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2805
02808 2808화
그사이 서영우와 여성현 사이에 투약에 대해 따갑게 목소리가 오가고 있었다.
“여 선생, 와파린 때려……. 넣었어? 그럼 프레드니손은? …….뭐 해? 타까야수동맥염 환자는 일단 그거부터 투여해야지!
-스테로이드 계열은 골형성부전증과 상극이잖습니까!
”누가 그걸 몰라? 그런데 지금 바이탈 안 보여? 일단 애가 숨부터 쉬어야 뼈의 이상도 어떻게 해 볼 거 아니냐고!
-그래도 프레드니손은 너무 강합니다. 멀쩡하게 되돌릴 거 아닙니까? 그럼 그 뒷일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럼 메토트렉세이트(세포독성제제의 일종)를 섞어서 쓰든가, 아니면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면역억제제의 일종)를 쓰면 되잖아……. 그래, 어서 빨리!”
서영우는 이름도 길고 어려운 약 이름을 분명하게 발음했다.
다급함과 조급함은 사람의 머리와 입을 상상 이상으로 활동적이게 했다.
태수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머릿속에 담았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이성혁에게 물었다.
“이성혁, 헬기 도착 예정 시간은?”
“잠시……. 아직 조금 남았습니다.”
“하늘에 러시아워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뭐 하자는 거야!”
태수는 헬기 도착이 늦어지자 대놓고 신경질을 부렸다.
그러나 그건 태수의 조급함이 만들어 낸 착각이었다. 아직 헬기 도착 예정 시간까지 약간 시간이 남아 있었다.
태수를 비롯한 모두가 신속한 이동으로 헬기장에 훨씬 일찍 도착한 거였다.
사실 태수도 아예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알고도 다급함이 더 앞섰다.
지금까지 파악된 예상 증상만으로도 응급 중에 초응급상황이었다.
수술실에 밀고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아직 오더를 내리지 않은 건 씨암이 작동 중인 탓이다.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는 건 씨암으로 확인한 결과가 자신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부수는 거다.
그렇게 되길 희망했다.
그게 억지라도 좋았다.
하지만 그냥 하늘만 바라보며 감 떨어지길 바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뭘 해야 할까.
머릿속이 팽그르르 회전했다.
그 시간은 짧았다.
갑자기 태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런데……
꽈악.
태수가 빈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런 태수가 다시 이성혁을 바라봤다.
“지금 누구랑 통화 중이지?”
“김 간호사님이요.”
“바꿔. 진호 안색 계속 확인해 주고.”
“네.”
슥!
휴대폰을 바꾸고 바라보니 일반 통화 화면이었다.
이성혁의 현 위치상 영상통화를 한다고 해도 오더할 일이 적은 탓이다.
태수는 오히려 좋았다.
휴대폰을 귀로 가져간 태수가 상대를 나지막이 불렀다.
“김 간호사님, 접니다.”
“말해요.”
“준비…… 부탁드립니다.”
태수는 밑도 끝도 없이 말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김혁권이 알아듣고 답한단 점이었다.
“흐음, 결국 그렇게 되는 겁니까?”
“아직 예상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은 편이고요.”
“젠장. 알겠습니다. 이 닥터들을 믿긴 하는데, 그래도 캡틴이 와 줬으면 합니다.”
김혁권의 바람이 들려왔다.
그런데 막연히 그의 바람만은 아닌 느낌이었다.
그 순간 태수는 바로 지금 그곳에 없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진호 부모님은 어디 있습니까?”
“아직 신경외과 쪽 치료 중입니다.”
“알리지 않았습니까?”
“지금 알리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발이 안 떨어져서요.”
김혁권이 쓰게 말했다.
그 순간 태수가 낮고 강하게 타박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아시잖습니까!”
“나는 좋아서 이래? 캡틴, 진짜 내 새끼 아프다는 느낌이 어떤지 알아요?”
“…….”
“내 살이 떨어져 나가고, 내 뼈가 바스라지는 느낌입니다. 우리 성호한테 열만 있어도 내 마음은 찢어진다고. 내가 그걸 아는데, 그걸 나도 겪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뻔뻔하게 말하냐고!”
김혁권이 버럭 화를 냈다.
