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94
94화
본초학 수업이 끝나고 이연성 교수가 강의실을 나가자 과대표인 조인범이 잽싸게 강단으로 올라와 덕팔의 팔을 붙잡고 학생들의 주의를 주목시켰다.
“통합의대 본과 1학년 제군 여러분! 드디어 기다리시고 기다리시던 MT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조인범이 연극 톤으로 과장되게 말을 하자 학생들이 웃었다.
“본래 이번 주에 MT를 가고자 하였으나 예과 1, 2학년과의 연합MT를 기획하면서 일정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누굽니까? 이 조인범! 끝내 연합MT 조인에 성공하고야 말았습니다아~~”
조인범이 양손을 하늘 높이 쭈욱 뻗으며 크게 외치자 학생들이 좋아하며 박수를 쳤다.
“하여, 다음 주 금요일! 2박 3일로 MT를 가게 되었으니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끝!”
조인범이 손을 흔들며 강단을 내려가자 학생들도 짐을 챙겨 다음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했다.
“MT라..”
얼떨결에 강의실에 혼자 남게 된 덕팔이 중얼거렸다.
**
오늘도 덕팔의 잠복이 계속되고 있었다. 정식은 덕팔 곁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역시 잠복에는 햄버거와 콜라인 것 같습니다.]“딱 형사라니까..”
덕팔이 웃으며 농을 걸자 정식이 배시시 웃었다.
[그런데 사장님, 정말 강용우가 범인일까요?]“알 수가 없죠. 분명한 것은 비슷한 시기에 암시가 걸린 강용우에게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럼…]정식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씨익 웃었다.
[그럼, 다시 그 잡귀가 강용우 앞에 나타날 수도 있겠군요?]덕팔이 고개를 주억이자 정식이 알겠다는 듯 빌라 2층을 노려보았다.
[나타나기만 해라. 내가 수갑을 채워줄 테니까!!]덕팔이 선물로 태워준 수갑을 만지작거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똑똑..
덕팔이 형법 총론 책에 빠져 있을 때, 운전석 유리창을 두드리는 이가 있었다.
지이잉..
“어? 은혜씨, 여기는 웬일?”
“매일 같이 잠복을 하시니까.. 응원 차.. 여기요.”
은혜가 김밥을 내밀었다. 덕팔이 김밥을 받아 들며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어서 돌아가요. 이런 곳에서 노출이 되면 좋지 않아요.”
덕팔이 은혜의 등을 밀며 은혜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집에서 봐요.”
은혜가 운전석에 앉자 덕팔이 차 문을 닫아 주었다. 그때! 정식의 외침이 들려왔다.
[널 체포하겠다.]덕팔의 머리도, 은혜의 머리도 정식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 덕팔이 인상을 쓰며 정식에게 달려갔다. 누가 보아도 정식보다 강한 잡귀, 아니 악귀에 가까운 존재였다.
덕팔이 달렸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악귀가 검은 구체로 변하였다. 그러나.. 정식이 채워 놓은 수갑은 악귀의 모습에 따라 모습이 변하더니 악귀를 옥죄었다. 정식이 갖은 힘을 쓰며 버티는 사이 덕팔이 빌라 2층으로 뛰어올랐다.
강용우가 자신의 아내를 찌르려고 하고 있었다. 강용우의 눈이 풀려 있는 것으로 보아 저 악귀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는 듯하였다.
“정식씨!”
덕팔이 정식을 크게 부르자 정식이 악귀를 잡고 있던 수갑을 놓고 달려가 칼을 들고 있는 강용우의 손을 쳐냈다.
텅!
칼이 튕겨져 나가며 바닥에 뒹굴었다. 강용우의 아내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정식이 강용우의 배를 주먹으로 내려치자 강용우가 허리를 굽혔다. 그 틈을 이용하여 정식이 강용우의 팔을 꺾고 앞으로 엎드리게 하였다. 완전한 포박술.
덕팔은 신력을 풀어 정식의 수갑을 당겨왔다. 악귀가 반항하였지만 덕팔의 신력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여 질질 끌려와야 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는 악귀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러니.. 그는..”
덕팔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문득 알 수 있었다. 한유리가 왜 죽어야 했는지. 이 악귀가 배성우로 하여금 자신이 아닌 한유리를 공격하게 한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를… 믿어주세요.”
강용우의 아내가 놀란 눈으로 덕팔을 바라보았다. 술에 취해 들어온 남편이 부엌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의 손에 들린 칼이 튀어 나가고 남편이 포박을 당한 것처럼 바닥으로 처박히더니 갑자기 한 남자가 들어와 허공에 손을 뻗으며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는가?
모든 게 상식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저 남자가 자신을 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남자의 눈물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강용우의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덕팔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랑 가자.”
덕팔이 손을 내리며 무언가를 끌고 가듯 나가 버리자 강용우의 아내가 강용우를 살폈다. 꼼짝도 하지 못했다. 손을 뻗어 남편을 일으켜 주고 싶었지만 조금 전의 기억 때문에 손이 벌벌 떨려 그러지 못했다.
그때, 한 여자가 집에 들어왔다.
“최은혜라고 해요.”
**
[무슨 짓을 한 거지?]“포박을 한 거다.”
[나에게 이딴 인간들의 물건이 통할…]“내 신력과 누군가의 결박술이 더해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 나에게선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너와 강용우, 그리고 그의 아내를 보았을 때, 모든 걸 알게 되었어. 후아… 네가 무슨 이유로 강용우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 따위는 알고 싶지 않다. 그러니 조용히 소멸되거라.”
