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47
147. 눈물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적.
고성우는 바다 위에 만들어진 빙판길을 미끄러지며 앞장섰다.
“우와아아아아아! 멍멍이 최고다!”
나와 지율이는 헬하운드의 등에 타고 있었다.
“아우우우우우우!”
헬하운드도 기분이 좋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하울링을 했다.
살면서 헬하운드를 등에 타는 날이 올 줄이야.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빙판을 미끄러지는 고성우와 그 뒤를 달리는 헬하운드는 요트보다도 빨랐다.
“빠아! 벌써 다 왔어!”
지율이가 외친 순간 투명 장막을 지나쳤다.
―다 왔군.
손에 들고 가슴에 받치고 있던 싹이꽃이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선착장이 바로 앞에 보였고, 무룩이와 곰곰이, 삐삐 그리고 싹이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 싹이꽃을 들고 있는데, 앞에 싹이가 보이니 기분이 이상했다.
“네가 둘인 거 같아서 이상하네.”
싹이꽃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대신 선착장 쪽에 서 있는 싹이가 작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어 보였다.
무룩이와 곰곰이, 삐삐는 헬하운드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아마 싹이가 이미 다 설명을 해준 거겠지.
곰곰이와 삐삐는 헬하운드 못지않은 마수이기도 하다. 무룩이야 워낙 겁이 없고.
“나 왔어어어어어어어!”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고, 함게 헬하운드 등에서 내려왔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고오오오옴!”
“삐삐삐삐!”
싹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어서들 와라.”
다 같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무룩이만 아무 말도 없었다. 녀석은 헬하운드와 마주 서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심통이 잔뜩 난 얼굴을 했다. 헬하운드는 무룩이를 내려다보더니 무슴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룩이는 헬하운드를 째려보다가 앞발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헬하운드의 다리를 몇 번 툭툭 치며 경고하듯 목소리를 냈다.
“여기는 내가 대장이다냥. 그러니까 나한테 잘 보여라냥. 알겠냥?”
“킁?”
헬하운드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솥뚜껑처럼 커다란 앞발을 들어 올려 조심스레 무룩이의 머리 위로 가져갔다.
얼마나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조심스러운지 앞발이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
팡!
무룩이가 헬하운드의 앞발을 후려쳤다.
“나를 만지라는 게 아니다냥!”
“끄응?”
“잘, 보, 이, 라, 고, 냥!”
무룩이는 한 음절마다 냥냥펀치를 휘둘렀다.
솜방망이 같은 앞발의 타격이 헬하운드에게 타격이 있을 리 없었다.
“컹.”
헬하운드는 헥헥거리기 시작하더니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앞발을 뻗어 무룩이를 만지려고 했다.
팡!
무룩이는 또다시 냥냥펀치를 날리고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하지 말라냥!”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와 지율이는 한참을 웃었다. 이러나저러나 잘 지낼 것 같았다.
* * *
“우와! 진짜? 나 여기 써도 되는 거야?”
고성우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렇다. 일단 요청을 받아 하나 마련하였는데…….”
싹이는 나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괜찮은가?”
“나야 당연히 괜찮지.”
“위치 말이다.”
“위치도 좋은 거 같아.”
네모집에서 약 20미터 거리.
나무들 뒤쪽에 지어진 집은 대부분 덩굴로 이뤄져 있었다. 제법 큼직한 공간이었는데, 바닥은 나무가 깔려 평평하게 다듬어졌다.
싹이는 고성우를, 인간을 이해한 것인지 따로 욕실이 될 공간과 방까지 전부 준비했다.
“진짜 여기가 내 집이라는 거지?”
고성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묻자 싹이는 건조하게 대답했다.
“집은 아니고, 종종 잠깐 머물고 가는 곳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그거지! 아무튼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거잖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고성우는 싹이를 와락 끌어안고 들어 올렸다.
“고마워! 진짜 고맙다!”
싹이는 의외로 거부를 하지 않았다. 호응하거나 편하게 안기지도 않았지만, 양팔을 늘어트린 채로 조금 불편하다는 듯한 얼굴로 뻣뻣하게 있었다.
“너희들 덕분이야!”
