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31
나는 바로 차를 잡아 문자 장소로 향했다.
목적지는 동수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번화가 뒤편의 작은 건물.
몇 층에서 발신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간판만 봐도 대충 느낌이 왔다.
‘일층은 편의점. 이층은 기원. 삼층은 대부 업체라.’
일단 삼층부터 뚫어보고 내려와야지.
나는 굳게 닫힌 철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오늘 영업 끝났어요.”
안에서 들리는 심드렁한 목소리.
나는 말없이 계속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더 세게.
탕! 탕! 탕!
벌컥-
“아이 씨발 놈이. 어떤 새끼야? 귀머거리야? 끝났다는 말 안들···!”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남자를 지나쳐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셔츠 입은 남자들이 한데 모여 돈을 정리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산처럼 쌓인 파란 지폐.
이자놀이로 걷은 돈이겠지.
“뭐야? 이 새끼는?”
나는 놈들을 무시하고 사무실 안까지 뚜벅뚜벅 걸어갔다.
일반적인 사무실이지만 대부 업체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구석에 놓여있는 박스들.
기종이 다른 휴대폰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때, 남자 중 한 명이 내 어깨를 잡아 돌렸다.
“야. 말 안 들려?”
“저 휴대폰 어디서 났어?”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짭새여?”
아마 그렇다고 하면 법 운운하면서 수색영장 갖고 오라 하겠지.
특히 법과 범죄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놈들.
자기 유리한 대로 법을 갖다 붙이는 경우가 많지.
가끔은 쉽게 일 처리할 필요가 있다.
나는 책상 위에 놓인 명패를 들어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윽!”
“짭새면 어쩔 거고 아니면 어쩔 건데. 빨리 안 불어? 휴대폰 어디서 땠냐고.”
“미친 새끼가! 간땡이가 쳐 부었나!”
선빵필승.
다수와의 싸움이지만, 동네 양아치인 놈들을 상대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나는 최대한 왼쪽 어깨를 조심하며 녀석들을 제압해갔다.
테이블 위에 쌓였던 돈들이 휘날리고, 녀석들 코에서 피가 터졌다.
얼마 안 가, 나는 소파에 앉아 놈들이 휴대폰을 일일이 키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까 내 전화를 받은 것은 휴대폰 정리하다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다, 다 켰습니다.”
“기다려봐.”
나는 휴대폰으로 새봄에게 전화 걸었다.
맨 왼쪽에서 울려대는 기계.
내가 고개를 까딱이자 남자 한 명이 휴대폰 배터리 부분을 열었다.
“잠시만요. 저희가 나름 문제 되는 폰은 거르거든요. IMEI에 락 걸려있거나 뭐 그런 거···”
“됐고. 빨리 확인이나 해.”
남자는 컴퓨터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직거래로 받은 거네요. 아아, 기억난다. 어떤 놈이 주웠는데 락이 안 걸려있다고, 팔아도 되냐고 물었거든요.”
“주웠다고?”
“뭐라더라. 옷가지랑 같이 떨어져 있었댔나?”
“그런 걸 가져와 팔았단 말이야?”
“그 정도면 양호하죠. 물건 모아오는 애들, 대부분 찜질방이나 그런 데서 훔쳐 오는 건데. 아무튼 계속 락이 안 걸려 있으니 우리도 땡큐다 하고 받았습니다.”
“이거 판 사람은 누군지 안 적혀있어?”
“네. 그런 것까지는 저희도···”
나는 새봄의 휴대폰을 챙겨들고 일어섰다.
일단 오늘 확인한 것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
“막내야. 어제 일은 어떻게 됐냐?”
출근하자마자 깜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몽두의 표정.
“왜요?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막내 쟤는 반차를 내고도 사건이 붙더라.”
“아 그게···”
내가 입을 때려고 할 때, 서장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웬일이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무실로 내려오질 않는데.
“다들 뉴스 봤지?”
몇몇은 무슨 일인지 안다는 눈치다.
“장만춘 의원님 손녀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어. 우리 관할은 아니지만, 평소에 신경도 좀 쓰고 그러자.”
장만춘 의원이 제대로 신고 접수를 한 모양이다.
그래, 이게 맞는 거지.
수사는 뭐든지 초동수사가 중요하니까.
