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33)
33. 특히 부족한 자원
초리조는 누워있는 체체의 진맥을 본 뒤 팔, 다리, 등, 허리, 목 등을 마사지했다.
그리고 Q스킬, ‘뜸뜨기’를 이용해 체체의 등에 작은 불꽃을 피워 올렸다.
스킬 설명에는 혈액순환을 도와 회복을 빨라지게 한다. 같은 말이 나와 있긴 한데.
아무리 봐도 뜨거울 것 같은데, 저렇게 하면 힐이 아니라 딜이 들어가야 정상 아닌가?
“좀 어떤가…?”
뭐가 어찌 되었든, 초리조의 치료를 받은 체체의 안색이 약간은 되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혈색이 파리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
“흘흘.”
“괜찮은거지?”
“잠시만 기다려보십시오.”
초리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는 어딘가에서 음식을 잔뜩 가지고 되돌아왔다.
말리고, 훈연한 고기를 비롯하여 곧바로 화롯불에 구워먹을 수 있는 신선한 상태의 생고기까지.
“그것들은… 역시?”
“예.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초리조는 음식을 체체 옆에 잔뜩 쏟아놓고는 내게 말했다.
“영양 실조이지요.”
그랬다.
한창 성장기라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야 할 체체는 결국 영양실조로….
그러니까 못 먹어서 쓰러지고 만 것이다.
나는 시야 한 구석에 띄워 놓았던 체체의 정보 돌판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이름 : 체체
HP : 19/120
MP : 31/350
OP : 12 (둔기)
DP : 0 (비무장)
– 기절
정보 돌판 상 체체는 현재 기절 상태.
HP는 아까와 같이 간헐적으로 1씩 깎이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증상인가 했지.’
그러나 이것은 다름아닌, 굶주림에 의한 체력 감소.
이런건 게임 속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요소였다.
상태 돌판에 이런 내용이 표시되지 않았던 이유도 그래서였을 테고.
물론 인게임에서도 식량이 고갈된 상태가 한참 동안 유지될 경우, 아사로 죽는 주민들이 발생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단지 굶었다는 이유로… 그것도 영웅 유닛이 기절해버리는 일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나는 초리조에게 물었다.
“초리조. 체체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걸까?”
“다이어트라니요?”
“누가 돼지라고 놀리기라도 했었나? 애 키워본 할아버지로서 짚이는 바 없어?”
솔직히 이 마을에 살면서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워낙 음식을 나눠 먹기를 좋아하는 훈훈한 마을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공룡 웨이브로 인해 남아도는 게 고기이기도 했고.
그런데 영양실조라니, 이게 말이 되나?
비타민 부족으로 괴혈병이 걸렸다거나, 차라리 변비에라도 걸렸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영양실조로 쓰러진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흘흘. 이유라고 하시면 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뭐냐, 뻔하다니, 뭐가 말이냐?”
그때 체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으으…….”
“오, 체체. 일어났니?”
“조… 족장님? 여기는…?”
“배고프지? 어서 세수하고 와서 밥 먹어라.”
“네…?”
나는 체체 옆에 쌓여있는 공룡 육포를 하나 들어서 쫙 찢어 내밀었다.
“아니, 일단 이것부터 입에 넣어라.”
“그게 무슨…….”
“빨리 먹어라. HP가 계속 깎이고 있는데,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단다.”
나는 육포를 체체의 입에 들이밀었고, 그녀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
“육포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고기의 풍미가 향기롭지 않니? 어서 먹어라.”
“조… 족장님.”
“손은 씻었고, 침 묻힌 것도 아니니까 염려 마라. 너 혹시 내외하니?”
“그… 그게 아니라…….”
이내 체체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체체는 옆에 있던 초리조를 한 번 보고, 내 뒤쪽에 서 있던 조니도 한 번 슥 바라봤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인 뒤, 경건하게 기도를 하는 자세를 취했다.
“족장님.”
“혹시 육포 싫어하니? 아니면 치킨? 보쌈? 족발? 혹시 삼겹살 구워줄까?”
이 마을에 고기는 넘쳐났고, 사실상 어떤 고기든 말만 하면 내어올 수는 있었다.
그러나 체체는 예의 차분한 음색으로 대답을 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저에게 그 불경한 음식을 내밀지 말아 주십시오.”
“음…?”
고기가 왜 불경해?
체체의 뜬금없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체체, 저번에는 분명…”
언젠가 너무 배고파 보여서 체체의 입안으로 벨로시랩터 꼬치를 직접 입안에 쑤셔 넣어준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냠냠 맛있게 먹어놓고, 갑자기 이게 뭔 소리?’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보고 말았다.
