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34
야심한 밤의 제이포 컴퍼니. 몇 안 되는 직원들이 퇴근한 시간. 본부장의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류를 정리하는 차학경. 그가 어둠 속에서 멀거니 빛나는 자신의 비서를 쳐다본다.
“아직 연락 없지?”
“네. 내일까지 답 준다 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새로 호구 잡는다고 시간을 너무 끌었어. 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 가능해?”
“아니요. 그쪽으로 접촉은 하고 있는데, 무리입니다.”
“하아. 제발 그 호구 새끼가 받아 줘야 하는데.”
그는 금고를 열며 한숨 섞인 말을 중얼거렸다. 안에는 현금 다발과 금괴, 그리고 각종 증권들이 쌓여 있었다. 둘은 스포츠 백에 그걸 옮겨 담으며 언제라도 튈 수 있게끔 준비를 마쳐 갔다.
“비행기 표는?”
그때, 사무실로 들어오는 검은 양복의 두 남자.
“아이씨. 깜짝이야.”
차학경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방을 놓아 버린다. 어두운 곳에서 본 두 남자의 인상이란···. 험악하게 생겼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악귀 같다고 해야 할까. 눈으로 사람을 찢어 죽일 수 있는, 그런 외형의 소유자였다.
“都结束了吗?
“뭐, 뭐라는 거야?”
남자 한 명이 사무실을 쓱 둘러보며 묻는다. 비서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 주었다. 영어와 중국어는 물론이요, 스페인어까지 능통한 그녀. 차학경은 그녀가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참 기분이 묘했다.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왜 저런 능력을 갖고 사기판에 뛰어든 것인지.
“준비 다 되었냐고 묻는 겁니다.”
“어어. 준비 다 되었지. 조금만 기다려.”
“稍等一下.”
비서의 말에 남자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느긋한 손길로 담배를 꺼내 무는 남자들. 고급 소파에 냄새가 밸까 봐 사무실에서는 음식도 안 먹는 본인이었다. 차학경은 한마디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그래. 무슨 소용이 있겠냐. 어차피 버리고 갈거.”
남자들은 차학경의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웃으며 저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담배를 쥔 손가락마다 번지고 선명한 문신들이 뒤섞여 있다.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문신.
“조폭이라더만, 단체로 짰나 보네.”
“뭐가요?”
“쟤들 문신. 손목 옆에 다 삼지창 그려져 있잖아. 그것도 새로 했는지 또렷하게.”
비서는 차학경의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힐끔거렸다. 먼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구먼, 눈도 좋네. 비서가 대충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서류를 정리하던 본부장이 비서에게 고갯짓한다.
“조희락이랑 애들은 사지 멀쩡히 잘 있나 물어봐. 개새끼들. 지들 때문에 내가 이 고생 하고 있는 거 알려나 몰라.”
비서는 현금 다발을 내려놓으며 유창한 중국어로 남자들에게 말을 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가 몇 번 오가고, 남자들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그와 반대로 비서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잘 지낸답니다.”
“뭐야. 그게 끝이야? 엄청 길게 대화하던데.”
“···필리핀 제왕처럼 지낸답니다. 밤낮으로 술판에 여자 판에 빨리 부동산 정리해서 저희도 넘어오라고 했대요. 가면 천국이 따로 없다고.”
“젠장.”
예상은 했다만 생각보다 훨씬 잘 지내는 모양이군. 기다려라, 새끼야. 네가 가면, 나도 간다! 차학경은 따뜻한 파라다이스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비실비실 웃었다. 그걸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비서.
“한 묶음 정도는 따로 챙겨 두세요. 혹시 모르니까요.”
그녀는 차학경을 향해 돈다발 한 뭉치를 밀어 넣으며 가방 지퍼를 닫는다. 그리고 앉아서 노가리를 까고 있던 두 남자를 불렀다.
“都好了.”
“等待着.”
둘의 대화는 다 되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정도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필리핀에서 조희락이 보내온 세탁업자였다. 정확히는 돈세탁. 중국에서 잘 나가는 조직폭력배라는데···.
‘거기까지는 내가 알 필요 없지.’
알고 싶지도 않고. 누가 하든지 돈세탁만 깔끔하게 되면 중국 조폭이든 러시아 조폭이든 알 게 무엇이란 말인가. 남자들은 가방을 들쳐 매고 간단한 목례를 남긴 후 나가 버렸다.
“자. 그럼.”
차학경은 정장 겉옷과 서류 가방을 들며 자신의 비서에게 눈짓했다.
“퇴근하자고?”
“오랜만에 술 한잔 안 하실래요?”
“오오. 좋지. 통했네. 퇴사 기념으로다가.”
