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150
“뭐, 뭐를 뒤집겠다는 거···.”
나는 놈이 헛소리하지 못하게, 휴대폰을 턱 아래에다 갖다 붙였다. 손에 조금씩 힘을 주자, 고개를 드는 문성수. 내 기세에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너 여기서 대체 뭐 하는 놈이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인지, 조잘대던 입이 꾹 다물린다. 나는 뒤에 서 있는 정정례를 향해 질문을 돌렸다.
“병원 외조카인 것도 알겠고, 미화 직원들 관리하는 것도 알겠는데요. 그래서 이놈이 병원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뭐냐고요.”
“저, 저희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선생님?”
내 말에 겨우겨우 대답을 쥐어짜는 정정례. 손끝에서 움직임이 느껴지자, 나는 휴대폰을 더욱 밀어 넣었다. 꼼짝하지 말라는 신호. 여차하면 너의 목젖을 후려칠 거라는 눈빛으로. 긴장했는지, 문성수의 목에서 침이 꿀꺽 넘어가는 게 보인다.
“가, 간호조무사이신데 실력이 좋으셔서인지, 경력이 오래되어 그런지, 다들 그렇게 부르시더라고요. 저희도 따라서 그렇게 부르거나 아니면 그냥 문 주임님이라고···.”
“정정례 씨 이제 그만···.”
지이잉- 지이잉-
“으엇!”
문성수가 뭐라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휴대폰에 전화가 들어왔다. 거칠게 울리는 진동에 기겁하는 녀석. 마치 전기 충격기를 맞은 것처럼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몽두 형님이네.’
나는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연결했다. 기분 나쁜 듯 두 손으로 목을 움켜잡은 문성수. 숨을 쌕쌕거리며 점점 올라오는 분노를 누르는 듯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 바 아니지만.
“네. 여보세요.”
-여기는 볼일 다 끝났는데, 넌 어때? 뭐 좀 알아냈어?
몽두의 물음에 나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대충 대답했다. 수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붉은 얼굴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문성수. 그리고 키를 쥐고 있는 정정례. 이쪽만 어찌 잘 파면 뭔가 나올 것 같으니.
“네네. 대충 냄새 좀 맡았어요.”
-잘됐네. 그럼 복귀할까? 깜장 형님 시간 애매해서 그냥 사무실에 눌어붙겠대.
“집 간다 하시더니만.”
-집은 무슨. 그냥 하는 말이지. 항상 그렇잖아. 사건 접수되면 양말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버티는 거. 주차장으로 와라. 시동 걸어 놓고 있을게.
나는 시계를 확인하며 알겠노라 대답했다. 폴더폰을 닫을 때까지 나를 노려보고 있는 문성수.
“뭐 해요? 응급 호출이라고 유난 떨 때는 언제고, 아직까지 날 그렇게 보고 있네.”
“너, 어디 소속, 이름이 뭐야?”
“아아. 그걸 안 알려 줬구나. 잠깐만요.”
나는 능청을 떨며 지갑을 꺼냈다. 병원장 외조카라고 대접이란 대접은 다 받은 모양이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수치스러운 표정. 안 봐도 뻔하다. 병원 올라가자마자 온갖 민원을 찌를 것 같은데···. 뭐, 상관없다.
“여기.”
나는 녀석의 가슴팍에 있는 주머니에 그것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덧붙였다.
“직통이니까 쓸데없는 거로 연락하지는 말고. 아시겠죠? 개인적으로 양심 고백, 이런 거 좋아합니다.”
입술을 악무는 문성수. 나는 그런 놈을 내버려두고 정정례를 찾았다.
“아 참. 첫 공판일이 언제죠?”
앞뒤 다 잘라먹은 말이지만, 그녀는 용케 그 말을 알아챘다.
“이 주 뒤로 알고 있어요.”
김봉구 아들의 의료 사고 재판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증인을 안 설 거라고, 자신은 빠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내가 묻는 말에 즉각 대답하는 모습. 필시 신경이 쓰이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말은, 아주 약간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는 말이지.
