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3208
03212 3212화
태수를 포함한 모두는 이미 박수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수정의 눈물, 그리고 환희에 찬 표정까지.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
“…….”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수정의 눈물에서, 또 한별이를 향한 사랑의 설렘을 통해 그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때 박수정이 박성민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팀장님.”
“오빠!”
박성민이 눈을 부라리자 박수정이 찔끔한 얼굴로 변해 어색하게나마 목소리를 냈다.
“오빠…… 저요, 저 지금 한별이…….”
“당연히 안아 봐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저, 정말이에요? 진짜 거짓말이면 안 돼요.”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이걸 왜 가져왔는데. 기다려 봐.”
훌렁!
박성민은 인큐베이터 뚜껑을 바로 열어젖혔다. 그 속엔 여러 라인들이 연결된 한별이가 누워 있었다.
박성민은 얼른 손을 움직였다.
“한별아, 삼촌이 엄마에게 데려다줄게.”
박성민의 목소리에 기쁨이 가득했다.
손길 또한 흥이 넘쳐났다.
그런데 서두르는 만큼 속도가 빨라 보이진 않았다.
그때 또 한 아이의 엄마가 번개같이 다가서서 손을 보탰다.
송현미 간호과장이었다.
“팀장님, 이건 제가 뺄게요.”
“ECG 라인 빼고 다 걷어도 됩니다. 신속하고 확실하고 자신 있게 해 봅시다!”
“떼는 건 제가 좀 해요.”
휙휙.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닌지 송현미 간호과장의 손이 박성민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엄마의 마음은 누구보다 같은 엄마가 잘 아는 법이다.
박성민도 가족의 일이라 더욱 저돌적이었다.
“오케이, 라인 분리했고…… 그거 주세요.”
“이, 이게 뭐예요?”
“한별이 맘마 보조기!”
“네?”
“보세요. 이걸 이렇게…….”
슥슥.
박성민은 언제 거칠었느냔 듯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변했다.
“…….”
송현미 간호과장은 아직 감을 잡지 못했는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박성민도 처음이라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어? 아니, 이게 이렇게 만든 게 아닌데…….”
“아니, 왜 애 얼굴을 덮으시는지…….”
“그러니까요. 이거 마음만 급하고 환장하겠네.”
박성민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수는 그 모습에 작게 미소 지었다.
항상 시작은 좋은데 끝이 약간 부족했다.
그렇다고 계속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태수는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만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박성민에게로 향했다.
“선배.”
“야, 이거 왜 이래? 난 분명히…….”
“좀 보고요.”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어떤 문제인지부터 살폈다.
맘마 보조기의 원리는 간단했다.
‘ㄴ’ 자 플라스틱에 한별이를 앉혀 놓고 척추를 고정시키는 부목의 일종이었다.
고정된 틀이 있으니 좀 더 안전하게 장시간 안을 수 있게 하는 거였다.
아직 뼈가 약하고 부러지기 쉬웠다.
그걸 짐작한 태수와 박성민이 아이디어를 냈고, 박성민의 형들이 의뢰해서 제작해 보낸 거였다.
제작에 힘을 보탠 태수라서 다행히 바로 문제를 찾았다.
“선배, 위아래가 반대입니다.”
“어?”
“한별이 머리 위에 얹어진 판이 엉덩이로 가야 한다고요.”
“아, 아. 그렇지……. 한별아, 삼촌의 실수.”
찡긋.
민망함에 윙크하는 박성민을 향해 태수가 조용히 말했다.
“이건 실수가 아니라 일단 지지대에 묶어 놓고 보잔 심산이 아니었나…….”
“태수야, 그렇게 앞뒤 없이 냉철한 지적은 참 고마운데, 또 그만큼 앞뒤 없는 내 성격을 지금 자극하는 거니?”
“아닙니다. 빨리 안전하게 하잔 의미입니다.”
슥슥.
태수는 자극해 봐야 좋을 때가 아니라 얼른 손을 움직였다.
박성민도 이쪽이 더 우선이라 따지지 않았다.
태수가 빨리 문제점을 찾아내서 그런지 다음 일이 편했다.
한별이를 지지대에 고정시키는 건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보조기 장착이 끝나자 박성민이 한별이를 안아 들었다.
한별이는 박성민의 냄새가 낯선지 칭얼거렸다.
“흐응.”
그 소리는 처음에 비해 확실히 선명해졌다.
우렁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힘이 실렸단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오구오구, 그렇지. 삼촌이에요. 오구오구.”
박성민이 가볍게 달래며 시간을 잠시 끌었다.
그사이 태수도 바빴다.
지잉.
병상을 조절해 박수정을 앉는 자세로 바꿔 주고 있었다.
그건 바로 끝났다.
앉은 자세가 된 박수정은 양손을 박성민에게 길게 내밀었다.
“팀장님, 감사해요. 저기, 오…… 오빠.”
“그래. 자, 여기 한별이……. 네 아이야. 머리부터……. 그래, 그렇게…….”
박성민은 하나하나 섬세하게 알려 주며 한별이를 건넸다.
그렇게 박수정은 한별이를 안았다.
두 번째다.
처음 안았을 땐 태어난 직후였다.
한별이를 바구니에 담았던 두 손으로 이번엔 부드럽게 안고 있었다.
이젠 다시는…….
다시는 떼어놓지 않을 거다.
진동하는 그 마음이 바로 밖으로 표출됐다.
“흐윽.”
박수정의 어깨가 점점 크게 들썩였다.
참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는 울음이었다.