체체의 입가에서 늘어졌다가, ‘호로록!’ 하면서 빨려 들어가는 군침의 모습을.
저건… 입 밖으로 내는 말과는 달리, 이 육포가 너무나도 맛있게 보인다는 뜻.
그렇다면 체체가 저렇게 고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흘흘. 족장님, 아무래도 잊어먹으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
그렇게 벙쪄있던 나에게, 초리조가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사제들은 원래 육식을 하지 않습니다.”
***
쥬라기 크래프트의 세계관에는 여러 신이 존재했다.
그 중, 휴먼족이 믿는 신은 바로 지혜의 신 프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지만, 게임 설정이 원래 그랬기에 딱히 이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은 없었다.
“프타교의 사제들은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마을은 베리가 고갈된 상황이지요.”
초리조의 설명에 나는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굶는 건 좀 아니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혹시나 드실까 싶어서 고기를 가지고 와보긴 했으나, 제사장님께서 신앙심이 워낙 투철하신 분이시다 보니… 흘흘.”
20년간 쥬라기 크래프트를 해왔지만, 휴먼족이 믿는 종교에 비건 사상이 있다는 건 진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정보였다.
이쯤에서 나는 솔직한 궁금증이 들었다.
“초리조. 신앙이고 자시고, 사제가 고기를 먹으면 무슨 문제라도 생기는 것인가?”
“생기지요.”
“뭔데?”
“흘흘, 미신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초리조는 문득 체체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단어를 수정하였다.
“일종의 종교적 풍습이나 믿음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프타교의 사제가 육식을 할 경우 마을에 재앙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지요, 흘흘흘.”
“재앙?”
“가령, 마을에 전염병이 생긴다든지… 지진이 일어난다든지… 그러한 것들이지요.”
전염병과 지진이라.
나는 그 말에 납득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런데 초리조, 너는 그런 내용을 믿지 않는가?”
“흘흘. 잊어먹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주술사입니다. 주술사란 증명되지 않은 내용보다는 실제하는 것들에 대해 탐구하는 자이지요.”
과연 마법사의 하위호환격 직업인 주술사다운 발언이었다.
“흠. 그렇군.”
그러나 초리조가 말한 미신에 대해 짐작이 가는 바는 있었다.
‘사제 타입의 영웅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 시스템.’
사람들을 많이 치료해서 성향이 선으로 치우치게 되면, 추후 2차 전직으로 성인 혹은 성녀를 고를 수 있게 되는 반면.
직접 적을 죽인 횟수.
즉, 킬카운트가 높을수록 사제의 성향이 악으로 치우치게 되고, 2차 전직으로 워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공룡 고기를 먹는 행위가, 그러한 것과 연관이 되어있을 수도.’
그때 처음에 기절한 체체를 업어서 이곳까지 옮겨준 조니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
“족장님, 저는 이만 성벽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조니. …아. 한 가지 일러둘 일이 있는데.”
“네!”
“급한 공사현장을 돕는 것도 좋지만, 궁병대를 훈련시키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족장님!”
기절에서 깨어난 후, 가만히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체체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태를 보여서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저도 할 일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뭐, 부족의 전통이든 미신이든, 나름대로 이유가 있던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체체. 너는 가기전에 잠깐 우리 집에 좀 들러라.”
“족장님 댁에요…?”
“그래. 급히 시킬 일이 좀 있거든.”
“급히 시키실 일이라면…….”
“아주 중요한 일인데, 혹시 싫으면 안 와도 좋다. 가볍게 항명 정도로 받아들이지.”
“아… 아니요! 바로 들르겠습니다.”
그리고 초리조에게 말했다.
“초리조, 자네가 가지고 온 이 고기들 싹 다 내가 좀 가져가도 되겠나? 오늘 하루종일 여러 곳을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이 족장님께서 매우 시장하시거든.”
“얼마든지 그렇게 하십시오. 흘흘…….”
어느새 해가 어둑어둑해져 갔다.
제대로 된 시계가 없는 이 세계에서는 하늘의 태양과 촌장의 집 앞마당에 박혀 있는 거대한 해시계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때 체체가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족장님, 시키실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고기들은 어째서…?”
“좀 나눠 줄까? 지성소로 돌아가면 구석에 잘 숨겨놓고 자기 전에 몰래 하나씩 꺼내먹으면 될 것 같은데?”
체체는 제사장이라 ‘지성소’라는 자그마한 종교 시설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베리가 공급되지 않은지 오래되었으니 체체는 그곳에서 계속해서 굶주리고 있었을 것이다.
“어찌 그런 말씀을… 지성소는 밤이든 낮이든 항상 사람들이 오다니는 장소입니다.”
