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48
247화 네가 여기에 왜 와?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
무대는 갖춰졌고 구경꾼들도 충분히 많았다.
배우는 연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겠지만 하게끔 만들어 주면 그만이다.
최대한 폭력적인 방법으로.
레오볼드는 아르마에게 연락했다.
‘아르마, 오버 드라이브 모드.’
꼭 그녀와 소통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레오볼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자신이 정상인지 검증받곤 했다.
아스테라를 바꿀 각종 로드맵도 아무렇게나 정하는 게 아니라 그녀와 치열한 토론을 거친 후 조심스럽게 결정된다.
아르마는 각종 메디컬 체크 후 레오볼드가 정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에테르 하트의 리미터를 해제합니다. 오버 드라이브 모드에 들어갑니다.」
순간 블랙 나이트가 든 대검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란티스 백작과 싸울 땐 칠칠맞지 못하게 에테르를 사방으로 흩뿌렸지만 이젠 그런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에테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
티렌델은 찬란한 에테르 블레이드를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에테르 블레이드… 과연, 우리를 놀라게 할 한 수는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군. 어디에서 그런 힘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레오볼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곧장 그를 향해 돌진했다.
대지가 움푹 파이는가 싶더니 전고 8미터가 넘어가는 검은 기사가 엘븐 나이트에게 접근해 들어갔다.
‘빠르다!’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티렌델은 피하는 대신 왼팔에 장착된 리빙메탈을 방패로 변형시켜 전면을 막았다.
그리고 황금빛의 대검이 방패에 닿자마자 몸을 뒤로 날렸다.
애초에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필사의 움직임이 효과가 있었는지 대검은 리빙메탈제 방패를 두 조각으로 갈라 버리고 허공을 갈랐다.
티렌델은 그가 동작을 회수하는 틈을 타 돌진하려 했으나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황금빛이 시야를 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을 직감했으나 거의 본능에 가깝게 몸을 뺄 수 있었다.
카카칵!
에테르 블레이드가 벨리알급 골리앗의 오른팔과 어깨를 분쇄하고 뒤로 날아갔다.
충격이 어찌나 강했는지 본체마저 뒤로 나가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한 방에 벨리알급을 전투 불능으로 만든 것이다.
“크흡!”
티렌델은 전신에 극심한 충격을 받고 답답한 신음을 뱉었다.
단련된 기사라고 해도, 골리앗에 탑승해 있다고 해도 이렇게 굴러 버리면 대책이 없었다.
그는 고통을 참고 일어섰다.
이미 한 팔을 잃은 벨리알급으로는 제대로 대응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초근접전으로 들어가 무게를 살리는 것이다.
코어의 출력은 저쪽이 위일지도 모르나 이만한 무게가 달려들면 쉽게 떨쳐 내진 못할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일어선 티렌델을 맞이한 것은 골리앗의 거대한 주먹이었다.
‘젠장… 내 대응까지 생각해 두고 있었던가!’
티렌델은 시야에 크게 확대되는 골리앗의 주먹을 보고 투덜거렸다.
쿵! 쾅!
연타가 날아들었고 벨리알급은 엉망으로 두들겨 맞았다.
주먹에 적중된 장갑판은 어김없이 움푹 찌그러졌고 부품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단순히 에테르를 담은 주먹이라고는 상상이 안 되는 위력이었다.
그는 치를 떨며 다시 몸을 날리려 했지만 그나마 멀쩡한 팔이 레오볼드에게 붙잡혔다.
주먹이 송곳처럼 변하며 티렌델이 위치한 복부 장갑판을 노렸다.
‘끝장이다…….’
눈을 감은 그의 귓가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발걸음, 익숙한 외침.
“티렌델 님!”
“저희가 돕겠습니다!”
친위대가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왔다.
물론 티렌델은 대부분의 엘프로부터 경원시당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뛰어난 무용을 흠모하고 따르는 엘븐 나이트가 없지는 않았다.
그들이 던진 투창 십여 발이 레오볼드에게 날아들었다.
