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33
-어이. 고지홍이.
귓가에 울리는 깜장의 장난스러운 목소리. 나는 넥타이핀으로 가장한 소형 마이크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부르지 마시라니까.”
-왜. 고지홍이를 고지홍이라 부르는데, 문제 있어?
“말을 말아야지.”
-우리 더 시켜 먹을 건데 괜찮을 거라 믿는다.
“네네. 알아서 하세요.”
-앗싸리!
가볍게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나는 식당 테라스에 앉아있는 상태였고, 깜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안쪽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보아하니, 곧 도착할 것 같군.
끼이익-
그때, 레스토랑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한 자동차가 보인다. 나는 가볍게 정장을 털며 무전기를 잡았다.
“밥 먹는 거 취소요. 들어옵니다.”
-에이씨. 하필이면. 야야. 취소래. 취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깜장. 메뉴판을 보며 음식을 고르고 있던 몽두를 말린다. 그리고 식당 정문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와 여자. 그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테라스 쪽으로 다가온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본부장님이시라고?”
“네네. 제이포 컴퍼니 본부장 차학경입니다.”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와 흠잡을 것 없이 각이 잡혀 있는 정장. 누가 보더라도 잘나가는 사업가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지나치게 서글서글한 인상이 인상 깊은 사람.
“늦어서 죄송합니다. 식사 안 하셨죠?”
“딱히 생각은 없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또 안 먹을 순 없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여기가 간단하게 한 끼 먹기에는 좋거든요. 맛도 맛이지만 건강 생각해서. 하핫!”
본부장은 내게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본 후, 비서를 통해 주문을 넣었다. 차학경. 말은 제이포 컴퍼니의 본부장이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회사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추정.
-사장이고 이사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없는 회사니까 걔가 실세지.
다시금 귓속을 울리는 깜장의 목소리. 바지사장으로 한 명 있는 것 같긴 한데, 이름만 뜰 뿐 사진이나 어떤 인적 정보가 검색되지 않는다. 나는 물을 한 잔 마시며 방긋 웃었다.
“그런데 옥장판 한 번 샀다고 이렇게 본사에서 사람이 나오나요? 꽤 놀랐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사실 말씀을 어떻게 꺼내야 싶었습니다. 원래는 이런 경우가 없긴 한데, 이제 곧 연말이고 하지 않습니까. 주문이 너무 밀려서 한 번에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럼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예약 대기자들이 있어서 두세 달은 기다리셔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옥장판은 아시다시피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거라 시간이 좀 걸립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짐짓 난감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구라네. 그딴 장판을 누가 산다고,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구라를. 상범이가 그나마 괜찮다고 보여 준 물건도 마감 처리가 엉망이던데.
“아쉽네요. 연말 선물로 돌리려 한 건데.”
선물 주고도 욕먹고 싶으면 옥장판을 선택하라, 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밥 사 주시는 거군요?”
“하하. 네. 그렇습니다. 제이포 컴퍼니를 아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도 함께요.”
그때 음식들이 나오고, 달달한 시럽과 계란 냄새가 기분 좋게 올라왔다. 나는 칼과 포크를 든 채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렇게 직접 오셔서 말씀하시는데, 제가 뭐라 하나요. 일단 알겠습니다. 늦어도 좋으니 주문 넣어 주세요.”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흐음. 그나저나 확실히 연말이라 그런지 호황인가 보네요. 우리 회사는 조용하던데. 하하.”
나는 넌지시 내 정보에 대해 던졌다. 차학경의 눈이 반짝거리더니, 단번에 틈을 놓치지 않는다.
“직원이랑 같은 교회 다니신다고요.”
“네. 상··· 호라고 청년부 학생인데, 성실하고 싹싹해요.”
“사장님은 무슨 일 하십니까?”
“저야, 뭐. 하하. 아버지가 물려준 작은 회사 하나 굴리고 있는 거죠.”
김 실장님과 본청 협조로 수사용 회사를 하나 세웠다. 원래 있던 것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건 그거대로 위험 부담이 있으니까.
“그러시군요.”
