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3330
Chapter 098화.
그런데 그때였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며 닥터 슈미트와 닥터 베네딕트, 닥터 올리버가 나란히 들어왔다.
그들의 등장에 닥터 구라모토 얼굴에 난색이 떠올랐다.
“오, 오셨습니까.”
“네. 어제 그런 일도 있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닥터 구라모토는 애써 차분하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 사이 닥터 슈미트 귀가 꿈틀거렸다.
“이거, 이야. ECG 소리가 상당히 달라진 거 같습니다.”
“박사님, 저기 수치 좀 보십시오.”
“저 정도면 안정권입니다.”
닥터 올리버와 닥터 베네딕트가 놀란 얼굴로 번갈아 말했다.
척.
닥터 슈미트가 병상 가까이 다가서서 자세히 살폈다.
“안색도 좋아졌고, 숨소리도 고릅니다……. 닥터 구라모토,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아. 그게…….”
“조만간 일본 열도를 뒤흔들 인재가 출현할 거라더니요. 그쪽 흉부외과장의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닥터 슈미트는 시원하고 활기찬 목소리로 칭찬했다.
닥터 구라모토의 표정은 어색함만 가득했다.
“뭐, 그런…….”
“앞으로도 지금 같이 환자들에게 기적을 보여주십시오.”
“네? 그, 그러겠습니다.”
“겸손도 하십니다. 이 환자는 위험이 사라졌으니까 후배들에게 인계하시고 새로운 환자를 맞이하시죠.”
닥터 슈미트의 제안에 닥터 구라모토가 멈칫했다.
하지만 ECG에 선명하게 나타난 수치들이 모두에게 공개된 상황이었다.
이걸 되돌릴 순 없었다.
닥터 구라모토는 영문도 모른 채 결국 승낙해야만 했다.
“그, 그렇게 하시죠.”
“그럼 결정도 됐으니까 아침 식사하러 가시죠.”
“네. 그러겠습니다.”
“기분 좋은 아침이라 밥이 술술 넘어가겠습니다. 다들 같이 움직이도록 하지.”
닥터 슈미트의 제안이었다.
여기서 그걸 거부할 인물은 없었다.
결정이 나자 닥터 슈미트가 가장 먼저 병실을 나섰다.
드륵.
문을 연 닥터 슈미트가 진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바네사의 회복 소식은 광속으로 알려졌다.
“바네사 회복 소식 들었지?”
“응. 닥터 구라모토가 밤새 몰래 치료했다더라고.”
“그 사람 실력 진짜 좋네.”
“어제 수술을 멈췄을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웅성웅성.
여기저기서 같은 소식들이 가득 들려왔다.
한편 숙소 마당 한쪽.
테이블 두 개를 차지한 한 무리의 의료진들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들은 간밤에 수고한 태수와 일행들이었다.
“하아암. 졸려 죽겠다.”
“가뜩이나 수면부족인데, 어젠 4시간도 못 잤네요.”
“이따가 점심시간에 무조건 자야지.”
“저도요. 하암. 졸립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만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게으르게 느껴질 법했다.
그러나 평소 열심히 하는 그들이라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암.”
태수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할 때였다.
정민수가 넌지시 물었다.
“어째 할 건 우리가 다 했는데, 저쪽이 칭찬을 듣는 걸까?”
“말하고 싶으면 가서 말 하라니까.”
“닥터 슈미트 손에 갈가리 찢기고 싶지 않아.”
“그래. 저쪽은 자존심 챙기고, 우리는 실익을 챙기고. 이 정도면 된거야.”
태수가 느긋하게 총평을 내렸다.
그때 브레드 김이 살짝 풀린 눈으로 물었다.
“만약 또 저러면 어쩌지?”
“그땐 엉덩이를 차 버려야죠.”
“후후. 그거 좋은 생각이네.”
브레드 김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러나 김혁권은 조금 반응이 달랐다.
스윽.
태수를 향해 손바닥을 보이며 물었다.