“글쎄요. 퇴사라기보다는 부도 쪽이 가깝지 않으려나요.”
“뭐든 어때? 돈만 들어오면 장땡이지.”
둘은 사무실을 나서며 그나마 하나 남아 있던 불마저 꺼 버렸다. 완전한 어둠에 잠겨 버린 제이포 컴퍼니. 둘은 집 근처 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장밋빛 미래에 대해 떠들어 댔다. 술기운이 조금씩 올라오려는 와중, 울리는 차학경의 휴대폰.
“이 밤에? 여자?”
비서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되묻는다. 허나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차학경은 정신이 번쩍 들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하라는 뜻.
“호구 전화다.”
***
“어어. 본부장님. 늦게 미안해요.”
나는 휴대폰을 턱과 어깨 사이에 끼운 상태로 특수대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특수대 팀원들은 물론이고 수사과 팀원들까지 모여 앉은 공간. 폰지사기 일당들을 ‘일망타진’하자는 계획 아래, 작전이 시작되었으니. 사무실에는 몽두의 선곡으로 빠른 음악이 틀어지고 있었다.
“나 지금 친구들하고 한잔하고 있는데,”
쿵쿵거리는 비트 사이를 찌르는 형사들의 웃음소리. 깜장이 한 형사에게 오렌지 주스를 따라 준다.
“야야. 나 너무 많이 줬잖아.”
“사랑하는 만큼 준 거여. 그냥 마셔.”
나는 천천히 그들을 돌아보며 차학경과의 통화를 이었다. 그 역시 바깥인지 음악 소리와 시끌벅적한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려있다.
“친구들이 투자 설명서 보고 아주 환장하더라고요.”
-하하. 그러십니까? 워낙 좋은 기회긴 하죠.
“그래서 얘들하고 돈 좀 모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금액이 좀 커요.”
-아 얼마나 될 것 같으신데요?
“한···.”
내 멈칫거림에 깜장이 손바닥 두 개를 쫙 펼쳐 보인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백억?”
“아니, 저 새끼가. 난 십억이라 한 건데.”
“깜장아. 넌 그냥 가만히 있어라. 단위가 달라요. 단위가.”
내 말에 잠시 침묵하는 차학경. 나는 수화기를 툭툭 두드리며 그를 불었다.
“여보세요?”
-아. 네네. 죄송합니다. 그럼 투자금은 언제까지··· 마련 가능하실까요?
“오래 끌 거 있나요? 애들이랑 모아서 내는 건데. 내일 합시다.”
-알겠습니다. 투자 계약서 마련해서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예예. 그러시고요. 이만 끊습니다.”
나는 휴대폰을 닫으며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엉덩이를 치워주며 자리를 마련해 주는 깜장과 몽두. 나는 소파에 앉으며 앞에 쌓인 서류를 집었다.
“자. 체크 계속한다. 남구 지점에 있는 유통 판매책은 세 곳. 여기는 몽두랑 수사과 장 형사가 가고, 서구 지점은 네 곳. 이쪽은 나머지 수사과가 맡는다.”
“오케이.”
팀장의 지시에 몽두와 수사과가 알겠노라 답했다.
“막내가 차학경 만나고 있을 때, 나랑 깜장 포함 추가 인력은 본사로 갈 거니까. 깜장이. 영장 잘 챙겨라. 저번처럼 어버버해서 두고 오면 죽어. 아주.”
“아니 큰형은 십 년 전 얘기를 하고 있네. 오렌지 주스 먹고 취했소?”
깜장의 억울한 항변에도 팀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와 눈이 마주친 몽두가 비실비실 웃음을 흘린다.
“어어? 이 새끼? 웃어?”
“제가요? 아닌데요.”
“시끄럽고. 막내는 실수 없게 잘하자. 안 그랬다간 엄한 돈 날리는 거니까. 김 실장님 우실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작전대로. 알지?”
“하하. 그럼요.”
팀장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당부했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비를 쓴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경찰서 예산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니까.
“마지막으로 인원 체크 한 번 더 다시 하고.”
“네네. 아이고. 큰형. 무슨 걱정이 이렇게 많으셔. 하던 대로 하면 된다니께?”
따악-
“아악!”
능청을 떨던 깜장이 꿀밤을 제대로 얻어맞자, 수사과 팀원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서류를 넘긴다. 그렇게 각자의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
드르륵-
“도련님.”
사무실 문을 살짝 여는 김 실장의 목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팀원들 역시 소파 구석에 몸을 구긴 채로 잠에 빠져 있었다.
“하암. 오셨어요?”
“네. 여기 필요하신 정장이요.”
