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16
216. 화삼
“잘 타는군…….”
싹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남의 일처럼 얘기하지 마!”
내가 헛웃음 치며 소리쳤는데, 싹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만히 보면 인간들이 즐기는 그것과 비슷하지 않나? 불놀이?”
“불꽃놀이.”
“그래. 그것과 다를 게 없는 듯하다. 흥미로워.”
지율이도 활활 타오르는 부섬을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예쁘다아아아!”
“아니야, 불난 거를 예뻐하면 안 되지.”
“안 되나?”
“안 돼.”
“알았어.”
지율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와아아아, 안 예쁘다.”
곱게 모으고 있는 손이 불꽃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다행스럽게 불은 번지지 않았다.
바위산 부근에서만 타올랐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불길이 더 큰 느낌.
어쩌면 다른 곳까지 불이 번질 수 있겠다 싶었다.
또 불숭이 짓인가? 아니면 불마뱀? 혹시 둘이 싸웠나?
* * *
다 같이 싹이배에 올랐다.
사실 나만 가도 되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빠지지 않았다.
“오늘은 좀 빠르게 가자.”
평소였으면 노를 저으면서 여유를 즐겼지만, 시간도 늦었고 불길이 심상치 않아서 서둘렀다.
부섬에 다다르자 오공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나왔다.
“우끼! 우끼끼끼!”
“그래그래, 알았어. 둘이 싸웠어?”
그때 뒤로 불숭이도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카! 카카앗!”
불마뱀의 문제였나?
그 순간 불마뱀도 다급히 와서는 서두르라는 듯이 앞발로 바닥을 긁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저 불은 뭔데 그럼?”
내가 서둘러 걸음을 옮겼고, 지율이가 옆으로 따라붙었다.
“가자! 사건 해결하러!”
나는 지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니까 아빠 뒤로 붙어서 와.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응!”
그때 핫도그가 앞으로 달려 나왔다.
“헥헥헥헥!”
“그래, 너는 불이라면 오히려 환영이니까.”
그렇게 불이 치솟고 있는 바위산으로 향했다.
꽤 멀리서도 뜨끈뜨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나는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겠군. 말라버리겠어.”
싹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앗! 싹이 위험해?”
지율이가 걱정을 내비치자 싹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냥 선호하지 않을 뿐이다.”
“그럼 싹이뱀도 잠깐 놓고 갈까?”
“싹이뱀은 같이 가도 괜찮다. 항상 물을 잔뜩 먹은 상태니까. 그렇게 보여도 원래는 훨씬 큰 거 알고 있지 않느냐?”
“맞아!”
싹이뱀이 몸을 자유자재로 늘이고 형태도 변화할 수 있어서 하는 얘기인 듯하다.
“음냥, 따뜻하다냥.”
무룩이는 뜨끈한 열기가 기분 좋다는 듯이 눈을 감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곰곰이와 삐삐는 그런 무룩이가 걱정되는지 양옆에서 조심조심 걸었다.
다들 귀엽기만 한 게 아니다. 비범하다. 같이 다니면 든든하고 무서울 게 없다.
“냐하아아아앙.”
무룩이가 하품을 하다가 쩝쩝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뭘 보냥?”
“뭘 보긴 뭘 봐 인마.”
비범한 녀석들 중 무룩이는 빼고. 그냥 말할 줄 알고 건방진 고양이일 뿐이다. 아마도 그렇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산에 오를 차례.
하지만 불길이 강해 섣불리 들어설 수 없었다.
“우끼! 우끼끼끼!”
오공이가 보라는 듯이 가리켰다. 자기조차도 꺼릴 정도라고.
“카아카아카아!”
불숭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자기가 꺼트릴 수 없는 불이라고.
불마뱀도 쉭쉭 소리를 냈다.
사실상 불 그 자체나 다름없는 녀석들도 어쩔 수 없다니 당황스럽다.
“길을 만들어보실까.”
바람을 일으켜서 길을 틀려고 했다.
화륵! 화르르륵!
하지만 양옆으로 치솟는 불길이 더 매서워졌다.
길은 만들 수 있었지만, 더 거세지는 불길이 다른 곳까지 퍼질까 우려됐다.
이걸 어쩐다?
잠시 고민하는데 핫도그가 불길로 뛰어들었다.
“멍!”
“앗, 핫도그…!”