반대로 태수는 냉정한 목소리로 불렀다.
“김 간호사님.”
“뭐요, 왜요?”
“저도 압니다. 그런데 성호가 이렇게 아픈데 나중에 알게 된다면 김 간호사님 마음은 어떨까요?”
“……젠장.”
“말하기 힘들면 전화만 건네주세요. 제가 말할게요.”
태수가 차분히 권했다.
태수도 조카들이 아프다고 하면 두 눈 부릅뜨고 날카로워진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도 불사하고 누나 집이나 충선대 근처 자취방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김혁권의 마음을 모른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소중한 아기라 보물보다 더 애지중지한다.
그건 황진호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런 태수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김혁권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해 왔다.
“내가 가서 말할게요. 이 기분 더러운 일을 누굴 시켜.”
“그래요. 매를 맞을 거면 차라리 내가 맞아야 두 다리 뻗고 잡니다.”
“지금은 내가 매 맞으러 갈 거고, 좌우간 애 얼굴 보게 해요?”
김혁권의 혹시나 하는 질문에 태수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게 진호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절대 동요하지 않도록 각별히 마음 다잡게 해 주세요.”
“빌어먹을. 빨리 와요. 최태수 팀장님을 믿는 분들이지, 날 믿는 분들은 아니니까.”
김혁권이 애써 퉁명하게 말하자 태수도 덤덤히 반응했다.
“하늘에 교통 체증이 있나 봅니다. 풀리면 빨리 가겠죠.”
“우리 헬기 뜰 땐 다른 놈들은 쉬라고 해요. 내가 왜 이런 농담이나 하고 있어. 아무튼 움직입니다. 선정아, 휴대폰 받아.”
툭.
건네지는 소리가 들린 후였다.
멀찍이서 김혁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미하고 지연이는 먼저 수술실 가서 수술 준비하고, 지현이하고 수진이는 여기서 계속 보조해.
-수술 준비라니요? 아직 씨암 돌리는 중이잖아요.
-닥터 액스, 대비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좀 지나갈게요.
-김 간호사님도 내려가세요?
-보호자한테요. 누군가는 총대 메고 가야 하니까.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잖아요.
김혁권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그런 그를 막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이선정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이시죠?”
“맞습니다.”
“진호…… 괜찮은 거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겠죠. 또 진호가 얼마나 힘을 내는지에 따라서도요.”
태수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게 옳았다.
계속 감정에 이리저리 휩쓸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선정 간호사의 목소리도 거기에 휩쓸린 듯이 점점 차갑게 변해 갔다.
“그래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당연히 중요해요.”
“그렇……. 이제 저기 보이네요.”
“뭐요, 헬기요?”
“네. 곧 복귀할 수 있겠습니다. 도착하기 전에 당연히 다 좋아질 겁니다.”
태수는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헬기에 시선을 두며 애써 희망을 말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휴대폰 저 너머에서 멀찌감치 따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암 결과 나왔……. 이거, 이거!
-미치겠네!
그 소리가 태수의 신경을 거슬렸다.
타닥.
재빨리 옆으로 다가온 정민수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지금 휴대폰 속에서 난리가 난 그 씨암 촬영 결과 화면이 비쳐지고 있었다.
“봐 봐.”
“……이거 설마 Emphysema(폐기종)?”
“맞아.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공기가 찼어. 거기다 네가 말한 대로 우심실부전까지 발생했고.”
정민수가 한차례 말을 마침과 동시였다.
사삭!
번개같이 비집고 들어온 박성민이 추가로 말했다.
“대동맥궁이 문제야. 거기에 염증이 생겨서 사방팔방 쏟아져 가야 할 동맥혈들이 전체적으로 저하되었어.”
“그게 하행대동맥에도 영향을 준 모양입니다.”
“어? 어디……. 이런!”
박성민은 대동맥궁에 쏠려 있던 시선을 넓힌 후 크게 놀랐다.
이렇게 되면 복부도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황진호는 특히 골형성부전증의 영향으로 흉부와 복부의 면적이 적은 편이었다.
당장 흉부도 수술해야 하고, 복부도 확률이 높았다.
