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58
아니면 신화 속에서의 묘사가 그저 파리스의 최후를 비극적으로 꾸며내기 위한 서사적 장식이었을 수도 있다. 이노가 히드라의 독을 치유할 수 있다는 묘사는 나와도 실제로 치유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니.
그래도.
“스승님, 당신의 제자가 당신을 위하여 이렇게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
어느새 풀밭은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길게 자라난다. 이노는 어느덧 케이론의 바로 근처로 걸어간 채였다.
이노의 표정은··· 단단했다.
“아저씨?”
이노가 팔을 걷고서 풀밭에서 특정한 꽃과 이파리, 줄기와 뿌리를 캐어다 모은다.
“제가 지금껏 모아놓은 약초들이니까.”
나는 이노의 곁으로 다가가 이노가 미처 줍지 못한 약초들을 주워다 갖다 주었다. 이노는 그것들을 움쿰움쿰 쥐고서 케이론의 화살 박힌 뒷다리 바로 근처로 다가갔다.
“아파도 참으세요.”
곧 이노가 화살을 단숨에 뽑아들었다.
딸려나온 살까지 던져버린 뒤 이노는 입에 몇몇 약초를 넣고 우물거리다 뱉어 상처에 욱여넣었다.
곧 생생하게 살아있는 피냄새와 함께.
[크으으··· 으아으으··· 으으윽······ #$$#$%$@%%@#@$@$@xx@#$$#$%$@%%@#$$24#$@$@$%%$@%%@#@$@#$@$$@#@xx$#@!!!!!!!]
형언할 수 없는 음성으로 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나는 귀를 막은 채 무릎꿇었다.
한참이나 비명은 이어졌고, 내가 고통을 참고 흘긋흘긋 이노를 바라봤을 때, 이노는 아예 버둥거리는 케이론의 뒷다리를 덩쿨로 묶어놓고 치료하고 있었다.
손은 빨랐고, 그렇게 손이 움직이는 만큼 케이론의 비명은 음량을 더해갔다.
그렇게 나는 손을 뚫고 들어오는 괴성을 참다 못해 눈을 감았다.
한참 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붕대로 칭칭 감긴 케이론의 뒷다리와 탈진한 이노가 보였다.
나는 땀범벅이 되어 휘청이는 이노를 끌어안고서 내 어깨에 기대도록 하면서 눕혔다. 케이론을 돌아보자, 그 역시 기진맥직한 채 주저앉아 땅바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영혼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읊조렸다.
“···고통이, 없구나.”
그 다음에는 미소를 짓는다.
“그···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없어졌다.”
눈물이 그 뺨 위로 흘렀고, 그 몸은 힘없이 늘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환희에 차 조용히 떨렸다.
“···이노는?”
내가 다시 내려다보자 물에 들어갔다 나온 듯 축축하게 늘어진 이노가 내 팔에 안겨 있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기절했습니다. 완전히 탈진한 것 같군요.”
“···깨어나자마자 고맙다고 전해주거라.”
케이론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해줄 이야기가 늘었구나.”
케이론은 온힘을 다해 고개를 돌리고는 나와 이노를 향해 절을 올렸다.
“내 위대한 제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은데···. 어서, 일어나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파리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스승님?”
“···네 말이 어디 갔지?”
“아마 스승님의 비명소리에 도망간 듯싶군요.”
“돌아오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다음 수련부터 반드시 데려오거라. 리라 수업은 미뤄두겠다.”
케이론이 힘겹게 미소지었다.
“구해준 값의 반에 반도 안되는 보답이지만··· 일단은 은혜를 갚으려 시도는 해봐야겠지.
승마술··· 생각해보마.”
***
케이론은 능숙한 전사일 뿐 아니라, 훌륭한 악사이자 시인, 의사이자 변론가였다.
어쩔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학부모를 상대하면서 과외선생 노릇하다 보면 그 정도 스펙은 쌓아야 하지 않겠나.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가 의사라는 사실이었다.
“파리스? 방금 내 안쪽 근육이 움직였느냐? 아니면 바깥쪽 근육이 움직였느냐?”
“바깥쪽입니다.”
“그러면 부케팔로스는?”
“···안쪽입니다.”