핫도그가 불길에 대고 마구 입질을 했다.
텁! 텁텁!
핫도그가 입질을 할 때마다 불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멍!”
핫도그에게는 불이 영양간식 정도 되는 건가?
길이 트이기 시작했다.
“멍! 멍멍!”
신난 핫도그는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며 입질을 해서 불을 먹어치웠다.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 아니, 불 만난 헬하운드였다.
“나도 먹어볼래!”
지율이가 핫도그를 따라 불에 얼굴을 들이밀려고 했다.
“안 돼!”
내가 소리치며 지율이를 안아 올리는 찰나였다.
“쿠마앗!”
곰곰이가 오랜만에 화를 냈다.
“삐이이이잇!”
삐삐도 발로 바닥을 탁탁 치며 심통을 냈다.
“우끼잇!”
“카앗!”
“시이이익!”
오공이와 불숭이, 불마뱀도 곧장 주변을 둘러싸며 불을 차단했다.
모두가 화를 내자 동공에 지진이 난 지율이.
“아, 어, 음, 아, 어…….”
이내 지율이는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미, 미안…….”
그때 유유히 옆을 지나가던 무룩이가 앞발로 지율이의 엉덩이를 팡 소리가 나도록 쳤다.
“정신 차리라냥.”
“으응.”
나는 시무룩해진 지율이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다들 걱정해서 그러는 거 알지? 지율이도 아이들이 다치거나 하면 어떨 거 같아?”
“슬퍼.”
“그치? 속상하지?”
“응.”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지율이가 다치면 다들 걱정하고 속상하다고. 그러니까 우리 모두 다치지 않고 조심해야 돼. 무슨 말인지 알지?”
“응!”
지율이는 금세 씩씩해져서는 말했다.
“내가 경솔했어! 나의 실수! 마이 미스테이크!”
최근에 영어가 나오는 교육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을 갖더니, 바로 써먹는다.
“영어도 잘하네?”
“그럼! 아임 베리 굿!”
그치. 우리 딸은 굿에 그레이트고 그렇기는 하지.
“멍멍!”
홍해가 갈라지듯 앞으로 길이 트여 있었다.
“멍멍멍멍!”
핫도그가 바위산 중턱으로 가서 여기로 오라는 듯이 짖었다.
핫도그의 꼬리는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흔들리는 중이었는데, 지율이가 손가락질을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러다가 핫도그 날아갈 것 같아.”
“그러게.”
웃으며 말하면서도 은근히 긴장된다.
과연 불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나마 핫도그가 저러고 있는 것을 보니 이종의 짓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여기까지 흰색 차원문이 열린다면 곤란하다.
어쩌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핫도그가 저렇게 해맑게 웃으면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싶다.
우리는 핫도그 곁으로 다가갔고, 다들 시선을 모았다.
“우와아아아! 신기하다!”
지율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삐이?”
삐삐는 손을 입으로 가져간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옴.”
곰곰이는 조금 실망이라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오공이와 불숭이, 불마뱀은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건…….”
주황빛의 인삼처럼 생긴 뿌리였다.
손바닥 크기의 삼은 활활 불타올랐다.
바위산 전체의 불길이 그 삼으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화삼(火蔘).
이런 게 존재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화삼 말고 어울리는 이름도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없애 버려야 되나?”
계속 불을 질러대니 팔 수는 없을 듯했다.
“우끼, 우끼끼끼!”
“카앗, 카아아앗!”
“우끼? 우끼이.”
“카카캇!”
“시이이익!”
오공이, 불숭이, 불마뱀이 뭐라 바삐 말했다.
지율이가 내 바지를 살짝 당겼다.
“빠아.”
“응?”
“이거 없애야 되는 거 맞대!”
“그래? 그렇지? 그냥 없애면 되나? 바다에 던질까?”
지율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말했다.
“아니! 먹어서 없애야 돼!”
“뭐어?”
화삼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 * *
일단 화삼을 챙겨서 부섬 해변 쪽으로 향했다.
계속 타오르고 있어서 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핫도그가 입으로 물어서 옮겼다.
화륵! 화르륵!
핫도그가 입에 물고 있는 화삼은 계속해서 타올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불꽃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냥 네가 먹으면 안 돼?”
나의 물음에 핫도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싫다는 듯이 ‘끄응’하고 목소리를 냈다. 평소에도 채소류는 자기 입에 맞는 것만 먹으니, 쓰디쓴 삼이야 싫을 수밖에 없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변 근처에 다다랐고, 기다리던 싹이와 마주쳤다.
