 의미에서 아직 갓난아기나 다름없는 슈리는 신들 중 가장 자유로운 신이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 [타임머신]도 만들 수 있었지요.”
슈리가 무결의 어깨에 올라서며 말했다.
“으, 아!!”
타임머신 한쪽에서는 은하수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 시공간 과학의 결정체를 눈앞에 두고도 전혀 연구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거냐! 으아~!!”
슈리가 만들어낸 [타임머신]은 무결이 [디바이스 컨트롤]과 [마스터피스]를 통해 만들어낸 기기들처럼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미래 정보를 퍼뜨리지 않는 것은 세계선의 중요한 규약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슈리가 미안한 얼굴로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그럼 다녀올게, 형.”
무결이 [타임머신]의 좌석에 올라타며 말했다.
[타임머신]은 [트리슈라]를 개조해 만들어져 있는 만큼, 기간테스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그래, 내가 준 장치는 잃어버리지 말고!”
“알았어.”
무결이 피식 웃으며 해치를 닫았다.
은하수는 타임머신을 직접 연구하지는 못했지만, 과거에 갔다 옴으로써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임머신] 가동이 슈리로서도 꽤 부담스러울 만큼 큰 힘을 소모한 프로젝트인 만큼, 은하수도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그럼, 작동!”
무결이 [타임머신]의 작동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고.
위이잉—!!!
기간테스가 점점 진동하더니.
팟–!!
한 점으로 수축되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무결이 돌아간 것은 던전시대 발생 2년 차의 한때였다.
무결의 이번 시간여행은 타임머신의 설정이 변경되어 이전의 회귀와는 성질이 달랐다.
이전의 시간여행은 과거의 몸속에 ‘정신’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몸 전체가 과거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을 써야만 과거에서 슈리의 몸이 될 만한 것을 공수해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주의가 필요했다.
지금 이 시기에 있을 무결 자신과 만나면, 어쩌면 둘 중 하나가 죽을지도 몰랐다.
타임 패러독스.
아직 ‘시간’에 관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가득한 이상,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했다.
무결은 던전시대 2년 차의 중국의 외지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다시 [기간테스]로 개조해, 목표 좌표를 향해 날아갔다.
* * *
“음, 여기군.”
무결이 덴마크에 있는 한 던전의 앞에 도착했다.
던전 입구는 덴마크의 한 숲속에 감추어져 있었는데, 커다란 토끼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던전 데이터베이스에 없던 곳입니다.”
“그렇군. 아테나가 정말 좋은 정보를 줬어. 그럼 갈까?”
“예, 마스터.”
무결의 어깨에 흔들림 없는 자세로 앉아 있는 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결은 토끼의 입속으로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던전 ‘뒤틀린 동화나라’에 입장하셨습니다.] [스테이지 설명을 시작합니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태어난 동화나라는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강력한 힘을 지닌 ‘마녀 네트워크’가 동화나라를 장악하고, 행복했던 동화를 뒤틀었습니다.] [던전의 첫 입장자로서 모험가님께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시작하실 동화를 선택하십시오.]1. 신데렐라
2. 백설공주
3. 인어공주
4. 미녀와 야수
5. 잠자는 숲속의 미녀
6.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