티렌델이 쏜 것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무시하기 힘든 위력이었다.
그러나 레오볼드는 피하지도 않고 능력을 전개했다.
염동력이 펼쳐지며 그를 향해 쇄도하던 십여 발의 창이 허공에서 뚝 멈췄다.
“헉!”
“이럴 수가!”
달려오던 친위대가 깜짝 놀라서 멈출 정도의 기예였다.
심지어 티렌델마저도 이 능력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소드 댄서의 능력을 겸비했다고 해도 남이 날린 투사체를 공중에서 정지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상대의 에테르를 완전히 찍어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하다는 것은, 창을 허공에서 멈췄다는 것은 레오볼드의 에테르 감응력이 엘븐 나이트 열 명보다 우위라는 것을 뜻한다.
티렌델은 결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 게, 그런 게 가능한 인간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그는 거기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창을 멈춘 블랙 나이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여전히 벨리알급을 놓지 않은 상황에서 주먹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괜히 밀쳐서 반격의 기회를 준다든가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쾅! 쾅!
한 방에 헤드가 꺾였고 두 번째엔 뒤로 날아갔다.
붙잡은 팔의 관절부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더니 마침내 뚝 부러졌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마법진이 파괴된 것이다.
덕분에 티렌델의 골리앗은 양팔을 모두 잃고 말았다.
누가 봐도 전투 불능이었지만 레오볼드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티렌델을 죽여 버리려는 듯했고 그게 엘븐 나이트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놈! 기사라면 기사답게 행동해라!”
“티렌델 님은 적을 그렇게 대하진 않았다!”
골리앗 10대가 동시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허공에 멈춰 있는 창들을 간과했다.
창대가 순식간에 회전하더니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파파파파―
놀랍게도 창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엘븐 나이트를 공격했다.
하나하나가 춤을 추면서 전진을 막았고 때로는 후방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창대가 꿈틀거리더니 몇 배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10개의 창이 수백 개의 쐐기로 변한 것이다.
어지간한 일에는 면역이 된 티렌델마저도 이 광경에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에테르 감응력으로 리빙메탈을 변형시키는 건 숙련된 엘븐 나이트라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손도 대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형태가 고정된 리빙메탈을 분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불가능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으으…….”
엘븐 나이트들은 레오볼드가 어떻게 수천 명의 섀도우 엘프를 상대했는지 알게 되었다.
수백 개의 학살병기를 가졌는데 수천 명을 죽이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티렌델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200년 가까이 살아온 그로서도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다.
‘빠르고 강하다. 대전쟁 당시의 챔피언이 이렇게 강했을까?’
그럼에도 그는 반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상대의 신경이 자신에게서 떨어진 틈을 타 다리에 힘을 주어 블랙 나이트의 복부를 걷어찼다.
장갑판이 떨어져 나갔지만 덕분에 거리가 벌어졌다.
레오볼드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그가 여기서 죽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실력은 있군.’
압도적인 강자 앞에서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본은 갖췄다는 의미다.
두 골리앗의 거리가 벌어지자 주춤거렸던 친위대뿐만 아니라 주변의 골리앗들이 기회임을 직감하고 우르르 덤벼들었다.
레오볼드는 바닥에 떨어진 대검을 회수하고 그들에게 겨누었다.
“덤벼라. 모조리 죽여 주지.”
티렌델은 아직 죽으면 안 되지만 보통의 엘프들은 상관없었다.
대검을 든 검은 기사가 벨리알급 사이로 뛰어들자 마치 양떼를 덮친 늑대를 방불케 했다.
일검에 골리앗 한 대가 방패 째로 절단되었고 두 번째의 공격에 골리앗의 팔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차라리 종이를 베어도 이보다는 더 저항감이 있을 것이다.
레오볼드는 묵묵히 대검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골리앗이 하나씩 박살 났다.
보다 못한 엘븐 나이트들은 육탄전으로 그를 봉쇄하는 쪽을 선택했다.
