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이건 예상도 못 했군.”
프랭크는 조선소 앞에 모여든 덥수룩한 난쟁이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름 항구 도시에서 살아오며 오만 사람들을 봤다고 생각해 왔지만…….
“드워프라니, 옛날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종족 아닌가.”
“글라인의 아들 글레인일세. 반갑군.”
치프 대장장이가 건네는 작지만 두꺼운 손을 보며 프랭크는 엉겁결에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옛날 말이지. 저기 있는 파프닐 공 덕택에 정당하신 왕국의 지배자이신 여왕 엘리자베스 폐하께서 우리 드워프들의 자치권을 인정해 줬으니 말이야. 이제 자네들 인간 기술공들도 긴장해야 될걸. 조만간 전 대륙에 드워프제 물건이 쏟아질 테니까. 그때 가서 울지나 말라고! 하으허허허.”
조선소가 떠나가라 웃는 드워프들을 바라보며 프랭크는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고전의 설화가 맞다면 드워프들은 인간과 비교가 불가능한 타고난 장인들이었다.
“설마, 글레인 공과 여러분들께서 그 모형 배를 제작…….”
“자 자, 잔말은 그쯤 해 두고 조선업을 도와달라며?”
“작업장이나 보여 주게, 기사 양반!”
“우리들의 실력을 보여 주지.”
드워프들은 막무가내로 조선소 내부로 쏟아지듯 들어갔다.
“오, 인간치고는 정갈한 곳이군.”
“쇠 냄새가 부족해. 오랫동안 안 쓴 모양인데?”
“뭐, 이 정도면 우리 솜씨를 발휘하는 데 지장은 없겠지.”
이곳저곳 공방을 둘러보는 드워프들을 향해 프랭크가 기침 소리를 냈다.
“장인분들, 잘됐습니다. 안 그래도 제게 최고의 배를 만들 수 있는 설계도가 있습니다. 어디 한번 봐 주…….”
“설계도?”
“인간이 만든?”
드워프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껄껄 웃었다.
“뭐, 그건 어디 용광로에라도 던져 버리시게.”
“음? 글레인 공, 그게 무슨 말씀…….”
“어린 친구, 아직 우리 드워프들에 대해 잘 모르는군.”
“어, 어린 친구?”
“자네에게도 장인으로서의 프라이드가 있겠지만 인간과 드워프는 차원이 달라. 자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대부터 우리는 금속과 불꽃을 다뤄 왔지.”
“하하하, 인간이 구상한 배를 우리 보고 만들라니, 그거참 웃기는 농담이구먼.”
“그러게 말일세, 허허허!”
박장대소하는 드워프들을 바라보던 프랭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무슨 말씀……. 그리고 저는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무슨 소리인가? 우리 중 오백 살 아래가 아무도 없는데.”
“어린 아해는 나가 있게. 이제부터 여긴 체스터 연합 드워프들의 공방이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여긴 제 공방입니다! 제아무리 당신들이 전설의 장인 종족인 드워프들이라 해도 나를 내쫓을 권리는……..”
얼굴을 붉히는 프랭크를 바라보며 드워프들이 껄껄 웃는다. 마치 재롱 피우는 아기를 바라보는 듯한 그 시선에 프랭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뒤돌아서고 만다.
“자, 잠깐. 프랭크. 이대로 나가면 안 됩니다.”
“내 생애 이토록 무시받았던 적은 없소.”
파프닐은 인상을 찌푸렸다. 최고의 배를 제작하기 위해 드워프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지닌 장인들만 선별해서 보내 달라 요청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자부심과 긍지로 똘똘 뭉친 드워프 장인들은 인간 장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랭크가 없다면 최고의 배를 만들 수 없다.’
원작에서 프랭크는 소설 속에서 플러시에게 배를 만들어 준 조선공. 그가 만든 배는 몇 권에 걸쳐 플러시를 구해 냈다. 이미 검증된 장인이란 소리다.
