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3548
Chapter 317화.
모든 말을 들은 발렌티노 대대장이 한 걸음 다가왔다.
척.
그리고 자기 어깨를 태수와 정민수의 어깨에 가볍게 맞댔다.
적극적이고 화통한 성격대로 형식을 따지지 않았다.
게다가 발렌티노 대대장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가 너무도 뜨거웠다.
깁슨 병장의 느낌이 옳았다.
발렌티노 대대장도 부대원들을 친자식처럼 아끼고 있었다.
그 자식을 구해진 태수 일행이 너무도 고마운 눈치였다.
“여러분의 노고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결론을 짓기엔 아직 이릅니다.”
“그렇군요. 그럼 가시죠. 편안하게 말노이까지 안내하겠습니다.”
“그건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발렌티노 대대장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잠시 후.
건물 안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계속 주변을 경계했던 샘 분대장과 다른 분대원들도 모두 모였다.
이렇게 한데 모이니 인원이 상당히 많았다.
발렌티노 대대장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철수한다. 들것을 보호하며 신속히 이동하도록!”
“썰.”
척척.
발렌티노 대대장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대대원들이 따랐다.
이어서 그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태수와 모두가 느긋하게 걸어갔다.
태수가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으으. 이제 마음이 좀 편안해 지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요. 샘하고 다들 계속 경계하느라 피곤하시겠습니다.”
“저희는 좀 쉬었습니다. 그런데…….”
샘 분대장이 이어서 말을 하려 할 때였다.
쉬이익!
어디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무슨 소리…….”
눈을 굴리며 의아해할 때였다.
대대 병력과 태수 일행 사이 건물에 무언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건물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콰과광!
“뒤로!”
“닥터들 보호해!”
“부분대장조는 상황파악부터, 어서!”
차자작.
샘 분대장과 분대원들은 태수와 정민수, 김혁권을 재빨리 보호했다.
적당히 뒤로 물러서자 뿌연 먼지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태수는 재빨리 샘 분대장에게 소리쳤다.
“샘, 대대 병력은 무사하답니까?”
척.
샘 분대장은 대답 대신 가볍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터뜨렸다.
그리고 레오 부분대장, 라이언 병장과 똑같이 인이어에 집중했다.
대답은 샘 분대장이 대표로 했다.
“……썰. 그렇게 이동하겠습니다.”
무전기를 내린 샘 분대장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시 3개조로 편성, 예정된 탈출 루트를 활용해 산개한다.”
“썰.”
분대원들은 어느새 비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샘 분대장은 태수와 두 사람에게 눈썹 끝을 내리며 양해를 구했다.
“이렇게 됐습니다.”
“하여간 끝까지 편한 꼴을 못 보게 하네요.”
“후후, 그런 거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태수가 대표로 말했다.
한 번 경험한 일이라 정민수와 김혁권도 조금 여유를 보였다.
“나 또 위험해지진 않겠지?”
“알아서 몸조심 합시다.”
가볍게 말이 오간 후였다.
태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복귀해서 헬기메디컬팀의 저력이 이 정도란 걸 보여줍시다.”
“좋은 생각.”
“이따 봅시다.”
휙휙.
의료진들이 나뉘자 기다리고 있던 분대원들이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태수의 곁엔 다시 샘 분대장, 구스피아 상병, 알톤 상병이 함께였다.
태수는 자신감을 보이며 권했다.
“출발 하시죠.”
“차분하게 출발하겠습니다.”
샘 분대장은 다시 긴장감을 끌어올려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태수는 조금 달랐다.
‘죽을 뻔한 위기도 넘겼는데.’
응급수술을 겸한 응급처치가 수월하게 끝나 자신감이 차올라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태수의 긴장감이 살짝 풀어지려 했다.
“이 정도면 그렇게 예민할 거 없네.”
목소리부터 살짝 늘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긴장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였다.
갈림길이 저 앞에 나타났다.
한쪽으로만 길이 나뉜 삼거리였다.
앞서 걷는 샘 분대장의 긴장감은 태수와 확연히 달랐다.
갈림길에 접근하자 얼른 벽에 붙었다.
척!
이어서 살짝 고개만 내밀어 12시 방향을 살폈다.
반면 태수는 다른 데를 보며 걷고 있었다.
‘건물이 다 비슷비슷하네.’
상가인지 주택인지 모를 구조였다.
그렇게 생각 없이 걷다 샘 분대장을 지나쳐가려 했다.
순간 샘 분대장이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 손바닥은 태수의 얼굴에 직격했다.
턱.
“흡.”
불시에 얼굴을 얻어맞은 태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 번 더 12시를 조심히 바라본 샘 분대장이 짜증 섞인 한마디를 토해냈다.
“쉿!”
그런 그는 곧바로 태수에게 몸을 날렸다.
우당탕.
두 사림이 뒤엉켜 넘어졌다.
얼떨결에 육탄 공격을 받은 태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샘, 갑자기…….”
태수가 불쾌함을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타다다당!
총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피융, 퍽, 팅!
총알이 여기저기 부딪친 소리와 먼지가 흩날렸다.
그걸 본 태수의 얼굴이 싹 굳어졌다.
“뭐야, 적이야?”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샘 분대장이 대놓고 소리를 냈다.
“알톤, 닥터 최 챙겨!”
“썰!”
“구스피아, 응전한다!”
“빌어먹을 새끼들, 좀 조용히 지나가자는데!”
철컥.
구스피아 상병이 짜증 가득한 손길로 장전했다.
그리고 샘 분대장과 구스피아 상병은 건물을 등에 지고 같이 응사했다.