“역시, 내 상체를 받치느라 앞다리는 바깥쪽에 더 힘이 실린다. 적어두거라.”
케이론은 우선 자신의 움직임과 실제 말들의 움직임을 비교해보고는 그 근육과 뼈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해보았다.
그 다음에는 내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느냐?
“이 자세를 따라해보거라.”
“예···예?”
“네게 말한 것이 아니다, 파리스.”
아니다.
-히힝··· 푸릉···.
“오.”
“그래, 네 말이 총명하니 사람을 잘 따르는구나.”
케이론은 부케팔로스를 먼저 가르쳤다.
달리는 법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법을, 위협적으로 뜀뛰는 법을, 힘을 압축시켰다가 단숨에 뛰쳐나가는 법과 적을 앞다리로 깔아뭉개고 뒷다리로 걷어차는 법을 차근차근 전해주었다.
사람에게 무술을 전수해주는 것과 똑같았다. 가장 기본적인 무게중심 유지와 자세잡기에서, 실용적이고 복잡한 자세들까지 이어지는 과정.
거기서 더 나아가서는···
“올라타보거라.”
‘실습’까지 왔다.
“···스승님의 뒤에요?”
“일단 올라타봐야 내가 부케팔로스가 취할 자세에 대해서든, 네가 취할 자세에 대해서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
“아무리 그래도 윗사람의 위에 올라탄다니 심리적 거부감이 조금 생깁니다만···.”
“올라타보면 네가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겠다. 어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일단 이것저것을 옮긴 다음에··· 어어?”
케이론은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날 들어다 자신의 등 뒤에 태웠다.
“그, 스승님? 잡을 곳이 없잖습니까? 스승님에게 재갈을 물릴 수도 없고.”
“일단 내 허리를 잡아보거라.”
“예?”
“아까도 부케팔로스의 등 뒤에서 전력으로 질주하지 않았느냐? 이제 달리겠다.”
“예··· 예? 하지만 마구(馬具)가, 끄아각!!!!”
케이론은 순식간에 가속하여 빠르게 벌판을 가로질렀다.
그러니까, 안장이든 고삐든 인간의 편의를 위한 기구는 하나도 없이.
당연히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콰다다당!!!!
“파리스!!!!”
···급작스럽게 달려든 이노가 내 척추를, 내 내장기관을, 아니 그냥 온몸을 다시 고쳐놓지 않았더라면 아마 다리를 평생 쓰지 못했으리라.
“아저씨!! 파리스 죽으면 저도 죽어요!!”
“괘, 괜찮느냐? 아니, 아까까지는 그렇게 말 위에서 잘 버티던 것이 어쩌다가···아.”
한참동안이나 나와 부케팔로스를 번갈아 바라보던 케이론은 그제야 무언가 눈치챈듯 부케팔로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 허리에 둘러진 안장을 벗겨 자신의 하반신에 차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어 안장처럼 만들었다.
“혹시, 이것 때문이 맞느냐?”
“···그렇습니다.”
나는 갑옷을 타고 말에 올라 전장을 누빈다.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 행위에는 여러 제약들이 숨어 있었다.
우선 갑옷 탄 장정을 허리에 올려놓고 버틸 말이 몇 없었고,
내가 안키세스로부터 북방의 기마술을 전수받았듯 기마술을 익힌 사람도 거의 없었고,
이 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발전된 마구(馬具)를 사용해 기술을 익히는 수고를 줄일 수 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시대의 유일한 기병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무게중심을 잡고, 엉덩이를 한 지점에 고정하면서, 말에게 신호를 주는 데 쓰이는 기구들이라···.”
겨우 몸이 고쳐진 나를 허리 위에 올려놓고서, 케이론은 2차 시도에 들어간다.
“이게 대강 내가 짐작해낸 이 기구들의 용도다. 맞느냐?”
“맞습니다.”
“그럼, 평소에 네가 말을 탈 때처럼 해보거라. 그리고 내게 신호를 줄 때마다 부케팔로스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말해주면 좋겠구나.”
“한번 그대로 해보겠습니다.
···이랴!!”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 간의 대화와 조율을 마치고 난 다음에서야···
“파리스, 왼쪽 뒤꿈치에 힘을 주거라.”
