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68
청풍표국 최강식객 068화
68화. 백운신의 (3)
그리고 시작된 활극.
백운학은 지금까지 강호를 떠돌며 수많은 무인들과 인연을 맺어왔고, 그들의 비무와 결투를 구경했다.
그중에는 천무삼신이라 불린 이들도 있었고, 상천십좌, 우내십존, 가릴 것 없이 많았다.
백운학은 신의로서 강호 전체에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 누구도 그를 해하려 하지 않았다.
언제 자신이 그를 필요로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숱한 싸움을 봤는데도, 임요성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였다.
살인을 위한, 적을 섬멸하기 위한 최고의, 최선의 수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한 방울의 손실 없이 행하는 그의 살인 기예는 이미 예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홀로 뒤에 있는 민간인을 지키며 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황실 최고 무력 조직인 금의위의 최고 실력자들.
임요성의 허점을 노려 누군가의 비수가 날았고, 그것을 막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임요성의 권역을 벗어났다.
“크윽!”
임요성이 그를 막아 세우려 했으나 다른 이의 방해로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젠장!”
임요성이 이제 더 이상 이들을 지키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퍼엉!
“크아악!”
백운신의에게서 나온 장풍에 그대로 금의위 무사가 절명하여 날아갔다.
“뭣?”
얼마나 황당했는지 임요성도 금의위 무사들도 싸움을 멈출 정도였다.
자신을 넋 놓고 쳐다보는 이들을 보며 백운학이 머릴 긁적였다.
“흠흠. 호신술 몇 개는 알고 있거든.”
지금껏 그가 만난 이들은 거의 강호를 질타하는 거인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기술 하나 정도 얻지 않았으랴.
그리고 그는 양생과 의술이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신의였다.
다른 건 몰라도 내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아마 내공량으로만 따지자면 그가 천하제일인에 가장 근접했을 거라는 게 그를 아는 이들의 공통된 표현이었다.
“흠흠. 그러니까 여기는 걱정 말고 마음껏 저들을 처리하게.”
백운학의 말에 입꼬리를 올린 임요성이 그야말로 뒤 없이 그들을 몰아쳤다.
지킬 것이 사라진 그의 손속은 몇 배로 잔인해졌고, 그들은 추풍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스러져갔다.
“크윽! 이 괴물 같은 놈…!”
결국 마지막 남은 북진무사의 목이 임요성에 의해 떨어졌고, 임요성이 예의 그 무덤덤한 표정으로 백운학에게 다가갔다.
“어어! 훠이~ 훠이~ 물렀거라~ 귀신은 물렀거라~.”
“하아―.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임요성이 어이없다는 듯 묻자, 백운학이 무안한 듯 헛기침을 했다.
“크음. 넌 도대체 뭐냐?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이냐, 지옥에서 올라온 야차냐?”
“후우. 둘 다 아니고 그냥 사람입니다.”
“쳇. 재미없는 놈.”
하지만 백운학의 눈은 처음보다 많이 호의적이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들을 죽이려 한 이들에 비하면 임요성은 황자와 이들 사이의 목숨을 비교하며 망설일 정도로 때가 묻지 않았다.
“쯧. 그 네가 모시는 황자는 어떤 양반이냐?”
이런 놈을 부리는 자라면…. 어쩌면….
백운학의 물음에 임요성의 눈이 크게 뜨였다.
잠시 망설이던 그의 입에서 딱 한 마디가 나왔다.
“믿고 따를만한 분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백운학이 말했다.
“가거라. 가서 내가 일러준 처방대로 탕약을 드시도록 해라. 그리고 기공사를 부르든 네가 직접 하든 내공을 불어 넣어 주고. 여기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넘어가지.”
그의 말에 얼굴이 환해진 임요성이 고개를 꾸벅 숙인 채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하! 괴물 같은 놈. 끝까지 정신 못 차리게 하네.”
* * *
이후 백운학은 황실로 가 삼 황자를 고쳐준다.
그리고 자신과 태행대협곡의 산골 마을 사람을 지켜준 데 대한 보답으로 한 번 자신을 부를 수 있는 권한을 주게 된다.
신의와의 인연을 생각하던 임요성이 백운학의 인기척에 다시 눈을 떴다.
“잘해주었구나. 이 정도면 아직 가망이 있다. 내가 적어주는 약재를 구해오고, 이 근처에는 쥐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못하도록 하거라.”
그의 말에 두혜련의 얼굴이 활짝 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됐어. 인사는 환자 깨어나거들랑 해. 참고로 나는 입이 까다로운 편이야. 밥이 맛없으면 흥이 안 나서 치료가 잘 안 되거든.”
“최고로 맛있는 음식으로 준비할게요. 감사드려요.”
눈물을 글썽이는 두혜련을 보며 백운학이 입맛을 다셨다.
“쯧. 여자는 대하기가 어려워. 이놈아! 안 움직이고 뭐 해?”
괜한 임요성에게 한소리 한 백운학이 다시 두진호에게 돌아서서 그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일종의 내공을 사용한 안마술로서 오래 누워있어 기혈이 막힌 환자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비전 안마술이었다.
그가 안마술을 시행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임요성은 매영옥에게 처방전을 주어 약을 구해오라고 했고, 유산홍에게 일러 국주전에는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현재 남은 표사들을 전원 집결시켜 호법을 서라고 했다.
그리고 두혜련은 소주방으로 가서 최대한 좋은 재료들을 써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국주의 생사가 달렸다는 말에 소주방의 하녀들도 모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체력을 올리기 위해 백운학이 저녁을 먹었다.
먹는 내내 다른 말은 없는 걸로 보아 만족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기에 날을 잡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다.
