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89
189. 해결법 (3)
나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도라경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안녕하십니까 소장님.”
“네, 대표님.”
도라경은 내게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가벼운 악수.
도라경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뭐를 물어보실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그전에 제가 먼저 여쭈겠습니다.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저 아이… 아니, 드래곤을 찾는 드래곤이 있습니다.”
순간 도라경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저 아이를 찾고 있다고요?”
그때 얘기를 듣고 있던 소녀도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혹시…….”
소녀가 입을 뗀 순간, 도라경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을 할 줄 알아?”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소녀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오팔 드래곤.”
“아…….”
소녀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다가 도라경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뻔했다.
누가 봐도 오해하기 쉬운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현백이와 레오를 대하는 도라경을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었다.
도라경은 우는 소녀를 보고 당황하면서 나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상황을 보시면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아니에요. 일단 제가 설명을…….”
나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일단 우리 다 같이 앉을까요?”
* * *
어느 정도 진정된 소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의 맞은편에 앉은 도라경이 말했다.
“저희는 일단 무지개 드래곤이라고 했어요. 처음 발견했을 때 쇠약해진 상태였고, 비늘이 많이 벗겨졌거든요. 그 비늘들은 전부 무지갯빛이었고요.”
도라경은 소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지율이한테 선물로 준 그 반지에 박혀 있는 비늘이요.”
“그랬군요.”
“이름을 붙여주지는 않았어요. 자신의 이름이 있을 테니까요. 멋대로 부르는 것도 실례일 것 같았고. 쇠약해진 상태라서 치료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현백이와 레오가 많이 도와줬어요.”
“현백이와 레오가요?”
“네. 마력을 보충해주는 걸로요.”
소녀도 드래곤답게 상당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저 정도이니,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다면 훨씬 더 강력하겠지.
“아무튼… 치료는 마쳤지만,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거든요. 현백이나 레오가 말을 걸어도요. 그래서 저희는 말을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짓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까 오팔 드래곤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도라경은 말끝을 흐리며 소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할 수 있지?”
소녀는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목소리 내서 대답해줄래?”
“……네.”
“물어보고 싶은 거 있지 않아?”
“보셨다는 오팔 드래곤… 무슨 색이었나요?”
“검은색.”
소녀의 눈이 확 커졌다.
“네가 아는 오팔 드래곤이 맞지?”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왜 확신이 없어? 듣기로는 오팔 드래곤은 둘밖에 없다던데.”
소녀가 다시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다시는…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원의 급류에 휘말린 소녀는 꽤 오랜 기간 떠돌고 나서야 바다에 떨어졌다고.
당시 근처에 흰색 차원문이 발생했고, 구정석이 지원을 나갔다가 소녀를 발견해서 몰래 데려온 상황이었다.
“그럼 갈까?”
나의 물음에 소녀가 되물었다.
“네? 어딜요?”
“너 찾던 드래곤 만나러.”
소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때 도라경은 나와 소녀를 번갈아 쳐다보며 난색을 표했다.
“소장님. 일단 드래곤들이 원하지 않으면 묶어두실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야 그런데…….”
“저도 소장님을 곤란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드래곤들과 교류하시려는지도 알고 있으니까요. 저 믿고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치던 도라경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내가 소녀와 함께 소장실을 빠져나오자 구정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엇, 어디로…….”
“다른 오팔 드래곤 좀 만나고 올게요.”
“예? 다른 오팔 드래곤이요…?”
“예.”
그렇게 나는 소녀와 함께 연구소 밖으로 향했다.
* * *
“잠시 실례.”
나는 안아올리려고 하자 소녀가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뭐 하시려고요?”
“들려고?”
“인간은 무리일 거예요. 사람 같은 모습이어도 드래곤이라서 무게가…….”
“들어보고 생각할게.”
보기보다 무겁다는 것이지, 드래곤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는 않았다. 체감상 기껏해야 100킬로그램 내외.
“무거우실 텐데…….”
“내 딸이 더 무거워.”
“네?”
“꽉 잡아.”
나는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바람을 일으켜 날아올랐다.
소녀는 순식간에 멀어지는 지상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드래곤만큼이나 자유롭게 날아다니시네요?”
“이렇게 날 수 있는 것도 드래곤 덕분이긴 하지만.”
소녀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런 게 있어. 가자, 금방이야.”
* * *
싹나무 옆을 타고 오르듯 나는 중이었다.
―또 어디서 데려온 것인가?
싹이의 물음에 나는 헛웃음을 쳤다.
“무슨 질문이 그래?”
―드래곤인가?
“맞아.”
―작군.
“그야 사람 모습으로 하고 있으니까. 너도 사람 모습은 작잖아.”
―아무튼 다녀오거라.
나는 피식 웃으며 금방 하늘나라로 올라섰다.
길이 나 있는 곳으로 올라서자마자 지율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이게 가위, 이게 바위, 이게 보야.”
지율이와 거숭이, 퀸콩, 거위 그리고 드래곤까지 모두 둘러앉아 있었다.
“엇, 아빠 왔다! 빠아아아아!”
나는 착지하면서 소녀를 내려놓고는 씩 웃어 보였다.
“우와! 예쁜 언…….”
지율이는 목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니는 아닌가?”
그때 드래곤과 소녀는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팔이가 오래 기다렸어!”
지율이의 말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물었다.
“응? 오팔이? 설마…….”
“응! 내가 이름 지어줬어! 이제부터 여기서는 오팔이야.”
“하하하, 참나.”
그때 오팔이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녔는데, 의외로 동양인에 가까웠다.
“딸아.”
“아버지.”
부녀관계였다.
