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5
청풍표국 최강식객 005화
5화. 시작되는 인연 (1)
‘크르르륵!’
어지간한 고통에는 신음 소리도 내지 않을 임요성이었으나 인두로 뱃속을 휘젓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크악!’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자 입고 있던 옷과 흑린갑마저 벗어던지고는, 웅덩이 바닥에서 급히 정좌한 임요성이 자신이 배운 무공구결을 외기 시작했다.
뽀그르르!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크윽!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그때 신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 어떤 기연을 얻게 되어 거대한 내공을 운용해야 할 때가 온다면 외라고 일러둔 구결.
‘천문진결(天門珍訣)!’
그때는 외웠는지 어땠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자연스럽게 구결이 외워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머리의 천문 6곳이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하더니 몸 안의 내단전과 몸 밖 외단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상, 중, 하단전과 손바닥 장심혈, 발바닥 용천혈이 칼로 베어내는 듯이 고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단을 잃은 천년교룡의 몸이 혈담에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임요성 내부의 뜨거운 내단의 열기와 교룡의 몸체가 녹아든 혈담의 기운이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크으윽!’
온몸의 세맥이 찢어지고 다시 수복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고, 넘치다 못한 세맥의 기운이 기경팔맥을 채우기 시작했다.
전신의 12경락과 기경팔맥이 영롱한 기운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더니, 임요성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 꺼풀.
두 꺼풀.
세 꺼풀.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이 임요성의 피부 역시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세 차례.
세 번의 허물을 벗은 임요성은 지금은 알지 못했지만, 그동안 수많은 전투에서 입었던 크고 작은 상처들이 모두 사라지고, 피부 역시 아기 피부처럼 고와졌다.
그리고 전신을 가득 퍼져 있던 내공이 하단전으로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붉은 용이 되어 빛나기 시작했다.
그 용이 서서히 몸 안의 정중앙을 뚫고 서서히 상승하더니 명치 부근에서 청색의 구슬을 입에 물었다.
이 모든 것은 임요성의 심상에 생생히 구현되고 있었다.
청색의 구슬을 입에 문 적룡이 천천히 상단전으로 상승하더니, 황색 찬란한 구름과 엉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천지가 울리는 듯한 용의 울음이 터지더니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며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졌다.
그때 머리 위로 삼색의 꽃봉오리가 현현함과 동시에 임요성의 온몸에서 진득한 액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흔히들 절대고수로 진입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 일컫는 삼화취정(三花聚頂)의 현상과 함께 몸 안의 모든 노폐물이 빠져나온 것이다.
보통 명문세가나 대문파의 후기지수들은 벌모세수와 영약으로 어릴 적부터 몸을 관리하기에, 임요성처럼 극적인 변화는 드물었다.
하지만 임요성은 지금 근 30년 동안 쌓여 있던 모든 노폐물이 다 빠져나온 것이다.
‘크륵!’
그때였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던 수중 호흡이 갑자기 막히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푸악!”
급히 웅덩이 밖으로 얼굴을 내민 임요성의 눈에는 자신이 몸을 던지 그대로의 모습이 펼쳐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미 짐승이 파먹은 흔적과 까마귀가 뛰어다니는 모습은 최소 하루 이상은 지났음을 알려줬다.
“허어… 이럴 수가!”
임요성은 자신이 있었던 물이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와 있음을 발견했다.
새빨간 혈담도, 자신이 내뿜은 진액으로 더러워진 물도 아닌 그냥 평범한 물.
손으로 물을 끼얹어 얼굴이며 피부에 비벼 봤지만, 자신이 겪은 공능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천년교룡!
웅덩이에 살고 있던 대망이 일으킨 조화였다.
“하… 하하….”
세 번의 허물을 벗으며 삼 갑자라는 엄청난 내공과 환골탈태, 그리고 절대고수로 가는 첫 관문이라는 삼화취정을 이루고도 임요성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조금만 더 일찍 이런 경지를 이뤘다면….’
스승으로부터 사사한 무공의 후반부 세 초식을 사용하기 위해선 일 갑자를 넘어서는 내공이 필요했다.
