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88
【기계 종족】
【소환 : 핸드의 「고철」카드만큼 +1/+1, 이 게임에서 더 이상 핸드의 「고철」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2/2】
+
우드드득! 남연철의 필드 가득 쌓여 있던 고철들의 바닥에서 로봇 한 대가 기동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엔진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증기가 남연철의 필드를 가득 메웠다.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양의 증기와 열기가, 주변의 고철들을 한 층 더 경화시키기 시작했다.
+
【경화된 고철】
【핸드에서 제거할 수 없습니다.】
+
여덟 장의 고철들이 남연철의 핸드에 생겨났다.
10/10의 능력치를 얻은 「고철봇」의 위용은 거대한 것이었어야 마땅했으나, 이미 필드에는 고철봇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더 강한 소환수들이 즐비해 있었다. 심지어는 남연철 바로 좌, 우에는 이미 「고철봇」과 교환될 소환수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
“···거의 포기했네.”
“한 명 더 아웃이군.”
핸드가 말라 죽는 것은 FFA의 어그로 덱의 필연적인 결말이자「고철로봇」덱의 필연적인 결말이다.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눈에서 기대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남연철은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이어서, 「투석로봇」을 소환!”
+
【투석로봇】
【소환 : 기계 하나를 희생합니다. 기계의 레벨만큼의 데미지를 대상 하나에게 줍니다. 핸드에 「고철」을 두 장 추가합니다.】
【0/1】
+
“···투석로봇을?”
“소환한다고?”
“···왜?”
남연철의 필드에는 미리 소환되어 있던 1/1의 「고철 토큰」한 장과 방금 소환한 「고철봇」한 장이 전부다. 모든 플레이어는 생각했다. 토큰을 희생할 것이다.「고철봇」을 희생하지는 않을 테니까.
‘···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틀렸어.’
“희생할 대상은 「고철봇」이다!”
고고고고! 모두의 눈에 불신이 감돌거나 말거나 투석로봇은 고철봇을 몸에 실었다. 거대한 로봇이 자그마한 투석기 위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렸다.
“투석로봇의 투척 대상은··· 내 필드의 「고철 토큰」.”
주먹만 한 고철 토큰의 동그란 눈이 남연철을 불신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대한 「고철봇」의 몸은 토큰을 향해 투척됐다.
투쾅! 콰과광! 주먹만한 토큰 한 마리를 파괴하는 것 치고는 압도적인 파괴음과 함께 먼지가 일어났다.
‘미쳤나?’
‘왜 저래?’
‘항복할 거면 곱게 항복하지.’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방금의 플레이로 남연철의 핸드 열 장은 모두 「경화된 고철」이 되었다.
다음 플레이부터는 드로우하는 카드가 바로 묘지로 버려진다. 경화된 고철은 핸드에서 제거할 수도 없는 카드들이다. 즉, 앞으로의 모든 턴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플레이는 턴 종료가 전부.
그러니, 지금의 퍼포먼스는 항복 전에 하는 퍼포먼스성 플레이일 터였다.
그러나···
“턴 종료다.”
게임을 포기할 것이라는 모두의 생각과 달리, 남연철은 담담하게 턴 종료를 선언했을 뿐이다.
“허허. 허허허···.”
“총장님. 왜 웃으십니까?”
“저 남연철 학생. 대단해요. 정말로 대단해요.”
“···어디가 대단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권보람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은 다분히 트롤성 플레이었다. 아마 그녀가 참관하고 있는 경기였다면 태도 불량으로 벌점을 부여했을 것이 분명한 플레이.
하지만 이현일의 표정은 남연철의 표정과 같이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권보람은 필드를 바라봤다. 남연철의 다음 차례인 이승복의 차례. 이승복은 자신의 바로 옆에 있던 태윤성을 처리했다. 그러고도 필드의 데미지는 15가 넘게 남았다. 명백한 잉여 데미지.
이 공격이 남연철에 쏘아진다고 해도 남연철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공격선언을 하려던 이승복의 입이 멈췄다. 그는 이마를 짚고, 장고에 빠져들었다.
장고가 끝나고 난 직후 이승복의 플레이는 뜻밖의 것이었다.
“···턴 종료.”
“뭐?”
“왜 그냥 턴을 종료한 거야?”
“뭐 하는 거야!”
여기저기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심판을 맡은 권보람이 안경을 치켜올렸다. 방금 상황은 명백하게 이상하다. 외부적인 개입이 있다고 봐도 될 정도의 상황.
“···잠시, 게임을 정지하겠습니다.”
권보람은 고개를 돌려 이현일을 바라봤다.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이다.
“이승복이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겁니까?”
“공격을 해서 얻을 게 없으니까요.”
권보람의 질문에 이현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지금의 룰에서는, 좌-우의 플레이어와만 필드를 공유해요. 그런데 남연철 학생은 보다시피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전혀 없죠.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아요. 몇 턴이 지나든지.”
“······!”
그제서야 권보람은 지금의 상황을 깨달았다.
만약 그녀를 공격해 없앤다면, 이승복은 그 너머에 있는 태진윤을 상대해야 한다. 그럴 바에는 남연철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판단이다.
남연철은 스스로의 플레이에 락(lock)을 거는 것으로, 스스로를 벽으로 만든 것이다.
최후의 네 명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말도 안 돼.”
권보람의 등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를 버리는 것으로, 자신을 공격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발상이라니.
권보람도 산전수전을 모두 겪어온 듀얼리스트지만 이런 발상은 듣도보도 못했다.