“정정례 씨. 제가 말씀드릴 건 딱 하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무슨···.”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어떤 선택을 하든지,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정정례는 알쏭달쏭한 내 말을 곱씹는 것처럼 보였다.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지나가겠지. 어디까지나 선택은 그녀의 몫이다. 일주일이면, 압수 수색 영장 나와서 한참 자료 분석하고 있을 때고, 재판까지 잘하면 다른 증거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김봉구 씨도 당신과 같은 부모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그럼, 이만 가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나는 그녀에게 꾸벅 인사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멀뚱히 서 있는 정정례와 고래고래 지랄하는 문성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 올라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몽두가 그런 나를 보고 걱정스레 묻는다.
“아니요. 그냥, 쓰레기는 왜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나 싶어서요.”
“난 또 뭐라고. 그러니까 쓰레기지. 청소 좋아하는 사람은 또 그 맛에 치우는 거니까. 아 참 사무실 대청소 말이야. 우리 다음 주에···.”
살짝 미묘하게 어긋난 대화의 핀트. 허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쓰레기 치우는 게 내가 할 일이긴 하지. 나는 휴대폰을 꺼내 김 실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실장님. 대양종합병원 집안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특히 병원장 외조카라는 문성수에 관해서. 빨리 부탁드립니다.]보내자마자 돌아오는 답장.
[네. 알겠습니다.]가끔 사람이 맹해 보여도, 이런 일 처리 하나만큼은 일품이다. 나는 몽두가 늘어놓는 대청소 계획을 들으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
“문성수?”
깜장이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
“그것참 묘한 인물일세. 병원장 외조카인데 간호조무사라. 그런데 사무실 운영까지 참견하고.”
“확실히 수상하죠?”
내 말에 몽두가 보고서를 뒤적였다. 과자를 와작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모습.
“김봉구 씨 측에서 대리 수술을 주장한다고 했었지?”
“네. 정정례 씨 증언 이후로요.”
“의료 소송, 그중에서도 대리 수술 건에 관해 보면 절반 이상이 간호사·조무사와 연관되어 있어. 그 외에는 면직 의사, 의료기기 판매원, 기타 등등으로 나뉘네.”
“의료기기 판매원이요?”
“미친 것 같지 않냐? 똑똑한 사람들이 어찌 그런 짓을 하나 몰라. 리베이트 형식으로 이뤄진다고 하던데.”
깜장이 몽두의 과자를 뺏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 번 의료 사고를 맡았던 깜장. 새삼 놀랍지 않다는 표정이다.
“대가리 과부하인 거지.”
“그러니까, 문성수가 대리 수술로 들어간 놈일 가능성이 많다 이건가요?”
“일단은.”
확실히 조건적으로 따지면 제일이긴 했다. 가족이니 일단 신뢰도 있고, 대가 지급에 관해서도 깔끔하다. 네 돈이 내 돈, 내 돈이 네 돈이라 이거지.
“정정례 씨 말로는 경력도 오래되었다 하던데요.”
“그래? 나이가 몇 살인데?”
“서른 후반에서 마흔 초반 정도로 보였어요.”
지이잉- 지이잉-
나는 책상 위에서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발신자는 김 실장.
“네. 여보세요?”
-도련님. 통화 가능하세요? 대양병원 관련한 정보입니다.
빨리 부탁한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이야. 나는 팀원들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뜻으로 손을 들어 보였다. 얌전히 과자를 우물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두 형님들.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먼저 병원장 백산수를 기준으로 사촌까지는 다 한 번씩 대양병원을 거쳐 갔다고 보면 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실장이니, 어디 주임이니 하면서 가족들 자리 떼 준다 이거죠. 백산수 그 양반이 의외로 자수성가형이더라고요. 젊었을 적 고생했던 거 보상이라도 받을 모양인지, 가족이라 하면 끔뻑 죽는대요.
“흐음. 그래요?”
-특히 문성수요. 백산수 여동생 아들인데, 친아들처럼 키운 것 같더라고요. 백산수랑 여동생이랑 우애가 그리 돈독하대요.
“백산수 아들은 의사잖아요. 집안에 다른 의사가 또 있나요?”
-아니요. 백산이가 유일해요. 병원장 집안 정도면 의사도 여럿 나와야 하는데, 의료계 쪽으로 종사하는 건 문성수 포함 둘뿐이고요. 나머지 가족들은 다 일반 사무직이나 경영 쪽이에요.
나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정보는 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워낙 자질구레한 것들도 많아서, 풍문도 조금 섞여 있고요.
“대체 어디서 그런 걸 알아내신 거예요?”