한꺼번에 덮쳐서 물리적인 공간을 없애면 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금방 드러났다.
허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쐐기 수백 개가 엘븐 나이트들에게 달려들었다.
골리앗들은 방패를 앞세우며 쐐기를 막아 냈지만 쾅쾅거리는 충격에 뒤로 물러나야 했다.
쐐기를 무시하고 레오볼드에게 덤벼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십 개의 쐐기가 그의 주변을 돌면서 골리앗들을 쳐내고 있었기 때문.
쐐기 하나하나에 에테르가 담겨 있다 보니 골리앗을 들이대는 것은 자살행위였고 심지어 방패도 그리 오래 버티진 못했다.
수십 대의 골리앗이 수세에 몰렸고 레오볼드는 에테르 블레이드를 최대한으로 펼쳤다.
대검에서 빛이 번져 나가더니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그것은 한낱 골리앗이 가지고 있기엔 너무도 큰 검이었다.
엘븐 나이트들은 쐐기에 당하는 한편 그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에일리드시여…….”
“저게 에테르 블레이드인가…….”
거대한 빛의 대검이 그들을 덮쳤다.
* * *
크로이츠 백작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레오볼드가 수십 대의 골리앗에 둘러싸이더니 하나하나 격파해 나간 것이다.
심지어 그는 그들과 싸우면서 쇠침 비슷한 것을 움직이기까지 했다!
‘엘프들이 말하는 소드 댄서인가? 하지만 저 정도의 위력은…….’
그리고 빛의 대검이 하늘 끝까지 치솟자 그녀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 빛의 검은 허공을 가르고, 수십 대의 골리앗을 순식간에 박살 내고, 기어코 땅까지 찢어발겼다.
콰콰쾅!
에테르가 부딪히자 대폭발이 일어나며 반경 수백 미터가 한꺼번에 날아갔다.
먼지구름이 사라지자 남은 것은 골리앗 수십 대의 처참한 잔해와 쩍 갈라진 대지뿐이었다.
충격적인 광경에 모두가 전투를 멈췄다.
크로이츠 백작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레오볼드가 흉수를 처치한 건 결코 운이 좋았거나 마지막으로 상대한 덕분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는 순수하게 실력으로 흉수를 찍어 눌렀을 뿐이었다.
제국 귀족들은 그 간단한 답을 도출하지 못해 지금까지 쓸데없는 말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인간의 힘이 아니야…….’
그녀는 레오볼드의 힘에 매료되었다.
과거 대전쟁에서 활약했다던 드래곤의 챔피언들이 이 정도였을까?
어떤 경위로 이런 힘을 가질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믿을 수 없는 전투력을 가진 남자가 바로 그녀의 반려라는 것이다.
크로이츠 백작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바그란에서 온 반다스 백작의 분투를 보라! 그가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고 있다!”
“우와아아!”
형편없이 밀리던 연합군의 기세가 순식간에 하늘을 찌를 듯 충전되었다.
엘븐 나이트들도 그 광경을 봤는지라 전투를 이어나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모두가 대처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자 티렌델은 후퇴할 결심을 했다.
일격에 전력의 10%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더 이상의 저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부하의 협조를 받아 예비 골리앗에 갈아탄 다음 본국에 연락을 취했다.
가까스로 연락이 된 사람은 제국의 삼재상 중 하나인 켈로디안이었다.
“재상 각하. 후퇴를 진언코자 합니다.”
“이상한 일이군. 티렌델 자네가 나섰는데도 후퇴를 해야 한단 말인가? 전황이 어떻기에?”
“우리의 예측이 틀렸습니다. 반다스 백작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는 에테르 블레이드로 일격에 수십 대의 골리앗을 격파했습니다. 더 이상 전투를 이어나간들 무의미한 희생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꼬리를 말고 후퇴하잔 얘긴가? 제국 최강의 검사라는 위명이 땅에 떨어졌군 그래.”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티렌델은 그 어떤 모욕도 감수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검은 기사가 가는 곳마다 엘븐 나이트가 박살 나고 있었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각하.”