고성우는 나와 지율이 그리고 곰곰이와 삐삐까지 안으려고 애썼다. 팔길이가 닿지 않았지만. 그때 덩굴 하나가 자라나 우리를 하나로 묶었다. 싹이는 여전히 딱딱한 얼굴을 한 채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어? 그런데 무룩이랑 멍멍이 어디 갔지?”
지율이가 두리번거렸는데, 네모집 쪽에서 무룩이가 오고 있었다. 헬하운드는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려는 찰나였다.
“멍멍!”
무룩이 뒤에 새까만 강아지 인형 같은 헬하운드가 아장아장 걸어오며 짖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고성우는 인형처럼 변한 헬하운드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물었다.
“설마… 아까 그 헬하운드가 저렇게 된 거야?”
나도 헬하운드를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이게 어떻게 가능해?”
“나도 모르지.”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아니, 말이 안 되잖…….”
얘기를 하던 고성우는 우리를, 주변을 보고는 깨달은 듯했다.
“그래, 그런 곳이야. 기존의 네 상식대로 굴러가지도 않고, 말이 안 되는 게 얼마나 많은데. 아니, 말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말이 되는 거지.”
나의 말을 들은 고성우는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래도 궁금한지 무룩이를 슥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무룩이는 귀찮다는 듯이 꼬리를 한 번 휙 흔들며 천천히 앞을 지나갔다.
“서열정리를 했을 뿐이다냥.”
“서열정리……?”
헬하운드는 폴짝폴짝 뛰듯 무룩이의 뒤를 따라갔다.
“멍멍!”
서열정리를 한다고 거대한 마수가 인형이 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저게 무룩이가 가진 힘인 듯하다. 교화된 마수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만드는 힘.
사실 헬하운드를 데려오고도 조금 고민했다. 어떻게 같이 지낼까. 조금만 실수하면 전부 불태워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됐고.
그럴 일이야 일어나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휴도의 중심에 싹나무가 있으니 화재가 더욱 걱정됐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헬하운드를 오공이와 불숭이가 있는 부섬으로 보낼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무룩이가 서열정리를 하며 인형으로 만들어서 문제가 해결됐다.
“그럼… 오늘은 일단 늦었으니까 자자.”
내가 말하자마자 지율이가 한 번 폴짝 뛰어올랐다.
“자자아!”
* * *
역시 집이 최고다.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다.
“흐음…….”
천천히 눈을 뜨기 전이었다.
“일어나거라.”
갑작스레 울린 싹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화분에 담긴 싹이꽃은 지율이의 방인 네모집 2층에 놓은 상태.
싹이꽃이 줄기를 늘여 1층까지 내려와 말을 건 것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깨워?”
“다들 일어난 지가 오래되었다. 일어나야 되지 않겠는가?”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나가 보니 앞마당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그만 따라오라옹!”
무룩이가 도망가고 이었고,
“멍멍멍멍멍멍!”
헥헥거리며 잔뜩 신난 헬하운드가 뒤를 따라다녔다.
“엇! 빠아아아!”
지율이는 내게 달려와 다리 쪽에 부딪히며 와락 안겼다. 조금만 방심해도 무릎이 나갈 것처럼 힘이 넘쳤다.
“응, 지율이. 일찍 일어났네.”
“아빠가 늦게 일어난 거야.”
“그래?”
“응!”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열두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휴도에 온 이래로 가장 늦게 일어난 날. 아무래도 어제 힘을 많이 쓴 영향인 듯했다.
“광합성 좀 해야겠네.”
머리카락 색 조절을 하지 않고 마음껏 햇빛을 받아 힘을 보충했다.
“멍멍이랑 무룩이 봐봐! 되게 웃겨!”
헬하운드는 지칠 줄 몰랐고, 도망치던 무룩이가 몸을 돌렸다.
“헥헥헥헥헥헥헥헥.”
좌우로 움직이는 꼬리가 어찌나 빠른지,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움직여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그, 만, 따, 라, 오, 라, 옹!”
무룩이가 솜방망이 같은 앞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헬하운드는 맞으면서도 헥헥거리며 웃었고,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솜뭉치 같은 머리와 몸을 때려봤자 타격이 없는 게 당연했다.
“하하하하. 잘들 노네.”
나는 지율이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헬하운드는 계속 멍멍이라고 할 거야?”
“음…….”
지율이도 그게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잘 모르겠어!”
그때 느지막이 일어났는지 머리에 새집이 진 고성우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핫도그!”