서장의 말에 팀장이 중얼거렸다.
“요즘 실종 신고 박이 터지는데. 의원 손녀라고 특별대우야 뭐야.”
“야! 거기 황중우! 방금 뭐라 그랬어?”
“아무것도 아닙니다아아-”
나는 서장과 팀장의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 몽두에게 속삭였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게 많습니까?”
“어. 갑자기 팍 늘었어. 평소보다 세배는 되는 것 같다.”
평소보다 세배라.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
지이잉-지이잉-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까맣게 잊고 있던 디케이의 전화였다.
“오랜만입니다.”
-어이쿠. 형사님. 기사 잘 봤습니다. 큰일 하셨더라고요.
디케이는 내가 질책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연예기획사에서 만난 지 꼬박 두 달이 다 되어 가니.
“많이 바쁘셨나 봐요.”
-네? 하하하. 먹고살려면 아무래도 바쁘게 살아야죠.
말 하나는 잘 하는군.
나는 서장과 팀장의 투덕거림을 피해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른 형사들도 익숙하게 자기 할 일 하기 바빠 보인다.
“좀 알아보셨어요? 해수 스폰서.”
-네. 그게 찾아보긴 했는데···
말끝을 흐리는 걸 보니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물인 것 같다.
-보통 기획사 사장이 나서서 일처리를 했더라고요.
“기획사 사장이요?”
-네. 다른 쪽으로 외압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긴 있었는데, 다 인맥에 인맥을 탔더라고요.
“그럼 스폰서가 어디였는지는 기획사 사장이 안다는 거네요?”
-아마도요. 알아보니까 지금은 나와서 다른 회사 차렸던데. 어디더라··· 왜 이번에 ‘조폭 마약 파티’에서 잡힌 연예인 지망생 있는 회사. 거기가 해수 기획사 전 사장이 차린 곳이에요.
아. 그때 문중한테 맞았던 여자.
이름이 뭐더라, 지영이었나?
연예인 지망생은 그 여자 한 명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부분 인지도가 낮긴 했지만 기성 연예인들이었고.
-해수 죽으면서 기획사가 많이 힘들었나 봐요. 다른 애가 그렇게 죽었으면 그냥 쉬쉬하면서 덮었을 텐데, 워낙 개차반이라 그런지 투자금이며 계약금이며 다 물어줘야 했다고.
죽어서도 영향력이 크긴 컸구나.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경영진이 싹 갈린 것 같아요.
“그렇군요. 혹시 그 사장이란 사람이 조직폭력배와 연관이 있습니까?”
당시 파티의 주최자는 심마담.
하지만 뒤에 구마파가 있었으니 결국 구마파와 전 사장이 연관되어 있다 봐야 할 것이다.
-글쎄요. 그건 잘···그런데 이 바닥에서 조폭이랑 얽히는 건 빈번해서요. 주소 남겨드릴게요. 여기가 이상한 게 전화를 잘 안 받아. 에효. 아무튼 제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요. 수고하셨어요.”
-우리 사장한테는 연락 없었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디케이와의 전화가 끊어지고, 곧바로 소속사 주소가 날아왔다.
‘월드 온 엔터테인먼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유명한 회사인가?
어쨌거나 오늘은 하루 종일 외근 확정이다.
소속사 들렸다가 새봄의 행방도 뒤밟아야 하니.
내가 전화를 끊자 깜장이 의아하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리고 어제 있었던 사건은 어떻게 되고?”
“범인은 아니었습니다. 중고폰 취급하는 대부업체인데, 휴대폰이랑 옷가지가 같이 떨어져 있었대요.”
“흐음. 뭔가 이상하다.”
“확실하진 않지만 문제가 있긴 있는 것 같아요.”
“거기 동수동이지?”
깜장이 기지개를 쭉 키며 말했다.
“실종 신고 접수된 게 많아서 당분간 폐쇄 회로 분석만 할 것 같은데, 같이 돌려 볼게.”
“네. 아참. 저번에 조폭 마약 파티 말입니다. 그때 체포된 사람들 중에 연예인 지망생 하나 있었잖아요.”
“그랬지.”
“어떻게 됐습니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재판받고 들어가겠지. 소속사에서도 바로 손절했다던데.”
사장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별다른 진술 없이 넘어간 모양이군.