투두두!
“구스피아, 몇 명?”
“하나, 둘……. 헙!”
휙!
구스피아 상병이 재빨리 모퉁이 안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였다.
타다당, 퍽, 퍼벅!
총소리와 함께 총알에 직격당한 모퉁이가 일부 부셔졌다.
구스피아 상병의 반응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상당히 위험할 뻔 했다.
샘 분대장이 총구만 모퉁이 밖으로 내밀어 총을 쏴 갈겼다.
타당, 타다당!
“구스피아, 괜찮아?”
“네. 두 명까지 확인했고, 최소 한 명에서 많으면 세 명 정도 더 있어보입니다.”
“한쪽에서 둘이 쏘니까 유동적이지 못해.”
“제가 넘어가겠습니다.”
서로 빠르게 의견이 오갔다.
그 삼거리에서 조금 물러서 있던 태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넘어가다니, 뭘 넘어가요!”
다들 말이 없었다.
적과 대치중인 상태라 일일이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알톤 상병도 등에 진 무전기가 무색할 정도로 날렵하게 군인들에게 다가갔다.
샘 분대장은 알톤 상병에게 바로 명령했다.
“알톤 엎드려서 쏴.”
“썰.”
차작!
알톤 상병은 날렵하게 바닥에 엎드렸다.
무전기를 생각하면 자세 잡기가 영 불편해 보였다. 그러나 한 번 엎드리면 자세를 자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샘 분대장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숨을 크게 쉬었다.
“후욱, 후욱. 준비 됐냐?”
“예썰.”
“좋아……. 지금!”
타다다다당!
샘 분대장과 알톤 상병이 동시에 총알을 난사했다.
그 순간 구스피아 상병이 커다란 몸이 무색하게 앞으로 몸을 던졌다.
데구르르.
낙법을 응용해 구르는 속도를 높여 반대쪽에 도달했다.
그가 지나간 주변에 총알이 튀었다.
타당, 투두!
교차의 순간은 찰나였다.
1초도 되지 않았다.
딱 보통 사람의 반사 신경을 보였다.
다행히 구스피아 상병의 신체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서 문제가 없었다.
“도착 했습니다!”
“둘, 셋, 갈겨!”
“썰, 뒤져라. 이 썩을 놈들아!”
투다다, 투다다다!
군인들이 동시에 응사했다.
확실히 한순간에 사격을 집중하자 화력이 올라갔다.
태수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좋게 말하면 전쟁영화를 눈앞에서 4D가 아니라 10D로 생생하게 보는 거였다.
하지만 그 생생함이 단점이었다.
벽과 바닥에 부딪친 총알 파편이 사방에 튀었다.
그 각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핑! 푸슈, 퍽!
지금도 태수 주변에 총알들이 여기저기 튀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태수의 허벅지를 스쳐지나갔다.
핏!
“씁!”
화끈한 아픔에 태수가 인상을 팍 구겼다.
내려다보니 오른다리 허벅지 중간즈음이 옷자락이 살짝 잘려 있고, 살이 뻘겋게 부어올랐다.
총알이 살에 직접 닿지 않고 스쳐간 모양이다.
그런데도 화상을 입었다.
‘어떻게 여기 서 있는데 총알이 날아와?’
태수의 위치는 삼거리에서 5미터 정도 뒤쪽이었다.
그것도 벽에 붙어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총에 맞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교전 위치가 삼거리라서 그럴 수 있었다.
총알에 눈이 없단 그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태수의 시선이 군인들에게 향했다.
투두두.
“알톤, 리로드!”
“서둘러. 저 새끼들 교묘하게도 숨어 있네.”
철컥!
샘 분대장도 얼른 탄창을 교체하며 짜증을 냈다.
구스피아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갑자기 구스피아 상병이 낮은 비명을 토했다.
“윽!”
“맞았어?”
“튕긴 게 군복에 빵꾸 냈습니다!”
“군복의 원수를 갚아줘!”
“물론입니다. 내 군복의 원수들아!”
타당, 타다당!
구스피아 상병은 정말 원수 대하는 듯 했다.
군복은 핑계다.
죽느냐, 죽이느냐.
그 기로에 서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더 교전하던 중이었다.
알톤 상병이 다급히 몸을 뒤로 빼며 소리쳤다.
“인커밍!”
“뭐가 와!”
“수류탄, 피해!”
외침과 동시에 샘 분대장과 구스피아 상병도 각각 반응했다.
“홀리 ?!”
구스피아 상병의 거친 목소리가 좀 더 멀게 들려왔다.
그 순간 샘 분대장과 알톤 상병이 동시에 태수에게 날아왔다.
“엎드려!”
우당탕!
행동할 시간도 주지 않고 군인들이 태수를 덮쳤다.
바닥에 깔린 태수가 묵직한 아픔을 토했다.
바로 그때였다.
콰앙!
수류탄이 터지며 거센 바람이 몰려왔다.
폭발로 만들어진 진동이 땅과 건물을 울렸다.
다행히 수류탄이 삼거리에 닿지 않았는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태수가 수류탄 소리에 겁을 먹을 정돈 아니었다.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군인들부터 챙겼다.
“샘, 알톤, 괜찮아요?”
“크으. 등이 후끈합니다.”
“전 무전기 때문에 등은 괜찮은데 마냥 무겁습니다.”
“전에 한국군 통신병이 그랬잖아. 그게 괜히 피칠칠이겠냐고 말이야. 그보다 닥터 최는 괜찮으십니까?”
샘 분대장이 묻자 태수가 뜬금없이 한 마디 했다.