“고객님 정산은 언제 해주실 건지요?”
“캠프 돌아가면요.”
“요즘 이자 무섭습니다. 미리미리 결제하고 발 뻗고 주무시기 바랍니다.”
김혁권은 은근한 목소리로 태수를 압박했다.
다들 그의 말에 빙그레 미소 지었다.
별 거 아닌 대화도 기쁨이 가득한 아침이라 더욱 기분이 좋았다.
웃고 떠들던 사이 며칠이 지나갔다.
태수는 요즘 자신을 따라다니는 시선을 종종 느꼈다.
지금도 그랬다.
휙.
바로 돌아보자 저 멀리 닥터 타케시가 움찔거리며 얼른 숨었다.
태수는 어깨를 들썩거렸다.
“눈치는 챈 거 같은데.”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뒤꽁무니만 쫓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태수가 그걸 알려줄 이유는 없었다.
오후 시간.
태수는 의료 텐트에서 순차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이 아니라 뒤쪽에서 태수를 향해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착. 착.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곧 멈춰 서서 태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반면 태수는 뒤통수가 또 따가워지는 걸 느꼈다.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을 쳐다보는 거야.”
이젠 살짝 짜증도 나려고 했다.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다.
한 마디 할 생각으로 거칠게 돌아봤다.
그런데 태수를 바라보고 있는 건 닥터 타케시가 아니었다.
바로 바네사였다.
“어?”
놀란 태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네사는 차분한 걸음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곧 서로 가까워지자 태수와 바네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양손을 붙들었다.
“바네사, 괜찮아진 겁니까?”
“%#$.@$#.”
서로 다른 언어로 말했다.
그러자 어느새 호세가 스르륵 나타나 양쪽 모두 통역해줬다.
“%#$%……. 퇴원하는 길이랍니다.”
“벌써요? 이렇게 빨리요?”
“%#@%#……. 심장이 가벼워지니까 다른 증상들이 빨리 가라앉았다네요.”
바네사가 부드럽게 설명했다.
그런데 그 대상이 태수란 게 조금 미스테이크였다.
“제가 모르겠습니까. 아침저녁으로 찾아 뵀는데요. 그래도 좀 빠르지않나 싶기도 하고요.”
“#%@#$%……. 집에서 쉬면서 약을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답니다.”
“누구 소견입니까?”
“@%#%#@$……. 닥터 베네딕트요.”
그 소리에 태수는 바로 수긍했다.
“그렇다면 무조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 마지막에도 그 싱거운 말을 들어서 기분 좋다고 하시네요.”
“조심히 댁에 가셔서 좀 더 느긋하게 쉬세요. 그게 최곱니다.”
태수가 살갑게 챙겨주자 바네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새벽에 찾아온 하얀 천사들은 평생 잊지 못할거라고 하십니다.”
“하얀 천사요?”
“#%@#$……. 적어도 바네사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네요. 여기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깃들길 소원하시겠답니다. 아, 저기 차가 출발하려나보네요.”
호세의 말에 태수는 오래 붙잡아둘 수가 없었다.
“바네사, 다음엔 건강하게 봐요.”
“@%#$%……. 언젠가 인연이 또 닿길 진심으로 기원하겠답니다.”
“저도요……. 얼른 가세요. 얼른요.”
스윽.
태수는 슬쩍 바네사의 어깨를 떠밀었다.
마을을 순환하는 트럭 배차가 마지막이었다.
또 한 명의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멀어져가고 있다.
태수가 잔잔히 미소 지었다.
척.
옆으로 다가온 정민수도 함께 웃었다.
“이 순간이 제일 좋아.”
“항상 좋고, 언제나 좋지.”
“이 맛에 의사 하는 건가?”
“그러지 않을까?”
태수는 장난처럼 대꾸하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퇴원한 환자들을 태운 트럭이 저멀리 떠나갔다.
부웅.