나는 사무실을 나와 디케이가 보내준 주소로 차를 몰았다.
그의 말대로 회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휴일도 아니고, 평일 오전인데 말이다.
서울 합정동의 작은 건물.
‘제대로 온 거 맞아?’
관리 안 된 창문들과 헤져가는 시멘트벽.
우편함에는 분명 ‘월드 온 엔터테인먼트’라고 적혀있긴 한데···
나는 일단 차를 세워두고 건물을 올라갔다.
“실례합니다.”
나는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더스타 엔터테인먼트’와 달리 삭막하기 그지없는 사무실.
상장이나 트로피는 물론이고 소속 연예인 사진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회사 모습까지.
전부 기시감이 가득했다.
이거 분명히···
“누구시죠?”
그때 데스크에 앉아있던 직원이 일어서며 물었다.
평소 손님이 거의 없었는지 당황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외국인인지 말투도 조금 어눌하다.
마침 사장실의 문이 열리며 중년의 남자가 나왔다.
손에는 커다란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대낮인데 퇴근하는 모양새였다.
“아, 사장님. 손님 오신 것 같은데.”
“손님? 무슨?”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디션 뭐 그런 건가? 마스크는 좋네. 프로필만 두고 가. 함부로 회사 찾아오지 말고. 에헴.”
나는 나가려는 남자의 앞을 막아서며 경찰 신분증을 꺼냈다.
“그런 건 아니고요. 경찰입니다. 시간 좀 내주시죠. 전화를 하도 안 받기에 직접 찾아왔습니다.”
남자가 당황하며 뒤로 살짝 물러섰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지금 출장을 좀 가야 해서··· 다음에 오시죠.”
그러더니 내게 자신의 명함을 내민다.
‘월드 온 엔터테인먼트 사장 명보훈’
하지만 나는 비키지 않았다.
“저도 만만치 않게 바빠서. 짧게 끝낼 테니 시간 내세요. 아니면 성매매와 마약 알선 혐의로 경찰서 가시던가.”
명보훈은 인상을 찡그리며 시계를 확인했다.
출장이라는 게 마냥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그는 내게 들어오라는 듯 돌아서서 사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데스크에 서 있는 직원을 향해 짜증을 부렸다.
“차는 됐으니 들어오지 마.”
외부인 통제도 확실하게 하고.
그는 소파에 앉으며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성매매 알선이니 마약 알선이니 운운하는 거, 저한테 명예훼손입니다. 조사는 다 마쳤는데요? 그거 지영이가 독단적으로 참가한 거라고. 저희도 걔 때문에 손해가 막심해요.”
“그래요? 저한테는 사장 때문이라던데.”
내 말에 명보훈이 어이없게 웃었다.
“걔가 그래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뭔가를 확신하는 말투.
“녹음된 것도 있어요.”
나는 그의 말을 자르듯 치고 들어갔다.
거짓말은 아니지.
사장이 어쩌고, 데뷔가 어쩌고 하는 말이 소형 무전기를 통해 똑똑히 녹음되었으니.
“그런데 이 회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낡은 건물과 외국인 직원, 익숙한 회사 이름, 그리고 마약 조직과 연루되어 있는 사장이라.
“아무리 봐도 연예 기획사 같지는 않은데, 작품 뭐 뭐 하셨어요?”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물어볼 게 있다더니. 됐습니다. 별로 할 얘기도 없는 것 같구먼.”
명보훈은 불쾌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쾅!
나는 발로 문을 차면서 그를 막았다.
“이게 무슨···!”
질색하는 명보훈을 뚫어져라 보며 내가 읊조렸다.
“너. 쿼두지.”
쿼두.
중국어로 ‘원정팀’을 뜻하는 ‘크어두이(客队)’에서 따온 이름.
외국, 특히 중국에 성매매를 알선하는 단체였는데, 연예 기획사를 사칭해서 일을 벌였던 걸로 화제였지.
마약까지 연루되는 바람에 한국인 수십 명을 중국에서 사형시키니 송환하니 했던 걸로 떠들썩했다.
“무, 무슨 소리입니까?”
명보훈이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녀석의 반응이나, 회사 상태로 보나, 쿼두가 확실했다.
그런데···이해가 안 되는군.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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