나와 지율이가 고개를 돌리자 고성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핫도그가 딱이지. 뜨거운 개잖아.”
나는 헛웃음을 쳤다.
“야, 아무리 그래도 헬하운드한테 이름을 핫도그…….”
그때 지율이가 호기심이 가는지 물었다.
“왜 핫도그가 뜨거운 개야?”
“우리 지율이, 아직 영어 모르는구나?”
고성우는 재수 없게 혀를 굴려대며 말했다.
“호앗? 응? 호왓, 이라는 게 뜨겁다는 뜻이야. 그리고 둬―그. 둭! 이게 개라는 뜻이고.”
“호오오오오오오…….”
지율이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내가 재빨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야, 이…! 핫이 왜 호왓? 어? 그렇게 되고, 그냥 도그라고 하지 뭔 둬그니 뭐니 난리야. 그게 어떻게 그렇게 돼?”
“이게 본토 발음이야.”
“어디 본토에서 그러는데?”
고성우는 시선을 회피하여 확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국……?”
나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들어 검색을 시작했다. 핫도그. 발음을 확인했다. 일단 미국은 아니었다.
“영국…?”
당연히 영국도 아니었다. 도그의 그가 아주 짧아서 독에 가깝긴 했는데, 고성우의 발음과는 분명히 달랐다.
“미국 사람들 영국 사람들한테 처맞을 소리하지 마라.”
고성우가 멋쩍어하는데 곰곰이 생각하던 지율이가 말했다.
“삼촌이 틀렸네!”
“응…?”
“삼촌 발음으로는 합치면 호왓둭이잖아. 근데 핫도그라며. 그러니까 핫도그지. 발음대로면 핫독에 가깝고. 맞지?”
“그러게. 하하하. 삼촌이 틀렸네. 지율이 천재다.”
“아니야, 천재는 아니고 조금 똘똘한 거야.”
“하하하하하! 아니야, 천재 맞아! 엄청 똑똑해!”
“그래?”
지율이는 천재라는 말이 마음에 드는지 양 볼이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
“그나저나 내가 너무 늦게 일어났네. 아침 먹어야지.”
지율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점심이야.”
“그런가? 여태 아무것도 안 먹었어?”
“싹이가 밀크본 열매랑 이것저것 줘서 그거 먹었어.”
고개를 돌리자 싹이가 ‘봤느냐?’라고 말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럼 점심은 아빠가 맛있게 해줄게.”
그때 고성우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오늘 점심은 내가 할게. 손님이라고 와서 놀기만 하면 안 되지.”
* * *
고성우가 점심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나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어떤 커피도 밀크본 열매 수액에 타서 카페라떼를 만들면, 어떤 전문점에서 먹는 카페라떼보다 맛있다.
“아, 네. 대표님. 잠깐 통화 괜찮으세요?”
조민택과의 전화였다.
―네, 물론이죠. 괜찮습니다.
“어제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는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그나저나 잘 해결은 되신…?
“예, 덕분에요. 헬하운드도 얌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멍멍 짖으며 계속 무룩이한테 장난을 걸고 있으니 얌전하지는 않았다.
“며칠 내로 물품들 넘기러 강척에 들를 건데, 혹시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십니까? 좀 더 챙기겠습니다.”
―아닙니다. 뭐 바라고 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아, 저 그러면…….
조민택은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는데, 미리 생각을 해두었던 것 같았다.
―새해이고 하니, 혹시 허니포켓이랑 밀크본 열매를 조금 주실 수 있을까요? 그 두 개를 타서 먹는 걸 저랑 가족들이 너무 좋아해서요.
“하하하, 물론이죠. 많이 챙겨드리겠습니다.”
내가 물량을 조절해서 그렇지, 둘 다 남아돌았다. 조민택한테야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구정석도 고생했으니 따로 챙겨야지.
그나저나 벌써 새해구나.
지율이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올해의 마지막 날 그리고 다가올 새해.
왠지 기분이 묘했다.
그때 고성우가 다급히 소리쳤다.
“야! 토일아! 나와봐! 지율이 운다!”
순간 당황한 나는 고개부터 돌렸는데, 자동으로 몸이 움직였다.
“지율이 울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일단 뛰어나갔다.
등을 보이고 있던 지율이가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지율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4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