“예! 어··· 어어?”
“이제부터 부케팔로스는 네가 그렇게 힘을 주면 제자리에서 빙글 돌 것이다. 그 외에도 동작을 바꾸려면 이렇게···”
케이론은 나와 부케팔로스의 호흡을 맞춰볼 수 있었다.
승마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부케팔로스가 나를 위해 편한 자세를 취해줌과 함께 나 역시 부케팔로스가 힘들지 않도록 말 위에 오르는 법을 찾아내었다. 부케팔로스가 부리는 기예과 내 움직임이 한 몸처럼 합치하도록 훈련받았다.
케이론은 나와 부케팔로스 모두와 교감하면서 그 과정을 조율했다.
나는 몇 번씩이나 스승님과 부케팔로스 사이를 옮겨다니며 올라탔고, 그때마다 다리 사이에 파고드는 힘의 차이를 느끼며 둘을 몰아가는 감각을 익혀갔다.
“부케팔로스! 왼발로 배를 찼으니 어떻게 해야 하지?”
-히힝!!!!
“그렇지! 앞다리를 들어 뒷다리로만 서야지! 아주 훌륭해!!”
그 사이에 기술을 하나씩, 하나씩 늘려간다.
앞다리를 들었다가 강하게 내려찍기, 뒷다리를 틀면서 빠르게 방향 전환하기, 몸을 낮추어 날아가는 화살에서 말과 주인 모두를 보호하기.
-휭!
“끄악!! 스승님, 창촉을 안 빼놓으셨습니다!!”
“맞지 않으면 된다! 연습을 실전처럼!”
“···!!”
···특히 마지막 기술이 기억에 남는다. 저때 케이론이 진짜 살상용 창을 우리에게 던졌었지.
아무튼 곧 내가 보내는 신호를 부케팔로스가, 부케팔로스가 보내는 신호를 내가 알아듣게 된다.
그러자 케이론은 그 상태에서 내게 고삐를 놓고 한 손에 창을 쥐는 법, 칼을 쥐는 법, 방패와 활을 쥐는 법 등을 세심히 가르쳤다.
아니··· 그런 싸움법을 창안했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이제껏 누구도 이런 방식의 싸움을 생각해본 적 없을 테니. 지금 이 무예는 케이론이 만들고, 케이론이 내게 가르칠 메뉴얼로 정립하고 있었다.
그 효과가 어땠느냐. 예시를 들어보자.
나는 분명 전생에서 기사(騎射, 말 위에서 활을 쏨)는 평생 말을 탄 이들만 가능하다고 들었다.
-콰가각!!!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명중이다. 이제 말이 달리는 방향으로 쏘는 데는 숙달된 듯하니 뒤돌아 쏘는 법도 시도해보자꾸나.”
“아, 제, 제가 명중시켰습니까?”
“과녁 한가운데에, 너와 100보는 떨어진 위치였다.”
“···.”
스승님은 그걸 해냈다.
이건 훈련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조각들, 사소한 자세들과 습관들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싸움이나 악기 연주, 예의범절이나 수사법 등의 기술로 만들어낸다.
마치 아래층부터 레고를 조립하듯 차근차근.
이건··· 인간을 새로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훈련을 받으면서 경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왼쪽 다리!!”
“크악!!!! 부케팔로스, 스승님이 철퇴를 휘두른다!!”
-푸륵! 푸르륵!!
그렇게 콧김을 내뿜으며 스승님이 진심으로 휘두르는 철퇴를 피하고, 마침내 스승님의 목에 칼을 들이대기까지.
첫번째 모의 전투에서 그렇게 승리를 거두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헉, 허억, 되었습니까, 스승님?”
“···그래, 이 정도면 되었다.
대단하구나. 여기까지 해내다니.”
“모두 좋은 스승을 둔 덕분이죠.”
“아니다. 그 이상이지.”
스승님은 부케팔로스로부터 내리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만든 기구들은 아주 경이로웠다. 누구도 하지 못한 간단한 생각들을 모으면 어떤 힘이 되는지, 너를 통해 배웠다.”
“과찬이십니다.”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자만이라 하겠나?”
“···지난번에 제가 했던 말이군요.”
“그래.”