‘제길,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수를 써서든지 두 종족 최고의 장인들이 힘을 합쳐 배를 만들게 해야 한다.
원작, ‘운빨로 게임 지존’의 주인공 플러시가 타던 배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배.
플러시는 이 대양을 지배할 수 있는 그런 배를 원했다. 하지만 저대로라면…….
‘드워프들이 만든 배도 물론 쓸 만이야 하겠다만…….’
그러나 파프닐의 그 고민거리는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게 해결됐다.
“어어? 이거 가라앉는데?”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다!”
“흠……. 애초에 이 쇳덩이가 어떻게 물 위에 뜨는 거지?”
“그러게, 정령의 힘을 빌리는 것도 아닌데 말야.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군.”
며칠 후. 조선소는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
파프닐은 실눈으로,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드워프들을 바라봤다.
“……저……. 글레인 공? 그간 쓰신 금속 값만 해도 배 10척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만.”
글레인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어……. 허허허! 아냐, 아냐. 지금까지는 적응기! 조만간 자네가 만족할 만한 배를 만들 수 있을 거 같네. 파프닐 공, 조금만! 아주 며칠만! 기다려 보란 말이야. 하하핫……. 그리고 금속을 좀 더 지원해 주면…….”
“큭큭큭…….”
그때 조선소 내부로 누군가 들어섰다.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노인. 바로 프랭크였다.
“잘들 한다, 이 똥자루 난쟁이 놈들! 공방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고, 배 한 척을 못 띄워? 그따위 실력으로 나를 우롱했겠다!”
한 맺힌 소리로 울부짖는 프랭크 앞에서 드워프들은 크흠, 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피했다.
자존심과 긍지, 외고집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드워프들.
오히려 그런 이들이었기에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도끼로 대갈빡을 찍어야 정상이겠지만……. 현황은 우리의 실책이다!’
글레인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경이었다.
다음 날.
“으악!”
술에서 깬 프랭크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그 프랭크를 받아 든 건 통나무처럼 두꺼운 팔뚝이었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소, 마이스터 프랭크.”
그는 다름 아닌 치프 마이스터 글레인.
그를 포함한 수십 명의 드워프 장인이 방바닥에 앉아 있었다.
“당신의 힘이 필요하오. 도와주시오.”
“어, 어험…….”
프랭크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는 고집 센 장인. 때문에 드워프들이 어떤 심경으로 저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뇌리에 어젯밤의 일이 깨어났다.
프랭크는 무려 10시간이나 드워프들을 갈궜다. 힘든 현장 일 특유의 욕설을 섞어서.
“당신이 돌아간 후 잠도 자지 않고 조선소에 있던 배들을 살펴봤소. 대단한 실력이더군. 금형 관련해서는 우리 드워프만큼은 못하지만……. 큼큼, 아니. 대단한 실력이었소. 우리는 미스릴을 눈앞에 두고도 헛곡괭이질만 하던 아둔한 드워프였소.”
“흐, 흥. 그리 말한다고 내가 당신들을 용서할 것 같소?”
그 순간 드워프들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오. 그대를 미숙한 것처럼 깔봐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소.”
어어……. 프랭크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슬슬 용서해야 할 것 같은데 처음부터 고자세로 나간 덕택에 어떻게 태세를 전환해야 할지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애초에 평생 배만 만들어 온 그에게 대인 관계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만하고 용서해 주시죠, 프랭크 장인. 당신을 마이스터라 칭한 것만으로도 드워프들은 당신의 실력을 인정하고 공경하고 있는 겁니다.”
벽에 기댄 채 서 있던 파프닐이 그런 프랭크를 도왔다.
“……좋습니다.”
프랭크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글레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실은 저도 봤습니다. 실패작이긴 하지만 당신들이 설계한 배들은……. 그야말로 아름답고 견고하더군요. 금형 기술도……. 솔직히 말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프랭크 공.”