하지만 불량인 시절 그가 가지고 있던 내공은 일 갑자에 조금 못 미쳤다.
그러다 보니 전반부 세 초식만 펼칠 수가 있었고, 늘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제야 모든 후반부 초식을 쓸 수 있는 삼 갑자라는 내공을 얻다니….
임요성은 몸 안에서 느껴지는 웅혼한 내공에 기쁨보다 먼저 떠나간 불량인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후회해봐야 뭣하겠는가.
풍덩.
다시 웅덩이 밑으로 내려가 벗어둔 옷가지와 흑린갑, 그리고 칼을 챙겨 나온 임요성이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우웅! 팡!
옷에 있던 모든 물기가 한 번에 공중으로 흩날렸다.
“하하. 이게 되네.”
그때는 이렇게 옷의 물기를 말리려면 일각 정도는 내공을 때려 박아야 겨우 말릴 수 있었다.
이럴 바에야 그냥 옷을 갈아입고 말자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옷 한번 말리는 데도 꽤 많은 내공이 쓰였으니까, 결국 효율의 문제다.
“후우.”
들짐승과 까마귀에 의해 군데군데 얼굴이 파먹힌 곽정량의 가슴에서 흑조를 회수하고, 어느 혈살대원의 가슴에 박힌 칼집도 빼냈다.
다시 하나로 합친 임요성이 고개를 들 때 계곡 아래쪽 기슭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쉬익! 탁, 타닥.
계곡의 벽면을 타고 오른 임요성이 흑룡담이 내려다보이는 봉우리까지 올랐다.
실로 놀라운 경신법.
내공이 삼 갑자에 이르며 경공술 또한 큰 상승을 이뤘다.
아주 작은 형상의 사람들이 흑룡담으로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금의위!’
아마도 자신이 혈담 안에 들어가 있을 때 죽은 이들을 보고는 관아에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전해 들은 금의위에서 자기네들이 가야 한다며 이리로 왔을 것이다.
임요성의 눈이 가라앉으며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들의 무공수준으로는 현재 임요성이 서 있는 곳을 볼 수 없었지만 임요성은 가능했다.
이제는 황궁의 일에 얽히고 싶지도 않았고, 얽혀서도 안 된다.
황제가 보위에 오르기까지 곁을 지켰던 불량인들은 이제 모두 죽었다. 그들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금의위는 일 황자를 배신한 것이다.
이제 황제의 곁은 그들의 몫. 임요성이 눈에 계속 띄면 좋을 게 없다.
‘어디로 가지?’
아직 황 노야가 그대로 있을까? 아니면 안휘로 떠났을까.
일단 소주가 있는 강남으로 가려면 대운하를 관통하는 선박을 타고 이동하는 게 편리했기에 통주로 몸을 움직였다.
휘이익!
마치 매가 날아가는 듯한 파공음에 아래쪽에서 현장을 조사하고 있던 한 금의위 무사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의 눈에 비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은 언제 이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맑기만 했다.
* * *
거대한 선박들이 통주항(通州港)에 정박해 있었다.
여기서 배를 타면 항주까지 이어지는 대운하의 시작.
천하의 모든 선박들이 통주로 몰려들었기에 대통하(大通河)라 부를 정도로 많은 선박들이 늘어서 있는 광경은 천하 절경에 비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과거 황자를 수행하며 지나친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때는 이렇게 경치를 감상할 겨를이 없었기에 지금 느끼는 감정은 또 달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선박들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가서 물어보니 지금은 겨울이라 운하에 수량이 많지 않아 소주까지 직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량이 차오르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다시 배에서 내려 이 짓을 반복해야 하구요.”
인근 하북이나 황하 이북 쪽까지의 짧은 거리는 괜찮지만, 강남까지 가려면 수량이 차기를 기다렸다가 배를 타고, 다시 육로를 이용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으니 대규모 물자를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면 육로가 낫다는 선원의 조언이었다.
‘흠. 그럼 말을 사야 하나.’
일단 임요성은 옷부터 갈아입기로 했다. 격전 끝에 옷은 너덜너덜해져 있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지나가는 이들이 힐끔거리며 수군거릴 정도였으니.