“그 결과를 불러온 건 자네일세. 이번 전쟁의 지휘관이 누구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각하! 제 부하들이 지금 죽고 있단 말입니다!”
켈로디안은 침묵했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확실했고 더 이상 전투를 이어 나가는 것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건 병력이 멀쩡히 후퇴한 후에 생각할 일이었다.
다만 이대로 후퇴할 수는 없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엘드그라실의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지를 버려 두고 후퇴할 순 없다. 놈들이 그걸 분석하면 우리의 계획이 탄로 날 수도 있어.’
켈로디안은 고민 끝에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해 근처를 날려 버리기로 했다.
티렌델이 진실을 알게 되면 발광하겠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좋아. 하지만 폐하께 상신할 시간이 필요하네. 약간만 버텨보게.”
삼재상이 언제부터 황제에게 상신을 했다고?
자이움과 달리 엘브랑데는 황제에게 큰 힘이 주어져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권한은 대의회와 삼재상이 나눠 가지고 있었으며 황가가 가진 것은 별 영향력 없는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티렌델은 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서둘러 주십시오.”
‘건방진 놈.’
켈로디안은 입술을 씰룩거리며 통신구에서 손을 떼고 대의회에 연락했다.
사정을 들은 대의회 원로원의 의원은 신음을 삼켰다.
“그 자의 힘이 그 정도라니 놀랄 일이군요. 정보국에선 아무런 언질도 없었답니까?”
“배제리스트 1순위에 올라 있긴 했습니다만 이 정도라곤…….”
“결국 엘드그라실의 가지와 티렌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군.”
물론 결론은 엘드그라실의 가지를 보존하는 쪽으로 내려질 것이다.
티렌델 정도의 기사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조금만 더 있으면 과거 대전쟁 당시의 존재들을 불러낼 수 있게 된다.
둘은 이번 기회에 반다스 백작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위험한 자입니다. 에테르 블레이드를 썼다고 하는데 이계에서 온 용사라는 소문이 진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어떤 자인지는 상관없습니다. 티렌델이 실패했으니 다른 방법으로 죽여야 합니다.”
“그러면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으음…….”
의원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하는 것은 자이움의 신경을 건드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동등하게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한다면 엘브랑데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방어책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한 번도 시험해 보지 않았기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황도에 쓰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기껏해야 변방의 왕국을 박살 내는 건데 자이움이 신경이나 쓸까요?”
“크로이츠 백작을 비롯한 제국의 귀족이 다수 동원되었습니다만 황도와 맞바꿀 정도는 아닐 겁니다. 우리가 강하게 나가면 저들은 수그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할 명령권자도 명확하지 않았다.
황제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일개 계승권자가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럼 써야겠군요. 잠깐 기다리십시오. 의원들과 의논을 좀 해보겠습니다.”
무의미한 시간이 지나갔다.
켈로디안은 티렌델과 연결된 통신구가 반짝이는 것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대의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허가하겠습니다.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해서 우리의, 평화의 적을 쓸어버리십시오.”
미티어 스트라이크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수도 메데아에 위치한 마법의 탑에서 한 줄기 에테르가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우주로 뻗어나간 에테르는 행성 테라와 마레 주변에 형성된 소행성대에 간섭해 기어코 작은 암석 하나를 이탈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틀러호의 중력자 레이더가 이를 포착했다.
「마스터, 엘브랑데가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했습니다.」
‘드디어 저질렀군. 언제 낙하하는 거지?’
「계산 중입니다… 37분 15초 후 전장에 낙하할 예정입니다. 위력은 TNT 환산 3메가톤에 육박합니다.」
얼마 전 흑마법 연구소를 박살 낸 하프늄 미사일이 200킬로톤이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위력이었다.
‘꽤 큰 놈을 골랐군. 아군까지 함께 쓸어버릴 작정인가.’