뭉쳐서 자니까 뜨끈하긴 하네. 나는 기지개를 켜며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김 실장과 함께 복도로 나갔다. 그가 건네준 두 개의 쇼핑백. 하나는 옷이요, 하나는 아침 도시락이었다.
“팀원분들 것도 쌌는데, 사람이 더 많네요.”
“수사과도 합류해서 그래요. 잘 먹을게요. 여기 들렀다가 바로 출근하시는 거죠?”
“네. 그런데 도련님···.”
김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꺼낸다.
“혹시 첫째 도련님이랑 그날 이후 뭐 있으셨습니까?”
“뭐요? 파스타?”
“네네.”
“글쎄요. 없었다고 해야 할지, 있었다고 해야 할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게 있어요. 근데 왜요?”
고대한. 이 새끼는 이 사건만 정리되면··· 당장 정리해 버려야지. 안 그래도 거슬렸는데, 잘 걸렸다.
“첫째 도련님이 웬일로 도련님 안부를 묻더라고요. 요즘 뭐 하면서 지내냐고.”
“그놈이?”
“네. 그놈이, 가 아니라! 첫째 도련님이요.”
김 실장이 실수했다는 듯 자신의 입을 찰싹찰싹 때린다. 참, 한 지붕 밑에서 사는 노고가 큽니다. 김 실장님. 나는 짐작 가는 바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실은 가는 바가 있다만···.
‘류세아가 고민국한테 연락을 한 건가. 동생한테 그쪽 이름 불었다고. 아니야. 그러면 류세아 입장이 곤란해지지. 제삼자를 통해서 찔렀을 가능성이 높겠네.’
“첫째 형한테는 내가 직접 연락할 테니, 김 실장님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네. 조심히 가시고요.”
“도련님!”
“네?”
김 실장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결연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저는 언제나 도련님 편입니다!”
“갑자기?”
“회장님이 도련님한테 뭐라 하시면 제가 증언 설게요. 대한 도련님이 먼저 잘못하신 거라고.”
두 주먹을 덜덜 떨어 대며 말하는 모양새란. 나는 웃으며 그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도 이렇게 직접 들으니 나쁘지는 않군.
“걱정 마세요. 그럴 일 없으니까. 먼저 들어갑니다.”
나는 그에게 인사한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 몽두를 비롯해 몇몇 팀원들이 일어나 있었다. 시계를 보니 곧 있으면 모두 출근할 시간이군.
“자자!”
팀장이 박수를 쳐 대며 남은 사람들을 잠에서 깨워 댄다. 마치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는 엄마처럼.
“일어나자. 우리도 출근해야지!”
***
서울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라운지 카페. 나는 김 실장이 준비해 준 정장을 입고, 차학경을 기다렸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복 경찰들. 내 신호에 따라 얌전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장님.”
그때, 차학경이 비서와 함께 나타났다. 내 앞자리에 앉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남자.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차가 좀 밀리는 바람에.”
“아니요. 괜찮아요.”
“다른 친구분들은···?”
“저와 달리 좀 바빠서요. 조금 있다 올 겁니다. 일단 계약서 한번 보여 주시죠.”
“아. 네. 여기 있습니다.”
고급 가죽 커버 파일. 나는 유심히 읽어 보는 척 종이를 넘겨 댔다. 그리고 웃으며 안쪽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사인은 여기에 하면 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주거래 은행이 중국국제은행이네요?”
“오늘 자정까지···.”
“아아. 그럴 거 없지. 기다려 봐요.”
나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중국국제은행 57366029···. 네네. 바로 넣어 주세요.”
차학경은 목이 바싹 타는지 물을 마셔 댔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고갯짓했다.
“확인해 보세요. 친구들 말고, 제 것만 일단.”
내 말에 비서가 휴대폰을 들고 잠시 자리를 비킨다.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녀석이 가벼운 웃음을 흘려 댔다.
“본부장님. 입금되었습니다.”
“얼마?”
“30억이요.”
차학경이 비서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들어온 돈을 바로 처리하라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동시에 움직이는 사복 경찰들. 모두 드레스 코드를 맞추느라 정장을 빼입은 상태였다.
“어맛!”
경찰들은 비서의 손목을 잡아 연락을 저지했고, 휴대폰을 그대로 압수해 버렸다. 해외 계좌다 보니 블록을 걸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연락은 조금만 있다 하시고.”
“뭐, 뭡니까? 다들? 사장님?”
블록이 걸린 후, 연락을 넣으면 신호가 올 것이다. 30억이란 미끼를 툭툭 건드리는 녀석들이. 그게 누구든 따라가다 보면 조희락이 있을 것이다. 나는 앞에 놓인 커피를 단번에 들이마시며 차학경을 쳐다봤다.
“뭐긴요. 내 친구들.”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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