“그래? 역시 그렇군. 독실한 사제가 감히 불경한 고기 따위를 먹을 수는 없겠지. 안 그런가, 초리조?”
“흘흘, 그렇지요.”
초리조는 곰방대에 E스킬로 불을 붙이며 이쪽을 배웅했다.
나는 문 앞에 선 채로, 체체를 향해 외쳤다.
“뜸 그만 들이고, 빨리 따라나와라. 이 족장님은 아주 바쁘시니까.”
“…네.”
***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상쾌한 쥬라기 월드의 아침.
적당히 채비를 하고 오늘의 일을 하기 위해 움막집을 나서려던 찰나.
짤랑-
차임벨이 울리며 누군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손님을 바라봤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체체?”
“족장님께서 아침마다 들르라고 하셔서…….”
“아, 맞다. 그랬지?”
어제 저녁에는 체체를 불러다가 같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우리집에 들르라는 지시를 내렸다.
물론 그 목적은…….
“마… 맛있어!!”
“체체, 체할 수도 있으니 천천히 좀 먹어라.”
화롯불에서 익어가던 공룡 꼬치를 또 하나 집어든 체체는 곧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냠냠!
체체는 마치 걸신들린 것처럼 고기를 흡수해 나갔다.
꽤 쌓여 있던 음식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나갔다.
‘그동안 대체 어떻게 참고 산 거지?’
사실은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하면서, 어째서 채식을 강요받는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일까?
문득 체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이제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아시잖아요…….”
어제 얘기를 들어보니, 이 세계의 종교는 꽤 사람들의 마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제사장이 고기를 먹는 모습을 마을 사람들에게 들킨다는 것은 정말로 난리가 날 수도 있는 사안.
‘어제 공사 현장에서 일어났던 파업 정도가 아니라, 진짜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여기는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와 볼 수 없는 족장의 집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를 볼 필요가 없는 독립적인 공간.
혹시 몰라서, 나는 일전에 촌장집에 걸려있었던 피객패까지 가지고와 우리집 문앞에 걸어놓은 상태였다.
“네가 평소에 머무는 지성소와는 달리 여기는 나 말고 아무도 없으니까, 편히 먹어라.”
“그게 아니라….”
“혹시 내가 있는 게 불편하면, 자리를 비워줄까? 천천히 먹고 쉬었다 나가렴.”
문득 체체는 신 나게 고기를 뜯어 먹던 손을 멈추고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족장님. 저 이대로면, 신성력을 잃어버리고 말 거예요.”
고기를 먹으면 신성력을 잃어버린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만약 살생과 육식.
그리고 성향 수치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면?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나는 화롯불에 올려놓은 고기가 새까맣게 타버리기 직전에 구출해내며 말을 이었다.
“신성력 따위 없어도 좋으니, 마음껏 먹어라. 그래도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제사장 자리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라. 네 자리는 철밥통처럼 내가 지켜줄 테니. 너는 아무 걱정 말고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도록.”
“…….”
“대신 저번처럼 일하는 도중에 굶어서 쓰러지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때야말로 제사장 자리에서 내쫓아버릴 테니 그리 알고 있어라.”
체체는 내가 구워준 고기를 천천히 입으로 옮겨가며 말을 이었다.
“만약 신성력을 잃어버리게 되면, 저는 쓸모가 없어질 거예요. 그래도 정말 상관이 없으신가요?”
“사람이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쓸모가 있고 없고가 그거랑 뭔 상관이냐.”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 이 고기 따위로 체체가 쓸모없어질 일은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만약 이것 때문에 체체의 성향 수치가 악으로 바뀌고, 결국 신성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체체는 오히려 쓸모가 더 많아질 예정이었다.
나는 체체가 냠냠 고기를 흡입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힐 좀 해줄 사제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워록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원래 게임에서 워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격 능력이 부족한 사제 클래스의 영웅으로 막대한 킬카운트를 올려야 하는 빡센 노가다가 동반되었다.
‘즉, 만들고 싶어도 쉽게 만들 수 없는 게 바로 워록이란 말이지.’
워록의 전직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사제가 신성력을 잃을 만큼 성향 수치가 악으로 전환될 것’이었다.
그런데 고기만 먹으면 워록이 될 수 있다?
정말로 그렇다면 개꿀이었다.
성녀? 성인? 그딴 것은 사실 잘 키운 워록 하나만 있다면 다 부질 없는 것이었다.
‘그깟 것, 설령 물려서 죽겠다고 말하는 한이 있을지라도 한 트럭이라도 먹일 용의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흡족함이 가시지 않아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체체, 맛있게 먹어라! 무한으로 먹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