임요성과 두혜련은 그가 신의가 소개해준 유능한 의원이라고 말해두었다.
신의라는 소문이 났다가는 그 길로 파국이었기 때문이다.
임요성이 과거 인연을 맺었던 이라 하고는, 주로 빈민촌을 다니며 치료하는 낭중이라 이름은 들어도 모를 거라 둘러댔다.
치료가 시작되고 표국 안의 모든 이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비록 가족들에게는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 일을 이렇게 키웠으나, 하인들에게는 좋은 주인이었기에 표국 내의 모든 이들이 전부 그의 치료 성공을 기원했다.
한 시진이 지나고, 두 시진이 지나, 자정을 넘어서고,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백운학과 그의 제자, 그리고 그를 지키는 임요성과 두혜련, 그리고 다시 그들을 호위하는 표사들과 그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표국의 식구들까지.
한마음으로 국주를 응원했고, 동녘 하늘이 서서히 밝아올 무렵, 백운학이 모든 치료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우.”
잠시 물끄러미 두진호를 바라보던 백운학이 밖으로 나갔다.
문 바로 밖에서 팔짱을 낀 채 석상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던 임요성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두혜련도 벌떡 일어났다.
“어, 어떻게 되었나요?”
“쯧.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일단 너희 둘만 들어가 봐.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흥!”
백운학이 몸을 돌리며 걸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두혜련이 그의 곁을 스쳐 아비의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머물 곳은 어디냐? 피곤해 죽겠다. 좀 자야겠어.”
사실 그 정도의 내공의 소유자면 크게 피곤할 것도 없었으니 그냥 하는 말이었다.
“매 호위.”
“예, 공자님.”
“안내해드려. 정중히 모시고.”
“예, 알겠습니다.”
매영옥이 백운학을 조심히 이끌었고, 임요성이 그런 그의 뒤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일없다, 이놈아. 이제 네놈이랑 한 약속은 지킨 거여.”
“물론입니다.”
휘휘 손을 저으며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그를 보며 임요성의 눈이 따뜻하게 휘어졌다.
“아버지!”
그리고 들려온 두혜련의 목소리에 임요성이 뛰어 들어갔다.
그의 눈에는 막 깨어난 두진호와 그의 품에 안긴 두혜련의 따뜻한 모습이 시리게 박혀 들었다.
* * *
“그래서….”
“음음, 그래?”
“그리고….”
“오오! 대단하구나!”
“그런데….”
“허어… 그런 일이!”
두진호는 지금 한 시진이 넘어가도록 두혜련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자신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임요성이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했는지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나서 떠드는 딸의 얼굴을 보며 두진호는 맞장구를 쳐주며 흐뭇하게 웃기만 했다.
자신이 없을 때 얼마나 힘들고 두려웠을까. 그런 딸을 옆에서 든든하게 보살펴준 임요성이 그는 한없이 고마웠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는 임요성을 흘깃 쳐다본 두진호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었다.
“소저. 국주님께서 깨어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오늘은 이만하고 일어나는 게 좋겠소.”
“어머! 저도 모르게 그만… 헤헤. 아버지, 그럼 내일 또 올게요. 쉬세요.”
“후후. 그러려무나. 그리고 임 공자는 좀 남아주겠나?”
“그러지요.”
“흥. 저만 빼고 또 무슨 비밀 얘기를 나누시려구요?”
“비밀은 무슨. 그냥 조용히 얘기나 하고 싶어서 그렇지.”
“예이예이. 남자들끼리 오붓하게 정담이나 나누시지요. 방해꾼은 물러납니다.”
딸의 너스레를 따스한 눈으로 쳐다보던 두진호는 임요성과 둘만 남게 되자 임요성의 손을 잡았다.
“고맙네. 내가 이렇게 살아난 것도, 표국이 아무 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도, 그리고 련아가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것도 다 자네 덕분이네.”
“별말씀을요. 다 국주님의 복입니다.”
“후후. 그럼 우리 표국에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되겠나?”
“….”
임요성이 대답 없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입가를 매만졌다.
요즘 들어 웃음 늘었다고 생각된 까닭이다.
구용식에게서 천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어색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이 왠지 좋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혹시 내가 깨어났다고 어디 다른 곳으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
두진호의 물음에 임요성이 상념에서 벗어났다.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여기서 친구의 어머니와 동생도 만나게 되었고, 뭔가 저로 인해 일이 많이 벌어진 느낌이라… 일단 저도 여기가 좋기도 하고요.”
“그래. 소주는 참 좋은 곳이지. 있다 보면 더 좋은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게야.”
“참, 그리고 이것….”
임요성이 품에서 국주패를 꺼냈다.
“이제 깨어나셨으니 국주님께서 다시 가져가셔야지요.”
“예끼 이 사람아! 방금 죽었다 살아난 사람한테 이러긴가! 좀 더 가지고 있게. 련아의 임시국주 자리도 좀 더 유지하고. 나한테는 중요한 것만 알려주면 되네.”
“음…. 알겠습니다.”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국주패를 품에 넣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두진호는 아직 업무에 복귀하긴 일러 보였다.
“그리고… 아내… 아니 강연화와 원후는 살려두었다면서?”
두진호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아들인 두원후가 생각났다.
비록 어미의 잘못된 선택으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긴 했으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시절이 있었다.
눈을 뜨니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두혜련이요, 두 번째로 생각난 것이 두원후였다.
두진호의 물음에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두 사람에 대한 처분은 국주님께서 직접 하시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후우. 고맙군. 아무리 몹쓸 짓을 저질렀어도, 아내와 아들이니… 죽인다는 건 나도 힘든 결정이네….”
“…….”
묵묵히 있는 임요성을 보며 두진호가 물었다.
“자네는 어찌했으면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