스승님이 지친 나 대신부케팔로스의 고삐를 옆에서 쥐고 끌어주었다.
“네가 온전히 스스로 해낸 것도 아니지만, 나 혼자서 해낸 거라 하기도 부끄럽구나.
이건 우리가 한 게다.
어쩌면 네가 큰틀을 이미 만들었고, 나는 거기에 자잘한 교정만을 더했을 뿐인지도 모르지.”
“···.”
그렇게 이야기하는 스승님은 꽤나 즐거워보였다.
“헤라클레스를 가르칠 때보다 재미있었다. 게다가 아직 빠듯하지만 시간이 남았구나. 마치 5년은 널 가르치며 보낸 것 같은데.”
“무···슨 시간이 말입니까?”
“내가 아이네이아스를 보러갈 시간 말이다.”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우뚝 멈춰섰다.
“떠나실 겁니까?”
“그래. 누구든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는 법이 아니겠느냐?”
스승님은 잠시 목을 꺾은 뒤 조용히 온몸의 근육을 풀었다. 마치 자동차를 정비하듯 세심하게.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만이 그런 움직임을 취할 수 있으리라.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도 알지 못하는 히드라 독의 치유법을 알게 된 제자를 만났고, 두 발로 걷는 인간에게 켄타우로스처럼 싸우는 법을 가르쳤구나.”
물론 스승님은 자신을 치유해준 당사자인 이노에게도 의술을 가르쳤다. 자신보다 이노가 뛰어나니 몇 가지만 ‘교정’해주고 ‘조언’해주겠다 했지만··· 내 눈에는 그 이상이었다.
“그럼, 잘 있거라.”
그 간단한 인사만 남기고서 케이론은 떠나려 했다. 마침 이노가 훈련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우릴 찾아오다가 심상찮은 기색을 느끼고 뛰어온다.
“파리스? 아저씨는!!”
“저기 계셔. 인사하고 와.”
“너는, 안하고?”
“난 아까 했어. 너만 하고 오면 돼.”
내 말에 이노는 나를 끌어안고는 스승님을 향해 달려갔다. 요정과 켄타우로스가 뭔가 서로 풀이 담긴 주머니를 주고받았다. 아마 서로에게 필요한 약초이리라.
그리고 이노가 화살이 박혀 있던 뒷다리를 살펴보고는 웃었다.
스승님은 이노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북쪽으로 걸어간다.
···내 사저(師姐)이자 연인은, 한참동안 북쪽을 바라보다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어쩐지 후련해보이는 얼굴이었다.
“돌아갈까?”
“···그래.”
트로이아에서 급한 연락이 온 것은 그 다음의 이야기였다.
비원 (1)
“왕이시여, 안탄드로스의 군주 파리스가 알현을 요청합니다.”
늙은 환관이 중정의 입구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노인은 머리털이 풍성했고, 좁은 어깨에 어쩐지 주름이 적었다.
트로이아로부터 안탄드로스로 보내온 편지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급히 트로이아로 와달라는 편지의 내용에 나는 급히 달려왔을 뿐이었다.
그렇다. 용건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
본래 용건이 적히지 않은 부탁은 비밀스러운 일이기 십상이었고, 비밀스러운 일은 비밀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급한 일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트로이아로 뛰쳐들어왔다.
대답이 없기에 내가 다시 문을 두드리려 하자 환관은 나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프리아모스를 보좌했고, 어쩌면 나보다도 내 ‘아버지’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었다.나는 그를 믿고 참을성있게 문앞에서 기다렸다.
“들여보내게나.”
그리고 마침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환관은 미리 예상했다는 듯 빠르게 문을 열어젖히고 그 자신은 저 뒤쪽의 복도로 사라졌다. 나는 열린 문을 사이에 두고 문 너머의 프리아모스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녹음이 진 정원 사이에 안락의자를 두고 편안히 앉아 있었다. 내게 반대편 의자를 권하며 언제나와 같이 근엄하면서도 자상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의자에 앉았고, 프리아모스는 두 손을 깍지 낀 채 무릎 위에 두었다가 주저하듯 말을 꺼냈다.
“파리스.”
나는 그제야 환관이 문을 열어젖히려던 나를 제지했는지 깨달았다.
프리아모스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