이제야 자신을 되찾은 느낌.
완전한 자신이 된 느낌.
그건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자신만이 느낄 수 있었다.
태수와 박성민, 그리고 모두가 그 모습을 시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의사들에게도 다른 환자보다 좀 더 특별한 순간이었다.
SAS란 죽음의 병을 처음으로 이겨 낸 아기다.
그 아기가 저만큼 회복해서 엄마의 품에 처음으로 안긴 순간을 모두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있음에 감회가 남다른 표정들이었다.
박수정이 아기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중이었다.
꼬물.
한별이의 입술이 달싹였다.
코도 약간씩 위아래로 움직였다.
점점 고개가 박수정 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지대에 고정되어 있어 그 움직임은 미미한 정도였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지 한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으앙…… 으아앙…….”
멀리서 보면 너무 느닷없는 울음이었다.
그래서 태수와 박성민이 바로 미간을 좁히며 날카롭게 관찰했다.
“목이 불편한가?”
“아니면 보조기 자체 디자인 문제?”
원인을 찾으려 신경까지 곤두세웠다.
하지만 그들의 짐작은 단단히 헛다리를 짚었다.
반면, 간호사들은 한별이의 울음에 대한 정체를 직감했다.
간호사협회장이 재빨리 송현미를 찾았다.
“널스 송!”
“나도 봤어요.”
영어로 대답한 송현미는 얼른 병상으로 다가갔다.
도착과 동시에 박수정에게 말했다.
“한별이가 젖 냄새 맡아서 우는 거예요.”
“그럼 빨리 줘야죠.”
“네?”
송현미 간호과장이 의아해할 때였다.
슥슥.
박수정은 환자복 상의 단추를 스스럼없이 풀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가슴을 꺼내 한별이의 입에 물렸다.
처음 젖을 물리는 거다.
엄마야 그 원리를 안다고 해도, 아기는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남자 의사들이 있어도 전혀 개의치않았다.
부끄럼.
어디에도 보이지않았다.
자기 아기가 배고프단 신호에 모든 걸 던져버린 표정이다.
어머니란 이름을 가진 여자는 위대하단 증거였다.
역시 본능은 위대했다.
쪼옥. 쪼옥.
한별이의 볼이 크게 부풀었다 홀쭉해지는 모습이 반복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척.
어디서 힘이 났는지 양손을 들어 엄마의 가슴을 잡기까지 했다.
그 자체가 본능이다.
아기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젖을 먹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박수정은 그런 한별이만 눈에 담고 있었다.
태수와 박성민을 비롯한 의사들은 거기까지 확인하고 돌아섰다.
야해서?
어이없는 생각이다.
아기가 엄마의 젖을 먹는 모습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었다.
그런데 왜 돌아서냐고 누군가 물을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 박성민이 자그맣게 말했다.
“아무리 아기라도 밥 먹는 거 빤히 보고 있으면 좀 그렇지.”
“그럼요. 예의가 아니죠.”
태수가 조용히 답했다.
거기에 박성민이 덧붙여 말했다.
“그런 상황은 아는 사람이 양보하는 게 인지상정.”
“맞습니다. 그럼 모시고 나갈까요?”
“좋은 생각. 아차, 소 선생 불러야지.”
자신들의 역할은 끝났다.
이젠 산부인과 전문의의 조언이 필요할 때였다.
그에 대해서 시선이 자유로운 송현미 간호과장이 다가와 말했다.
“제가 여기 있다가 소 선생님하고 교대할게요.”
“그럼 쌩유 베리 감사하죠.”
“저도 오랜만에 젖 먹이는 거 보니까 성호 젖 먹일 때 생각나고 그러네요.”
송현미 간호과장은 푸근하게 대답하고는 박수정에게로 향했다.
곧 박수정의 해맑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과장님, 한별이가 젖 먹어요. 젖 먹는 느낌이 막 느껴져요!”
“신기하죠?”
“네. 진짜 신기하고…… 고맙고…… 다들 감사하고…….”
“뚝, 해요. 애 밥 먹는데 엄마가 울면 안 되지.”
역시 송현미 간호과장의 달래기 신공은 최고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태수는 모두를 조용히 안내했다.
“가시죠.”
“쉿. 조용히 나가야지.”
살금살금.
모든 의사들이 발소리를 죽이고 움직였다.
그건 누구를 막론하고 지켜야 할 예의였다.
곧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스륵. 탁.
마지막으로 병실 문을 닫은 태수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아기가 젖을 먹었다.
그건 회복에 탄력이 붙는단 의미였다.
이젠 정말 안심해도 된다.
시간이 지나며 더 건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그 심정이 자그마한 혼잣말로 흘러나왔다.
“됐다.”
그때 어깨에 묵직한 손길이 느껴졌다.
턱.
“그래. 진짜 됐다. 고생했다.”
잔잔한 떨림이 가득한 박성민의 목소리였다.
태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화답했다.
“……선배도요.”
“자식.”
꽈악!
박성민은 괜히 태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고통을 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애정 표현이었다.
턱.
태수도 가볍게 손을 얹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제임스가 갑자기 허공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불쑥.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다.
“…….”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디선가 검은 손이 다가와 가볍게 부딪쳤다.
착.
그 손의 주인공은 역시 스미스였다.
그들 또한 한별이가 진정 건강해졌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바닥을 부딪친 건 조금 의미가 달랐다.
줄리앙 협회장 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진 일이었다.
태수와 박성민의 수술뿐 아니라 케어 방법까지도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두 사람에겐 더없는 기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