나는 나를 스캔하고 있는 비서의 시선을 눈치챘다. 안 그런 척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뜯어보는 여자. 가볍게 세팅된 머리하며, 유명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로 풀 착장한 양복. 집 한 채 값은 거뜬히 넘어갈 시계.
타앗-
“아. 이런.”
나는 손을 뻗는 척하며 일부로 물컵을 건드렸다. 시계는 물론이고 무릎께가 흠뻑 젖어 버린 상태.
“괜찮으세요?”
비서가 깜짝 놀라며 냅킨 따위를 들고 내게 다가온다. 나는 그걸 받들고 대충 시계와 옷을 털었다.
“네. 물이라서 괜찮습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행동하자 본부장이 그걸 캐치하고 넌지시 묻는다.
“시계가 물먹으면 괜찮은 듯싶다가도 갑자기 훅 가더라고요.”
“아아. 진짜 괜찮아요. 기계가 다 그렇죠.”
“저기 사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네?”
“이거 드시고 같이 골프 가실래요?”
“하하. 골프요?”
“식후 운동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요. 라운딩은 다음에 도시고, 제가 잘 아는 곳이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요.”
나는 손을 대충 닦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척했다. 보기 좋게 썬 음식을 한입에 넣으며.
“그럽시다. 뭐,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
수안경찰서 특수대 사무실. 영상 화면에 코를 박고 있던 깜장이 울컥 분에 찬 소리를 중얼거린다.
“하여간 불공평해.”
“저 새끼 또 저 소리 시작했다.”
“그렇잖아! 막내는 막, 응? 골프 치고 여행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데. 우리는 여기서 영상이나 따고 있고.”
“불만 있으면 너도 재벌 아들 하든가.”
“아 씨. 우리 아빠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미친놈.”
그런 그가 익숙하다는 듯 팀장 역시 혀를 차 댔고, 몽두는 그저 웃으며 서류를 나를 뿐이다. 막내의 옷에 달려 있는 마이크와 소형 카메라.
“형님. 얘는 확인됐어요?”
“···어? 걔? 본사 직원이래. 이름이 뭐라더라. 음성 3번 파일, 사무실 들어가자마자 소개하는 말 나오니까 확인해 봐.”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난 얘가 궁금해.”
“그 사람은 투자자인 것 같던데요.”
막내가 본부장 차학경과 어울려 다니며 찍은 영상과 음성. 사무실에서는 그걸 분석하며 회사에 가담된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막내 언제 들어온대?”
“아까 점심 때 연락하니까 인천이래요. 뱃놀이하러 가는 중이라고.”
“젠장.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미 졌어요. 깜장 형님. 이쪽 파일도.”
차학경은 자신의 신분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고지홍’을 데리고 회사를 비롯해 자주 가는 식당, 라운지, 술집 등을 다녔다. 특히 회사. 작지만 알짜배기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어찌나 열과 성을 다해서 소개하던지. 누가 보면 고지홍이 회사 인수하러 간 줄 알 것이다.
“몽두.”
“네?”
“이 사람은 뭐지?”
깜장이 모니터 화면을 돌리며 묻는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복도를 걸어 나가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다. 몽두 역시 잘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글쎄요. 직원은 우리가 거의 다 땄는데.”
“막내한테 전화 걸어 봐.”
“잠시만요.”
몽두가 단축 번호를 꾸욱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붙였다. 단조롭게 흘러가는 연결음. 그와 반대로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은 요란스럽게 울려 댔다.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네네. 그러세요.”
그 막내는 인천 앞바다에서 요트를 타며 뱃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나는 최대한 구석으로 가 발신지를 확인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막내 고지홍 씨. 잘 놀고 계세요?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너 이틀 전에 회사 갔을 때, 뒤에서 나오던 검은 양복 남자 둘 봤어?
“글쎄요.”
나는 뒤를 흘끔거리며 대답했다. 조용한 바다. 차학경과 비서는 신경 안 쓰는 척하지만 내 통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게 분명했으니.
-남자 둘이 있는데 파악이 안 되거든. 은근슬쩍 떠서 확인해 봐.
“곧 연락드리죠. 지금 바빠서.”