“이해한 모양이군요. 역시 권보람 비서는 특출나요.”
“···플레이를 재개하겠습니다. 방금 플레이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플레이가 재개됩니다.]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서 스쳐지나갔지만, 듀얼이 모두 끝나고 나서 설명하면 될 터.
듀얼은 계속되어 나갔다. 남연철은 계속해서 공격에서 빗겨나가 있었다. 폭풍과도 같은 판도에서의 유일한 고요.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런 발상에 도달할 수 있는 듀얼리스트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그보다 적을 겁니다.”
“남연철 학생이 어떻게 저런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 걸까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게 확실하겠죠?”
남연철의 재능은 특기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승부에 조금 끈덕진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승부욕이야 아카데미의 학생들 가운데서 특출나다고 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뭔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전익현의 수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것 말고는 없겠죠.”
권보람은 반박할 만한 근거를 찾아보려 했지만 마땅치 않았다. 전익현을 지도강사로 두고 있는 신하연도, 전익현에게 첫 날 혼쭐이 났던 남연철도··· 살아남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게다가 지금 살아남아 있는 학생들 대부분도 전익현의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이다. 수업을 듣지 않았던 학생들 대부분은 일찌감찌 탈락했거나 탈락을 눈에 앞두고 있다.
고작 수업 하나의 차이가 이런 실력의 차이를 낳고 있다.
권보람은 손으로 가상의 주판을 달그락거렸다.
“···전익현 강사의 강의 갯수를 최대한으로 늘려야겠습니다. 강의 다섯 개···아니, 여섯 개까지.”
“권보람 비서. 그건 월권 행위일 텐데요.”
“월권 행위입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분명히 반대했어요.”
이현일은 능글능글 웃었다. 전익현의 수업을 늘리겠다는 결론을 낸 것은 이현일이다. 하지만 자신만 쏙 빠진다.
얄밉기 그지없게 능글능글 웃는 이현일을 바라보며 권보람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
“아이고. 죽겠다.”
나는 헉헉거리며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다리가 떨어질 것 같다. 대체 누가 면접장소로 이딴 언덕 위에 있는 카페를 고른 거야.
언덕을 모두 올라가자 내가 자주 들르는 스타 카페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평소와는 뭔가 다르다. 스타 카페의 입구가 완전히 개방되어 있고, 수백 개의 필드가 펼쳐져 있었다.
무슨 일이지?
주변은 완전히 난장판이다. 불과 물과 풀과 흙과 금속 덩어리가 무질서하게 바닥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학생들.
“크으윽···.”
“조금만 버텨! 의료진이 곧 와!”
“나는···여기까진가 봐···.”
“안 돼애애애애!”
뭐지.
전쟁터인가?
“아. 전익현 강사! 여기에요! 여기!”
이현일이 손을 흔들어 나를 부른다.
“···당신이 그 전익현 씨입니까.”
스타 카페의 알바생이 나를 분노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도대체 뭘 했다고 저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지. 숫제 평생가다 한 번 볼까말까할 진상고객을 마주한 것 같은 표정이다.
“···여기. 파손된 기물 금액입니다.”
그걸 왜 저한테 내미세요.
명세서를 받지 않았다가는 커피콩을 눈알에 박아넣을 것만 같은 표정이었으므로 나는 명세표를 일단 받아챙겼다.
“딱 좋은 타이밍에 나타났군요. 전익현 강사.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진 않았는데요.”
“그렇다고 치도록 하죠! 면접은 방금 다 끝났답니다!”
면접? 무슨 면접?
설마 지금 이 지옥도가 펼쳐져 있는 게 ‘면접’의 결과물인 건가?
“···제가 안 온다고 듀얼로 면접 결과를 낸 겁니까?”
“그게 당연한 수순이지요.”
환장하겠네. 이 세상에 온 지도 어언 반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세계의 듀얼관은 적응이 안 된다.
면접관이 안 온다고 듀얼로 합격자를 뽑는 세상이 대체 어디에 있어? 뇌에 듀얼밖에 없는 것인가?
“그래서. 합격자는 누구입니까?”
사실 물어 볼 필요는 딱히 없었다. 서 있는 듀얼리스트가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태를 보아 하니 프리 포 올 형태의 듀얼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룰에서 신하연과 여한설이 살아남아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가르쳐 준 게 있는데 살아남아야지.
다만 남연철이 남아 있는 것은 좀 의외다. 어그로 덱으로 살아남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나는 듀얼 디스크 중 하나에 가서 빠르게 듀얼 로그를 읽어나갔다. 남연철의 득의양양한 표정의 이유를 찾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셀프 필드 락(Self field lock)이라니. 생각해내기 쉽지 않은 묘수였을 텐데 잘도 생각해냈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장백호입니다.”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장백호라는 이름의 학생. 얼굴이 전혀 기억에 없다. 뭐, 특이한 일은 아니다. 엑스트라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덱을 본다면 기억이 확실해질 터.
“미안하지만, 덱을 좀 보여줄 수 있겠나?”
“여기 있습니다.”
나는 덱을 받아들고 덱을 확인했다.
[매지셔너☆리나매지셔너☆라미아
···
우주적 통찰x2
매지션 써클x2]
나는 덱 리스트를 두세 번 더 확인하며 얼굴에 포커 페이스를 덧붙였다.
이 덱, 내 기억에 없는 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에는 있는 덱이지만 소커아 테스팅을 하면서는 단 한번도 못 본 덱이다.
이것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매지션 테크」덱이 예전 세계대회 우승자의 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