-영업 비밀입니다만.
내가 항상 말을 얼버무릴 때 쓰던 말, 영업 비밀. 한 방 먹었군. 나는 가볍게 웃으며 김 실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들어가세요. 또 연락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손바닥 관리 제발 잘하시고요.
“네네.”
나는 전화를 끊고 팀원에게 말했다.
“영장 청구하면서 문성수 중심, 가족들 계좌도 좀 털어야 할 것 같아요.”
“오케이. 어차피 불법 증축 건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게 되어 있어. 외부 병동 보호자들한테 물어보니까, 그쪽만 병원비 납부 기간이 조금 다르더라고.”
“보자, 보자. 백산수 병원장 가족 이름 좀 쫙 뽑아 볼까나.”
깜장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병원장의 이름을 중심으로 일가친척들의 신상을 싹 긁었고, 호운이 보내 준 자료에서 일치하는 직원 이름을 찾아냈다.
“형님. 그쪽 자료 좀 넘겨주세요.”
“아아. 안 그래도 신경 쓰였어. 문성수 그놈이 들어오면서부터 의료 사고가 조금씩 느는 것 같았거든.”
“그리고 병원 책임 과실 비율도 늘어났죠.”
“맞아.”
나와 몽두는 문성수를 중심으로 사건의 틀을 짜냈다. 보고서와 자료에서 점점 보이는 수사의 방향.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는 장장 며칠 동안 서류에 코를 박아 댔다. 그리고 나온 또 다른 비리 정황.
“야. 그때 성추행했던 의사 말이야.”
“마취해서 저질렀다던?”
“걔 여기서 계속 근무 중인데?”
깜장의 말에 나와 몽두가 할 말을 잃었다.
“약 3년 동안 쉬다가 복귀했어.”
“미친 거 아니에요?”
“대신 돈을 적게 주겠지. 이놈뿐만 아니라, 자잘한 사건 사고 일으킨 의사가 꽤 많아. 설립 초기에 비하면 물가 상승률이나, 병원 성장에 따라 인건비가 올라야 하는데···. 인근의 탐병원과 비교했을 때, 이건 뭐 거의 유지했다고 봐야지.”
“이런 식으로 끼워 넣어 이윤을 남겼다 이거네요. 환자들한테는 받을 거 다 받고, 나라에서도 받을 거 다 받고. 왜 의사가 되었는지 몰라. 사업가가 체질인 것 같은데.”
“하자 있는 애들끼리 모여서 더 돈독했을 수도 있어. 괜히 찔러봤자 자기들 갈 곳 잃는 거니까.”
그래. 그래서 말이 안 새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다른 곳 찾기 보다는 정착하자는 생각일 수도.
드륵-
그때 문이 열리며 팀장이 들어왔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소식을 들고서.
“얘들아, 영장 떨어졌다.”
“오케이!”
깜장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질러 댔다. 이제 폐쇄 회로 분석과 전산 자료만 분석하면 끝이다. 정황이 이렇게 넘쳐 나니, 증거는 안 봐도 뻔하지.
“가자. 싹싹 털러!”
“이게 얼마만의 햇빛인지. 으아아-”
우리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와중, 문득 생각난 생각.
“참. 팀장님. 위에서 별말 없었어요?”
“무슨?”
“특수대 쪽으로 민원이 온다거나, 뭐 그런 거요.”
그때 봤던 문성수 분위기상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조용했다. 압력은커녕 민원조차 들리는 게 없었으니.
“몇 개 있었지. 있었는데 내 선에서 처리했어.”
“네?”
“보아하니 악의적 의도가 다분하고, 뭐라 응대할 만한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 게다가 맡고 있는 사건 용의자 쪽에서 넘어온 거고. 서장님도 너희 일하는 거 방해하기 싫다 하던데. 일단 사건 마무리되면 수리하기로 했다.”
나는 괜히 올라오는 뿌듯함에 입가가 올라갔다. 신정물산 사건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는 누르면 눌리는 대로 휘둘리는 서장과 팀장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단단해졌구나.
빠앙-빵!
“거기 두 사람, 두고 간다?”
깜장이 핸들을 붙잡고 나와 팀장을 불렀다. 빨리 오라는 듯 경적까지 울려 댄다.