트럭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의료진들이 의료 텐트 뒤쪽에 옹기종기 모였다.
건강을 되찾은 환자들이 떠난 순간이다.
이럴 때 한 잔 마시는 차가 또 끝내줬다.
“고생하셨습니다!”
“또 살려봅시다!”
“건강이 최고!”
터덕.
의료진들은 찻잔을 부딪치며 자축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나 그 시간이 마냥 길어질 순 없었다.
적당히 수다로 스트레스를 푼 모두는 자리로 돌아갈 때란 걸 직감했다.
다들 밀려드는 아쉬움을 밀어냈다.
“으쌰, 닥터 최의 히스토리는 결국 이번에도 못 들었네.”
“나중에 들으면 되죠. 다들 고생합시다.”
“닥터 최, 요즘 자주 안 찾아오는 거 보니까 게을러졌습니다.”
“부지런히 찾아가겠습니다.”
그르릉.
한마디 씩 다정하게 주고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각자 텐트로 돌아가려던 순간이었다.
“닥터 최.”
뒤쪽에서 묵직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에는 태수 혼자 돌아봤을 터였다.
그런데 이젠 아니었다.
휙.
태수를 시작으로 다 같이 뒤를 돌아봤다.
그렇게 돌아본 장소에는 닥터 구라모토가 다가와 있었다.
‘요즘 그렇게 감시하더니.’
웬일로 눈앞에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 닥터 구라모토의 수술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동년배 흉부외과 전문의들 치고 뛰어난 편은 맞았다.
바네사 케이스는 그가 스스로 부린 욕심에 눈이 멀어 벌어진 일이다.
그 이후에는 여러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다.
착실한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런데 동시에 태수와 정민수를 슬쩍슬쩍 자극했다.
차라리 대놓고 시비를 걸던가.
정말 교묘한 방법으로 치사하게 자극했다.
게다가 정말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대외적인 상황에선 존대하고 또 하는 말을 경청했다.
가끔 개별적으로 만날 때면 대놓고 반말하고 갖은 핑계로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런 그가 찾아왔다.
무슨 일인가 싶던 태수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불쾌, 짜증?’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도 느닷없이 감정을 내보였다.
그건 잠깐이었고 어느새 온화한 표정의 닥터 구라모토가 서 있었다.
태수는 이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네 멋대로 사세요.’
피해만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찾아온 걸 보니 태수의 마음은 알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단 불렀으니 가봐야 했다.
탁.
다가간 태수가 잔잔하게 입을 열었다.
“부르셨습니까.”
“혹시 제가 흉부외과로 오라고 했단 소리 못 들으셨습니까?”
“못 들었습니다.”
태수는 어리둥절할 때였다.
꿈틀.
또 한 번 닥터 구라모토의 얼굴에 불쾌함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차분하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전달이 뭔가 잘못 된 거 같네요.”
“무슨 말씀이실까요?”
“Pulmonary stenosis(폐동맥협착증) 환자 기억하십니까?”
“네. 3일 전에 내원했고 닥터 탈론이 1차 진료, 그리고 흉부외과로 전과된 환자입니다.”
태수는 하나 씩 술술 열거했다.
그런 대답도 마음에 안 드는지 딴죽을 걸었다.
“흉부외과 레지던트면서 병동 환자는 거의 방문하지 않더군요.”
“매일 찾아뵙고 있습니다.”
“그저 들리는 정도 아닙니까?”
그가 날카롭게 묻자 태수는 고개를 저었다.
“대화도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병동에 머물러야 하지 않습니까. 스스로 흉부외과 레지던트라고 하셨으니 말입니다.”
“여기선 그냥 레지던트입니다.”
태수가 답을 말한 후였다.
닥터 핫산이 미간을 찌푸리며 정정했다.
“닥터 최라니까.”
“다시 레지던트로 돌아가는 겁니까?”
닥터 탈론도 슬쩍 옹호해줬다.
그들은 닥터 구라모토를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들어봐도 억지란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