싹이는 화삼을 보고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불의 원인은 그것이었나?”
“응. 알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의외다.
싹이라면 식물에 관해서는 절대자 같은 존재라 생각했는데.
“그 녀석은 다른 식물과 어울릴 수 없는, 그런 태생이니까.”
하긴.
식물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불타오르니 어울릴 수 있는 생물은 굉장히 한정적일 수밖에.
“필요 없지?”
나의 물음에 싹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물론이다.”
“일단 바다에 넣어볼까.”
싹이는 가만히 지켜봤고, 나는 핫도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줘볼래?”
나는 손에 바람을 휘감은 채 화삼을 쥐었다. 불꽃이 이리저리 튀며 손을 휘감았다.
“우와아아아아! 불꽃놀이다!”
내 손 안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라니.
바람으로 보호해도 제법 뜨끈함이 전해졌다.
나는 손에 쥔 화삼을 바다에 담갔다.
치익.
역시 불이 꺼졌다.
바다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다시 화삼을 꺼내 들었다.
펑.
금세 물이 마르면서 화삼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치이익.
다시 불을 껐다.
꺼내기만 하면 금세 증기를 내뿜으며 건조되고 타올랐다.
“이거 안 꺼지네?”
내가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자 싹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다. 화삼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알고 있었어?”
“그렇다.”
“그런데 내가 바다에 담그는 거 왜 보고만 있었어?”
“……씻는 줄 알았다. 혹은 짭짤하게 간을 한다거나.”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가 다시 화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 먹어서 없애라니. 말이 돼? 계속 타는데 어떻게 먹어?”
나의 혼잣말에 지율이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내가 먹을까?”
“안 돼. 데이면 어쩌려고.”
“괜찮을 거 같은데.”
“안 돼.”
“어차피 써서 좋아하지도 않을 거야.”
“써?”
“삼은 다 씁쓸하지.”
“에이, 그러면 안 먹을래.”
바다에 그냥 버릴 수도 없다.
잠시 불이 꺼지더라도 계속 뜨겁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오공이, 불숭이, 불마뱀도 끄지 못하는 불을 뿜어낸다.
혹여나 바다를 데우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이 자그마한 화삼 하나가 드넓은 바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내가 가진 능력들에 대해서 생각하던 중이었다.
기본적으로 약발을 기가 막히게 잘 받는 체질이 됐으니 이런 화삼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한입에 넣고 입을 다물면 산소가 차단돼서 불도 꺼질지 모른다.
아니, 그 정도로 불이 꺼지지는 않을 텐데.
내 속이 익어버리면 어떡하지?
그러다 내가 지닌 능력이 머릿속을 스쳤다.
쇠삼을 먹고 팔을 쇠처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현백이의 알껍데기를 먹고 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
현백이는 마블 드래곤.
마블 드래곤이라면 바람뿐만 아니라, 강철의 능력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정신을 집중했고, 익숙한 왼팔부터 검게 물들이며 철로 변화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신이 검게 물들며 단단해졌다. 겉뿐만 아니라, 속까지, 나의 내장까지 전부 강철이 됐다.
“이러면 화삼이라도 문제없지.”
나는 씩 웃어 보이며 화삼을 들어 보였다.
“먹을게!”
어느새 다들 관객이 돼 있었다.
“와아아아아! 아빠가 먹는다아아아!”
지율이가 박수를 쳤다.
“그러고 보니 화삼도 먹히기 위한 것이었지.”
싹이는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봤다.
“고오오옴!”
“삐이이이!”
곰곰이와 삐삐도 박수를 쳤다.
핫도그는 그저 헥헥거리며 좋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무룩이는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맛없을 것 같다냥. 츄르가 먹고 싶다냥.”
오공이, 불숭이, 불마뱀은 얼른 화삼의 불이 꺼지면 좋겠는지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였다.
텁.
나는 한입에 화삼을 쏙 집어넣었다. 그리고 우적우적 씹어서 꿀꺽 삼켰다. 의외로 고소하고 씹는 맛이 좋았다. 그리고 약간 뜨끈하게 매웠다.
“빠아! 어때? 맛있어?”
지율이가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 쿠와아아아아아아악!”
말하던 중에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갔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1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