“아닙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나는 후다닥 달려가 차에 올라탔다. 우리가 출발하자, 뒤에 따라붙는 봉고차들. 오늘 저 뒷좌석에 온갖 증거들이 실릴 것이다.
***
“거기요. 손대지 마시고 가만히 두세요.”
“여기 컴퓨터 주인 누구시죠? 아, 그쪽?”
“서랍도 열어 주세요. 아니면 부숩니다.”
조용하던 대양종합병원. 한순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원무과부터 재무팀, 심지어는 데스크까지. 경찰이 들이닥쳐 싹싹 긁어 댔으니. 환자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직원들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막내야. 몽두는?”
“경비실 쪽이요. 폐쇄 회로 다 땄는지 확인하러 갔습니다.”
“좋아. 거기요! 그거 내려놓으시라고요! 이상하게 압수 수색만 들어가면 하나씩 빼돌리려고 하네. 뭐 숨겼어요? 잡지야?”
깜장이 현장을 지휘하며 돌아다녔고, 나는 경찰들을 도와 상자를 옮겼다. 워낙 큰 병원이다 보니 자료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이게 무슨! 무슨 일이야!”
그리고 속속들이 도착하는 윗사람들. 직함 하나씩 달고 있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극대로한 한 노인. 백산수 병원장이었다.
“당신들 뭐야? 영장 어디서 받아 왔어? 무슨 명목으로?”
“자자. 궁금하신 건 여기 다 적혀 있으니, 천천히 읽어 보시고요. 비켜 주시죠?”
팀장이 그의 손에 영장을 쥐여 주며 말했다. 동시에 나를 알아본 백산수. 그는 허겁지겁 내게 와 조용히 속삭인다.
“고지훈 군. 잠깐 보죠.”
나는 팀장을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가는 길이니까 뭐. 그는 나를 조용한 복도로 데려가더니, 난감하다는 투로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방금 팀장님이 설명했잖아요. 거기 다 적혀 있을 거라고. 읽어 보시면 되겠네요.”
“아니, 혹시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실수가 아니라 잘못을 했으니, 저희가 왔겠죠?”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이내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붙잡는다. 어린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고 애틋하게 내뱉는 말.
“허헛. 이러지 마시고, 조만간 자리 한번 마련합시다. 회장님 모시고요. 제가 이래 봬도 이쪽으로는 뼈가 굵거든요. 원하시는 건 뭐든지, 뭐든지요.”
“하아.”
늙은 백여우 같으니. 나는 가볍게 그의 손을 쳐냈다. 싸악 굳어지는 백산수의 얼굴. 나는 한 음절씩 누르며 충고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나도 가능해요. 그러니 엄한데 힘 빼지 마시고···.”
“삼촌! 삼촌!”
복도 끝에서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 문성수였다. 한 손에 호출기를 든 채로 우리를 향해 달려온다.
“저기 저놈한테나 쓰시죠. 얼빵한 그쪽 조카님 덕분에 실마리를 잡았으니.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네요.”
“뭐요?”
문성수가 숨을 헐떡이더니, 나를 알아보고 소리친다.
“어어. 이놈, 이놈 그때 그놈!”
“놈놈놈 하지 마라, 듣는 놈 기분 나쁘니까.”
“삼촌. 내가 그때 말했던 경찰이 이놈이야. 왜, 내가 처리한다고 했던 경찰.”
처리를 해? 누가 누굴? 나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은 채 백산수와 문성수를 지켜봤다. 상황 파악이 되는지, 병원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가도 다시 파랗게, 벌겋게 올라왔다. 색색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는 맛이 있군.
“아이씨. 결국 일을 냈네. 삼촌. 이제 어떡하···.”
짜아아악-
가운 아래에서 부들대던 백산수의 손바닥이, 참지 못하고 문성수의 볼을 내려쳤다. 제발 조용히, 입 좀 다물라는 뜻으로.
“사, 삼촌.”
“시끄러, 이놈아! 너, 너, 당장 올라가서 전화···.”
백산수는 나를 힐끔거리더니 뒷말을 삼켰다. 이제 있는 빽 없는 빽 다 동원해 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어디 해 보시지. 어지간해서는 안 통할 테니까. 나는 방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가족 간의 대화 계속 나누시고, 저는 갑니다. 열심히 해 보세요.”
나는 증거물이 가득 든 상자를 들고 봉고차에 올라탔다.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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