“우리 한번 최고의 배를 만들어 봅시다.”
“좋소.”
글레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럼 술부터 마십시다.”
“당장 작업을 시작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이 친구, 농담도 잘하는군! 이제부터 한솥밥 먹을 사이인데 술 안 먹고 어떻게 일이 진행되겠나?”
금방 풀어진 글레인이 프랭크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어찌나 힘이 센지 그럴 때마다 프랭크가 컥컥 소리를 냈지만, 신경이 굵은 드워프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조선소 내부에 집채만 한 오크 통이 몇 개나 굴러다녔다.
“아니, 대장. 이 백주에 저렇게 술이나 처먹고 있게 내버려 둬도 됩니까?”
“기술자들한테는 최고의 대우를 해 줘야지.”
“아니 그렇다고 내가 이 짬에 술통이나 옮겨요?”
“그럼 누가 옮겨? 내가 옮기리?”
킨도르한은 혀를 찼다. 그러는 와중에도 드워프들의 술타령은 고래고래 계속됐다.
‘저 난쟁이 놈들, 제대로 못 만들기만 해 봐라.’
***
“어르신들의 배 말씀입니다만……. 솔직히 구조는 훌륭합니다. 이런 금형 구조도 처음 보는군요. 왜 가라앉는지는 밝혀내지 못하겠지만 잘못된 구조는 제가 이미 파악한 뒤입니다.”
프랭크는 턱을 매만지더니 품속에서 모형 배 하나를 꺼냈다.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이런 장난감을 제작할 정도의 실력자인 분들이 배의 구조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 그건 우리 선대에 만들어진 걸세. 자네도 알고 있지? 고대 초제국에 대해서. 그때 제국의 병기 중에 드워프의 손길이 안 닿은 것은 하나도 없지.”
“오호, 정말입니까? 고대의 조선술이라니. 혹시 열람할 수 있을까요?”
드워프들이 모래 씹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게 있으면 우리가 배를 왜 못 띄우겠나? 다른 부족에 전해져 내려오겠지.”
자존심 강한 드워프치고는 허심탄회한 대답. 프랭크는 멋쩍은 듯 뒤통수를 쓸었다.
“아무튼……. 어르신들의 기술이라면 제가 꿈에 그리던 배도 만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은 일전에 도면을 그려 놨죠.”
프랭크가 먼지 쌓인 청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드워프들이 눈을 빛내며, 또 이따금 탄성을 지르며 설계도를 훑어봤다.
“드워프로 태어났으면 대장 드워프도 해 먹을 수 있었겠는데? 인간으로 태어나서 아쉽구먼, 흐흐.”
“하지만 역시 아쉽군.”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저마다 알 듯 모를 듯한 얘기를 나누는 드워프들. 또 자신의 실력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으려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프랭크에게 드워프들이 말했다.
“좋은 배인 건 맞지만 몇 가지 단점이 있네.”
“그게 뭡니까?”
“첫째, 이건 인간의 기술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배라는 점. 예를 들어 이 프레임을 이 각도로 더 높이면 좀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러면 하중을 못 버틸 텐데요?”
“일반적인 합금을 쓰면 그렇겠지만 아다만티움을 쓰면 가능하다네.”
“하지만 아다만티움은 저희 제철소에서는 못 다루는…….”
“그건 인간의 기준이지.”
쑥덕쑥덕 곧바로 얘기에 들어가는 기술자들. 그곳에는 이미 인간과 드워프. 서로 종족이 다름을 뛰어넘은 장인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
‘역시 드워프들을 데려온 건 다행이로군.’
파프닐이 흡족해하고 있을 그때.
“간식까지 내가 옮기냐?”
양어깨로 상자를 짊어진 킨도르한이 공방에 들어섰다.
“오, 킨도르한. 잘됐군.”
“어? 뭔데.”
“아다만티움 좀 갖고 와.”
킨도르한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