「엘드그라실의 가지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나 봅니다.」
‘뭔가 있다는 거군. 그럼 우리가 가져갈 수밖에. 지온은 어떻게 됐지?’
「정신을 차리는 중입니다. 곧 투입할 수 있습니다.」
원래 레오볼드는 이번 전쟁을 블루 드래곤의 난입으로 마무리하려 했었다.
그의 목적은 명예를 쌓는 것과 엘브랑데 영향력의 축소였지 연합군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라크 황태자가 작은 승리에 심취해 본격적인 전쟁 구도로 몰아간다면 귀찮아지므로 적당히 끊을 필요성이 있었다.
지온을 투입해 적당한 피해를 강요하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엘브랑데가 극단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상황이 달라졌다.
‘궤도를 틀어. 목표는 수도 메데아 외곽 관공서 밀집구역.’
「중력 크레인 가동하겠습니다.」
빠른 속도로 테라를 향해 돌진하던 운석의 궤도가 살짝 꺾였다.
워낙 거리가 멀었기에 궤도가 살짝 틀어진 것만으로도 예정된 낙하지를 수천 km나 벗어나게 되었다.
낙하지가 메데아의 외곽인지라 엄청난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꼭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었다.
‘엘프들이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얼마나 잘 막아 내는지 보자고.’
「지온을 보냈습니다. 이온 추진기를 장착했기에 약 10분 후엔 전장에 도착할 겁니다.」
‘그럼 나는 정리나 하고 있어야겠군.’
에테르 블레이드 한 방에 엘븐 나이트의 전력 10%가 박살 나는 바람에 엘브랑데군은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개인 기량에서 앞서는지라 전열이 붕괴되진 않았지만 연합군의 기세를 막을 순 없어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전장에 블루 드래곤이 나타났다.
거대한 몸집을 확인한 양측 군대가 공포에 질렸다.
“드래곤! 드래곤이 나타났다!”
“녀석이 왜 여기에……?”
“겁먹을 것 없다! 비행선 포격에도 도망간 놈이야!”
지갈레온은 멈추려 했으나 이온 추진기가 처음이었던지라 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꽥!
거대한 덩치가 대지를 훑고 지나가자 미처 피하지 못한 골리앗 몇 대가 처참하게 갈려 나갔다.
“뭐, 뭐냐?”
“드래곤이 착륙을 실패했다고?”
다들 당황한 가운데 지온이 일어나 빼액 소리쳤다.
―블루 드래곤 앞에 무릎 꿇어라!
그래 봐야 위엄은 살지 않았지만 강화된 라이트닝 브레스가 쏟아지자 다들 피하기 바빴다.
평범한 브레스도 일격에 골리앗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이건 강화된 버전이었다.
한 방에 골리앗 몇 대가 박살 났고 지갈레온은 자신의 힘에 심취해 육탄전에 들어갔다.
소속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공격하는 통에 몇 대의 골리앗이 나가떨어졌다.
―으하하하! 지갈레온을 경배하라!
“…이름이 지갈레온이었던가.”
티렌델은 그를 올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반다스 백작도 그렇고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한편 엘브랑데 근처의 에테르를 추적하고 있던 직원 중 하나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이상하군. 이런 에테르가 나오면 안 되는데.”
메데아 상공엔 아무런 에테르가 없어야 하는데 미약하게 관측되니 특이한 일이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관측량이 증폭되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직원은 즉각 상관에게 보고했고 얼마 후 정보국장에게까지 올라갔다.
그는 영문을 모르고 있다가 에테르 파장이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했을 때와 같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경악했다.
“인간 놈들이 미쳤군!”
“하, 하지만 자이움 상공에선 에테르가 관측되지 않았다는 보고입니다!”
“그럼 누가 발동시켰단 말이냐!”
정보국이 발칵 뒤집어졌고 관련 보고가 켈로디안까지 올라갔다.
그는 창문을 열고 망원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멀리 뭔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서, 설마…….”
켈로디안은 불현듯 자신이 미티어 스트라이크의 발동을 승인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런데 저게 왜 여기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