처음부터 딸이라고 말할 것이지. 찾고 있는 이가 있다고 하니 연인인가 했네. 하긴, 소녀를 보자마자 연인은 아니다 싶었지만.
드래곤이 왜 예민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지율이를 잃어버렸다면? 아마 제 정신이 아니겠지.
오히려 드래곤은 예민한 게 아니었다. 굉장히 점잖고 예의도 지킬 줄 알았다. 딸을 찾는 중에 그 정도였으니 존경스러운 수준이었다.
부녀는 한참 동안 끌어안고 있다가 내게로 다가왔다.
“고맙다…….”
오팔이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한 거지.”
“당연한 건가?”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맞지.”
“……고맙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군.”
“나도 나지만, 우리 딸한테도 인사해줘.”
오팔이는 지율이에게로 시선을 옮기고 웃었다.
“고맙다마다. 언젠가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할 것이다. 정말 고맙다.”
“천만에!”
지율이는 씩 웃어 보이더니 소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름이 뭐야?”
“어? 나는…….”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는데,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따라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아… 그렇구나…….”
지율이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소녀를 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넌 오순이해!”
“어…?”
“오팔이! 오순이! 나는 지율이야!”
의외로 오순이는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였다.
“알겠어. 인간 이름은 오순이로 하라는 거지?”
“맞아!”
오팔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오팔이라는 이름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원래 나는 오팔 드래곤이고 말이야.”
아무래도 오팔 드래곤들은 이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듯하다.
지켜보고 있던 거숭이와 퀸콩은 손을 이마에 짚거나, 양손으로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사실 거숭이와 퀸콩도 누군가의 이름을 비웃을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나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하긴, 오히려 이런 이름들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내 이름을 듣고 피식 웃는다면, 웃음을 주는 이름이니 좋은 것 아닐까.
지나치게 흉한 이름만 아니면 괜찮다고 본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야겠다.”
나의 말에 거숭이와 퀸콩, 거위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또 보자.”
내가 인사를 건네자 거숭이와 퀸콩은 차례로 주먹을 맞댔다. 거위도 다가와서 날개를 살짝 가져다 댔다.
“우리는 어떡하지?”
“어떡할까요?”
오팔이와 오순이는 다른 차원에서 온 상황.
다시 원래 차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웠다.
오팔이는 가능하지만, 오순이까지 데리고 돌아갈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다.
“다시는 딸을 잃고 싶지 않다. 그야말로 지옥이었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야. 그리고 우리의 원래 차원이 딱히 살기 좋은 곳도 아니었고.”
오팔이의 말을 들은 거숭이가 목소리를 냈다.
“원하다면 이곳에서 같이 살아도 좋다.”
“제안 고맙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오팔이는 나를 힐끗 보고는 시선을 피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섰다.
“안 그래도 물어볼 게 좀 있었어.”
“뭐지?”
“마침 너희가 지내기 좋은 곳이 있거든. 그리고 도움도 되고, 이 세상에 녹아들어서 살기도 좋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이지?”
“네 딸이 있던 곳. 그곳은 드래곤을 연구하는 곳이야. 너희들 자체에 대한 연구도 연구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인간과 드래곤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
오팔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인간과 드래곤이…?”
“나도 인간이잖아? 너희도 지금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안 될 게 뭐가 있겠어?”
오순이가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아버지. 제가 있던 곳에는 이미 다른 드래곤이 있었어요. 그것도 둘이나 더요.”
“둘이나…?”
“네. 친절한 분들이었어요.”
현백이는 친절한 게 맞는데, 레오도 친절하다고 느끼다니. 오순이는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만 보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그럼 가보도록 하자.”
오팔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 했고, 오순이도 드래곤 형태로 변했다.
싹이가 한 말의 의미를 지금 깨달았다.
드래곤 모습으로 변한 오순이는 기껏해야 황소 수준의 크기였다. 이렇게 작은 드래곤은 살면서 처음 봤다.
오순이의 실제 나이는 고작 두 살.
“와아아아아, 작다아아아, 귀여워어어어.”
지율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둘 다 드래곤 모습으로 변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눈에 더 띄니까. 우려했듯이 모든 인간들이 드래곤을 좋아하기만 하지는 않거든. 아무래도 강하다 보니 무서워하기도 하고.”
내가 말하자 다시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 오팔이가 눈썹을 찡그렸다.
“역시 그런가.”
“하지만 무턱대고 공격하는 일도 없어. 서로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돼.”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럼 다 같이 내려갈까?”
“좋다.”
그렇게 하늘나라에서 다시 내려가려는 찰나였다.
꼬르르르륵.
지율이의 배에서 난 소리였다.
“앗…!”
지율이가 양손을 배에 가져가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빠아! 나 배고파!”
“하하하하! 말 안 해도 소리 들으면 알겠어.”
그때 퀸콩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괜찮다면 뭐 좀 먹고 갈래?”
모두가 가볍게 시선을 교환했다. 특별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마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신세 좀 질게!”
내가 말하자 거숭이가 껄껄 웃었다.
“너희 덩치로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어. 거위보다 잘 먹으면 다행이지.”
거위는 가슴과 날개를 당당히 펼쳐 보였다.
“꺼우꺼우!”
어느새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질 듯이 싸울 것 같았는데, 다들 따뜻한 햇살이 비춘 듯 밝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커 보이는 갈등도 생각보다 간단히 해결될 때가 있기 마련이었다.
무턱대고 화부터 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우선이었고, 그게 결과도 좋을 확률이 높았다.
그보다 뛰어난, 가장 좋은 해결법은 지율이에게 맡기는 것이고.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9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