-오야. 좋겠다, 인마!
몽두의 가벼운 대답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다시 테이블로 와서 자리에 앉는다. 곧 노을이 질 것 같은 인천 앞바다. 차학경은 감성에 젖은 것처럼 지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고지홍 사장님은 이 바다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나는 와인을 한입 머금으며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뭐가 생각나긴. 중매파 새끼들 잡았던 그 바다가 생각나지. 아 참. 그리고 태천지호 사건도 있었구나. 바다와 연관된 사건치고 적당한 게 없었다. 내가 인상을 살짝 쓰자, 차학경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눈이 좀 부셔서.”
“하하. 사장님. 저랑 비슷한 생각이네요.”
“네?”
“이 바다 말입니다.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곧 리조트가 들어설 거거든요.”
차학경은 손가락으로 끝과 끝을 짚었다.
“초고층짜리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선다면 이것보다 더 빛나고 화려한 바다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그가 그런 말을 하자마자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요 며칠간 계속 붙어 있으면서 밀고 당겼던 녀석. 언제 부동산 얘기를 꺼내나 싶었는데, 드디어 하는구나. 나는 표정을 관리하며 관심 있는 태도를 내보였다.
“그래요? 입지가 괜찮네요.”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정부에서 지하철을 개통한다는 말도 있어서요. 뭐, 굳이 그것 아니더라도 휴양지로는 제격이지만요. 보통은 다 자가로 움직이니.”
“본부장님 사업인가요?”
나는 어리숙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에 ‘뭐라는 거야, 이 바보가’라는 표정이 보였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진짜 바보라면 눈치조차 못 챌.
“아니요. 회사 사업이지요.”
“옥장판 만드는 회사 아닙니까?”
“아아. 하하. 이거 모르셨구나. 저희 모회사가 이쪽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게 화룡점정이 될 겁니다.”
화룡점정이라. 그렇겠지. 마지막으로 한탕 뛰는 일이니 얼마나 해 처먹으려고 하겠어.
“그래요?”
마음 같아서는 빨리 그냥 나보고 투자하라고, 돈 가져오라고 대놓고 말해 줬으면 좋겠다. 그럼 두말하지 않고 돈 꽂아 줄 텐데. 하지만 본부장, 아니 사기꾼 차학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스타일인지 계속해서 말을 빙빙 돌리기만 한다.
“외국 계열 호텔도 들어설 겁니다. HT호텔이라고 아시죠?”
“알다마다요.”
바닷바람이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었다. 나는 눈치 보는 녀석을 대신해 조금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지랄이람.
“투자금이 꽤 크겠어요. 사업 규모가 장난이 아닌데.”
“아아. 그렇죠. 아무래도. 혹시 생각 있으세요?”
“생각이요? 하하.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회를 생각하죠. 원래 그런 곳에 빨대 꽂아야 꿀 빠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역시 뭘 아시네요. 부동산 투자만큼 안전하고 확실한 게 없습니다. 서민들이야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거지, 돈만 있으면 뭐. 아시죠?”
“네네. 알다마다요. 그런데 이미 투자 기간 끝난 거 아닙니까?”
내 말에 그가 손바닥을 가볍게 비빈다. 그리고 고민하는 척,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비서를 쳐다봤다.
“투자 설명서 아직 있어?”
“한 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져와 봐.”
그리고 나를 향해 방긋 웃는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차학경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인상이 좋다. 마치 세상 무해한 사람처럼. 이런 얼굴을 하고 등을 처먹다니.
“투자 설명회는 이미 성공리에 끝났습니다만, 아직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금이라는 게 뭡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닙니까.”
비서가 본부장에게 서류를 건네주고, 차학경은 그걸 나에게 넘겨준다. 마치 보물 지도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게다가 사장님 정도 되는 분이면 언제라도 환영이죠. 주변에 친구분들도 계시죠?”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하. 그럼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친구··· 있지만 전세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인데.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바보같이, 멍청한 호구의 표정을 지으며.
“좋은 기회겠네요. 있는 돈 없는 돈, 싹 끌어 봐야겠어요.”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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