덕팔이 신력을 일으켜 수갑에 신력을 더하니 수갑이 오그라들며 악귀를 더욱 강하게 조였다.
[크아아아아]악귀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였다.
“고통스러운가? 너로 인해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해봐. 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나는… 그가… 미웠다. 평생 나를 사랑하겠다고 하던 그가… 그가… 나를 버리고 그년과 결혼을 했어… 나는.. 나는..]“너는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야. 그는 너를… 너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혼기를 놓치고 뒤늦게 결혼을 한 거야. 그의 곁을 맴돌았다면 너도 그걸 알 텐데…”
덕팔이 고개를 떨구었다. 누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인가? 독백과 같았다. 누군가를 기억해야 한다는.. 그녀가 외롭지 않게 그녀를 꼭 기억하겠다는 다짐과 같았다.
“한 가지만 묻겠다. 내가 아니라 왜 한유리였던 거지?”
[크크크.. 너도.. 그래.. 너도 그렇지. 크크크.. 너는 죽는 날까지 고통을 받게 될 거야. 나는 실패하였지만 다른 누군가가 끊임없이 너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것이다. 그것은 네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이의 죽음!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괴로워하거라. 크크크]덕팔이 펴고 있던 두 손에 힘을 주며 오므렸다. 그러자 수갑이 좁혀들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악귀가 소멸하였다.
***
은혜가 내민 명함을 살펴보던 강용우의 아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어본 적도 없는 단체였기 때문이었다. 은혜가 명함 하나를 더 내밀었다. 그제야 그녀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재단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오늘, 당신이 그 피해자가 될 뻔했지만 다행히 피해 없이 구조가 되었네요.”
“제..제가요?”
그녀가 바르르 떨었다.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사랑해요. 물론 당신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원치 않는 이가 있었어요.”
“….. 그이의 전 여자친구인가요?”
“알고 있었군요.”
강용우의 아내가 고개를 떨구었다. 강용우와 선을 본 자리에서 강용우가 꺼낸 첫마디였다.
[그녀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그녀와 평생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녀를 지키지 못했어요. 어머니께서 꼭 이 자리에 나가야 한다고 해서 거절하지 못했지만, 당신과 결혼 할 수 없습니다.]그의 순박한 모습과 죽어버린 연인을 그 오랜 시간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그 남자에게 호감을 느껴버렸다. 비록 많은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그를 더 알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혼을 하였다.
그는 결혼 후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아주 천천히 자신을 돌아봐 주었다. 그렇게 그의 마음을 얻게 된다면 평생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재촉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랬었군요.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사람도 그렇죠. 평생을 잊지 못하는 인연이 있어요. 그리고.. 그들도 그럴 거라 믿어요. 당신의 남편은 그녀에게 이용당한 거예요. 그의 본심이 아니었어요.”
“알아요. 그이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거…”
덕팔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강용우는 포박이 된 채 기절해 있었다. 덕팔이 강용우를 들쳐 메고 방으로 들어가 눕혔다. 강용우의 아내가 조심히 덕팔의 뒤를 따랐다.
덕팔이 은혜를 바라보자 은혜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자 덕팔이 손을 뻗어 강용우의 미간과 양쪽 귀밑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강용우가 눈을 뜨고 낯선 남자의 얼굴에 화들짝 놀랐다.
“누구?”
“강용우씨?”
“네?”
“아내를 사랑하십니까?”
“네? 아.. 네”
“그 마음 변치 마시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토록 아내 곁에 머물러 주세요. 약속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그런데 당신은 누구 시길래…”
“자세한 것은 부인께 들으십시오. 부인의 선택에 따라 당신의 처지도 바뀔 듯싶으니…”
덕팔이 몸을 일으켜 강용우의 아내에게 목례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은혜가 마지막으로 강용우 아내의 손을 잡아 주곤 덕팔의 뒤를 따랐다.
강용우의 아내가 물끄러미 강용우를 바라보더니 그의 목에 안겨들었다.
“여보…”
“…. 여보! 왜 그래?”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오늘따라 당신이 더 멋있어서..”
“쑥스럽게..”
강용우가 얼굴을 붉혔다.
**
덕팔과 은혜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덕팔이 정식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렇게 함부로 덤벼들면 안 됩니다.”
[사장님께서 구해주실 거라 믿었습니다.]“그래도 무모했어요. 제가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 수갑! 정말 끝내줬습니다. 그 여자 뒤로 돌아가 수갑을 채운 후에 실체를 느끼곤 아찔했거든요. 그런데 그 여자가 수갑 때문에 제대로 힘을 못 쓰는 걸 보고 딱 알았죠. 이 수갑! 물건이구나! 하하하]정식이 즐거운지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아닙니다. 다음에는 정식씨가 그런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뭔가 다른 장비가 필요할 것 같네요.”
[정말이십니까? 이야.. 그럼 저는 완전 로보캅이 되는 겁니까?]“로보캅?”
[모르십니까? 로보캅! 로망이었는데… 어라? 내가 로보캅을 어떻게 알지?]자신도 모르게 생전의 기억을 꺼내버린 정식이 당황해하였다.
“기억이 돌아오려는 징조가 보이는 모양입니다.”
[제 기억이 돌아오면 저는 좋은 놈일까요? 나쁜 놈일까요?]정식이 불안한 얼굴이 되자 덕팔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