저 멀리 헬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출발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 달라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 예측들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다 떠나서 황진호가 이렇게 병실에 있을 때가 아니었다.
태수는 휴대폰을 으스러지게 꽉 쥐며 나지막이 말했다.
“현재 모든 인원…… 응급수술에 투입합니다.”
-…….
“도성민하고 유병태가 흉부, 성 선배는 복부, 그리고 마취의에 여 선배, 공 선배는 전체적으로 바이탈 관리 부탁합니다.”
태수의 세부적인 자리 배치가 끝난 순간 공우혁이 대답했다.
-바로 움직일게……. 뭐 해! 빨리 진호부터 옮겨야지. 김아름 선생, 가벼우니까 호흡 맡아. 그리고…….
공우혁이 부산하게 소리쳐 할 일을 알렸다.
그 소리에 맞춰 화면이 흔들리며 어지럽게 달려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때였다.
탁.
휴대폰 화면이 순간 급격히 흔들렸다.
그리고 딱 멈춰선 순간 김은영이 미간을 가득 좁힌 얼굴이 보였다. 이어서 그녀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수…… 아니, 팀장님, 나도 있어요.
“왜 존대야?”
-지금 일과 시간이고, 네가, 아니 아무튼 팀장님이니까요.
김은영은 약간 헤맸지만 끝마무리는 확실히 지었다.
그녀의 눈에 지금 가득한 건 황진호의 응급 상황이다. 그런 응급환자와 마주한 순간 그녀의 성격은 여전했다.
그 외적인 상황이란?
태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았다.
김은영이 함께한다면 물론 고마운 일이다.
수없이 많은 위급상황을 지켜봤단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전과 똑같으면 병실 지켜.”
-그럼 수술실로 내려갈게요.
“…….”
-팀장님이 살아 돌아오라면서요. 이렇게 살아 돌아왔는데 더 증거가 필요하세요?
계속 들려오는 존대는 공적인 시간이란 의미다.
공사를 분명히 하겠다면?
태수는 바로 오더했다.
“김은영 선생…… 웰컴 투 헬.”
태수가 진하게 미소 지으며 환영했다.
그런데 그때 김은영이 예상치 못한 답변을 꺼냈다.
-죄송한데요, 여긴 화이트엔젤, 천사들이 사는 곳이에요.
“그래. 그럼 직접 천사가 되어 보든가.”
-그러려고요.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김은영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영상통화가 끝났다.
그때였다.
투두두.
그제야 저 멀리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태수는 바로 고개를 들며 말하려다 멈칫했다.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탓이다.
태수가 의아한 시선으로 먼저 물었다.
“왜 그렇게들 보십니까?”
“그…… 흠흠! 진호는 응급수술로 될까?”
정민수가 뭔가 말하려다 애써 돌리는 듯했다.
태수는 생략된 말에 관심을 두지 않고 들려온 부분만 답했다.
“완전히 터지기 직전에 먼저 발견하고 여는 거니까 거기에 희망을 걸어야지.”
“차라리 응급수술도 우리가 보는 건 어때?”
“수술실에 휴대폰 반입이 아무 때나 되냐?”
태수가 어이없이 바라봤다.
소독을 해도 세균으로부터 완전할 수가 없다. 특히 요즘 스마트폰은 손으로 만져야 하는 정전식이라 더욱 민감했다.
태수는 그걸 확실히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카슈미르에 가기 전, 그땐 하석준 팀장이 과장인 시절이었다. 하석준 팀장이 태수 휴대폰에 기록된 카프레네의 수술 요약을 보자고 한 적이 있다.
그땐 잠깐 수술을 쉬는 중이었고, 수술 자체가 크게 민감하지 않아서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엔 전혀 달랐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환부가 넓고 오염의 위험이 높았다.
태수는 그걸 뜻하며 말했다.
그러나 정민수는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넌 영상통화까지가 한계인가 보다.”
“또 무슨 시비야?”
“시비 아니고 사실이야. 휴대폰 방수팩하고 스마트 펜이란 게 있다고. 주머니에 넣고 펜으로 누르면 아주 깔끔하게 사용 가능해.”
정민수가 주절주절 말하자 태수가 멈칫했다.
오염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면 수술을 보면서 날아가는 게 여러모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