선박들이 세워져 있는 곳에는 돈을 입금하고, 다시 인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장(錢蔣)의 출장소들이 세워져 있었다.
급하게 돈을 빼고 넣고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간이 전장이었기에 구좌 확인과 간소화된 등급별로 소액 거래만 가능했다.
임요성은 신분과 구좌번호를 확인해주고 돈을 뺀 다음 시장 거리로 향했다.
짐승 털로 된 옷을 파는 곳을 지나 일반 무복을 사는 점포 앞에 섰다.
대체로 관료들이나 귀족들은 비단옷을 선호했지만, 강호인이나 일반인들은 모피 옷을 선호했다.
금액이 저렴하면서도 따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년교룡의 내단을 흡수한 뒤로 임요성은 한서불침의 몸이 되어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그냥 평범한 무복이나 한 벌 사려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나 먼지를 막아줄 장포 정도면 족했다.
“어서옵셔.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입을 옷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인은 임요성을 아래위로 훑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나이는 스무 살 초반? 피부가 하얗고 보드라운 것이, 고생 한번 안 하고 자란 도련님 같았다.
그리고 옆구리에는 보통 무사들이 차는 패검이 아닌 중간 길이의 검인지 칼인지를 차고 있으니, 어느 관료나 선비의 자식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이것은 임요성이 환골탈태를 통해 외모가 변한 이유였다.
그런데 외모와는 달리 입고 있는 옷은 너덜너덜하다 못해 어디 걸레가 되어 있으니….
뭐지? 이렇게 생각하는 상인의 귀로 임요성의 굵은 저음이 들렸다.
“이걸로 한 벌이랑 저 장포까지 합해서 주시오.”
“아, 예예!”
하지만 손님은 왕! 어떤 신분인지는 필요 없다. 나한테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곧 왕인 것이다.
“장포까지 다해서 어디 보자… 은자 한 냥만 주십쇼.”
값을 치른 임요성이 물었다.
“말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어디까지 가시게요? 말의 가격이란 게 천차만별이라… 가까운 길을 갈 말이 있고, 먼 길을 갈 수 있는 말이 있습죠. 당연히 취급하는 곳도 다릅니다요.”
“소주까지 가야 하니 좀 먼 길이 되지 않겠소?”
“어이쿠. 그럼 좋은 말을 사셔야겠네요. 저기 여인네들이 모여 있는 장신구점을 지나 왼쪽으로 돌면….”
주인의 설명을 들은 임요성이 그의 말대로 마시장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말의 분뇨 냄새와 마구간이 위치할 부지 등의 문제로 마시장은 시장 외곽에 있었다.
“소주까지 가려고 하는데, 거기 맞는 말을 추천해주시오.”
임요성은 저잣거리에서 이런 물건을 사는 것조차 생소했고, 나름 신선했다.
황자의 호위로 있을 때는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지원이 되었고, 알아서 구비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에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삼 갑자의 내공에 한서불침이 된 게 불과 몇 시진 전이다.
그리고 지금 임요성은 몰랐으나 교룡의 몸이 녹은 혈담수를 흡수한 임요성은 어지간한 독에도 내성이 생긴 몸이었다.
처음엔 왜 지금에야 이런 기연을 만났나 싶어 씁쓸했기도 했지만, 강호로 나가기 전 선물인가 싶어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소주까지면 먼 거린데… 중간에 버리고 갈 게 아니라면 이 말이 좋겠네요. 중간중간 편자도 갈아주면서 잘 보살펴주면 충분히 좋은 여행의 동반자가 될 겁니다요.”
주인이 추천해주는 칠흑같이 까만 털을 가진 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좋은 말인 것처럼 보였다.
“얼맙니까?”
“잡말이야 수십 냥에도 살 수 있지만, 이런 말은 단위가 달라지지요. 이백 냥은 주셔야 합니다.”
주인이 짐짓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임요성도 시세에 대해선 모르기에 바로 계산을 하려고 할 때였다.
대충 괜찮은 말 한 필이면 그 정도 하겠다 싶어 임요성이 값을 치르려 할 때였다.
“잠깐만요!”
한 여인이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